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오늘의 위기와 저항
우리 시대의 경제 위기 *
2 사람들도 이 암울한 상황을 인정한다. 그래서 <파이낸셜 타임스>의 수석 경제 평론가인 마틴 울프는 지난 8월 말 다음과 같이 썼다.
마르크스가 부르주아지의 “고용된 앞잡이들”이라고 부른소득 수준이 높은 나라들이 ‘더블딥’ 불황에 빠질 위험이 있는지 묻는 사람들이 많다. 내 대답은 그럴 위험이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첫 번째 불황도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 불황, 즉 경기 ‘수축’이 얼마나 더 심각하고 오래갈 것인지가 문제다. 중요한 사실은 2011년 2사분기까지도 6대 경제 대국의 생산량이 2008년 경제 위기 전의 수준을 결코 넘지 못했다는 것이다.
4 울프의 이런 주장은 놀라운 변화다. 2년 전만 해도 울프의 태도는 사뭇 달랐기 때문이다. 예컨대, 2009년 11월 자본주의의 미래를 주제로 나와 논쟁했을 당시 울프는 “평화 시에 정부가 취할 수 있는 가장 탁월한 대응 … 역사상 가장 케인스주의적인 정책” 덕분에 금융 시스템이 붕괴하지 않았고, 금융 폭락에 따른 세계적 불황이 빨리 끝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5
울프는 또, 흥겨운 어조로 “영국의 이번 불황은 적어도 제1차세계대전 이후 최장기 불황이 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6
요즘 논쟁에서 케인스주의를 편드는 윌 허턴도 다음과 같이 경고했다. “지난 30년 동안 사람들이 생각해 온 자본주의의 이상과 작동 방식이 갑자기 파탄났다. 이 점을 깨닫지 못하면, 그리고 깨닫기 전까지는 서방 경제는 계속 지지부진할 것이고, 그 부진은 심각한 경제적 재앙으로 바뀔 수도 있다.이런 태도 변화의 징후 하나는 주류 경제 평론가들이 갑자기 마르크스를 우호적으로 인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대표적인 사람이 누리엘 루비니인데, 2000년대 중반의 신용 호황이 재앙으로 끝날 것이라고 경고해서 유명해진 루비니는 지난 8월 <월 스트리트 저널>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칼 마르크스가 옳았습니다. 자본주의는 어느 순간 스스로 파멸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노동에서 자본으로 소득이 계속 이전되면 과잉 설비와 유효수요 부족이 나타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우리는 시장이 제대로 작동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지 않았습니다. 개별적으로는 합리적인 것이 … 스스로 파멸하는 과정입니다.” 7
8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똑같은 생각을 나타낸 사람들 중에 조지 매그너스도 있다. 스위스계 대형 은행인 UBS의 선임 경제 고문인 매그너스는 ‘마르크스가 옳다 학파’의 일원을 자처하면서,간단히 말해서, 1980년대부터 2008년까지 장기 호황의 동력이었던 경제 모델이 망가졌다.
불황의 규모, 분명히 드러난 선진국 경제 체제의 고장을 감안할 때, 2008~09년의 금융 위기는 한 세대에 한 번뿐인 자본주의의 위기를 불렀고, 그 흔적은 선진국 경제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정치 질서에 대한 광범한 도전에서도 나타난다는 것이 내 주장이다. 시장은 실제로 이 사실을 문득 깨달았을 수 있다. 주가지수는 널뛰기만 할 뿐 경제 위기 전의 최고치를 회복하지 못했고 채권시장은 갈수록 일본을 닮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런 말은 별로 인기가 없다. 특히 정책 입안자들에게 그렇다.
금융 균열의 심화
시장의 소용돌이와 평론가들의 해석은 모두 인상적 평가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물론 그런 인상적 평가가 시장의 움직임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세계 자본주의의 상황이 지극히 심각하다는 점이다. 이 점은 세 차원에서 살펴볼 수 있다.
첫째, 생산, 고용, 판매, 소비 심리, 주택 가격 등에 관한 수많은 자료를 보면, 선진 자본주의의 두 중심인 미국 경제와 유럽연합 경제가 천천히 둔화하면서 거의 정체하거나 오히려 더 나빠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경제가 2008~09년의 대불황에서 회복됐다는 주장은(경기 수축이 금방 끝났다는 것을 함의했으므로 너무 성급한 주장이었다) 완전히 틀렸음이 드러났다. 이것은 근본적으로 경제 위기의 원인이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이 정기간행물[《인터내셔널 소셜리즘》 132호 — 옮긴이]에 실린 다른 글들에서 구이옐모 카르케디와 조셉 추나라가 설득력 있게 주장하듯이, 이번 경제 위기의 주된 원인은 마르크스가 이윤율 저하 경향이라고 부른 것이다. 더 정확하게는, 대규모 구조조정과 착취율 급증에도 선진 자본주의 경제들이 1960년대에 발전한 과잉 축적과 이윤율의 장기적 위기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매그너스가 “장기 호황”이라고 잘못 부른 시기(1970년대 말 불황 때 시작된 신자유주의 시대)에 세계경제가 파산하지 않도록 떠받친 것은 저리 금융의 홍수였다. 당시 미국 주택시장을 중심으로 형성된 금융 거품이 최근에 터지면서 지금의 경제 위기가 시작된 것이다. 10
11 경제에 거품이 생기면 각종 자산의 가격이 장기적 평균치보다 훨씬 높게 치솟는다. 2000년대 중반에 특히 미국·영국·스페인·남아일랜드의 부동산 가격이 그렇게 치솟았다. 이것은 단기적으로 이른바 ‘자산 효과’ 덕분에 경기 부양책 구실을 할 수 있다. 집값이 오르면 가계는 돈을 더 많이 빌려서 더 많이 소비하고, 그래서 유효수요가 증가할 수 있는 것이다.
