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
사태를 종합적으로 보지 못하는 무의미한 예측 *
중국의 부상浮上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몹시 빠른 속도였다. 30년 전 중국 경제는 근본적으로 정체해 있었고, 세계무역에서 1퍼센트도 차지하지 못했다. 그때부터 중국 경제는 거의 끊이지 않고 해마다 약 10퍼센트씩 성장했고, 미국과 독일의 뒤를 이어 세계 3대 무역국이 됐다.
그래서 비평가들 거의 다가 이런 성장이 한없이 이어지리라고 가정하는 것은 그다지 놀랄 일이 아니다. 최근에 나온 중국 관련 저작들은 거의 모두 조만간 중국이 세계 최대 경제가 돼서 미국이라는 세계 슈퍼파워를 대체하리라는 주장을 깔고 있다.
우익들은 한탄하고 좌파들은 환영하지만, 둘 다 이런 상황이 필연이라고 본다.
책 제목이 말해 주듯이, 이 책은 그런 통념을 반복한다. 비록 저자는 훨씬 더 멀리 나아가, 어디선가는 중국의 부상이 미국의 부상보다 더 중요하다고까지 넌지시 말하지만 말이다. 또한, 저자는 다른 많은 저술가들보다 더 폭넓은 각도에서 중국이 득세하면 미국의 헤게모니가 종식될 뿐 아니라, 18세기부터 세계에서 득세한 서구식 발전 모델도 종식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문제는 이런 통념이 틀렸다는 점이다. 중국 경제의 호황은 서방, 핵심적으로는 미국에 대한 값싼 수출(요즘에는 대체로 전기 제품)에 달렸다. 그리고 이런 수출품을 생산하는 공장들의 지속적인 번창은 시골에서 올라온 저임금 노동자들이 계속 공급되는 데 달렸다. [그런데 2008년 — 옮긴이] 경제 위기로 타격을 입기 전부터도, 두 가지 방법을 통한 경제의 무제한 성장이 모두 불가능했다.
2006년으로 돌아가 보면, 농민공의 수가 줄고 있다는 신호가 분명했다. 2007년에 나온 한 학술 보고서를 보면, 3분의 2가량의 마을에서 더는 농민공이 될 만한 “잉여” 농민이 없었다.
그런데 지난 몇 년 동안 사태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오히려 수출이 급감하면서 수출품 생산 공장에서 2천만 명이 넘는 농민공이 일자리를 잃었다. 그리고 중국의 최근 경제 통계들은 [앞의 통념과 — 옮긴이] 모순되는데, 이 통계들을 보면 중국 경제는 기껏해야 다른 경제들보다 실패 정도가 덜할 뿐이다.
자크는 어떤 부분에서는 위기가 미친 영향을 인정하지만, 위기의 엄청난 불확실성 때문에 장기적인 예측이 꽤나 무의미하다는 사실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 자크는 최근의 중국식 성장 모델이 직면한 문제들도 인식하지만, 여기서도 마찬가지로 이런 인식을 중국이 미래의 슈퍼파워가 되리라는 자신의 예측과 통합시키지 못한다.
이 책에서 중국 경제를 다룬 부분이 그다지 유용하지 않다면, 중국 문화와 중국 민족주의의 성격을 다룬 부분은 상당히 잘못됐다. 자크는 근본주의적 관점에 가까운 주장을 한다. 즉, 중국인들은 모두 독특한 세계관, 즉 중국 문화의 요소들은 2천여 년 전부터 이어져 왔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한 세계관을 반드시 지니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개발도상국들(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이 세계에서 지배적인 강국이 되면서 서구식 세계 질서가 뒤집히고 있다는 더 넓은 주장의 일부다.
미국의 힘이 약해지고 있고(부분적으로는 다른 나라들이 성장함에 따라), 미국이 유일 초강대국으로 남는 것이 아니라 세계가 다극화되고 있다는 것은 이제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중국이 미국에 대항해 자동으로 개발도상국들 편에 서리라는 생각은 지나치게 단순하다.
인도와 러시아 같은 아시아 강국들의 부상에 직면한 중국이 균형을 맞추려고 미국과 동맹할 가능성도 똑같이 있다. 이것이 바로 1970년대 마오쩌둥이 했던 일이다. 더 중요하게는, 중국이 미국에 대항해 자동으로 개발도상국 편에 서리라는 주장은 “서구식 발전 모델”이 제국주의의 지배를 받는 세계 자본주의 경제라는 사실을 잊고 있다.
중국은 바로 세계경제에 편입되고 참여하면서 성장했다. 중국 경제가 끊임없이 번영하려면 세계경제가 건강해야 할 뿐 아니라 서구 제국주의의 힘도 막강해야 한다. 중국이 더 강해지면 그 틀 안에서 힘과 영향력의 균형이 바뀔 수 있겠지만, 그 틀 자체를 깨뜨리는 것은 한 나라의 지배계급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이 책에는 괜찮은 부분도 있는데, 특히 중국과 동남아시아의 관계를 분석한 부분이 그렇다. 저자의 추측은 증거가 매우 적을 때조차 시사하는 바가 많다. 미국의 힘이 약해지면서 중국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비록 저자가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제시한 많은 답변들을 의심해 볼 여지는 있지만 말이다.
그러나 이 책 전체에는 권력 숭배 사상이 깔려 있고, 이 때문에 책을 읽는 동안 점점 더 언짢아졌다.
1 의 주요 인물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할 것이다(《맑시즘 투데이》는 1990년대에 노동당의 우경화를 정당화하는 지적 논리를 상당 부분 제공했다). 자크는 한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대처는 내게는 영웅과도 같다. … 나와는 반대편에 있었지만 배울 점이 많았다. 대처는 비전과 그 비전을 성취할 전략이 있었다.” 대처를 알고 싶으면 중국 지배자들을 보라.
나이가 좀 있는 독자들은 자크가 《맑시즘 투데이》
MARX21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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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ore, Charlie 2009, ‘When China rules the world’, Socialist Review(July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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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맑시즘 투데이》는 영국 공산당의 이론지였고 1991년 폐간됐다. 《맑시즘 투데이》는 ‘새 시대New Times’ 이론을 주장했는데, 이 이론은 1980년대 이후 서구 자본주의가 포드주의에서 포스트포드주의로 전환되면서 노동자들이 더는 대공장으로 집중되지 않으므로 새로운 정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했다. 마틴 자크는 1977년부터 폐간 때까지 《맑시즘 투데이》의 편집자로 일했다. 자크는 ‘대처리즘’의 핵심에는 ‘새 시대’에 관한 인식이 담겨 있다고 주장했다. — 옮긴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