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36호 2020년 11~12월호)

지난 호

서평: 《인종차별과 자본주의》, 알렉스 캘리니코스, 책갈피 ─ 인종, 계급, 자본주의의 관계를 탁월하게 밝히다

임준형 171 36
367 3 1
2/7
프린트하기 전체 보기 PDF 보기

차별의 한 형태인 인종차별이 역사적으로 유별난 점은 차별을 정당화하는 속성들이 차별받는 집단의 선천적 속성이라는 점이다. 흔히 피부색과 관련 있지만 그것이 필요조건은 아니다. 아일랜드가 영국의 식민지배를 받던 19세기에 아일랜드인은 백인인데도 인종차별을 당했다. 현대의 유대인 혐오도 한 사례다.

물론 이 ‘선천적 속성’이라고 여겨지는 것은 날조된 것이다. 예컨대 인종이 생물학적으로 구분된다는 주장은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다. “모든 유전변이 중 85퍼센트가 같은 지역이나 같은 부족이나 같은 나라 사람 내의 개인들 사이에 나타난다.” 그런데도 차별받는 집단에 속하면 개개인의 특성이 어떠하든 선천적이고 고정불변이라고 주장되는 속성에 욱여넣어진다.

저자는 자본주의 이전에 존재한 노예사회와 봉건사회에서는 이와 같이 특정 집단을 선천적 열등함을 이유로 배척하고 천대하는 이데올로기와 관행이 없었다고 주장한다(물론 끔찍한 계급사회였지만 말이다). 서기 193~211년에 로마 황제를 지낸 셉티미우스 세베루스는 흑인이었음이 거의 확실하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자신들보다 훨씬 더 오래된 아프리카와 아시아 문명을 존경했다. 중세에는 그리스도교와 이슬람 세계로 나뉘어 서로 광폭한 경쟁을 벌였지만, 인종에 따른 싸움은 아니었고 다른 신앙으로의 개종도 심심찮게 일어났다.

인종차별은 자본주의가 세계적 수준에서 가장 유력한 생산양식으로 발전하던 시기에 그 기반이 된 노예제도를 정당화하려고 개발됐다.

자본주의 이전 사회는 위계적으로 조직돼 있었다. 불평등은 노골적인 폭력(군사력)과 법률로 뒷받침됐다. 착취는 눈에 빤히 보였다. 중세 농노는 영주에게 생산물의 일정량을 바치거나 일정 시간을 영주의 땅에서 경작해야 했다. 노예는 불평등하게 나뉜 여러 신분 중 하나였기 때문에 그 존재를 딱히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닫기
x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