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36호 2020년 11~12월호)

지난 호

문재인 정부의 낙태죄 유지 법 개정안 논란 ─ 낙태는 왜 여성이 선택할 권리인가?

전주현 123 36
362 9 7
8/15
프린트하기 전체 보기 PDF 보기

또, 태아가 ‘독자 생존’이 가능한 시점에서는 태아를 ‘독립적 인격체’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헌재는 태아 ‘독자 생존’ 기간을 “임신 22주 이후”, 현행 모자보건법은 “임신 24주 이후”로 삼고 있다. 정부의 개정안은 현행 모자보건법의 기준을 따랐다.

임신 후기의 태아는 인간과 유사하게 발전한다. 그럼에도 태아를 ‘독립적으로 생존 가능한’ 존재라고 볼 수 없다. 조산한 태아는 의료적 지원 없으면 생존이 불가능하다. 임신 34주 전 태아는 폐 성숙이 불완전해 자가호흡조차 불가능하다. 조산 위험이 있는 산모들이 임신 기간을 채울 수 있도록 산부인과에서 치료하는 이유이다. 2015년에 미국 아이오와대 연구진이 임신 22주~27주에 태어난 조산아 5천여 명의 생존율을 연구한 자료를 보면, 치료를 전혀 받지 못한 22주 조산아는 한 명도 생존하지 못했다. `

‘태아 생명권’ 논리는 의학적·과학적 근거가 없다. 낙태 금지와 처벌을 합리화하기 위한 거짓이 범벅된 궤변이다. ‘태아 생명권’ 논리를 일부라도 수용하면 낙태 규제를 인정하기 쉽다. 따라서 낙태권을 일관되게 옹호하려면 ‘태아 생명권’ 논리를 굳건하게 거부해야 한다.

기독교와 낙태

‘태아 생명권’ 논리는 종교적 측면에서도 일관되지 않다. 가톨릭 교회와 개신교 우파는 “수정되는 순간부터 인간”이고 “낙태는 살인”이라는 교리를 성경 말씀인 양 찬양한다. 그러나 성경에는 낙태를 제대로 다룬 부분이 없다. 성경은 “인간 생명의 시작점에 대해 침묵하며, 오히려 출생시점에 시작될 가능성”까지 열어놓고 있다.7

가톨릭 교회 역사에서 언제나 낙태가 ‘살인’’으로 취급된 것도 아니었다. 13세기에 토마스 아퀴나스와 신학자들은 임신 후 태동 시점에 이르러서야 (남아는 40일, 여아는 90일 이후) 영혼이 들어온다고 믿었고, 토마스 아퀴나스는 초기 낙태를 옹호했다. 중세 시대에 교회가 사회 통제 수단으로 여성 차별을 강하게 이용하고 낙태를 단속하기도 했지만, 태동 시점 이전의 낙태를 금지하거나 ‘살인’으로 여기지는 않았다.8

닫기
x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