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오늘의 세계 상황
오늘날 중국의 현실 *
1978년 이후 시행된 중국의 시장 개혁 경험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높고 또 그런 관심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중국은 현대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개발도상국 중 하나로 널리 여겨지기 때문이다. 중국 경제는 장기간 전례 없는 성장률을 기록했고 거대한 산업적 전환을 이뤘다. 중국의 성공은 “시장 사회주의”의 실행 가능성과 우월함을 보여 준다는 중국 정부의 주장은 중국 경제에 관한 관심을 증가시키고 있다.
좌파들 중에는 중국의 경험을 찬양하는 관점을 공유하면서 중국의 경험이 여전히 경제학계를 지배하고 있는 신자유주의 교리를 효과적으로 반박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따라서 그들은 중국이 시행한 국가가 통제하는 점진적인 시장화, 민영화, 경제 활동 규제 완화 과정에서 다른 나라들도 배워야 한다고 권고한다. 무시하지 못할 만큼의 소수는 중국이 새로운 종류의 사회주의를 개척했다는 중국 정부의 견해를 공유한다.
많은 좌파들은 중국이 곧 대안적인 국제 경제 체제의 닻을 내릴 수 있을 테고, 그러면 다른 나라들은 미국이 지배하는 현재 체제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각자 독립적인 발전 전략을 추구할 기회를 얻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불행하게도, 뒤에서 주장하겠지만, 중국의 경험을 긍정적으로 보는 이런 관점을 정당화 해주는 근거는 없다. 첫째, 중국의 지도자들이 뭐라고 말하는지와 무관하게, 중국은 새로운 형태의 시장사회주의를 개척하지 않았다. 중국의 개혁은 되레 자본주의로의 복귀라는 결과를 낳았다. 그 결과, 중국의 내적 동역학은 반자본주의적 대안 창출과는 상충하게 됐다. 둘째, 개혁은 점점 더 많은 착취를 바탕으로 한 성장 과정을 만들어 냈는데, 그 과정에서 소수는 어마어마한 부를 쌓았고, 그 대가로 압도 다수의 중국 노동자 대중은 받아들이기 힘들 정도로 큰 피해를 봤다.
마지막으로, 중국의 성장 과정은 이제 더 넓은 지역적·국제적 구조조정의 작동 과정(초국적 자본이 통제하는)에 구조적으로 얽혀 있고 그 과정에 의존한다. 그 결과 중국은 대안적인 세계경제를 위한 정신적 지주로서 기능하지 못할 뿐 아니라 중국의 축적 동역학은 실제로는 현존 국제 권력 구조와 국제적 불균형성, 그리고 이로 말미암아 생겨나는 긴장을 강화하는 데 기여한다.
중국의 경험이 가지는 본질과 중요성을 왈가왈부하는 것은 판돈이 큰 일이다. 예를 들어, 중국의 개혁 경험에 대한 좌파의 지지는, 의식적이든 아니든, 시장을 이용하고 세계 자본주의 축적 동역학과 더 긴밀히 통합해서 사회주의 사회를 건설할 수 있다는 잘못된 생각을 부추긴다. 최소한 이런 생각은 자본주의는 물론이고 사회주의의 본질에 대한 혼란을 초래한다.
이 문제는 이론적 관심사 이상의 의미가 있다. 쿠바, 베네수엘라,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을 포함해 많은 나라들에는 정부가 중국식 시장 개혁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회주의자들이 있다.
점점 더 많은 중국 노동자들이 중국 국가 정책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자신들이 겪는 착취에 대항하기 위해서뿐 아니라 사회주의 자체에 대한 새로운 관심 때문이다. 그러므로 중국의 경험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발전시키는 것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이는 중국에서 사회주의를 부활시키려는 사람들을 지원하는 것이기도 하고, 시장과 자본주의의 강박이라는 위험을 잘못 이해한 탓에 다른 나라들의 사회 변혁 노력이 훼손되는 것을 막는 것이기도 하다.
중국의 구조적 변화
마오쩌둥이 죽은 지 2년 뒤인 1978년 덩샤오핑이 이끄는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시장 원리에 대한 경제의 의존을 급격히 늘리기로 결심했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이런 조처가 점증하는 경제 문제들을 극복하는 데 필수라고 주장했고, 그 문제들은 국가 계획과 생산이라는 마오쩌둥 식의 과도하게 중앙집중화된 체제에서 비롯했다고 여겨졌다.
정치적·경제적 변화는 중국인 다수가 정말 바라던 바였다. 그러나 덩샤오핑과 그 추종자들은 그 문제들의 심각성을 크게 과장했고, 더 중요하게는 비시장적 개혁을 탐색해 보자는 대중적 호소를 무시했다.
2 개혁의 단계마다 시장 원리를 더 확장해서만 해소될 수 있는(노동자 공동체에 중심을 둔 대안에 지도부가 반대하는 조건에서는) 새로운 긴장과 모순이 생겨났다. 따라서 시장 개혁이라는 “위험한 비탈길”은 결국 계획보다 시장 동역학을, 공적 소유보다 사적 소유를, 국내 기업과 시장보다 해외 기업과 시장을 우선시하는 결과를 낳았다.
한번 시작된 시장 개혁 과정은 곧 통제할 수 없는 것이 됐다. 경제적 거래는 이제 압도적으로 시장 가격에 따라 이뤄졌다. 시장에서 결정된 가격에 따라 거래되는 소매 부문의 비중은 1978년 3퍼센트에서 2003년 96.1퍼센트로 증가했다. 생산재 산업에서 그 비중은 같은 기간 0퍼센트에서 87.3퍼센트로 증가했다.4 그러나 이처럼 감소한 국가 부문 비중의 수치조차 국가 생산의 실제 “경제적 비중”을 과대평가한 것이다.
민간 부문이 산업을 점차 지배하게 되는 현상도 분명해졌다. 1978년 국유 기업은 중국 산업 부문(광업, 공익 사업, 제조업으로 정의된다)의 부가가치를 모두 차지했다. 2003년에는 민간 부문의 비중(52.3퍼센트)이 국가 부문의 비중(41.9퍼센트)보다 더 커졌다.이제 많은 국영 기업들이 사적 이해관계에 따라 공동으로 소유 — 합작 투자나 주식 소유를 통해 — 된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공기업을 직접 통제 공기업과 간접 통제 공기업으로 나누는데, 그 기준은 납입자본에서 국가의 비중이 전체의 50퍼센트를 넘느냐 아니냐다. 2003년 직접 통제 공기업은 산업 부가가치의 22.9퍼센트를 차지한다. 즉, 전체의 4분의 1도 안 되는 것이다.
