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36호 2020년 11~12월호)

지난 호

서평: 《인종차별과 자본주의》, 알렉스 캘리니코스, 책갈피 ─ 인종, 계급, 자본주의의 관계를 탁월하게 밝히다

임준형 171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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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에 맞선 전략

인종차별이 가상의 해결책을 제시함으로써 백인 노동자들에게 호소력을 갖는다는 점은 인종차별에 맞서는 데서 무엇이 중요한지 단초를 제공한다. 바로 노동자들의 자신감이다. 노동계급이 사용자에 맞선 전투를 잘 치르고 있다면, 그래서 집단적 조직과 행동으로 사용자에 맞서 자기 의지를 관철할 수 있다고 여긴다면 가상의 해결책에 기대거나 분노를 흑인 형제·자매에게 돌릴 필요가 없어진다. 그래서 저자는 “계급투쟁의 수위와 인종차별의 영향력은 반비례 관계”라고 지적한다.

그런데 개혁주의 조직들은 사용자들에 맞서 투쟁해 노동자들의 자신감을 고취시키는 데서 한계를 보여 왔다. “노동계급 사람들은 자신들의 정치조직이나 노동조합이 어떤 구실을 하는지를 매개로 해서 경제 위기를 경험한다. 개혁주의 조직들이 실업 증가와 생활수준 하락에 맞서 실효성 있는 투쟁을 벌이지 못하는 것이 노동자들로 하여금 인종차별적 사상에 귀를 열게 하는 핵심 요인인 경우가 흔하다.” 한국에서도 건설업에서 특히 이주노동자와 내국인 노동자의 갈등이 심한 것은 앞서 살펴본 객관적 조건과 정부의 이간질 때문만은 아니다. 건설노조 지도부가 건설 현장의 ‘불법’ 인력을 문제삼는 전술을 취하면서 미등록 이주노동자(“불법 체류자”)를 제대로 방어하지 않는 것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혁명적 정치조직의 의식적 노력이 결정적 구실을 할 수 있다. 혁명적 사회주의자들이 주도적으로 공동전선을 구축하고 무슬림 혐오에 잘 대처해 파시스트 정당의 부상을 상당히 억제한 영국과 달리, 프랑스 좌파들은 히잡 금지 법안을 지지하는 등 ‘세속주의’를 오해해 차별받는 무슬림을 적극 방어하지 못했다. 그 결과 파시스트 정당이 성장할 수 있었다.

저자는 혁명적 사회주의자가 인종차별의 온갖 측면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전투에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는 인종차별을 조장하는 자본가 계급의 의식적 노력에 맞서야 한다. 더 나아가 “인종차별에 맞서는 투쟁은 사회적·경제적 쟁점을 둘러싼 선동과 연결돼야 한다.” 그래야 백인 노동자들이 인종차별이 제공하는 가상의 해결책이 아니라 인종을 가리지 않고 단결한 노동자들 자신의 조직과 행동으로 사용자에 맞설 자신감을 얻고, 거기에서 대안을 찾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도 충분치 않다. 노동자들을 경제적 경쟁으로 내몰아 분열의 씨앗을 뿌리고, 여기에서 이득을 얻는 자본가 계급이 지배하는 체제를 전복하지 않는다면 인종차별은 좀비처럼 되살아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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