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36호 2020년 11~12월호)

지난 호

미국 대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김준효 165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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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과제도 있다. 현재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은 놀랄 만한 단호함과 끈기를 보여 주고 있지만, 대개 공권력의 인종차별적 폭력 규탄을 핵심 연료로 삼아 왔다. 이 운동은 극우와 파시즘에 맞선 도전으로 광범한 대중을 단결시키고 체제의 온갖 병폐에 맞선 노동계급 저항을 고무하는 일관된 운동을 건설하는 방향으로 확대·심화돼야 한다.

그런 일은 결코 자연스럽게 일어나지 않는다(정치적 경험이 짧은 운동일수록 더욱 그렇다). 끈질기고 꾸준하게 운동을 고무하고, 역사에서 교훈을 얻어 승리의 전략을 제시하고, 노동계급이 고유의 힘을 발휘해 투쟁에 나서도록 조직하는 집요한 노력이 필요하다. 민주당의 선거 득실에 연연하거나 선거주의적 제3당 건설에 몰두하는 정치로는 그런 일을 일관되게 수행할 수 없다.

바로 이 부분에 혁명적 정치와 조직의 중요성이 있다. 미국 국제사회주의단체ISO가 대중의 변화 염원에 제대로 조응하지 못해 2019년에 내파14한 이후 줄곧, 미국에서 혁명적 정치와 조직을 건설하는 과제는 험난하지만 중요한 과제였다. 체제 위기 속에서 위대한 대중 항쟁이 분출하고 반대편에서는 극우가 부상하는 지금, 그 과제는 이전보다 훨씬 현실적이고 긴요해졌다. 이는 미국만이 아니라 세계 모든 곳에서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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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는 미국 자본주의의 세계적 지위를 어떻게 수호할 것인가 하는 전략 차원의 이견이다. 그런 점에서, 트럼프는 역대 세 번째로 미국 하원에서 탄핵된 대통령인데, 그 사유가 러시아와의 관계 문제를 둘러싼 쟁점임은 의미심장하다.
더 근본에서 이 갈등은 자본주의 위기 속에서 벌어지는 세계화에 대한 도전을 배경으로 한다. 이에 관한 자세한 논의는 마틴 업서치, “세계화는 끝나는가?”, 《마르크스21》 26호를 보시오.
2 인터넷 게시판 ‘4chan’에서 Q라는 익명의 인물이 펼친 음모론을 지지하는 흐름. 클린턴, 오바마 같은 민주당 권력층이나 영화배우 톰 행크스 같은 유명 인사들이 소아성애와 식인을 일삼는 음모적 집단의 일부고, 트럼프는 이들에 맞서 싸우는 메시아라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3 미국 사회주의자 에릭 프레츠는 세계 사회주의자들의 화상 회의에서 “사상 최초로 미국인 4분의 3 이상이 인종차별을 ‘체제의 문제’라고 여기게 됐다”고 말했다.
4 관련해, 프레츠, 트루델, 2011, “미국 ‘점거하라’ 운동의 의의”, 《마르크스21》 12호 (2011년 겨울)을 보시오.
5 알렉스 캘리니코스는 “신자유주의를 지속하기로 한, 아니 더 극으로 밀어붙이기로 한 서구 지배계급의 고집 [때문에] … 인종차별적 우익 포퓰리즘이 등장해 대서양 양쪽의 정치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이 현대 서구 정치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 됐으며] … 트럼프의 집권은 그런 일이 일회적인 것이 아님을 입증했다”고 지적했다. 알렉스 캘리니코스, “몰락의 전설 ― 장기 침체, 양극화와 극우의 성장, 혁명적 좌파의 과제”, 《마르크스21》 28호.
6 1968년 대선 당시 공화당 후보 리처드 닉슨이 흑인 평등권 운동에 맞서 사용해서 유명해진 선거 전략. 당시 닉슨은 유색인종을 “범죄자”이자 “복지 사기꾼”으로 몰며 “백인들의 삶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고, 인종차별 반대 조처들이 백인에 대한 역차별이라고 주장했다.
7 그런 ‘실책’ 중에는 심지어 미국-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 같은 반동적 목표를 이루지 못한 것도 포함되는데, 그 정책의 배경에는 ‘외부인을 몰아내고 일자리를 미국인(백인)에게 되돌리겠다’는 공약이 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트럼프가 레이건 이래로 지지율 변동 폭이 가장 적고 ─ ‘샤이 트럼프’라는 부적절한 표현으로 불리곤 하는 ─ 고정 지지층을 확보한 대통령이라는 <퓨리서치센터>의 조사 결과는, 트럼프 지지층의 결집 수준을 흘깃 보여 준다.
8 8월 29일에 포틀랜드에서 도심 시위를 벌이던 극우 단체 ‘애국기도회’ 회원 애런 대니얼슨이 총에 맞아 죽었다.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경찰과 연방수사국(FBI)은 용의자로 지목된 반(反)파시즘 운동 지지자 마이클 레이노얼을 친구 집 앞에서 사살했다.(그전에 레이노얼은 정당방위를 했을 뿐이라 주장했다.)
9 물론 여기에는 바이든의 이력도 영향이 있다. 1970년대에 정계에 입문한 바이든은 흑백 분리 정책 지지자들과 함께 활동했고, 1994년에는 악명 높은 인종차별 법인 ‘폭력범죄 단속 및 법집행법’의 초안을 작성했고 법안 통과에 일조했다.
10 도니 글럭스틴, “혐오의 컨베이어 벨트를 멈추기”, 《마르크스21》 24호 (2018년 11~12월)
11 관련해 조셉 추나라, “장기 불황의 정치경제학”, 《마르크스21》 22호 (2017년 9~12월)을 보시오.
12 미국 사회주의자 야니스 델라톨라스는 샌더스 선거 도전이 패배한 것이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의 규모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음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관해서는 델라톨라스 외, “코로나19 팬데믹과 세계적 저항”, <노동자 연대> 327호와 킴버, 찰리, 2019, “오늘날 개혁주의와 혁명”, <노동자 연대> 305호를 보시오.
13 글럭스틴, 2018에서 이 동학을 자세히 다룬다.
14 이에 관해서는 김영익, “미국의 최대 혁명 조직 ISO 와해의 원인과 교훈”, <노동자 연대> 285호를 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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