제조업으로 한정하면 국가 부문의 전략적 중요성 감소가 더욱 분명해진다. OECD는 중국의 제조업 부문을 두 그룹으로 나눈다. 첫째 그룹에는 여전히 국가 생산이 지배하는 다섯 개의 산업(석유정제와 코킹, 제철과 압연, 비철금속 제련과 압연, 담배 생산, 운송 장비)이 포함돼 있다.
둘째이자 더 넓은 그룹(제조업 부가가치의 75퍼센트를 차지한다)은 사기업들이 지배한다. 이 그룹은 23개의 제조업으로 구성되는데, 식품 처리, 섬유, 의류, 화학, 의료와 제약, 플라스틱, 범용 기계류, 특수 기계류, 전기 장비, 전자·통신 장비 등을 포함한다. OECD가 설명하듯이,
1998년 민간 부문은 이 23개 … 제조업 중에서 단지 5개 산업에서만 [국가 부문보다] 더 많은 부가가치를 생산했다. 2003년이 되면 이 23개 산업이 모두 그렇게 됐다. 게다가 23개 제조업 중 절반에서는 사기업들이 전체 산출의 3분의 2 이상을 생산했다. 이 23개 제조업 중에서 민간 부문은 고용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이 산업들에서 생겨나는 부가가치의 3분의 2를 생산하고, 수출의 90퍼센트 이상을 차지한다.
” 6
국유 기업은 여전히 중요하고 중국 국가는 여전히 경제의 핵심 부문을 통제하지만, 그 힘이 미치는 영역은 이제 주로 금융 사업과 국가의 천연자원 소유가 뒷받침해 주는 사업으로 한정돼 있다. 그래서 2006년 국유 석유 기업 세 곳이 거대 “국유 독점·과점 기업” 1백60곳의 수익 중 절반을 차지했다. 사실상 “2006년 모든 중국 기업들이 달성한 연간 이윤 증가폭의 최대 80퍼센트는 … 독점 금융 그룹이나 석유화학, 전기, 석탄, 철강 영역의 독점 기업에서 기인했다.7 상황을 더 잘 보여 주는 것이 있다. 2006년 정부 보고서는 해외 자본이 국가 주도 산업 부문 28곳 중 21곳 부문에서 자산의 다수를 차지한다고 결론지었다. 8
해외 자본이 중국 경제에서 하는 구실도 크게 강화됐다. 중국의 전체 제조업 판매에서 해외 제조업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 2.3퍼센트에서 2000년 31.3퍼센트로 증대됐다. 이런 사태 전개가 낳은 한 가지 결과는 중국의 경제성장이 점점 더 해외 자본이 생산한 수출품에 의존하게 됐다는 것이다. 외국 기업들이 중국의 수출을 지배한다. 중국의 전체 수출에서 외국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985년 2퍼센트에서 2005년 58퍼센트로 증가했다.(첨단 기술 수출품에서는 88퍼센트를 차지한다.)10 이런 추세의 결과로 GDP 대비 수출 비중은 1990년 16퍼센트에서 2006년 40퍼센트로 증가했다.
더욱이 이런 수출품들은 점점 더 1백 퍼센트 외자 기업들이 생산한다. 적절한 예가 하나 있다. 1백 퍼센트 외자 기업이 생산하는 컴퓨터 관련 수출품의 비중이 1993~2003년에 51퍼센트에서 75퍼센트로 증가한 것이다.요컨대, 국가 계획 입안자와 국유 기업 들이 중국 경제에서 계속 중요한 구실을 하는 한편, 국가 권력은 사기업(이윤을 추구하는)이 지배하고, 외국계 다국적기업들이 주도하고, 생산물은 주로 다른 (대부분 선진 자본주의) 나라들의 시장으로 향하는 그런 축적 과정을 형성하는 데 이용됐다.
중국 경제의 실적을 어떻게 평가할지는 제쳐 놓더라도, 이런 사태 전개가 자본주의에 맞선 대안을 위한 토대를 닦았다고(국내적 수준이든 국제적 수준이든) 보기는 힘들다. 오히려 이런 사태 전개는 중국에서 자본주의 자체가 부활했다는 결론을 가리킨다.
시장 개혁의 사회적 결과
많은 좌파들이 중국이 사회주의인지 아닌지를 논쟁하는 데 더는 흥미가 없다. 오히려 그들은 중국의 성장과 전환이 “성공적인” 경제 발전으로 이어질 것이냐 아니냐에 관심을 기울인다. 다수에게, 대답은 분명히 “그렇다”이다. 이 대답은 주로 제한적이지만 중요한 지표들, 즉 해외투자·수출·GDP 증가율에 대한 판단을 바탕으로 하는 듯하다.
그러나 발전이라는 개념을 확장해서 노동자 계급의 처지에 대한 수치를 포함하면, 그 대답은 비극적으로 바뀐다. 현실은 중국의 시장 개혁 정책이 압도 다수 중국인들의 노동·생활 조건을 점점 더 가혹하게 만드는 것에 의해 지탱되는 성장 과정을 창출했다는 것이다.
11 그리고 도시의 총고용은 약간 증가했지만, 그 증가는 거의 모두 비정규직 고용, 즉 임시직이나 자영업(주로 건설업, 건물 청소 유지업, 소매상, 거리 자판기 관리업, 수리 서비스업, 가사 서비스업)이었다.
아마도 가장 놀라운 것은 그 나라의 급속한 성장이 그에 합당한 고용 기회를 창출하지 못했다는 사실일 것이다.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실제로 도시 (정규직) 제조업 총고용은 1990~2002년에 5천3백90만 명에서 3천7백30만 명으로 줄었다.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1990~2002년의 13년 동안 도시 총고용은 8천1백70만 명 증가했지만, 그중 8천만 명이 비정규직 고용이었다. 그 결과 비정규직은 도시 고용에서 가장 큰 항목이 됐고, 이는 아프리카나 라틴 아메리카와 비슷하게 많은 것이다. 아프리카와 라틴 아메리카에서 높은 비정규직 고용 비중은 자본축적을 침체시킨 요인이라고 지적된다. 게다가 ILO는 중국에서 노동참가율이 하락하고 도시 실업률이 두 자리 수라고 보고한다. 개혁 과정은 국가 부문 노동자들에게 타격을 입혔다. 중국 정부가 제시한 수치를 보면, 1998~2004년에 국유 기업들에서 노동자 3천만 명이 해고됐다. 2005년 6월에도 해고자 중 2천1백80만 명은 정부가 지급하는 “최저생계 보조비”(모든 도시 빈곤층에게 제공되는 기초적인 복지급여)로 근근히 연명하고 있었다. 2005년 6월 최저생계 보조비는 한 달에 약 19달러였다.
