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38호 2021년 3~4월호)

지난 호

《현대 조선의 탄생》 ─ 북한 정권 탄생 신화 재탕하기

최영준 40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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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 삼상회의의 결정을 어떻게 해석하든 간에 그것이 조선의 즉각적 독립을 허용하고 있지 않다는 것만큼은 명백한 사실이었다. 따라서 조선 민중의 신탁통치 반대는 정당했고, 조선의 즉각적 독립을 방해하는 두 강대국의 합의는 36년간 식민 통치를 겪었던 조선 민중에게 견디기 어려운 굴욕감을 준 것이었다.

러시아의 혁명가 레닌은 피억압 민족의 자결권을 무조건적으로 옹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첫째, 피억압 민족의 자본가와 중간계급이 자결권을 요구한다는 이유로 그 요구를 반대한다면, 억압하는 민족의 노동자들 사이에서 반동적 민족주의가 쉽게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억압하는 민족의 노동자들이 피억압 민족의 자결권을 지지함으로써 자국 자본가들보다 피억압 민족의 노동계급에 대한 연대를 우선함을 보여 줄 때 노동자들의 국제적 단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민족해방 투쟁이 제국주의 국가의 지배계급에 맞서는 투쟁이라는 점도 중요했다. 세계 자본주의의 지배자들이 위기에 빠지는 것은 국제 노동계급의 투쟁에 유리한 조건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혁명적 좌파는 “피억압 민족의 자결권을 무조건적으로 지지하며 민족해방 투쟁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그러나 노동계급이 독립적 정치와 조직을 유지하며 그렇게 해야 한다.” 5

당시 공산주의자들이 레닌과 코민테른 2차 대회에서 채택한 민족자결권 테제를 실천에 옮겼다면, 미·소 양대 강대국의 신탁통치 협약에 반대하고 미·소 군대의 철수와 즉각적인 조선 독립, 즉 미·소의 개입 없는 정부 수립을 주장해야 했다. 그러나 당시 조선공산당은 신탁통치를 지지했다.

북한에서는 신탁통치 정국을 계기로 조만식을 비롯한 민족주의자들과 공산주의자들의 연립이 와해됐다. 소련군은 신탁통치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조만식을 감금했다. 조만식의 조선민주당은 껍데기만 남은 채 조선공산당(조선로동당)의 `우당`으로 전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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