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이미지 — 시각과 미디어》
프레임의 안과 밖을 모두 보는 법
존 버거는 화가이면서 극작가·소설가·다큐멘터리 작가다. 영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예술 평론가로 평가받는다. 그는 폭넓게 활동하면서 정치·사회 등 전 지구적 문제와 주제들을 다뤄 왔다. 무엇보다 존 버거가 저명해진 것은 정치적 견해를 적극적으로 표명해 왔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는 자신의 정치적 지향을 선언한 에세이 모음집 《영원한 붉음Permanent Red》을 낸 뒤로 줄곧 정치적 저술 활동을 했다. 그는 1972년에 소설 《G》[국역: 《G》, 열화당, 2008]로 ‘부커상’을 수상했는데 이때 받은 상금의 절반을 미국의 좌파 조직 ‘흑표범당’에 기부했다. 나머지는 이주노동자 관련 연구에 사용했는데, 그 결과가 오랫동안 함께 작업한 장 모르와 발표한 《Seventh Man》[국역: 《제7의 인간》, 눈빛, 2004]이다. 2008년에는 《Hold Everything Dear》[국역: 《모든 것을 소중히 하라 — 생존과 저항에 관한 긴급 보고서》, 열화당, 2008]에서 “이윤만 경배하고 탐욕만 경배하는” 자본주의 시대의 불의, 특히 이라크 전쟁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문자로 된 글과 달리 이미지로 된 예술 작품은 이해하는 데 설명이 필요하다. 그래서 흔히 감상자들은 예술 작품을 감상하고 이해할 때 그 작품에 관한 비평이나 설명에서 도움을 얻는다. 예술 비평은 미술관이나 박물관의 안내 책자 구실을 하거나, 작품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배경 지식을 제공한다. 또, 작품과 생산 시기의 관계, 작품과 감상자의 관계 등 문화와 사회와 역사를 둘러싼 좀더 광범한 논의가 가능하도록 돕는다.
칼 마르크스가 네덜란드 화가 렘브란트의 작품을 두고 “성모를 여성 농민의 모습으로 그렸다”고 평가했듯이, 작가가 피사체를 통해 표현하는 것은 예술 작품이라는 이미지뿐 아니라, 작품을 둘러싼 이데올로기와 물질적 조건도 포함한다. 작품의 생산과 감상은 작가의 개성을 비롯해 작품이 완성된 시대 배경과 역사의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작품을 감상할 때는 프레임 안팎의 내용을 함께 이해해야 한다.
존 버거가 쓴 《이미지 — 시각과 미디어》는 예술 작품의 내적 분석·평가와 함께, 작품의 맥락, 즉 작품을 둘러싼 문화·사회·역사를 연결시켜 예술을 입체적으로 바라보고 이해하는 법을 가장 명료하게 설명한 것으로 유명한 책이다. 원래 영국 BBC에서 ‘Ways of Seeing’이라는 제목으로 방영됐다가 그 후 많은 매체에서 소개돼 화제가 된 뒤 책으로 발행됐다.
에세이 일곱 개로 구성된 이 책 중 일부는 제목과 이미지로만 채워져 있기도 하다. 그러나 삽입된 이미지들은 문자로 된 에세이만큼이나 많은 내용을 전달해 준다. 이 책은 회화 감상법을 다룬 여느 미술서와 달리 이미지와 문자를 밀접하게 연결시키고 이미지의 전체와 부분을 비교하면서 작품을 더 구체적이고 비판적으로 감상할 수 있게 도와 준다. 더불어 서양 미술의 주된 양식인 회화 외에도 19세기 카메라의 발명이 ‘보는 행위’를 어떻게 바꿔 놓았는지를 풍부한 자료를 활용해 보여 주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산되는 이미지에 대한 풍부한 해설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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