물론 민간 부문, 특히 수출품 생산 기업에서는 일자리가 증가했다. 그러나 신규 일자리는 대부분 임금도 낮았고 노동조건도 열악했다. “심지어 2002~05년에 두 배로 증가했어도 중국 제조업 평균 임금은 시간당 60센트밖에 안 됐고, 이는 멕시코의 시간당 임금 2.46달러와 대비된다.” 13
14 작업장 안전은 더 큰 문제다. 중국 정부의 공식 자료를 보면, 대략 2억 명의 노동자들이 “위험한” 작업 조건에서 일한다. “해마다 전국에서 70만 명 이상이 심각한 업무상 재해를 당하고, 13만 명이 사망한다.” 15
다국적기업들에 책임 있는 기업 활동을 조언하는 미국 기업인 베리트 주식회사가 중국의 노동 현실에 대해 쓴 최근 보고서는 “중국 수출 공장들의 임금 지불 관행에서 체계적 문제는 노동자들의 임금에서 15퍼센트를 계속해서 갈취해 가는 것이다” 하고 밝혔다.중국의 제조업 경쟁력에 대한 설명에서 한 가지 중요하지만 흔히 간과되는 사실은 제조업 노동자의 대략 70퍼센트가 이주노동자라는 점이다. 지난 25년 동안 약 1억 5천만~2억 명이 일자리를 찾아 농촌에서 도시로 이주했다.
대다수 이주노동자들은 합법적으로 이주했음에도 엄청난 차별에 시달렸다. 예를 들어, 그들은 중국 호구제에 따라 여전히 농촌 인구로 분류되므로 임시 도시 거주자로 등록하려면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할 뿐 아니라 도시 태생 거주자들이 받는 공공 서비스(무상이나 보조금을 받는 교육, 보건, 주택, 연금을 포함한다)를 누릴 권리가 없다. 그들의 자녀들도 마찬가지인데, 도시에서 태어났어도 그렇다. 그 결과 이주노동자들은 더 쉽게 착취당한다. 그들은 보통 하루에 11시간 일하고, 한 달에 26일 일한다. 대부분 특근수당을 받지 못하고, 대개 도시 거주자들이 받는 임금의 4분의 1에서 2분의 1 정도 번다. 중국 노동 정책의 전반적인 효율성(1차적으로 수출 경쟁력 향상에 맞춰져 있다)은 임금과 소비의 최근 추세에서 잘 나타난다. 중국 GDP에서 노동자 임금이 차지하는 몫은 1992년 약 53퍼센트에서 2006년 40퍼센트 이하로 하락했다. GDP에서 민간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하락해서 같은 기간 약 47퍼센트에서 36퍼센트로 떨어졌다. 이와 대조적으로, 영국, 오스트레일리아, 이탈리아, 독일, 인도, 일본, 프랑스, 한국에서 민간 소비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0퍼센트가 넘는다. 미국에서는 70퍼센트가 넘는다.
《이코노미스트》가 말했듯이, “GDP 대비 소비 비율의 하락은 … 국민소득 중 가계가 차지하는 몫(임금, 정부의 소득 재분배, 투자 소득의 형태로)은 급격히 줄었지만, 이윤몫과 정부 수익은 증가해 생겨난 것으로 주로 설명된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사실 “많은 나라들에서 최근 몇 년 동안 노동소득몫이 하락했지만, 중국만큼 크게 하락한 곳은 없었다.” 18
여기서도 악순환이 작동한다. 노동자 소득몫이 줄어들수록 중국 경제의 수출 지향성을 더 강화시키는 경제 요인이 더 많아지고, 노동자들의 생활수준을 억누르는 새로운 정책 도입이 더 촉진된다. 확신컨대, 중국의 성장과 산업 전환은 막대한 부를 창출했다. 그러나 불평등이 급속히 커지고 새로운 계급 관계가 형성(또는 고착)됐다. 동아시아 개발도상국 22곳에 대한 아시아개발은행ADB의 연구는 중국이 동아시아에서 네팔에 이어 두 번째로 불평등이 심각한 나라가 됐다고 결론지었다. 대략 10년(1990년대 초에서 2000년대 초까지) 동안 중국이 동아시아 지역에서 불평등이 두 번째로 높이 증가했다(또다시 네팔에 이어)는 점을 고려하면 놀랄 일은 아니다. 아시아개발은행의 연구 결과들은 중요하지만 중국의 시장 개혁 프로그램이 동반하고 부추긴 부의 실질적 집중을 제대로 보여 주지는 않는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Boston Consulting Group에 따르면, 2005년 중국의 백만장자(미국 달러 기준) 가구 수는 25만(거주 주택 가치 제외)으로, 세계 6위였다. 이 집단은 중국 전체 가구의 0.4퍼센트밖에 안 되지만 나라의 전체 부의 70퍼센트를 소유했다.
중국 부유층 연간 목록을 보면, 억만장자(미국 달러 기준)의 수가 1999년 1명에서 2007년 1백6명으로 증가했다.(미국을 제외하고 가장 많다.) 21 중국의 벼락부자들은 돈을 물 쓰듯 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세계 최대 사치품 제조업체 루이비통모에에네시LVMH는 연간 매출이 50퍼센트씩 증가하는 중국에 1년에 매장 두세 곳을 개장할 계획이다. 세계 2대 사치품 제조업체 리치몬드는 카르띠에 보석과 피아제 시계 판매가 증가하면서 5년 안에 중국 내 판매량이 4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22
23 특히 공산당 지도부가 걱정하는 것은 외국인 소유 수출 공장들에서 효과적이고 전투적인 파업이 점점 더 많이 일어난다는 점이다.(중국에서 파업은 불법인데도 말이다.)
중국 공산당이 소득(과 소비) 불평등의 증가가 열악해지는 고용, 건강, 주거, 환경, 퇴직 조건에 대해 커지고 있는 대중적 분노에 기름을 끼얹고 있음을 걱정하게 됐다는 명백한 증거가 있다. 또한 그럴 만도 하다. 대규모 “공공질서 파괴” 행위가 2003년 5만 8천 건, 2004년 7만 4천 건, 2005년 8만 7천 건으로 증가했고, 2006년에는 9만 4천 건으로 추정된다.24 유럽과 미국 상무부는 이에 격렬히 반대했고, 법안 단계에 크게 개입해서 법의 적용 범위를 축소시키는 데 성공했다.
