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38호 2021년 3~4월호)

지난 호

반혁명의 유령들

알렉스 캘리니코스 5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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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는 쓸 수 있는 패가 많지 않았지만 이를 매우 잘 사용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시리아가 러시아와 푸틴을 “세계 외교 무대의 중심에” 17 올려놓았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진정으로 흥미로운 것은, 아사드의 화학 무기를 국제적으로 규제하자는 러시아 외무장관 세르게이 라브로프의 제안이 아니라 그에 대한 미국의 반응이다. (미국이 1991년과 2003년에 이라크를 침공하기 전에도 이와 유사한 외교적 제안이 있었다.) 부시 부자父子는 미리 전쟁을 피하려는 시도를 가볍게 무시했지만, 오바마와 케리는 마치 제 발에 걸려 넘어질 듯한 속도로 라브로프의 제안에 관해 논의하자는 데에 동의했다. 오바마가 중동에서 또 다른 전쟁에 휘말리기를 꺼린다는 또 다른 징후는 이란의 핵 개발을 둘러싼 협상에 미국을 끌어들이려 하는 새 이란 대통령 하산 로하니의 노력에 오바마가 비교적 호의를 표했다는 것이다.

시리아에서 최종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러시아의 제안은 오바마에게 자승자박에서 벗어날 기회가 됐다. 처음에 오바마의 자승자박은 아사드의 화학 무기 사용을 “레드 라인”으로 설정한 것에서, 이후에는 의회에 군사 행동을 승인해 달라고 요구한 것에서 비롯했다.

물론 오바마가 그런 요구를 했던 것은 8월 29일 영국 총리 데이비드 캐머런이 시리아 문제를 두고 하원에서 역사적인 패배를 겪었기 때문이다. 이는 1855년 애버딘 내각의 크림 전쟁 수행을 규탄하는 하원 표결로 애버딘이 총리에서 물러난 이래 영국 정치에서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보수당 평의원들이 시리아에서의 군사 행동에 반대한 것은 영국 정부의 취약성과 총리인 캐머런 개인의 권위가 쇠락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징후다.

그러나 군과 정보 기관의 판단을 둘러싼 논쟁 과정에서 깊은 회의감이 표출되고, 오바마가 대통령직의 운명을 자신에게 적대적인 공화당원들로 들어찬 의회에 맡겼다는 사실은, 여기에 뭔가 훨씬 근본적인 것이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무엇보다, 미국이 이라크 전쟁에서 패배했음을 보여 준다. 뻔한 말로 들릴 수 있지만, 상당수 좌파가 이를 부정한다. 그런 주장을 가장 정교하게 제시한 것이 나오미 클라인이다. 클라인은 이라크 점령으로 미국의 “재난 자본주의”가 벌어들인 이윤을 자세히 설명한다. 18 그러나 이는 지독한 경제환원론이다. 장기적 수익성을 보장받으려면 미국 자본에게는 그들의 이해관계를 세계에서 수호할 수 있는 국가가 필요하다. 그 국가의 힘과 정당성이 감퇴하면, 더 전반적인 수준에서 미국 자본주의가 약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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