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1:민주주의의 성격을 묻는다
국유화, 노동자 통제, 노동자 관리 *
우리 강령(‘우리의 입장’)에 ‘노동자 통제로 무상 국유화’라는 항목이 있다.
특정 상황에서 이 요구는 중요한 선동적 요구일 수도 있고 선전적 요구일 수도 있다. 예컨대 기업이 줄줄이 도산하는 상황에서는 선동적 요구일 수 있고, 노동당이 (조선, 항공 등에 대해) 제안하는 국유화 비슷한 조처에 관해 논의할 때는 선전적 요구일 수 있다.
두 경우 모두 국유화를 무상으로 하라는 요구는 각별한 의미가 있다. 국유화 대가로 보상을 지급하는 것은 이미 파산했거나 국가 보조금으로 연명하던 기업주들에게 공짜 선물을 주는 것이라는 사실을 강조해야 한다. 이런 주장은 다른 모든 생산수단에 대해서도 그 소유권을 인정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으로 일반화될 수 있다.(부를 생산하는 것은 결국 노동자이기 때문이다.)
국유화는 국가자본주의적 조처지 사회주의적 조처가 아니다. 국유화의 주체가 자본주의 국가인 한 이 말은 언제나 진실일 것이다. (석탄, 철도 등) 많은 사례에서 국유화는 자본가계급 전체의 경제적 이익을 위한 것이다. 그러나 경제적 이해관계와 정치적 이해관계 사이에서 갈등이 흔하게 일어난다.(특정 자본가들의 부문적 이해관계에서 비롯한 갈등은 말할 것도 없다.) 오늘날 사실상 모든 자본가계급이 국유화 조처에 반대한다. 왜냐하면 특히 파산 위기에 직면한 기업의 노동자들이 국유화 조처를 보며 더 많은 것을 요구할 자신감을 얻어 구조조정과 정리해고 시도가 방해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국유화 조처를 무조건, 그러나 비판적으로(무상으로 해야 하고 노동자 통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지지한다. 즉, 우리의 요구가 완전히 관철되지 않더라도 지지를 철회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동시에 우리는 국유 산업 일부를 분리 매각하거나 민영화하려는 모든 정책을 반대한다.
노동자 통제를 위한 투쟁은 매우 중요하지만 노동자 통제를 노동자 자주 관리와 헷갈려서는 안 된다. 노동자 통제는 자본주의적(또는 국가자본주의적) 경영의 존재를 함의한다. 노동자 통제는 자본주의적 경영권을 제어하는 것으로 노동자 국가가 수립되기 전에도 여러 상황 속에서 쟁취할 수 있다. 노동자 통제를 위한 투쟁은 경영권을 침해하는 투쟁이다. 가까운 미래에 이런 [요구를 내건] 투쟁은 경영진의 정리해고 권한을 분쇄할 때 중요해질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이런 투쟁은 민간기업뿐 아니라 국유기업에서도 제기될 수 있다. 다만, 민간기업과 달리 국유기업은 파산하지 않을 뿐이다.
노동자 자주 관리, 즉 노동자들이 기업을 공동으로 관리하는 협동조합식co-operative 생산도 자본주의에서 쟁취될 수 있다. 실제로 여러 번 그런 일이 있기도 했다. 사회주의 사회에서 노동자 자주 관리는 보편적일 것이고 전반적 경제 계획을 따를 것이다. 그러나 자본주의에서 노동자 자주 관리는 노동자들이 노동조건을 스스로 악화시키거나(자본주의 경쟁 탓에), 기업 파산으로 귀결될 뿐이다. 우리는 자본주의 하의 노동자 자주 관리를 옹호하지 않는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우리는 기업이 파산할 때는 국유화를 요구하지 협동조합식으로 운영하며 국가가 보조금을 주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우리는 이런 입장을 단호하지만 세심하게 주장해야 한다. 우리는 자주 관리 요구에는 진보적 함의가 있음을 인정하지만, 마르크스가 다음과 같이 말한 것을 지지한다.
협동조합 운동은 결코 자본주의를 변혁할 수 없다. [자본주의적] 사회적 생산을 자유롭고 협동적인 노동에 기초를 둔 하나의 거대하고 조화로운 체제로 바꾸려면 전반적 사회 변화가 필요하다. 그런 변화는 사회의 조직된 힘을 이전하지 않으면, 즉 국가 권력을 자본가와 지주에게서 생산자 자신의 수중으로 가져오지 않는 한 결코 가능하지 않다.
MARX21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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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International Socialists National Committee Policy, Nationalisation, Workers’ Control and Workers’ Management, International Socialism (1st series) 73(December 19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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