억압이 저항 물결의 상승을 차단하지 못하게 되면서 공산당은 많은 개혁 조처를 시행하기 시작했다. 이 조처들은 중국 성장 전략이 낳은 최악의 것들을 개선할 목적으로 고안됐다. 그러나 그 전략의 지향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은 아니었다. 예를 들어 중앙정부는 2008년 1월 1일부터 시행될 새로운 노동계약법을 승인했다.승인된 법은 무엇보다, 모든 고용주들이 노동자들에게 고용, 연금, 보험 급여 조건을 명시한 성문 계약서(다수 노동자가 없거나 본 적도 없는)를 제공하도록 규정한다. 또한, 새 법은 기업이 특근과 주말 작업 수당을 지급하도록 규정한다.
25 많은 기업들이 법망을 피해갔는데, 바로 “정규직” 고용을 줄이고(어떤 기업들은 이 법이 시행되기 전에 그렇게 했다), 파견업체가 제공하는 노동자에 의존하거나 하청 계약을 늘려서 그랬다.
새 법이 조정 사건(대부분 임금 체불과 특근 수당 체불과 관련 있다)은 급격히 증대시켰지만, 고용 조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다(심지어 고용 조건을 다루려 했던 지역에서조차).어떤 기업들은 이제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계약대로 지급하고 휴가를 보장하고 특근 기준을 준수하지만 노동자 기숙사 사용료나 급식비를 올려 노동자들이 얻는 것을 깎아 먹었다. 일부 외국인 기업들은 노동자들이 너무 세게 요구하면 생산을 중국 내 다른 곳이나 아예 중국 바깥으로 옮기겠다고 협박한다.
게다가 다층적인 공식 분규 해결 절차는 여전히 느리고 비용도 많이 들어, 법을 지키려 하지 않는 기업들이 새 법이 규정한 높은 기준을 맞추도록 강제하기는 어렵다. 마지막으로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는, 새 법은 여전히 지방정부와 고용주들이 도시 출생 노동자와 이주노동자를 차별할 수 있게 허용한다. 이주노동자들은 계속해서 실업이나 고용에 근거한 사회보장 혜택을 받지 못한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의 다수가 중국의 현재 성장 전략을 근본적으로 바꾸기를 꺼리는(이 전략이 대중에게 악영향을 미치는데도) 주요 이유는 그들이 이 전략에서 가장 혜택을 보는 자들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개혁 과정을 좌우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에 그들은 국가 자산을 사사로운 이득을 위해 이용할 수 있고, 가족이나 친구들을 국가기구나 민간 부문의 돈 되는 자리에 앉힐 수 있고,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자본가계급이 공산당의 선의에 계속 의존하게끔 만들 수 있다.
이런 상황은 다시 “중국 특색의” 자본주의 정치경제의 전진에 함께 애쓰는 정당-국가-자본가 엘리트의 융합으로 귀결된다.
이런 사태 전개가 낳을 결과는 쉽게 알 수 있다. 지도적인 당 관료들의 많은 자식들(“태자당”으로 알려진)이 “중국에서 가장 전략적이고 이윤이 많이 나는 산업, 즉 은행, 운송, 발전, 천연자원, 언론, 군수 산업”의 요직에 임명됐다.
“경영진이 되면 정부 통제 은행에서 대출을 받고, 외국인 파트너를 구하고, 자기 기업을 홍콩이나 뉴욕의 주식시장에 상장해 더 많은 자본을 모은다. 이런 과정의 모든 단계에서 태자당은 부유해진다. 그 기업의 주요 주주로서뿐 아니라 외국 기업에 계약을 제공해 얻는 사례금을 받아 부자가 된다.” 놀랍지 않게도 중국의 최고 부자 2만 명 중에서 90퍼센트 이상이 “정부나 중국 공산당의 고위 관료와 연줄이 있다”고 보도된다. 26
중국의 엘리트들은 중국의 생산이 낳는 과실을 국제 자본과 공유하려 해 왔다. 국제 자본이 중국에서 그 지위가 강해지면서 분배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점점 고조되는데도 말이다. 왜냐하면 국제 자본의 참여가 중국의 새로운 정치경제를 수립하고 계속 발전시키는 데서 결정적으로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의 엘리트들은 자신들이 제1의 수혜자가 되기를 결심한 듯하다.
” 27
그래서 “중국 공산당은 해외 자본이 참여할 수 있는 사업의 수를 전례 없이 많이 개방하는 동시에 … 당국은 … 경제의 다른 측면에 대한 통제를 강화했다. 그 결과 수많은 [중소 규모의] 사기업이 위축까지는 아니어도 큰 타격을 입었다. 이 기업들은, 당-국가 기구나 고위 관료, 그리고 그들의 자식들이 통제하는 강력한 독과점 기업들에 밀려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위험에 처해 있다.요컨대, 중국의 경제 전략을 조종하는 자들은 축적 과정을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맞추기 위해 개혁을 이용하는 데 크게 성공한 듯하다. 그리고 이런 과정의 저변에 있는 자본주의적 성격과 일맥상통하게도, 그들의 소득은 대다수 중국 노동 대중의 엄청난 희생에서 생겨난 것이다.
그 결과 중국 지배자들은 이제 파업과 시위의 폭발에 대처해야 한다. 이런 행동이 중국의 성장 전략을 떠받들고 있는 가장 중요한 두 축인 미래의 해외투자와 수출품 생산을 위협하게 될지 아닐지 두고 볼 일이다. 어떤 일이 일어나든, 중국의 개혁 경험을 찬양·고무할 만한 진보적인 토대를 발견하기는 어렵다.
시장 개혁과 초국적 축적
많은 좌파가 중국 성장의 규모와 패턴, 그리고 중국 공산당 지도부의 (스스로 밝힌) 사회주의(또는 반제국주의) 지향 덕분에 중국이 새롭고 더 진보적인 국제 경제 질서를 구축할 수 있으리라고 여긴다.
이런 생각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강화되는 경향이 있다. 중국은 수십 년 동안 높은 성장률을 유지했다.(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런 성장이 매우 수입 의존적이므로, 중국의 성장은 수출 생산과 중국의 무역 상대국들(특히 동아시아뿐 아니라 라틴 아메리카와 아프리카도)의 경제성장을 뒷받침한다.