신용 거품이 붕괴해서 불황이 닥치면 치유하기가 특별히 힘들 수 있다. 노무라증권연구소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리처드 쿠는 1990년대 초에 시작된 일본의 장기 불황과 1930년대 대공황을 비교해 대차대조표 불황 개념을 발전시켰다.12 그러나 거품이 꺼지자 자산 가격이 폭락했다. 기업과 가계는 파산 위기에 처했음을 깨달았다. 자신들이 생각보다 훨씬 더 가난하고, 거품 호황기에 누적된 빚더미에 올라앉아 있음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래서 지출을 줄이고 빚을 갚는 데 주력했다. 이제 자산 효과는 정반대 효과를 냈다. ‘디레버리지’[자산을 매각해서 부채를 줄이는 것 — 옮긴이] 때문에 총유효수요는 감소하고 경제는 불황의 덫에 빠진 것이다.
리카르도 벨로피오레는 이 “자산 거품이 주도한 민간 케인스주의”가 지난 수십 년 동안 세계경제 성장의 주요 동력이었다고 주장했다.13 이것 자체가 소비 지출을 엄청나게 줄이는 효과를 낼 것이다. 1980년대 이후 영국 경제성장의 핵심 요인이 주택시장 활황이었기 때문이다. 선진 자본주의 세계 전역에서 소비자들은 금융 사정이 나쁘다 보니 최근의 물가 상승에 지출 삭감으로 대응하는 경향이 있다.
서방 경제가 대차대조표 불황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듯하다. 예컨대, 영국의 주택 가격은 이미 최고치에서 20퍼센트 하락했지만, 앞으로 몇 년 사이에 3분의 1쯤 더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14 거품이 붕괴하자 은행들은 거액의 부채를 떠안게 됐고, 그들의 많은 자산은 쓸모없어졌다. 2008년 금융 폭락 때 국가의 구제금융 덕분에 살아남은 은행들은 다시 자립해야 했지만, 지금 서방의 금융 시스템은 여전히 매우 취약하다.
그러나 이 문제는 평범한 가계에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신용 거품을 부추긴 것은 은행들이었다. 은행들은 아낌없이 대출했을 뿐 아니라 대출 자금을 조달하려고 막대한 금액을 차입했다. 그래서 영국 은행들의 레버리지 ─ 주주들이 납입한 자본[자기자본 — 옮긴이]과 자산(대출 등)의 비율 ─ 는 2007~08년의 경제 위기 초기에 거의 50배에 달했다.유로존을 위기에 빠뜨린 요인 하나는 유럽 은행들의 부실 대출 규모가 여전히 심각하다는 의심이 널리 퍼져 있다는 사실이었다. 채권시장의 표적이 되는 유럽연합 회원국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 이 점을 극명하게 보여 준다. 국제통화기금의 자료를 보면, 유로존 은행들은 레버리지가 훨씬 더 높아서 미국이나 영국 은행들보다 단기자금 의존도도 더 높다. 15 고든 브라운은 이미 2008년 10월 유로존 정상회담 때부터 자신이 유럽 은행들의 자본 확충 필요성을 역설했지만 묵살됐다고 주장한다. 16 허턴은 심지어 다음과 같이 말하기도 했다. “많은 유럽 은행들은 엄밀히 말하면 파산 상태인데, 이 점은 국제통화기금의 새 총재인 크리스틴 라가르드도 인정한다. 은행들 자신은 인정하지 않지만 말이다.” 17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부실 대출 규모가 크다고 의심받는 은행들은, 예컨대 미국 화폐시장에서 달러를 빌리기가 더 어려워졌다. 그래서 은행들의 주가는 폭락했다. 이런 상황 때문에 지난 9월 15일(리먼 브라더스 파산 3년째 되는 날) 미국 연준, 영국은행, 일본은행, 스위스 국립은행, 유럽중앙은행은 유럽 은행들이 위기를 넘길 수 있도록 3개월 만기로 달러를 대출해 주겠다고 발표했다.
