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31호 2019년 7-10월)

지난 호

머리말

8호를 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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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는 현재, 2010년이 겨우 3주밖에 남지 않았는데도 올 한 해를 돌아보는 게 시기상조일 수 있다. 그만큼 현 시기가 불안정하고 불확실해, 우리가 지금 돌아보려는 것보다 더 비중 있는 사건이 일어난다면 그 돌아본 바에 부여한 의미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그럼에도 남북한의 포격 주고받기보다 더한 일이 연말 안에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가정(어쩌면 우리의 희망 섞인 전망일지 모르지만)에 근거해 올해를 돌아보면 각각 ‘상층’과 ‘기층’에서 특정 양상이 매우 두드러진다.

‘상층’을 지배한 것은 바로 남북의 상호 포격전과 그보다 먼저 일어난 천안함 사건이었다. 이 사건들의 구체적 양상은 겉보기에는 서로 매우 다른 듯하다. 천안함 사건은 북한측의 공격과 무관한 듯하고, 사건 이후에도 군사적 충돌이 일어나지 않았다. 반대로, ‘연평도 포격’ 사건은 누가 먼저 포격 위협을 가했던 간에 상호 포격전이라는 방식으로 실제로 일어난 군사적 충돌이었다. 그러나 두 사건의 배경을 보면 공통의 본질이 포착된다. 곧,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제국주의적 영향력 강화라는 점이다. 물론 궁극적으로 중국을 겨냥한 것이고, 으레 그랬듯이 그 수단으로 북한의 악마화가 채택됐다. 요컨대 천안함 사건과 남북한 상호 포격 사건은 둘 다 그 본질이 제국주의 문제다.

한편, ‘기층’도 봐야 한다. 천안함 사건이 아니었다면 메이데이 이후 불붙었을 수도 있었던 노동자 투쟁이 11월에 전국노동자대회 대규모 집결(사상 최대 규모의 하나였다)과 G20 항의의 효과로 일련의 성공적인 비정규직 투쟁이 잇달아 일어났다. 그 가운데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공장 점거 파업이 단연 압권이었다. 비록 이 투쟁이 즉각적인 승리를 거두지는 못했지만, 전체 노동계급의 의식에 강력한 인상과 충격(‘임팩트’)을 남겼음은 확실하다. 일부 성마른 노동운동가에게는 좌절감을 안겨줬을지 모르지만, 계급 전체의 의식과 조직에는 틀림없이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요컨대 올해 정세는 ‘위’로는 제국주의 문제가, ‘아래’로는 노동자 투쟁이 단연 두드러졌다. 그리고 상반기와 하반기 모두 안타깝게도 제국주의 문제가 노동자 투쟁을 압도했다.

천안함 정국 때는 이런 세력 균형이 그런대로 이해할 만했다. 주목을 끌 만한 계급투쟁이 없는 한편 사건의 진상을 둘러싼 합리적 의혹 제기와 지방선거를 통한 거짓 정권 심판이라는 정서가 대세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북한 상호 포격과 한미 연합 훈련 정국에선 현대차 비정규직이 공장 점거 파업을 벌이고 있었고, 이 파업을 통제하고자 검·경 등 국가 탄압 기구와 우파 미디어의 공격은 말할 것도 없고 노조 고위 상근간부층과 야권 정치인들 등 개혁주의자들이 분주히 움직인 것의 효과로 그 연좌 농성이 해산됐으므로 지금 같은 결과가 그저 불가피했던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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