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38호 2021년 3~4월호)

지난 호

혐오 표현, 국가 규제 그리고 표현의 자유

양효영 170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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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 표현 규제와 표현의 자유 관련한 논란이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우파들이 표현의 자유를 방패막이 삼아 차별받는 사람들에 대한 망언을 정당화하는 게 하나의 유행처럼 됐다. 트럼프는 대학 내 인종차별적 우파 지지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대학 당국들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영국에서는 인종차별적 우파들이 ‘표현의 자유 협회’를 설립했다. 한국에서도 가령 기독교 우익이 동성애 혐오 언사들을 표현의 자유로 포장한다. 하지만 우파들이 혐오 표현을 표현의 자유로 정당화하는 것은 견강부회일 뿐이다.

표현의 자유의 역사적 맥락

역사적으로 표현의 자유가 중요하게 제기된 이유는 자유로운 표현이 억압받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이전 시기에 전제 왕정들은 지배 질서에 대한 비판을 허용하지 않았다. 지배 질서에 대한 비판은 왕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으로 여겨져 처형될 수도 있었다.

그래서 부르주아 혁명에서 표현의 자유는 중요한 요구였다. 1689년 영국 명예혁명으로 작성된 권리장전은 “의회에서 말하고 토론한 내용으로 처벌받지 않는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1789년 바스티유 감옥을 습격하면서 시작된 프랑스 혁명도 “모든 시민은 자유롭게 말하고, 쓰고, 출판할 수 있다”는 ‘인권 선언’을 발표했다. 즉, 표현의 자유는 피억압자들이 권력자를 비판할 자유 문제로 제기됐다.

그런데 부르주아지들은 권력을 잡자 노동계급에게 표현의 자유를 전면적으로 보장하지 않았다. 그래서 마르크스와 후대의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지적해 왔듯이, 표현의 자유는 노동계급 투쟁에 의해 확대돼 왔다. 노동계급은 자신의 결사(대표적으로 노동조합과 정당 등)와 표현의 자유를 보장받기 위해 지난한 투쟁을 벌여야 했다. 마르크스도 〈라이니셰 차이퉁〉(라인신문)의 편집자로 있으면서 프로이센 국가의 언론 검열에 저항했다. 한국에서도 오랫동안 정부 비판과 피억압 계급의 결사의 자유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은 민주주의 투쟁의 중요한 일부였다.

자본주의 사회는 대체로 표현의 자유를 형식적으로는 인정하지만, 실제로는 피지배자들의 표현의 자유를 늘 제약해 왔다. 자본주의 국가는 법적 장치들로 공개적인 표현을 제약하곤 했다. 한국의 국가보안법이 그랬다. 국가보안법은 혁명적 또는 친북적 사상과 견해, 단체 결성을 탄압해 왔다. 그게 아니더라도, 저작권법이나 방송 출판물 심의 제도 등도 피억압 계급이 무엇을 말하고 출판할 수 있는지를 제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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