한편, 곤경에 처한 은행들은 대출, 특히 중소기업 대출을 꺼렸다. 그래서 미국과 영국의 중소기업들은 은행 융자를 얻을 수 없다고 끊임없이 불평한다. 대규모 제조업체와 유통업체의 상황은 훨씬 더 낫다. 2008~09년의 심각한 불황 때 노동비용을 혹독하게 쥐어짰기 때문이다. 그러나 루비니가 지적하듯이, 임금을 쥐어짜면 유효수요도 감소한다. 그래서 <파이낸셜 타임스>의 투자 섹션 편집자인 제임스 매킨토시는 기업 이윤이 급증하는 것은 독배毒杯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윤 감소 폭이 [예전 불황 때보다] 더 컸던 만큼 경제가 회복되기 시작하자마자 이윤은 크게 반등했다. 이제 이윤은 과거 수준을 거의 회복했고, 애널리스트들은 실제로 이윤 전망치를 경제 위기 전보다 더 높게 잡고 있다. 2006년 말과 2007년 초의 짧은 기간을 제외하면, 린든 존슨이 대통령이었던 1960년대 이후 미국의 이윤이 이토록 높았던 적은 없다. 이것은 주가를 떠받치는 큰 버팀목인 동시에 커다란 위험 요인이기도 하다. … 기업 이윤은 수익과 비용의 차이다.
기업의 비용은 주로 노동비용이므로 불황 때 일자리가 줄어들면(2008~09년의 불황기에 미국에서는 일자리 약 7백만 개가 사라졌는데, 이는 그 전의 경기 침체 때보다 더 늘어난 수치다) 이윤은 늘어난다. 그러나 흔히 일자리가 감소하면 자연히 소비도 감소해서 기업의 수익이 비용보다 더 빠르게 감소한다. 그러면 일자리 감소에 따른 이윤 증대 효과가 상쇄된다.
이번 경제 위기 때 미국 정부는 소비를 떠받치려고 유별나게 깊숙이 개입했다. [정부가 저소득층에게 제공하는 — 옮긴이] 식료품 할인 구매권 같은 보통의 소비 증진 정책 말고도 실업급여 인상, 세금 감면, 각종 공공사업, 의료 서비스 확대 등의 정책을 실시했다. 재정 적자는 전시에나 가능한 수준으로 높게 유지됐다. 다시 말해, 기업들은 노동비용의 많은 부분을 정부에 떠넘겨서 여느 때와 달리 수익에 큰 타격을 입지 않았다. … 그러나 [비용의 — 옮긴이] 정부 이전이 기업 이윤을 떠받치고 있다면, 공화당 국회의원들이 오바마 정부에 24억 달러의 비용 절감을 강요한 조처는 이윤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정치적 마비 여기서 우리는 위기 심화의 둘째 차원과 만나게 된다. 그것은 서방의 주요 지배계급들이 심각한 정치적 마비 상태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이 정치적 마비 자체는 두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는데, 이데올로기적 광분과 내분이 그것이다. 이데올로기적 광분이 가장 분명히 드러난 것은 티파티 운동이다. 티파티 운동의 동력은 국가 개입이 급증하는 것에 대한 분노다.(2008~09년의 구제금융과 재정적 경기 부양이 대표적인 국가 개입 조처다.) 그러나 균형예산을 헌법에 명문화하는 개헌안이 유행하는 기묘한 현상을 보라. 이런 개헌안은 2009년 독일 의회에서 통과됐고, 스페인과 프랑스의 정치 엘리트들도 받아들였으며, 미국의 공화당 의원들도 지지하고 있다. 데이비드 하비는 “사실, 자본주의의 역사에서 자본의 축적과 부채의 축적은 … 서로를 지지하고 강화하면서 … 나란히 진행돼 왔기” 때문에, 이것[균형예산을 명문화하는 개헌안 통과 — 옮긴이]은 “자본주의를 끝장내자는 표결”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지금 가상의 신자유주의를 그토록 열렬히 이데올로기적으로 재확인하려는 노력은 선진 자본주의 지배계급들의 내분에 의해 중첩 결정된 것이다. 버락 오바마와 공화당의 교착 상태는 어찌 보면 비교적 이해하기 쉽다. 티파티 덕분에 다시 힘을 얻은 공화당 우파는 오바마를 ‘단임 대통령’(무식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미셸 바크먼이 즐겨 쓰는 표현)으로 만들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오바마의 대응은 전임 민주당 대통령인 빌 클린턴이 했던 것과 비슷하다. 즉, 정적들과 똑같은 이데올로기 지형 위에서 움직이면서 공화당 의원들을 노련하게 압도하는 것이다. 그래서 9월 초 오바마가 발표한 4천4백70억 달러짜리 ‘일자리 대책’은 주로 메디케어[노인 의료보험 — 옮긴이], 메디케이드[저소득층 의료보험 — 옮긴이] 같은 복지 지출을 삭감해 재원을 조달하는 방안이었다.