더욱이 중국은 수출에서 성공해 막대한 외환보유고를 쌓을 수 있었고, 중국 정부는 이를 이용하여 라틴 아메리카와 아프리카 무역 상대국들이 현대화(인프라)에 필요한 자금 마련을 점점 더 많이 돕고 있다.
중국을 세계적 변화의 강력하고 긍정적인 행위자로 보는 이런 시각은 매력적이긴 하지만 틀렸다. 대체로는, 중국의 축적 동역학을 이해하는 데서 국민국가라는 렌즈를 사용한 결과다. 현실은 중국의 경제 변화가 진공에서 생겨난 것도 아니고 중국의 주도력에 의해서만 발생한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중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경제는 더 넓은 초국적 자본주의 동역학에, 특히 초국적 기업들이 조직한 초국적 생산 네트워크의 형성과 강화에 연결돼 있고, 그것으로 말미암아 집단적으로 재형성돼 있다. 그 결과 중국 자체의 축적 동역학은 투자와 무역에서의 지배적인 양상에 묶이게 됐고, 그래서 그것에 맞서 대안을 제공하기보다는 그것을 더 강화하게 된다.
28 더욱이, 이 활동[수출]에서 점점 더 많은 부분은 이제 초국적 기업이 통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초국적 기업은 말레이시아 제조업 수출품의 73퍼센트와 싱가포르 제조업 수출품의 86퍼센트를 차지한다. 29
가장 직접적으로, 초국적 생산 네트워크가 확장되면서 동아시아 경제 전체의 무역 의존도가 크게 증가했다. 이 추세를 보여 주는 한 가지 지표가 있다. 동아시아 지역의 GDP 대비 수출 비율이 1980년 24퍼센트에서 2005년 55퍼센트로 증가했다. 비교하자면 2005년 세계 평균은 단지 28.5퍼센트였다.더 중요하게는, 이런 네트워크가 작동한 결과로서 이제 동아시아의 제조업 무역에서 부품·소재 부문이 차지하는 몫이 증가했다. 이것은 동남아시아에서 주도적인 나라들(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타이, 베트남)의 무역 구성의 변화에서 잘 드러난다.
30 총수입 중에서 부품·소재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32.6퍼센트에서 48.5퍼센트로 크게 증가했다. 타이완과 한국에서도 비슷한 추세가 나타난다. 예를 들어, 타이완에서 부품·소재 부문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1.2퍼센트에서 43.5퍼센트로 증가했다.
이 나라들의 제조업 제품 총수출 중에서 부품·소재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2~93년 27.5퍼센트에서 2004~05년 40.3퍼센트로 증가했다.게다가 동아시아 나라들이 교역하는 부품·소재들은 거의 모두 세 가지 산업에 속했다.(국가별 중요성 순서도 비슷하다.) 전자 기계류, 사무용 기계류 및 자동 데이터 처리, 그리고 통신 및 음향 기록. 더욱이 이런 부품·소재들은 점점 더 동아시아 개발도상국 사이에서 거래되고 있다. 부품·소재 무역에서 역내 거래가 차지하는 몫은 1992~93년 37.8퍼센트에서 2004~05년 55.6퍼센트로 증대했다.
요컨대, 동아시아 수출품 생산(그 자체로 국민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몫이 증가하고 있다)은 초국적 기업이 통제하는 생산 네트워크의 요구에 대응해 부품·소재 부문으로, 그리고 선별된 몇몇 산업의 선별된 몇몇 공정으로 그 범위가 점점 더 좁아지고 있다.
” 31
중국은 동아시아의 지역적 구조조정 과정에 빨려 들어갔을 뿐 아니라, 그 구조조정 과정의 중심이 됐다. 아시아개발은행이 지적하길, “역내 교역의 중요성 증가는 주로 부품·소재 무역에서 비롯했고, 중화인민공화국이 아시아 생산 네트워크에서 최종 생산물 조립 허브로 기능하는 데서 비롯했다.이처럼 다국적으로 짜여진 지역 생산 체제에서 최종 생산 기지 기능을 하는 중국의 독특한 지위는 중국이 역내 부품·소재 분야에서 무역 적자를 보는 유일한 나라라는 사실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이런 구조조정의 결과, 동아시아의 전반적 수출 활동은 미국·유럽연합에서 동아시아, 특히 중국으로 이동했다. 다른 한편 중국 수출의 강조점은 동아시아에서 미국·유럽연합으로 이동했다.
32 사실 중국은 이제 동아시아 지역에서 절대적·상대적 규모에서 미국과 유럽연합에 대한 최대 수출국이다. 그래서 중국이 미국·유럽연합과 무역에서 보는 무역 흑자의 이면에는 동아시아 나라들과 무역에서 보는 무역 적자가 있다.
1992~93년에서 2004~05년 사이에 중국의 최종 생산물 수출이 동아시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9.5퍼센트에서 26.5퍼센트로 줄었지만, OECD(일본과 한국을 제외하고)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9.3퍼센트에서 50.1퍼센트로 증가했다.이런 지역적 구조조정의 결과, 중국은 거의 모든 동아시아 나라들한테는 첫 번째 또는 두 번째로 중요한 수출 시장이 됐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이런 사태 전개는 중국의 수입 의존적인 생산 덕분에 동아시아 나라들(과 중국에 수출하는 라틴 아메리카와 아프리카 나라들)이 미국 지배의 국제 경제 질서와 “비동조화”할 수 있게 된다는 생각을 고무한다.
그러나 이런 무역 활동이 주로 중국 기반 생산에서 끝을 맺는 부품·소재 제품의 역내 무역과 관련돼 있고 최종 판매처가 대개 미국과 유럽연합이므로, 선진 자본주의 시장에 대한 동아시아의 전반적인 의존은 약해지기보다는 오히려 더 강해졌다. 아시아개발은행이 인용한 다양한 추정치를 보면, 아시아 수출품이 아시아 내에서 소비되는 비율은 높아야 22퍼센트고 낮으면 겨우 11퍼센트밖에 안 되는 듯하다.이 지역의 전망을 보면 중국의 성장 동역학에 문제(중국 국내외 노동자들에게)가 있음을 더 분명히 알 수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문제는 중국의 지속적 성장(과 그 지역의 생산)이 미국한테 더 큰 무역 적자를 감당할 능력이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미국 경제가 그토록 크고 계속 커지는 무역 적자를 계속 견뎌 낼 수 있을지 불확실하므로 중국(과 더 넓게는 중국에 부품과 소재를 공급하는 동아시아 나라들)이 성장률을 낮추고 더 나아가 다수 중국인의 고용과 생활 조건을 악화시킬 고통스런 조정 과정을 피할 수 있으리라고 보기는 힘들다.
