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37호 2021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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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 장하준이 말하지 않는 결정적 한 가지

정종남 10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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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 경제학을 비판하는 장하준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이하 《23가지》)가 폭발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다. 개발도상국 처지에서 신자유주의의 허상을 폭로한 전작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지금까지 50만 권 팔렸다. 그러나 저자 스스로 “신자유주의 경제학에 대한 총론적 비판”이라고 말한 이 책은 그보다 더 많이 판매될 듯하다고 관측된다. 주류 경제학 이론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조목조목 들춰내는 《23가지》가 돌풍을 일으키는 것은 2008년 가을 금융시장 붕괴로 신자유주의 경제학도 동반 신용 위기에 처했기 때문일 것이다. 세계경제가 패닉에 빠진 그 해 11월,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는 “이런 일을 왜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느냐”며 경제학자들을 질책했다. 황망해진 영국 학술원은 회의를 소집했으나 뾰족한 답을 못 찾고 결국 반성문을 보냈다. “경제학자들 개개인은 유능하지만 …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했고 … 리스크를 이해하는 데 실패했다.”(320-321쪽. 이하 쪽수만 표기)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장하준, 부키, 2010 (클릭하면 확대)

영국의 혁명적 마르크스주의자인 알렉스 캘리니코스는 최근 저서에서 이번 경제 위기가 낳은 정치적 파장을 다음과 같이 썼다. “이번 위기는 이데올로기로서의 신자유주의와 자본주의 운영 방식으로서의 신자유주의 모두에 커다란 구멍을 뚫어 놓았다. 이제 시장은 더는 인간의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자연력처럼 보이지 않는다.”[1] 2008년 시작된 경제 위기에 각국 정부는 거시적 케인스주의와 미시적 신자유주의를 혼합한 듯한 정책으로 대응하고 있다.[2] 그러나 경제 위기가 해결될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자본주의의 위기는 대안에 관한 관심과 논의를 자극하고 있다.

신자유주의가 대중적 정당성을 잃은 마당에 장하준이 단지 폭로와 비판만 했다면 《23가지》의 인기가 지금 같지 않을지 모른다. 장하준은 《23가지》에서 신자유주의를 넘어설 대안 경제학으로 케인스주의를 제시하고, 경제 성장과 공정한 사회를 이룩하려면 국가 주도 개발경제 모델과 복지국가 모델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국가가 복지를 책임지고 국민의 삶을 보호해야 한다는 장하준의 호소는 빈부격차와 양극화에 지친 대중에게 위안이 될 만하다. 최근 진보진영과 정치권에서 일고 있는 복지국가 논쟁도 장하준이 각광받는 배경이다.

그러나 ‘장하준 신드롬’이 신자유주의에 반감을 느끼며 진보를 염원하는 대중 사이에서만 일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진보진영뿐 아니라 보수 우파와 기업주들도 장하준에 관심을 보인다. 장하준의 대안과 정치에 양면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23가지》는 2008년 경제 위기 전에 출간된 장하준의 다른 책들에 견줘서도 정치적 스펙트럼이 훨씬 넓다.

신자유주의에 대한 통렬하고 유용한 비판들

《23가지》를 관통하는, 장하준의 통렬한 신자유주의 비판을 먼저 다루는 것이 공정할 것이다. 장하준은 시장이 공정하다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시장은 1달러당 1표 원칙에 따라 작동하므로 돈 있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권력을 준다. 자유무역도 마찬가지다.(25-31) 장하준은 부자들에 유리한 소득 분배가 투자와 성장을 촉발한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도 주장한다. 설령 성장률이 오르더라도 시장을 통해 부가 아래로 분배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196-197) ‘IMF 위기’ 직후 귀에 못이 박히게 들어 우리에게도 익숙한 트리클다운trickle down[3] 현실에서는 효과가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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