그러나 그 결과는 미국의 부채 한도 증액을 둘러싸고 터무니없는 분쟁을 벌이다 [정치적 — 옮긴이] 마비 상태에 빠졌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지난 8월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미국의 신용 등급을 떨어뜨렸다. 비슷한 교착 상태는 대서양 건너편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유로존이 경제 위기 심화에 대처하는 속도가 엄청나게 느렸던 것은 이 때문이다. 유로존 위기의 원인은 한편으로는 그리스의 디폴트가 임박했다는 것, 다른 한편으로는 시장이 점차 더 큰 국가들의 부채도 표적으로 삼고 있다는 것이었다. 7월 말 타결된 1천90억 유로 규모의 2차 그리스 ‘구제’금융은 사실상 ‘질서 있는 디폴트’ 방안이었다. 왜냐하면 민간 채권자들에게도 대출 원금의 21퍼센트를 포기하는 데 동의하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 20 그러나 2차 구제금융은 여전히 유로존 회원국 의회의 비준을 거쳐야 한다. 한편, [그리스를 — 옮긴이] 감독하는 트로이카, 즉 유럽중앙은행과 국제통화기금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이 잡지[《인터내셔널 소셜리즘》 — 옮긴이]가 인쇄에 들어갈 즈음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정부를 압박해서, 80억 유로의 순차 지원금(2010년 5월 [1차 — 옮긴이] ‘구제’금융에 따라 당연히 지급해야 할 돈이다)을 받는 대가로 삭감 규모를 훨씬 더 늘리라고 강요했다. 이제는 스페인과 이탈리아도 시장에 굴복해서 갈수록 가혹한 긴축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물론 실비오 베를루스코니의 굴복은 별로 진정성이 없어서 스탠더드앤푸어스는 이탈리아의 신용 등급을 떨어뜨리기로 결정했다.) 그리스가 갑자기 디폴트를 선언하면 유로존 전체뿐 아니라 세계경제도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생각에 조바심이 난 미국 재무장관 팀 가이트너는 유럽 재무장관들에게 “재앙적인 위험을 시장에서 제거해 달라”고 요청해야 했다. 21
그러나 루비니는 그 방안을 “바가지 씌우기”라고 일축했다. “그리스에 필요한 부채 탕감 규모보다 훨씬 적게 탕감해 줬기 때문”이다. “그 액수들을 자세히 분석해 보면, 그리고 채권자들에게 갖다 바치는 거액의 뇌물을 감안하면, 실제 부채 탕감 규모는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경제 위기로 말미암아 유로존 창설 계획의 근본적 모순이 밝히 드러났다. 그 모순인즉, 유럽경제통화동맹은 연방적 정치 구조를 전제했지만 유럽연합은 여전히 국민국가들이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다. 1999년 유로화가 도입되기 훨씬 전에 이미 이 정간물[《인터내셔널 소셜리즘》 — 옮긴이]이 주장했듯이, 유럽경제통화동맹은 부국과 빈국, 경제 대국과 약소국을 단일 통화 체제로 결속시켰지만 국민국가가 보유한 과세권과 [재정 — 옮긴이] 지출권으로 이 단일 통화 체제를 확실히 뒷받침하지는 못했다.(과세권과 지출권을 활용하면, 국가 간 경제적 차이를 균등화하고, 취약한 회원국들이 압력에 시달릴 때 그들을 방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재정적 버팀목이 없는 상황에서 유럽 은행들의 만성적 취약성이 드러나자 2008년 금융 폭락 이후 유로존은 붕괴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22
유로존 주변부의 금융이 붕괴하자 유럽 대륙 경제의 중심추는 독일 쪽으로 더욱 기울었다. 독일은 최근까지도 대중국 수출 급증 덕분에 비교적 탄탄한 경제 회복을 이룰 수 있었다. 그리고 유로존 위기에 대한 독일의 대응은 유로존이 ‘전이轉移 연합’으로 전락하도록(그래서 북유럽 부국들이 남유럽 빈국들의 빚보증을 서야 하도록) 놔두지 않겠다는 전략적 결정과, 독일 국내 문제에 골몰하는 보수·자유 연립정부의 편협한 정치가 맞물린 결과였다. 이 후자의 요인 때문에 독일 총리 앙겔라 메르켈은 매주, 심지어 매일 사태가 악화하고 있던 지난 여름에 유로존 문제와 관련된 결정을 내릴 때 그토록 느긋했던 듯하다.
위기가 심각해 수많은 논의가 있었고, 메르켈과 프랑스 대통령 니콜라 사르코지는 지난 8월 유로존 회원국들의 재정 정책을 통제할 ‘경제 정부’를 수립하자는 데 합의하기까지 했다. 유로존을 재정 동맹으로 바꾸면 지역 전체의 자원을 동원해 부채 과다 회원국들을 부양하고 은행들의 자본을 확충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유로존 정부들이 현재 취약 국가들이 부담하는 금리보다 훨씬 더 낮은 금리로 공동 차입할 수 있게 해 줄 유로본드를 발행하자는 제안은(독일의 격렬한 반발에 부딪혔다) 이 방향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었다. 그러나 재정 동맹으로 나아가려면 정치 권력이 국민국가에서 분리되는 결정적 변화가 따라야 한다. 그렇게 연방 국가로 변모하려는 노력에 대한 정치적 지지는 무시할 만하다. 오히려 추세는 다른 방향, 즉 유로존의 붕괴를 향해 나아가는 것인 듯하다.