국제적 무역 불균형이 유지될 수 있다 할지라도 중국의 성장 동역학은 여전히 문제다. 예를 들어, 많은 나라들이 얽힌 생산 사슬에서 최종 생산물 조립 중심지 구실을 하는 지위로 말미암아 중국의 기술 향상 노력은 크게 약해질 것이다.
” 34
2001년 WTO에 가입한 뒤 5년 동안 중국의 상황을 살펴보면서 중국인 경제학자 한더치앙Han Deqiang은 자신이 주장했던 것을 다시 떠올렸다. “[회원 가입으로 말미암아] 자국의 산업과 기술 발전에 대한 자율적 통제력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나는 지난 5년 동안 이 주장이 입증되고도 남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본다. 중국에서 자체 기술이나 시장을 개발하고자 한 산업은 모두 거대한 장벽에 부딪혔다.더 큰 문제는 다음과 같다. 초국적 가치 사슬 내 지위를 향상시키려 하는 다른 나라와 경쟁하는 처지에서 중국은 지역 내 주요국 지위를 유지하려면 임금은 낮고 생산성은 높게 유지해야 한다. 중국의 성공이 낳은 한 가지 결과는 동아시아 전역(과 다른 곳)에 있던 초국적 기업들이 중국으로 생산을 옮겨 더 수익성 좋은 중국 생산 조건의 이점을 누렸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은 동아시아 지역 전체의 투자율과 성장률 하락, 새로운 노동 정책 시행으로 말미암은 노동 보호 약화로 이어졌다. 그 결과 동아시아 전역(과 다른 곳)의 노동자들은 중국이 달성한 노동 착취 수준에 도달하기 위한 경쟁으로 내몰렸다. 라틴 아메리카와 아프리카에 있는 중국의 주요 무역 상대국의 문제는 조금 다르지만 여전히 심각하다. 이 나라들은 중국에 제조업 부품이나 소재가 아니라 1차 상품을 공급한다. 그리고 이런 1차 상품에 대한 중국의 거대하고도 계속 증가하는 필요는 확실히 라틴 아메리카와 아프리카 나라들의 외화 벌이와 성장을 촉진했다. 그러나 이런 성과는 장기적으로 막대한 비용을 발생시킨다. 중국과 무역 협정을 맺으면, 때로는 중국한테 금융 지원과 해외투자를 받지만, 1차 상품 부문의 산업 지배력을 더 강화해 기존의 구조적 불균형을 더 강화한다.
37 물론, 마지막으로 중국의 성장이 흔들리면 라틴 아메리카와 아프리카의 대중국 무역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동시에 제조업을 육성(하고 수출을 다변화)하려는 라틴 아메리카와 아프리카의 노력은 중국 자체의 수출 공세로 약화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라틴 아메리카의 첨단 기술 수출품의 95퍼센트 가까이가 중국 기반 수출업체와 경쟁한다. 이처럼 중국의 견제를 받는 첨단 기술 수출품은 라틴 아메리카 전체 수출품의 12퍼센트를 차지한다.요약하면, 중국의 개혁 전략을 추동한 시장 논리로 말미암아 중국 경제의 동역학은 더 넓은 초국적 구조조정 과정에 얽히게 되고, 중국에서 자본주의적 강박이 판치는 것을 강화할 개혁을 가속하는 경제 변화가 추진됐다.
그 결과, 중국의 개혁 전략은, 노동 대중을 위한 새로운 가능성을 열기보다는, 실제로는 초국적 축적 과정을 강화했다. 그리고 이는 심각한 국내외 불균형과 긴장을 조성했고, 이를 교정하려면 결국 엄청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것이다.
결론
지금까지의 중국 경험 평가에서 몇 가지 결론이 제기된다. 첫째, 중국의 시장 개혁 과정은 새로운 형태의 (시장) 사회주의가 아니라 자본주의(“중국 특색이 있다” 하더라도)의 복원으로 이어졌다. 구체적으로 보면, 중국의 성장 과정은 사회주의, 전면적인 인간 발전 촉진, 연대적 관계, 공동체의 필요를 위한 협력적 계획과 생산, 생산적 자산의 집단적 또는 사회적 소유라는 목표에 적대적인 새로운 정치경제에 길을 터줬다.
그래서 중국의 경험은 분명하게 경고를 준다. 사회주의는 시장을 이용하거나 전 세계 자본주의 축적 동역학과 통합해서는 건설될 수 없다는 경고 말이다. 사실 중국 경험의 성격에 대한 좌파의 혼동을 보면, 사회주의가 무엇인지, 그리고 사회주의 건설로 나아가는 진보를 평가하는 적절한 기준이 무엇인지 명료함이 없는 듯하다.
둘째, 중국의 경제적 경험은 현대 자본주의에 관한 많은 것을 보여 준다. 중국은 개발도상국의 본보기로 여겨진다. 중국은 지속적이고 급속한 성장률을 달성했고, 생산자본을 엄청나게 끌어들였고, 지금은 매우 복잡한 제조업 제품을 수출한다. 그러나 이런 성과에서 중국 노동자 다수가 실질적으로 얻은 것은 별로 없다.
사실 중국의 노동자들은 점점 더 라틴 아메리카와 아프리카, 즉 대부분의 나라들이 발전에 실패했다고 여겨지는 지역의 노동자들과 비슷한 노동조건에서 일하고 있다. 그러므로 라틴 아메리카, 아프리카, 그 밖의 다른 지역의 노동 문제를 해결할 방안은 “성공적인” 자본주의 발전을 이루려고 고안된 정책들, 특히 중국의 경험을 모방해 고안된 정책들이 아닌 듯하다.
셋째, 중국의 성장 궤도는 초국적 자본주의 동역학이 만들어 놓은 기존 축적 과정에 얽히고 의존하게 됐다. 그러므로 급진적인 새로운 경제 체제를 창조하자는 주장에서 중국은 기대를 걸 만한 대상이 못 된다.
중국과의 무역을 회피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또한 중국 엘리트와 서방(특히 미국) 엘리트들이 모든 지정학적 문제들에서 의견이 일치한다는 말도 아니다. 자본가들의 경쟁은 현실이고, 그래서 이 엘리트들 사이의 차이로 말미암아 제3세계, 특히 미국의 위협을 받는 나라들에게 유용한 공간이 열릴 수 있고 흔히 그랬다.
