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37호 2021년 1~2월호)

지난 호

[사회주의 고전 읽기] 《가족, 사유재산, 국가의 기원》 ─ 여성차별의 뿌리가 계급 사회에 있음을 밝히다

전주현 123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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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분은 후대 인류학자와 크리스 하먼 같은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인류학과 고고학의 최신 연구를 반영해 보완했다. 핵심을 요약하면 이렇다. 농업의 발달로 잉여생산물이 증대하고, 계급 분화와 분업이 발달하면서 잉여생산물 통제자가 최초의 지배계급이 됐다. 이 시점에서 비로소 남녀 간 생물학적 차이가 중요해졌다. 일정한 곳에 정착한 농업 사회에서 출산이 점점 더 중요해지면서 여성들은 특정 생산적 기능들, 예를 들어 쟁기 경작 등을 맡지 않게 된 것이다. 여성들은 생산적 영역에서 주변부로 밀려났고 남성들이 우세해졌다. 여성이 생산에서 부차적 구실을 한 것은 사회적 지위의 하락으로 이어졌다.3 그러나 모든 남성이 여성을 지배하지는 않았다. 소수 남성만 지배계급이 됐고, 대다수 남성은 피지배 계급으로 억압당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엥겔스 연구는 미흡한 부분이 있다. 엥겔스가 활동하던 시대에 인류학 분야는 걸음마 단계였고, 선사시대를 파악할 수 있는 고고학적 증거도 충분히 발견되지 않았다. 엥겔스 자신도 이 점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최신 연구와 조사를 반영해 1891년에 《기원》을 개정했다. 엥겔스는 1891년 서문에서 모건의 연구에 오류가 있음을 알고 있었지만, 초기 인류사의 발전 과정에 대한 모건의 “위대한 기본 관점”을 버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마찬가지로 역사유물론의 정수가 담긴 《기원》의 “위대한 기본 관점”을 고찰하면서도 몇 가지 오류와 한계에 대해서는 비판적으로 읽어야 한다.4 특히 크리스 하먼의 《엥겔스와 인간사회의 기원》(근간), 《민중의 세계사》와 주디스 오어의 《마르크스주의와 여성해방》 등을 보충해서 읽으면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실천적 함의

엥겔스는 뼛속까지 투철한 혁명가였다. 그래서 초기 인류 역사를 조명하며 사회주의 혁명과 해방의 전략적 기초를 제시하고자 했다. 그래서 여성 억압의 “원동력”인 계급 지배를 끝장내고 생산 방식을 혁명적으로 바꿀 수 있을 때 여성 해방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것은 페미니즘이 대세인 오늘날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다수 페미니스트들은 여성 차별이 인류 역사에서 언제나 존재해 왔다고 보기 때문에 차별을 끝장낼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지 못한다. 기껏해야 기존 사회 질서 속에서 차별을 부분적으로 완화하는 데 그치거나 남성과의 분리를 추구하는 분열적이고 공상적인 대안만 제시하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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