23 9월 말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 회의에서 나온 제안(1차 그리스 ‘구제’금융의 일환으로 설립된 유럽재정안정기금을 2조 유로까지 늘리자는 방안)이 충분히 빠르게 동의를 끌어내서 유로존을 강화할 수 있을지 어떨지는 두고볼 일이다.
예컨대, 최근 그리스 ‘구제’금융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자마자 일부 북유럽 나라 정부들은 자국이 제공한 대출금에 상응하는 담보물을 그리스에 요구하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그리스 국채 매도 사태가 벌어졌고, 그래서 그리스가 갚아야 하는 부채의 이자가 오히려 늘어났다. 그리스의 디폴트 가능성을 더욱 높이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런 갈등은 회원국 간의 관계뿐 아니라 유럽연합의 핵심 기관들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장클로드 트리셰가 이끄는 유럽중앙은행(정치적 마비에 따른 공백을 메워야 했던)은 점차 독일과 반목하고 있다. 이런 긴장이 극적으로 드러난 사건은 9월 초 유럽중앙은행 이사회의 독일 측 이사인 위르겐 슈타르크가 사임한 것이었다. 슈타르크는 트리셰가 채무국들의 채권을 매입해서 채무국을 지원하려 하자 이에 항의하며 사임했던 것이다. 한편,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인 조제 마누엘 바호주는 속수무책인 상황을 한탄할 수밖에 없었다. 볼프강 뮌차우 같은 평론가들이 지금 “우리는 [유로존의] 원치 않는 붕괴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도 당연하다.로 바꿔 달아야 한다”고 주장한 24 것을 보면 어리석음을 탓할 수밖에 없을 듯도 하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연합이 이런 혼란에 빠진 것은 근본적으로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을 괴롭히는 심각한 모순 때문이다. 유로존 위기에 대처하는 독일의 강경 노선은 지난 10년 동안 독일 자본이 고통스럽게 재건한(물론 독일 노동자들도 고통을 겪었다) 수출 모델을 유지하려는 노력에서 비롯한다. 그러나 지금 북유럽의 많은 정치인들이 제안하는 대로 지중해 연안의 경제들이 유로존에서 떨어져 나간다면 독일의 수출 모델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미국과 유럽연합의 정치적 혼란은 지난 여름 시장의 투매 사태를 부른 강력한 요인이었다. 이것을 모두 어리석음 탓으로만 돌린다면 잘못일 것이다. 물론 일부 사례, 예컨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독일측 집행위원인 귄터 외팅어가 “재정 적자라는 죄를 지은 나라들은 유럽연합 본부 건물 앞에 게양된 국기를 조기弔旗더 일반적인 모순은 원래의 구제금융 자체에서 비롯한다. 과잉 축적과 이윤율 위기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노동자들한테서 뽑아낸 잉여가치에 견줘 자본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그런데 불황은 자본을 파괴해서 이윤율 회복에 도움이 되지만, 구제금융은 그런 자본 파괴를 제한한다. 신자유주의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신자유주의를 강화하자고 주장하는 자유 시장 우파들(영국의 보수당-자민당 연립정부 인사들을 포함한)은 문제를 어렴풋이 감지한 셈이다. 그들의 해결책은 국가라는 목발을 걷어차는 것이다. 그러나 앞서 보았듯이, 국가라는 목발이 지금 세계경제를 떠받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25 미국과 유럽이 ‘일본화’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즉 장기 불황에 빠져 중앙은행이 사용하는 보통의 통화정책 수단들(예컨대, 저금리 정책)이 효과가 없거나 오히려 역효과를 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이 늘어나는 것도 당연하다. 26
그렇지만 미국·유로존·영국은 모두 재정 적자 감축을 위한 긴축 정책에 매여 있다. 부채가 많은 기업과 가계가 자산을 처분하고 차입을 줄이려는 노력이 유효수요 감소 압력으로 작용하는 상황에서 이를 상쇄할 수 있는 공공 지출도 삭감되고 있다. 더욱이, 국제통화기금이 지적하듯이 “낮은 성장률 때문에 부채의 지속 가능성을 유지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경제가 정체하거나 수축한다면(예컨대, 그리스처럼) 부채의 실질적 부담은 더욱 가중된다.여기서 우리는 위기의 셋째 차원과 만나게 된다. 즉, 중국을 필두로 한 ‘신흥시장 경제들’이 쇠퇴하는 서방 경제를 구제해 줄 것이라는 착각이 천천히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2008~09년의 심각한 불황에서 벗어난 중국의 탄탄한 회복세가 세계경제의 성장 동력 구실을 했다는 것은 확실하다. 즉, 전 세계에서 상품, 원료, 식량을 빨아들인 중국의 회복세 덕분에 남반구[빈국들 — 옮긴이]로의 더 일반적인 자본 유입이 촉진됐던 것이다. 그러나 국제정치경제학자인 대니 로드릭은 이런 식의 성장이 지속될 것이라는 낙관적 예측에 대해 다음과 같이 경고했다.
