최신호 (36호 2020년 11~12월호)

지난 호

문재인 정부의 낙태죄 유지 법 개정안 논란 ─ 낙태는 왜 여성이 선택할 권리인가?

전주현 123 36
362 8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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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아 생명권’ 논리는 거짓된 주장에 기초해 있다. 우선, 태아는 모체에서 독립한 “인격체”가 결코 아니다. 태아는 모체의 산소와 영양분 공급이 없으면 생존이 불가능하다. 이렇게 모체에 완전히 종속돼 있는 태아에 ‘권리’를 운운하는 것은 가당치 않다.

낙태반대론자들은 태아 발전의 연속성, 인간이 될 수 있는 태아의 잠재력, 태아의 인간 유전자, ‘독자 생존’ 기간을 거론하며 “낙태는 살인”이라고 비난한다. 이런 주장들은 논리 비약일 뿐이다.

“수정 이후는 생명이 자라나는 연속적인 과정일 뿐”이므로 태아가 인간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연속적 과정에서 나타나는 질적인 변화와 차이를 무시하는 것이다. 낮 12시에서 시간이 연속적으로 흐르면 밤 12시가 되는데 그렇다고 낮과 밤이 같다고 할 수 없다. 100 ℃ 물과 연속적 과정에 있는 0 ℃의 물은 끓지 않는다. 태아, 어린이, 어른이 연속적 과정에 있으므로 똑같은 “인간의 권리”를 부여해야 한다면, 왜 선거권의 나이 제한 철폐를 요구하지는 않는가?6 태아 발전의 연속성 논리는 비약을 거듭하며 보수적 결론으로 이어지는데, 0.1mm 단세포 수정란도 사람으로 취급해 피임도 ‘살인’이 된다. 실제로 많은 낙태반대론자들이 모든 종류의 피임에 반대한다.

태아가 인간이 될 잠재력이 있으니 생명권이 있다는 주장도 마찬가지다. 물론 태아는 인간이 될 잠재력이 있는 생명이다. 그러나 잠재력이 있다고 해서 태아를 독립적인 인격체로 취급할 수는 없다. 태아의 잠재력 실현을 방해한다고 낙태가 ‘살인’이 되면, 피임도 마찬가지가 된다.

수정란과 태아가 46개의 인간 염색체를 가졌기에 인간이고 낙태는 ‘살인’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 이런 논리대로라면 인간의 체세포를 없애는 행위(머리카락 자르기, 손톱 깍기 등)도 살인과 다를 바 없다. 그러면 미용사나 외과의사는 대량 학살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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