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36호 2020년 11~12월호)

지난 호

서평: 《성서, 퀴어를 옹호하다》, 박경미, 한티재 ─ 보수 개신교의 동성애 혐오와 성서 오독에 맞서는 유용한 무기

성지현 117 36
368 6 4
5/7
프린트하기 전체 보기 PDF 보기

그래서 저자는 레위기 본문에서 문제삼는 것은 “동성애가 아니라 남성간 삽입 성행위”, 특히 삽입되는 쪽이었을 거라고 본다. 당시 여성이 남성보다 열등한 존재로 여겨지는 상황에서 남자가 여자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고린도전서의 arsenokoitaimalakoi도 무슨 뜻인지 지금까지 일치된 견해는 없다. 저자는 어원이나 다른 용례를 살펴보며 malakoi가 “남성스럽지 않은 남성”을 의미하고, Arsenokoitai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기껏해야 ‘경제적 강요에 의한 남성 성관계’를 의미할 뿐이라고 지적한다. 이 둘 모두 오늘날의 성적 지향으로서 동성애와 관련없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저자는 성서의 일부 본문이 동성 관계를 우호적으로 그렸다고 하더라도(대표적으로 다윗과 요나단, 룻과 나오미 이야기) 오늘날의 동성애를 옹호하는 것은 아니라고 균형 있게 지적한다.

마르크스주의는 성적 지향으로서 ‘동성애’라는 개념이 19세기 중엽에야 생겼다고 분석한다. 이전에도 동성 간 성적 행위는 있었지만, 그것이 오늘날처럼 인간의 근본적 조건이나 특징을 구분하는 기준으로 인식되지 않았다. 또, 동성 관계에 대한 태도도 시대와 지역에 따라 달랐다4. 따라서 19세기 중엽 이전에는 체계적인 동성애자 차별·혐오도 없었다. 동성애자 차별·혐오는 자본주의적 현상이다.

저자도 책에서 성소수자 억압의 기원을 한 장을 할애해 다루는데, 이때 마르크스주의자인 해나 디가 쓴 《무지개 속 적색》(책갈피)을 주로 인용해 설명한다.

닫기
x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