동시에 중국 엘리트들의 이해관계는 구조적으로 자본주의적 강박에 의해 형성됐기 때문에 중국의 지배자들이 채택할 만한 변화의 유형에는 한계가 있다. 앞에서 설명한 초국적 동역학이 창조한 불균형과 긴장이 낳을 결과들을 보면, 중국 지배자들로서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중국의 경험에 대한 이런 비판적 관점을, 중국을 대부분의 경제 문제를 야기하는 1차 요인으로 보는 분석가들(그중 다수는 미국에서 글을 쓰고 그중 일부는 미국 노동운동과 가깝다)에 대한 지지로 봐서는 안 된다. 그런 분석가들은 흔히 반복해서 중국 정부가 자본가들의 경쟁이라는 “자유 시장” 법칙을 “수용”한다면, 세계경제 안에서 모두가(그리고 더 나아가 노동 대중도) 더 잘 살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은 중국의 노동자들이 중국의 “불공정한” 국가 개입으로 실질적으로 혜택을 향유하고 있고, 그들의 고용과 소득은 다른 나라, 특히 선진 자본주의 나라들(중국 수출품의 주요 시장인)의 노동자들을 희생시킨 대가라는 가정을 깔고 있다.
비극적이게도 이런 주장은 중국 바깥의 노동자들로 하여금 그들의 적은 자본주의 체제가 아니라 중국이라고 잘못 여기게끔 한다. 그러나 자본주의 체제가 다른 나라들과 중국의 경제 관계를 형성했고 다른 나라 노동자들을 중국 노동자들에 맞선 파괴적 경쟁으로 내몰았다. 사실 앞에서 봤듯이, 중국의 성장은 점점 더 초국적 기업들의 수출 활동에 의존하고 있고, 그 초국적 기업의 다수는 선진 자본주의 나라 출신 기업이다.
게다가 중국의 빠른 성장에도 불구하고, 또는 사실은 그 때문에 중국 노동자들은 다른 나라 노동자들과 마찬가지로 어려운 시절을 보내고 있다. 괜찮은 일자리는 희박하고, 사회 서비스는 사라지고, 불평등은 커지고 경쟁 압력은 더 커다란 희생을 요구한다.
38 이 점과 관련하여, 농민과 노동자 참가자들은 마오쩌둥 시절이 사회적, 경제적으로 재앙적이었다는 지배 엘리트들의 잘못된 주장을 논박하는 데 집중하는 듯하다. 그들 자신의 경험을 끄집어내 그 시절에 이룩한 성과들, 특히 고용, 사회적 안정, 명확한 국가적 목적 의식 등을 보여 줌으로써 말이다.
앞에서 지적했듯이, 중국의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개적이고 직접적으로 자국의 성장 전략에 도전하고 있다. 훨씬 더 중요한 점은, 이런 도전이 마오쩌둥 시절의 경험과 사회주의의 성격과 중요성에 대한 정치적 토론과 논쟁(대부분 인터넷 채팅방과 게시판에서 일어난다)을 촉발시키고 있다는 것이다.이런 정치적 부활 과정은 매우 힘든 조건에서 일어나고 있는데, 풀뿌리 조직과 활동에 대한 공산당의 지속적인 억압 때문이다. 또 다른 도전들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일자리와 사회 서비스에 대한 접근을 둘러싼 도시 태생 국가 부문 노동자와 이주노동자 사이의 긴장. 사회주의를 건설하겠다고 주장하는 중국 공산당이 야기시킨 혼란. 그리고 당 정책에 맞선 가장 강력한 저항이, 계속해서 마오주의를 무비판적으로 찬양하는 사람들에게서 나온다는 점(농민과 노동자들이 스스로 조직하고 정치적·경제적 의사결정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것에 마오쩌둥이 반대했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현재로서는 한계가 있지만 이런 투쟁과 토론과 논쟁은 전도유망한 사태 전개다. 즉, 사회주의에 대한 우리 자신의 이해와 운동 건설 경험을 중국 참여자들과 함께 공유하는 방법을 찾는 과정에서 우리는 그 과정에 기여하면서도 우리 자신이 배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중국 개혁의 성격을 더 잘 이해하려는 노력은 훨씬 더 중요해진다.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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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Martin Hart-Landsberg, ‘The Realities of China Today’, Against the Current 137(November-December 2008)
↩
- * 대다수 좌파는 이제 중국의 시장 개혁 전략에 비판적이 됐지만 꽤나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중국을 옹호한다. 사람들은 신자유주의에 맞선 실행 가능한 대안이 있음을 믿고 싶어하고, 중국의 사회적 전환에 진보적 성격이 있다는 생각은 의심할 여지 없이 미국 정부가 중국을 계속 악마화하는 것에 의해 강화된다. [미국 정부의 중국 악마화는 다음과 같다. — 옮긴이]중국은 쿠바와 베네수엘라에 차관을 제공하고 투자를 하며 그 나라들과 교역을 한다. 중국 공산당이 여전히 중국을 지배하고 있고 중국 공산당은 사회주의를 위해 헌신하고 있음을 공공연히 선언한다. 더 구체적으로 말해, 나는 국제 학술대회와 회합 들에 참석한 적이 있는데, 거기서 쿠바와 베네수엘라 경제학자들은 중국의 시장 개혁 전략을 지지하고 자기 나라에도 비슷한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성장 과정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계속해서 여러 좌파 인터넷 토론방에 자신들의 견해를 주장하기도 한다. 《비판적 아시아 연구Critical Asian Studies》는 어려움 없이 한 원탁회의를 조직했다. 그 회의에서 이 잡지의 몇몇 편집자들은 중국의 시장 개혁 경험에 대한 폴 버킷Paul Burkett과 나의 비판에 이견을 제시했다. 버킷과 나의 견해는 우리의 공저작 China and Socialism, Market Reform and Class Struggle(New York: Monthly Review Press, 2005)[국역: 《중국과 사회주의》, 한울아카데미, 2005]에 담겨 있다. 그들의 비판과 우리의 대응은 이 잡지에 실렸다(Critical Asian Studies, September 2005 and December 2005). 게다가 조반니 아리기Giovanni Arrighi, 데이비드 슈바이카르트David Schweickart, 이매뉴얼 월러스틴Immenuel Wallerstein같은 유명한 학자들은 논문과 책을 계속 출판해 중국의 부상을 비자본주의/사회주의의 힘이라고 치켜세운다. 이런 저작의 최근 사례로는 Giovanni Arrighi, Adam Smith in Beijing: Lineages of the Twenty-First Century, London: Verso, 2007[국역: 《베이징의 애덤 스미스: 21세기의 계보》, 길, 2009]을 보시오. ↩
- 개혁 과정을 둘러싼 논의는 Martin Hart-Landsberg and Paul Burkett, China and Socialism, Market Reforms and Class Struggle (New York: Monthly Review Press, 2005)[국역: 《중국과 사회주의》, 마틴 하트-랜즈버그·폴 버킷 지음, 한울아카데미, 2005] 특히 Chapter 2를 보시오. ↩
- OECD, OECD Economic Surveys: China, OECD Economic Surveys, 2005, 29. ↩
- 이 문단과 다음 문단의 데이터는 같은 책 133에서 인용했다. ↩
- 같은 책 82. ↩
- Willy Lam, “China’s Elite Economic Double Standard,” Asia Times Online, 17 August 2007. ↩
- UNCTAD, World Investment Report 2002: Transnational Corporations and Export Competitiveness, New York: United Nations, 2002, 17. ↩
- Eva Cheng, “China: Foreign Capital Controls Three-quarters of Industry,” Green Left Weekly, 18 May 2007. ↩