이런 예측들은 대체로 최근의 경험을 바탕으로 추정한 것일 뿐 중대한 제약 조건들을 간과한다. 중국의 문제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지난 10년 동안 중국의 성장 동력은 계속 증가하는 무역 흑자였지만 이제 이 무역 흑자는 지속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 중국 지도자들은 경제의 초점을 재조정해, 수출 지향 제조업에서 국내 수요로 눈을 돌려야 한다. 그러나 이런 구조조정 과정에서 일자리가 감소하고 사회 불안이 증대하는 등 힘겨운 문제들과 씨름해야 할 것이다.
중국은 그래도 광범한 기반을 갖춘 현대식 공업을 건설하는 데 성공했다. 이것은 다른 많은 나라들한테는 여전히 벅찬 과제다. 인도는 정보통신 산업과 비즈니스 서비스[디자인, 엔지니어링, 컨설팅, 인력 개발, 마케팅 등 다양한 경영 활동을 지원하는 서비스 산업 — 옮긴이] 분야에서는 큰 성공을 거뒀지만, 엄청나게 많은 미숙련 노동자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경제성장을 지속하려면 제조업 기반이 더 확대돼야 한다. 나이지리아에서는 공공 지출 삭감, 사유화, 무역 자유화, 신규 산업들의 일자리 창출 실패 때문에 공식 고용은 사실상 감소했다. 지금 나이지리아 노동자들은 줄지어 가족 농장으로 돌아가고 있다.
라틴아메리카에서는 세계적 경쟁 때문에 제조업과 비非전통적 농업의 생산성 향상이 촉진됐다. 그러나 그것은 경제의 몇몇 부문에 국한된 현상이었다. 노동자들은 생산성이 낮은 서비스 분야나 비공식 부문으로 옮겨갔다. 예컨대, 브라질에서는 지난해의 실적이 탁월했음에도 지난 10년간의 연평균 성장률은 1980년 이전의 성장률에 견주면 아주 미미하다. 다른 나라들은 위험하고 지속 불가능한 수준의 해외 차입에 묶여 있다. 터키 경제는 급속하게 성장했지만, 계속 증가하는 경상수지 적자 때문에 국내 저축이 형편없이 낮은 수준이다. 이 때문에 터키 경제는 시장의 변동에 쉽게 흔들린다. 지난 몇 주 동안 리라화 가치가 급락한 것을 보면 이 점을 알 수 있다. 자본 유입을 바탕으로 한 성장 호황이나 상품 호황은 대체로 단명했다.
” 28 이것은 암울한 전망이다. 실수투성이 지배자들의 거의 유일하게 일관된 주제는 경제 위기의 비용을 노동자들과 빈민들에게 떠넘기겠다는 결심이었다. 이른바 번영하는 유럽에서도 그리스와 남아일랜드처럼 긴축 정책의 첨단을 걷는 나라들에서는 사회적 고통과 물질적 궁핍이 깜짝 놀랄 만큼 증가했다. 경제 위기가 심화하면, 피에르 부르디외가 “세계의 무게”라고 부른 것이 자본주의의 피해자들을 훨씬 더 무겁게 짓누를 것이다.
이런 추세들 때문에 마이크 데이비스는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세계경제의 상황은 정말로 폭락이 일어나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보인다. … 3대 경제블록이 모두 동시 불황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정치적 충돌도 늘어날 것이다. 영국을 예로 들어 보자. <파이낸셜 타임스>의 보도를 보면, 보수당 소속 재무장관인 조지 오즈번은 9월 중순 영국 내각에서 자신의 “원대한 정치적 계획(2년간의 고통과 3년간의 경제 회복)이 불확실해진 듯하다”고 토로했다. “장관들은 선거철이 다가와도 경제가 여전히 저성장의 늪에 빠져 있을 수 있다고 시인한다.” 그 기사는 더 나아가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경제 전망이 나빠지기 전에도 보수당-자민당 연립정부 내에서 긴장이 나타나고 있었다. 이제 양측은 거의 4년 동안 경제적 고난을 함께 돌파해야 할 텐데, 긴축에 반대하는 공공부문 파업으로 말미암아 그런 공조에 차질이 빚어졌다.” 한편으로, 데이비드 캐머런은,
당내 일각의 점증하는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그들은 마거릿 대처가 1980년대 총리 시절 단행했던 과격한 충격요법을 모방하려 한다. 그들의 제안 중에는 최고 세율 5퍼센트 인하, 유럽연합의 노동관계법 폐기, 선발제 그래머스쿨[우수 학생 중심의 엘리트 교육을 담당하던 중등교육 기관 — 옮긴이] 재도입, 공급 중시 경제학의 야심찬 ‘개혁’ 조처 등이 포함된다.
