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37호 2021년 1~2월호)

지난 호

신화에 가려진 쿠바

크리스 하먼 25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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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의 대차대조표

지난 47년간 유지된 카스트로 정권은 쿠바 대중 다수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자기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집단에 의한 독재나 다름없었다. 즉, 현대의 ‘계몽 독재자’ 같은 것이었다. 처음에 그들은 완전히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도록 대중을 자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심으로 믿었다. 하지만 혁명이 고립됐기 때문에 쿠바는 사실상 상품 생산자로서 세계 체제의 다른 곳과 관계를 맺어야 하는 처지에 다시 매일 수밖에 없었다. 정권의 통제력을 유지하려면 관리 구조를 세워 대중을 압박해 노동하게 해서 필요한 상품을 생산하고, 상품 생산비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잉여를 축적해야 했다. 세계 체제의 다른 부위들을 앞지르기 위한 분투의 연속이었다. 쿠바는 1990년대 말의 “특별한 기간”에서 살아남았지만, 2001~2002년 세계 경기 하강으로 다시 한 번 타격을 입었다. 경제 성장률이 둔화하고 부채가 늘어났다. 수입(주로 식량과 연료) 대금을 지불하기 위해 단기 대출에 크게 의존해야 했다. 낮은 신용 등급, 경화 110만 달러에 이르는 부채, 투자 리스크 때문에 쿠바의 금리는 한때 무려 22퍼센트까지 치솟았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대중이 계속 불만을 품게 될 것이다. 경영자층, 특히 다국적 기업과 협력하는 경영자들이 자신의 의지와 점점 더 늘어나는 부패 행위를 사회 전체에 관철시키려 할 것이다. 1958년에 이상을 품고 혁명을 만든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든지 말이다.

최근 인터뷰에서 카스트로는 혁명의 미래에 관한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만약 우리가 수많은 악행, 즉 수많은 강도짓, 비행, 신흥 부자들의 여러 부의 원천을 없애지 못한다면 … 이 나라는 자멸할지도 모른다. … 우리 사회는 완전한 변화로 나아가고 있다. … 불평등과 불의가 생겨나는 어려운 시기에 있기 때문에 다시 변화가 필요하다. 우리는 단 한 치의 불의도 범하지 않고 변화를 이룰 것이다.85

하지만 사회 최상층에 위치한 집단은 자신이 지배하는 경제 구조 자체에서 발생하는 사회 변화를 무한정 막을 수 없다.

쿠바 바깥의 많은 사람들은 카스트로를 미국 제국주의에 오랫동안 맞선 인물로서 존경한다. 하지만 단지 살아남는 것만으로는 세계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없다. 쿠바의 경우, 그런 생존 과정에서 애초 쿠바 혁명에 기름을 끼얹은 계급 분단과 부패가 다시 커지는 과정이 뒤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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