- John Whalley and Xian Xin, “China’s FDI and non-FDI Economies and the Sustainability of Future High Chinese Growth,” 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 Working Paper Series, Number 12249, 2006; Tom Miller, “Manufacturing That Doesn’t Compute,” Asia Times Online, 22 November 2006. ↩
- Enrique Dussel Peters, Economic Opportunities and Challenges Posed by China for Mexico and Central America, Bonn, Germany: German Development Institute, 2005, 102. ↩
- Ajit K. Ghose, “Employment in China,” International Labor Organization, Employment Analysis Unit, Employment Strategy Papers, 2005. ↩
- China Labor Bulletin, “Subsistence Living for Millions of Former State Workers,” 7 September 2005. ↩
- John S. McClenahen, “Outsourcing,” IndustryWeek.com, 1 July 2006. ↩
- Craig Simons, “New Labor Movement Afoot in China,” Statesmen, 4 February 2007. ↩
- China Labor Bulletin, “Migrant Workers in China,” June 2008. ↩
- 같은 글. 2005년에 중앙정부는 지방정부에 농촌과 도시 호구의 차별을 없애는 것을 포함한 호구제도의 개혁 권한을 줬다. 그러나 대다수 지방정부는 어떤 변화도 추구하지 않았다. 지방 관료들은 대부분 지방 기업의 이해관계와 밀접히 연관돼 있어서 기업(또는 자기 자신의 개인적)의 수익성을 위험에 빠뜨리고 싶어하지 않았다. ↩
- The Economist, “A Workers’ Manifesto for China,” 11 October 2007. ↩
- 같은 글. ↩
- Asian Development Bank, Inequality in Asia, Key Indicators 2007, Special Chapter Highlights, Manila: Asian Development Bank, 2007, 3, 6. ↩
- Wu Zhong, “China’s ‘Most Wanted’ Millionaires,” Asia Times Online, 19 September 2007. ↩
- Robin Kwong, “China’s Billionaires Begin to Add Up,” Financial Times, 22 October 2007. ↩
- Samuel Shen, “For China, A Full Embrace of Luxury, High-end Retailers Take Aim at Mainland’s Monied Class,” International Herald Tribune, 16 October 2006. ↩
- Bruce Einhorn, “In China, A Winter of Discontent,” Business Week, 30 January 2008. ↩
- Ariana Eunjung Cha, “New Law Gives Chinese Workers Power, Gives Businesses Nightmares,” Washington Post, 14 April 2008. ↩
- International Trade Union Confederation, “China: Some Steps Forward, but Trade-Related Worker Exploitation Persists,” 21 May 2008; Kinglun Ngok, “The Changes of Chinese Labor Policy and Labor Legislation in the Context of Market Transition,” International Labor and Working Class History, Spring 2008. ↩
- Peter Kwong, “The Chinese Face of Neoliberalism,” Counterpunch, 7/8, October 2006. ↩
- Lam, “China’s Elite Economic Double Standard.” ↩
- Asian Development Outlook 2007: Growth Amid Change, Hong Kong: Asian Development Bank, 2007, 68. ↩
- Asian Development Bank, Asian Development Outlook 2006, Hong Kong: Asian Development Bank, 2006, 273. ↩
- 이 문단과 다음 문단의 데이터는 다음의 자료에서 인용했다. Prema-chandra Athukorala and Nobuaki Yamashita, “Production Fragmentation in Manufacturing Trade: The Role of East Asia in Global Production Networks,” in Filippo di Mauro, Warwick McKibbin and Stephane Dees (eds.), Globalization, Regionalization and Economic Interdependence,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근간. ↩
- Asian Development Bank, Asian Development Outlook 2008, Workers in Asia, Hong Kong: Asian Development Bank, 2008, 22. ↩
- Prema-chandra Athukorala, “The Rise of China and East Asian Export Performance: Is the Crowding-out Fear Warranted?” Australian National University, Division of Economics, Working Paper No. 2007/10, September 2007. ↩
- Asian Development Bank, Asian Development Outlook 2007, 70. ↩
- Stephen Philion, “The Social Costs of Neoliberalism in China, Interview With Economist Han Deqiang,” Dollars & Sense, July/August 2007. 개혁이 중국의 기술력에 미친 부정적 결과에 대한 더 자세한 논의는 Martin Hart-Landsberg, “The Chinese Market Reform Experience, A Critical Assessment,” 근간을 보시오. ↩
- Asian Development Bank, Asian Development Outlook 2007, 32-3; Martin Hart-Landsberg and Paul Burkett, “China, Capital Accumulation, and Labor,” Monthly Review, May 2007. ↩
- He Li, “Red Star Over Latin America,” NACLA, September-October 2007; Eva Cheng, “Is China Africa’s New Imperialist Power?” Green Left Weekly, 2 March 2007. ↩
- Kevin P. Gallagher and Roberto Porzecanski, “Climbing up the Technology Ladder? High-technology Exports in China and Latin America,” Center for Latin American Studies, 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 Working Paper 20, 2008, 14. ↩
- 이런 사태 전개에 대한 논의로는 Mobo Gao, The Battle for China’s Past: Mao and the Cultural Revolution. Ann Arbor, MI: Pluto Press, 2008을 보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