30 케이블의 관직 경력은 보잘것없지만, 분명한 사실은 연립정부의 경제 전략이 사실상 붕괴했음을 감안할 때 정부는 서로 다른 방향으로 이끌릴 것이라는 점이다. 국제통화기금이 독일뿐 아니라 영국에도 “[경제 — 옮긴이]활동이 현재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다면 기존의 구조조정 계획 일부를 연기하라”고 요청한 것은 오즈번에게는 타격이었다. 전에 그가 자신의 긴축정책을 국제통화기금이 지지하고 있다고 자랑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31
다른 한편으로, 불운한 자민당의 일부 사람들은 과거로 돌아가려 한다. 기업·혁신·기술부 장관인 빈스 케이블은 뉴딜을 본뜬 ‘급진적 케인스주의’ 정책, 즉 사회 기반 시설에 대한 공공투자 프로그램을 주장했다.투쟁 패턴의 변화
따라서 상층에서는 많은 충돌이 계속될 것이다. 기층의 저항은 어떤가? 최근 유럽에서 기층의 저항이 발전한 ─ 아마 가장 중요한 사례는 스페인일 것이다 ─ 방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 요인 하나는 노동자 운동의 취약성이다. 즉, 작업장에 기반을 둔 단체행동이 없다 보니 거리가 분명한 항의 장소인 것처럼 보였다. 조니 존스가 지난 8월 런던 등 영국 도시들의 소요 사태를 다룬 글에서 주장하듯이, 영국의 상황도 똑같다고 말할 수 있다.(물론 그렇다고 해서 일부 급진 좌파들처럼 영국 소요 사태를 탈정치적 범죄 행위 취급하며 일축하는 것이 옳다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영국에서도 투쟁 패턴이 상당히 변하고 있다. 이런 변화의 시작은 지난 3월 26일 영국노총TUC이 조직한 엄청난 규모의 시위였다. 그리고 6월 30일에는 일보 전진이 있었다. 그날 몇몇 공공부문 노조들이 연립정부의 연금 개악에 항의해 공동 파업을 시작한 것이다. 또 다른 변화는 9월 영국노총 대의원대회에서 노동운동의 대규모 부대들, 즉 유니슨UNISON[조합원이 1백30만 명인 공공부문 노조 — 옮긴이], 유나이트UNITE[조합원이 1백50만 명인 영국 최대 노조 — 옮긴이], 지엠비GMB[조합원이 60만 명인 일반노조 — 옮긴이]가 이 공공부문 노조들과 함께 11월 30일 연금 삭감에 반대하는 공동 파업의 날을 호소한 것이었다. 이 파업이 실제로 벌어진다면, 1926년 5월 총파업 이후 최대 파업이 될 것이다.[11월 30일 영국에서는 노동자 2백만 명이 참가한 대규모 파업이 있었다. — M21] 이것은 마틴 스미스가 이 정간물[《인터내셔널 소셜리즘》 — 옮긴이] 지난 호에서 예측한 대로 영국 노동자 운동의 기나긴 겨울이 마침내 끝나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 중요한 상황 변화를 낳은 과정은 매우 복잡했다. 스미스의 글이 보여 주듯이, 현장 조합원들의 조직은 여전히 취약하고 주도권은 노동조합 관료들이 쥐고 있다. 관료들은 두 가지 압력에 떠밀려서 행동에 나섰다. 첫째는 정부가 가하는 압력인데, 특히 대규모 노조들한테는 더 중요한 압력이다. 정부는 공공부문 연금을 공격하려고 계획하면서 이 노조들과 진지하게 협상하지 않았다. 이것은 서방 지배계급들의 일반적 정서를 여실히 보여 준다. 그들은 경제적·사회적 비용이 얼마든지 간에 긴축 정책을 강행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연립정부의 공공부문 지출 삭감으로 말미암아 조합원들이 대거 떨어져나갈 수도 있다는 생각에 노조 지도부의 핵심 인사들은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물론 마지못해 그러기는 했지만 말이다.
둘째 압력은 기층에서 나왔다. 6월 30일 파업을 조직한 핵심 노조들(교사노조, 공공·상업 서비스 노조, 대학노조)에서는 좌파 간부들과 사회주의노동자당SWP이 서로 가까워졌다.(이 노조들에서는 급진적·혁명적 좌파가 비교적 강력하다.) 이 두 세력의 동맹 ─ 6월 22일 런던 프렌즈미팅하우스에서 열린 ‘단결해 싸우자Unite the Resistance[긴축 정책을 추진하는 영국 정부에 맞서 청년·학생, 노조 활동가들이 함께 노동조합 파업을 지원하고자 결성한 공동전선 — 옮긴이]’의 활동가 대회장에 사람들이 꽉 찬 것으로 표현된 ─ 은 6월 30일 파업의 강력한 추진력이 됐을 뿐 아니라 더 큰 공동 행동을 호소하는 데 크게 기여하기도 했다.
