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33호 2020년 3~4월호)

지난 호

특집:세계를 뒤흔드는 아랍 혁명 ― 의미와 전망

아랍 혁명의 귀환

알렉스 캘리니코스 5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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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9~40년 겨울, 독일의 마르크스주의자 평론가 발터 벤야민은 ‘역사 철학에 관한 테제’라는 제목의 놀라운 글을 썼다. 이 글에서 벤야민은 사회주의가 역사 진보의 과실로서 필연적으로 도래할 것이라는, 좌파 진영에 널리 퍼진 믿음을 공격했다. “독일 노동계급에게 가장 큰 해악을 끼친 생각은 바로 그들이 시류를 따르고 있다는 생각이다.” 혁명은 인류가 “균일하고 텅 빈 시간의 흐름”을 거친 끝에 도달하는 예정된 목적지가 아니다. 오히려 혁명은 지배계급에 맞서 고통과 억압의 기억을 분출시키는 “과거로 내닫는 호랑이의 도약”이다. 벤야민은 유대교의 메시아 사상에 따르면 “매 순간이 메시아가 도래할 수 있는 좁은 통로”임을 상기시키면서 글을 끝맺었다.[1]

달리 말하면, 혁명은 역사의 전진 운동에서 비롯하는 예측 가능한 결말이 아니다. 혁명은 “잔해 더미를 차곡차곡 쌓아가는 재앙”인 역사 속에 예기치 않게 난입하는 돌발 사건이다.[2] 벤야민이 이 글을 쓴 시기는 히틀러와 스탈린의 상호 불가침 조약이 체결되면서 근본적 변화에 대한 희망이 완전히 사라진 듯했던, “세기의 어둠”이라 할 만한 매우 어두운 시기였다. 그러나 그의 설명은 2010년 12월부터 아랍 세계를 휩쓸기 시작한 혁명들에도 꼭 들어맞는다. 마치 무에서 튀어나온 듯한 이 혁명은 수십 년 동안 깊이 누적된 불만들을 분출시키며 중동의 정치 지도를 새로 그리고 있다. 그러나 이 혁명에는 훨씬 더 깊은 역사적 의미도 있다.

먼저 튀니지·이집트·리비아의 격변과 그것이 중동의 나머지 나라들에 끼치고 있는 파급 효과는 아랍 혁명의 예상치 못한 귀환을 알렸다. 1952년 7월 이집트에서 자유장교단이 권력을 장악한 것을 시작으로 아랍 혁명은 당시까지 영국과 프랑스 제국주의가 지배하던 중동 지역을 사로잡았다. 가말 압델 나세르는 이집트 국내의 싸움에서 승자로 떠오르고부터 제국주의 열강들에 반격을 가했고 이집트 유산 계급의 자산 대부분을 몰수했다. 그러나 단지 그뿐이 아니었다.

나세르는 아랍인들이 비록 식민지 시대의 산물인 정치적 국경선에 따라 여러 나라로 갈라져 있지만 사실은 단일한 아랍 민족에 속한다는, 중동 사람들이 널리 공유하는 의식에 호소했다. 1958년, 나세르는 이집트와 시리아의 국가 연합인 통일아랍공화국UAR의 탄생을 선포했다(그러나 이 연합은 오래 가지 못했다). 그는 북부 예멘을 통해 지금처럼 당시에도 아랍 세계의 반동의 보루였던 사우디아라비아와 오랜 대리전을 치렀고, 그의 추종자들은 1958~63년 이라크 혁명에서 주도적 구실을 했다. 또한 범아랍 나세르주의 단체인 아랍민족주의자운동ANM은 팔레스타인 저항 운동의 급진파 지도자들을 여럿 배출했다.

그러나 나세르의 범아랍주의는 이후 쇠퇴의 길을 걷다가 1967년 6월 이스라엘과의 6일 전쟁에서 이집트를 비롯한 아랍 국가들이 패배하면서 치명타를 입게 된다. 참담해진 나세르는 3년 뒤 세상을 떠났다. 그 뒤로 아랍 민족 의식은, 갈수록 타락해 간 이라크와 시리아의 바트당 독재를 통해, 또는 훨씬 더 긍정적이기로는 팔레스타인 해방 투쟁에 대한 연대의 형태로 살아남았다. 그러나 아랍 민족 의식의 끈질긴 생명력은 1월 14일 튀니지에서 지네 엘 아비디네 벤 알리가 타도되고부터 혁명의 바이러스가 이집트·예멘·바레인·리비아로 급속히 전파된 데서도 볼 수 있다. 이 혁명의 파급 효과는 이란(아랍 세계에서 점차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에서도 ‘녹색 운동’의 부활을 촉진할 정도로 컸다. 걸프협력협의회GCC가 3월 중순 바레인에 병력을 파견한 것도 바로 이 혁명 바이러스의 전염을 막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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