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33호 2020년 3~4월호)

지난 호

특집:세계를 뒤흔드는 아랍 혁명 ― 의미와 전망

나세르에서 무바라크까지

에릭 루더 69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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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이수현

2009년이 끝나갈 무렵 전 세계인들은 이집트가 미국과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봉쇄를 충실히 지원하는 수치스런 장면 두 가지를 목격했다. 첫째, 이집트가 강철판으로 된 6마일[약 10킬로미터 ― 옮긴이]짜리 지하 장벽을 건설하기 시작했다는 뉴스 보도가 있었다. 그 금속 장벽은 2006년 가자 지구 주민들이 자유 선거에서 하마스를 정치 지도부로 선출하자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를 봉쇄한 후 가자 지구의 경제를 지탱해 온 지하 터널을 차단하려는 것이었다. 미군 공병단의 지원을 받아 건설되고 있는 그 장벽은 절단하거나 녹일 수도 없고 지하 80피트[약 24미터 ― 옮긴이] 이상 깊숙하게 구축될 것이라고 한다. 이집트 당국은 장벽 아래로 터널을 뚫는 사람을 죽음의 덫에 빠뜨리려고 장벽 속의 파이프로 바닷물을 퍼 올릴 계획이다. 장벽 근처에 사는 가자 지구 주민들이 특히 걱정하는 점은 지하수가 바닷물로 오염돼 식수와 농업용수를 얻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1]

둘째, 이집트 정부는 라파 검문소를 거쳐서 가자 지구로 들어가려는 국제 연대 활동가들의 노력을 방해하고 분열시키고 좌절시키려고 온갖 짓을 저질렀다. 가자 자유 행진Gaza Freedom March은,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가자 지구의 팔레스타인인 약 1천4백 명이 사망하고 수천 명이 다치고 수만 명이 집을 잃은 지 1주기 되는 날을 추념하고자 시작됐다. 이집트 당국은 행진 참가자들이 카이로에서 라파로 이동하지 못하게 막았고 보안대는 당국의 이런 결정을 규탄하는 공개 시위 현장에서 국제 연대 활동가들을 괴롭히고 폭행했다. 가자 지구로 구호물자를 수송하던 인도주의 운동 단체 비바 팔레스티나Viva Palestina[팔레스타인 만세라는 뜻 ― 옮긴이]를 대하는 이집트 당국의 태도도 수치스러웠다. 구호물자 수송 활동에 참여한 5백여 명은 엘아리시 항구로 가면 검문소를 통과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을 듣고 엘아리시로 갔지만 실컷 두들겨 맞아 50명이 다치고 일부는 중상을 입었다. 수송단은 마침내 가자 지구로 들어가도 좋다는 허가를 받았지만, 극히 짧은 시간 동안만 체류가 허용됐다.[2]

이런 사건들을 보면 한 가지 명백한 의문이 떠오른다. 한때 진보적인 아랍 민족주의를 주창하고 팔레스타인 민족의 권리를 옹호한다고 여겨지던 이집트가 어떻게 미국이나 이스라엘과 손잡고 가자 지구를 봉쇄할(같은 아랍 민족으로서 정의롭지도 않고 국제법 위반이기도 한) 수 있는가? 이런 협력 때문에 오늘날 이집트는 조롱거리가 됐고, 특히 미국이 아주 손쉽게 이집트의 협조를 끌어내는 듯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미들 이스트 리포트Middle East Report》 온라인판은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확실히 이스라엘과 미국은 몇 년 동안 이집트에 압력을 넣어서 [가자 지구 팔레스타인인들의 ― 옮긴이] 밀수를 ‘단속’하게 했고, 2008년에 미국 의회는 이 문제 때문에 1억 달러 상당의 이집트 원조를 보류하기도 했다. 또, 이집트가 봉쇄에 협력한 덕분에 미국의 귀중한 전략적 동반자가 될 수 있었다는 것도 확실하다. 2007년 라파 봉쇄 이후 이집트의 인권 상황과 억압적 정치체제에 대한 미국의 비판이 눈에 띄게 약해진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닐 것이다. 그리고 최근 이집트는 미국한테서 중요한 양보 두 가지를 얻어냈다. 하나는 원조의 일부가 이제는 기부금 형식이 될 것이라는 점이고(그러면 의회가 이집트 원조에 특정한 개혁 조처들을 조건으로 달기가 더 힘들어진다), 다른 하나는 12월 30일 미국이 이집트에 F16 전투기 20여 대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는 것이다.[3]

그러나 이집트가 봉쇄에 협력한 것은 단지 외부의 압력에 적응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이집트 정권 스스로 국내 사정을 감안한 결과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집트가 봉쇄를 지지한 국내적 이유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이집트 정부는 [팔레스타인의 ― 옮긴이] 전투적 이슬람주의 무장 집단인 하마스가 이란의 대리인이고 이집트 최대 야당으로서 조직 기반이 탄탄한 무슬림형제단의 동맹 세력이라고 여겨서 하마스를 불신한다. … 지하 장벽 구축은 이집트가 수십 년 동안 팔레스타인의 대의에서 점차 멀어지고 이스라엘과의 안보 협력을 강화해 온 과정의 절정이다. 그 과정을 촉진한 최근의 극적 사건이 하마스의 총선 승리다.[4]

이 글에서는 그 “수십 년 동안의 과정”, 즉 중동에서 서방 제국주의를 공공연하게 거부하던 이집트가 제국주의의 “전략적 동반자”로 변모하게 되는 과정과 그것이 팔레스타인 해방 투쟁에 미친 영향을 살펴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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