이런 성과에 도취하거나 기고만장할 것은 없다. 행동의 규모가 커지면 대규모 노조의 지도자들이 주도권을 쥐게 되고, 그들은 (부드럽게 말하면) 혁명적 좌파의 말을 더 안 듣게 된다. 그리고 그리스의 경험이 보여 주듯이, 연립정부를 패퇴시키려면 하루 총파업 정도로는 어림도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11월 30일 파업 덕분에 무기한 행동을 주장할 수 있는 훨씬 더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수많은 노동자들이 파업을 시작하면 새로운 가능성이 열릴 것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행동을 지지하는 좌파 간부들과의 동맹은 노조 관료들로부터 독립적으로 투쟁하는 현장 조합원 조직들이 출현할 수 있는 상황을 조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33 사회민주주의보다 좌파적인 세력들이 너무 취약하고 분열해 있어서 자신들이 직면한 과제에 능숙하게 대처하기 힘들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투쟁에 영향을 미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자신들이 효과적으로 개입해서 잘 조직할 수 있는 곳이 어디인지를 제대로 찾아낸다면 얼마든지 투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사회주의노동자당은 공동 파업을 호소하는 활동에 끈질기게 집중해서 6월 30일 행동의 날을 현실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널리 퍼진 또 다른 생각, 즉 조직 노동계급은 보수적이고 쇠퇴한 반면 진정한 급진주의는 거리나 불안정 노동자들 사이에서 찾아볼 수 있다는 생각에 맞서 싸워야 했다. 진정한 과제는 거리의 운동과 조직 노동자들의 집단적 힘을 결합시키는 것이다.
더욱이, 지난해의 경험을 보면, 급진적 좌파가 경제 위기라는 도전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흔한 불평이 거짓임을 알 수 있다.어쨌든, 지난 몇 달 동안의 경험 덕분에 우리가 처한 상황을 훨씬 더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이것은 우리 시대의 경제 위기다. 조지 매그너스의 표현을 빌리면 “한 세대에 한 번뿐인 자본주의의 위기”인 것이다. 그 위기가 끝날 조짐이 안 보이고 오히려 악화할 것임을 보여 주는 증거들이 많다. 점차 선택은 투쟁할 것인가 아니면 침몰할 것인가로 좁혀지고 있다. 이렇다 할 영향력 있는 좌파가 미래에도 살아남을지 아닐지는 그 투쟁에 기여하느냐 아니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주
-
출처: Alex Callinicos, ‘The crisis of our time’, International Socialism 132(Autumn 2011).
↩
- IMF, 2011b, pxv. ↩
- Marx, 1976, p97. ↩
- Wolf, 2011a. ↩
- Wolf, 2011b. 울프의 동료인 <파이낸셜 타임스> 경제부장 크리스 자일스가 울프의 글을 보고 발끈해서 “지금의 경제 문제를 불황이라고 부르는 것은 어리석고 위험하다”고 항의한 것은 상류층의 혼란을 보여 주는 징후라 하겠다. http://blogs.ft.com/money-supply/2011/09/02/recessions-or-depressions/ ↩
- 당시 논쟁 때 마틴이 발표한 내용은 www.youtube.com/watch?v=AXKqqgwAIeI를 보시오.[국역: ‘알렉스 캘리니코스 vs 마틴 울프: 자본주의의 미래 - 현 경제 위기의 원인과 전망’, <레프트21> 20호(2009.12.5) - M21] ↩
-
Hutton, 2011.
라디오4의 프로그램 브로드캐스팅 하우스에서 허턴의 글이 소개됐을 때 울프는 허턴의 견해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 - Lazzaro, 2011. 매우 흥미로운 이 인터뷰 영상은 http://on.wsj.com/roubmarx를 보시오. ↩
- Magnus, 2011a. 이 ‘학파’ 소속의 또 다른 사람은 《새로운 자본주의 선언New Capitalist Manifesto》의 저자인 우마이르 하크다. Haque, 2011을 보시오. ↩
- Magnus, 2011b. ↩
- Harman 2009, part 3, 그리고 Callinicos, 2010b, chapter 1을 보시오. ↩
- Koo, 2008. ↩
- ópez and Rodriguez, 2011을 보시오. ↩
- Jackson, 2011. ↩
- Independent Commission on Banking, 2011, p18. ↩
- IMF, 2011a, pp12-20. ↩
- Brown, 2011. ↩
- Hutton, 2011. ↩
- Mackintosh, 2011. 이 기사를 참고하라고 알려 준 엘리엇 아이젠버그에게 감사한다. ↩
- Harvey, 2011. ↩
- Roubini, 2011. ↩
- Chaffin, Barker and Hope, 2011. ↩
- Callinicos, 1997. 더 최근의 분석은 Georgiou, 2010과 Callinicos, 2010b, pp95-105를 보시오. ↩
- Munchau, 2011. ↩
- Spiegel Online, 2011. 이 기사를 참고하라고 알려 준 조니 존스에게 감사한다. ↩
- IMF, 2011b, pxiii. ↩
- 예컨대 Milne, 2011을 보시오. ↩
- Rodrik, 2011. Callinicos, 2011, pp7-10도 보시오. 다음 호에는 중국을 다룬 중요한 글을 실으려 한다. ↩
- Davis, 2011. ↩
- Parker and Rigby, 2011. ↩
- Wintour and Stratton, 2011. ↩
- IMF, 2011b, p79. ↩
- Smith, 2011. ↩
- 이 논의는 Callinicos, 2010a를 보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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