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32호 2020년 1~2월호)

지난 호

특집1 경제 위기와 중국 모델

‘중국 모델’을 둘러싼 최근 좌파들의 논의

김용욱 54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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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2008년 가을 전 세계는 1930년대 대불황 이후 가장 심각한 경제 위기로 빠져들었다. 미국 주택·소비 시장이 꽁꽁 얼어붙고 대미 수출국들은 엄청나게 큰 타격을 입었다. 2009년 주요 선진국들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한국이 간신히 0.2퍼센트 성장한 것이 <파이낸셜 타임스>의 뉴스거리가 될 정도로 위기는 심각했다. 그런데 중국은 예외였다. 2009년 중국의 성장률은 8.7퍼센트였다. 이는 2005년부터 2007년까지 연평균 10퍼센트 이상 성장한 것보다는 낮았지만, 다른 어떤 나라도 따라올 수 없는 기록이었다. 2000년대 중국 경제가 서방 시장, 특히 미국 시장에 많이 의존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 경제가 위축하는 상황에서도 유지된 중국의 높은 성장률을 다소 뜻밖으로 생각할 수 있다. 중국을 수출 의존 경제로 폄하하던 사람들은 틀렸고 중국을 찬양하던 사람들은 맞는 듯했다. 중국을 모종의 사회주의, 또는 자본주의보다 진보적인 사회로 여기던 사람들의 주장에도 덩달아 힘이 실렸다.

그동안 진보진영에서 중국을 우호적으로 본 논자들은 대부분 중국이 워싱턴 컨센서스에 어긋나는 정책을 일부 유지하면서도 고도 성장을 이룬 것이나, 유엔 안보리와 WTO 협상장에서 서방 열강의 눈밖에 난 남반구 국가들의 ‘보호자’ 구실을 한 것에 주목했다. 이런 논자들은 대체로 대안세계화 운동의 중요한 한 축인 남반구주의자(“제3세계주의자”)들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중국을 자본주의에 맞선 궁극적 대안으로 여기지는 않았다.

2000년대 중반부터 중국 모델 자체에 호의적인 주장들이 나타났다. 후진타오와 원자바오가 집권하면서 공산당의 통치 방식에 약간 변화를 꾀하기 시작한 것이 중요한 계기였다. 후진타오와 원자바오는 국영기업의 무차별 민영화를 중단했고 오히려 국영기업의 구실을 강화했다. 이에 더해, WTO 가입 논쟁 과정에서 시장 지향적 개혁에 반대하는 주장을 펴며 본격적으로 영향력이 커진 지식인들(이른바 ‘신좌파’)의 표현을 일부 수용했고(2005년에 발표한 과학적 발전관이나 ‘사회주의 농촌 건설’이 대표적이다), 좀더 전통적인 이데올로기로 공산당의 통치를 정당화했다. 중국의 일부 신좌파 지식인들은 후-원 집권기의 변화를 두고 공산당 정부가 ‘사회주의적 과거’를 부분적으로 부활시키려는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해석했다.1

중국 모델에 호의적인 주장들이 등장한 또 다른 중요한 계기는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 실패와 그로 말미암은 미국 제국주의의 위기였다. 부시 정부의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침략 전쟁이 제2의 베트남 전쟁이 되고, 이스라엘과 에티오피아를 앞세운 레바논·소말리아 개입도 실패하면서 세계 지정학적 질서에 엄청난 변화(또는 권력 공백)가 일어났다. 중국은 의도했든, 안 했든 그 공백을 메우기 시작한 나라들 중에서 가장 돋보였다. 1990년대 초 일본 경제의 거품이 붕괴하면서 사람들의 관심에서 함께 사라졌던 ‘헤게모니 이행론’이 다시 떠올랐고 중국이 가장 유력한 후보가 됐다. 조반니 아리기의 《베이징의 애덤 스미스》(이하 《베이징》), 마틴 자크의 《중국이 세계를 지배할 때When China Rules the World》 등 진보 버전의 헤게모니 이행론도 속속 등장했다. 또한, 미국 제국주의의 일방주의를 진보적으로 견제할 세력이 등장해 장기적으로 좀더 정의로운 세계 질서가 탄생할 수 있으리라는 단초를 1980년대 중반부터 중국 정부의 공식 외교 독트린이던 다극화多极化에서 찾는 견해도 개진됐다. 국제적으로는 제니 클레그가 《중국의 세계 전략China’s Global Strategy》에서 다극화론의 좌파적 버전을 가장 세련되고 정교하게 제시했다. 한국에서는 좌파 민족주의 경향이 대체로 이런 견해를 받아들였다.

중국 공산당의 통치 방식 변화와 ‘테러와의 전쟁’ 실패가 낳은 중국 모델을 둘러싼 호의적 관심은 세계경제 위기에서도 중국이 홀로 고도성장하는 현 상황 때문에 더 증폭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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