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36호 2020년 11~12월호)

지난 호

프리드리히 엥겔스

토니 클리프 12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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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마르크스의 《자본론》의 정확한 제목이 무엇일까? 아직 안 읽어 봤어도 표지는 봤을 텐데, 그 책의 부제는 “정치경제학 비판”이다. 아주 흥미로운 사실이다. 1846년에 엥겔스는 《정치경제학 비판》이라는 소책자를 썼다. 이 책이 《자본론》만큼 장대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마르크스는 26년 동안 그 책을 쓰며 어마어마한 양의 연구를 했다. 엥겔스의 소책자는 이와는 완전히 달랐다. 그럼에도 많은 기본적인 아이디어가 그 책에 들어 있다. 불변자본과 가변자본의 차이, 착취, 잉여가치, 지대 이론 등이 그런 사례다.

나는 사람들이 엥겔스를 그저 마르크스의 추종자로 취급하는 것이 싫다. 슬프게도 엥겔스는 마르크스에 관해서는 언제나 지나치게 겸손했다. 그는 마르크스에게 완전히 헌신적이었다. 그의 헌신은 상상을 초월한다. 엥겔스가 자신의 타고난 소질을 거스르고 생애 대부분을 공장 경영자로 살았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엥겔스는 그 일을 좋아서 한 것이 결코 아니다. 그는 “노동자들과 경영자들이 더불어 사는 우리를 그냥 내버려 두오” 하는 식의 계급 조화 노선을 믿지 않았지만, 그 자신은 공장 경영자였다. 엥겔스 가족은 맨체스터에서 공장을 소유했고 그에게 공장을 운영하게 했다. 엥겔스는 경영자로 일하는 매일, 매주, 매달을 증오했다. 그렇게 싫어하면서도 왜 그 일을 했을까? 이유는 단 한 가지, 바로 마르크스를 위해서였다. 마르크스는 일생 동안 아무것도 벌지 않았다. 그의 어머니가 “도대체 왜 자본에 대한 책을 쓰는 거니? 자본을 좀 벌어 보지는 않으련?” 하고 물었을 때 틀린 말은 하나도 없었다. 마르크스는 그 어떤 자본도 벌지 못했다. 수년 동안 마르크스의 가족과 자녀들에게 돈을 대 준 사람은 엥겔스였다. 마르크스가 죽었을 때 엥겔스는 결코 기쁘지 않았겠지만 십중팔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을 것이다. 공장 경영자 노릇을 그만둬도 되니까 말이다. 엥겔스는 그 끔찍한 일을 결코 하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의 희생은 놀라웠을 뿐 아니라 당시 상황이 그의 헌신을 더욱 눈에 띄게 하기도 했다. 어디 밖에서 말하고 다닐 필요가 없는 얘기인데, 마르크스에게는 사생아가 있었다. 엥겔스는 마르크스의 아내가 상처받지 않게 하려고 그 아이의 아버지 행세를 했다. 오늘날 보기에는 19세기의 후진성을 드러내는 지독히 멍청한 짓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핵심이 아니다.

또 한 가지 분명히 해둘 점이 있다. 우리는 언제나 역사유물론을 마르크스의 고유한 기여라고 말한다. 하지만 엥겔스에게서도 이 같은 정식을 찾아볼 수 있다.

역사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막대한 부를 소유하지도 않는다. 투쟁을 벌이지도 않는다. 현실의 살아 있는 인간이야말로 부를 소유하고 투쟁을 벌인다. 역사는 마치 어떤 독자적인 인격체처럼 인류를 이용해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거나 하지 않는다. 역사는 자신의 목적을 이루고자 하는 인간의 활동일 뿐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흔히 엥겔스를 결정론자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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