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37호 2021년 1~2월호)

지난 호

혐오 표현, 국가 규제 그리고 표현의 자유

양효영 170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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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계급은 이런 차별들을 통해 피지배계급을 분열시키고 단결하지 못하게 만들 수 있다. 특히, 경제 위기가 심각하고 대중의 불만이 커지자 각국 지배자들은 불만의 화살을 엉뚱한 데로 돌리기 위해 속죄양을 찾고 차별과 혐오를 부추겨 왔다. 많은 사람들은 지배자들이 부추기는 차별과 편견에 영향을 받는다. 그리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람들은 소외(통제력 상실)를 늘 경험한다. 이런 상황에서 상시적으로 무기력과 분노를 경험하는 노동자들은 자신보다 더 열등해 보이는 사람을 무시하고 비난함으로써 심리적 보상을 얻고자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은 오히려 노동계급의 단결을 파괴하고 기존 체제를 유지하는 데 득이 될 뿐이다.

NGO나 온건한 개혁주의자들은 국가를 중립적인 기구로 잘못 보고, 국가를 지렛대 삼아 차별과 혐오를 없앨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국가는 계급으로 분열된 사회에서 본질적으로 지배계급의 이익에 복무한다. 따라서 국가에게 피지배 계급의 사상과 표현을 검열하거나 제약할 수 있는 권한을 더 많이 줘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은 위험하다.

기업의 자율 규제를 어떻게 볼 것인가?

온라인이 혐오 표현이 확산되는 중요한 매개가 되자 트위터나 페이스북, 네이버 등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표현을 규제하도록 해야 한다는 제안도 있다. 페이스북은 최근 인공지능으로 혐오 표현을 걸러내는 기술을 개발해서 95퍼센트의 정확성을 보였다고 한다. 그런데 과연 기업들에게 혐오 표현 규제 권한을 더 주는 것이 좋은 효과를 낼까?

페이스북은 이미 표현의 자유를 꽤 광범하게 규제하고 있는데, 이런 규제로 일부 극우들의 페이스북 계정이 정지되기도 했다. 그러나 좌파나 사회운동 매체도 적잖이 검열 대상이 돼 왔다. 팔레스타인 해방을 지지하거나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게시물이 혐오 표현으로 규제 대상이 된 것이다. 12월에는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 활동가 45명의 페이스북 계정이 정지됐는데, 페이스북이 설계한 검열 알고리듬 자체가 이런 좌파적 정치 표현을 “혐오 표현”으로 규정했기 때문이다.3

알고리듬은 전혀 중립적이지 않다. 거대 IT 기업들의 편견과 의도가 반영될 수 밖에 없다. 2017년 독일에서는 SNS 기업이 온라인 상 혐오 표현을 즉시 삭제하지 않으면 벌금을 부과하는 법이 통과됐다. 이에 대해 국경없는기자회는 기업에 의한 광범한 게시물 삭제가 우려된다면서 이것이 “검열의 민영화”라고 비판했다. 따라서 국가의 검열만이 아니라 기업의 검열 강화도 요구하거나 반겨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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