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주의·분파주의·무규율로 점철된 초창기 트로츠키주의 운동

1929년 트로츠키는 소련에서 추방당했다. 당시 그는 여전히 자신을 소련 공산당과 코민테른 내부에서 활동하는 분파의 지도자로 여겼다. 이것은 스탈린 관료 체제가 여전히 개혁될 수 있다는 트로츠키의 분석을 반영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소련 내 좌익반대파와 여타 지역 그 동조자들의 목표는 공산주의 운동을 올바른 길로 다시 되돌려 놓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분파는 조직돼야 했다. 그래서 1930년 좌익반대파의 국제 조직인 국제공산주의자동맹이 결성됐다. 트로츠키를 지지하면 즉시 공산당에서 축출당했으므로 분파 건설 시도는 결과적으로 1920년대 말 이후 독자적인 혁명 조직을 건설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국제공산주의자동맹은 국제적 조직이었지만 각국에 건설된 지부는 나라별 특징이 강했다.

트로츠키와 좌익반대파에 대한 지지는 국제적으로 매우 불균등했다. 소련 자체에서 좌익반대파는 실세 있는 조직이었다. 중국에서도 공산당의 많은 지도자들이 트로츠키를 지지했다. 이것은 스탈린의 정책이 중국에서 1925~27년 혁명기에 실패한 사실을 반영하는 것이었다. 다른 곳에서는, 특히 선진 자본주의 나라들에서 초창기 트로츠키주의 단체들은 ― 예컨대 미국 최초의 트로츠키주의 단체인 미국공산주의자동맹은 ― 소규모였다. 그리고 우연에 기초해 결성된 경우가 흔했다. 미국 트로츠키주의 단체가 출범한 계기는 1928년 제3인터내셔널 6차대회에 제임스 캐넌과 미국 공산당 및 캐나다 공산당 소속의 다른 두 지도자들이 참가한 것이었다. 거기서 우연히 그들은 트로츠키가 코민테른 지도부를 비판한 문서의 영역본을 입수했다. 그들은 그 문서가 옳다고 확신해서 좌익반대파에 가입했고 이어 공산당에서 축출당했다. 이렇듯 1930년대 초 초창기 트로츠키주의 운동은 매우 다양한 조직이었다.

1930년대 초

1930년대 초에 트로츠키주의 운동은 실질적 영향력을 발휘하는 진정한 운동으로 전환되기는 매우 어려웠다. 여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었다.

첫째, 트로츠키주의자들에게 적대적인 스탈린주의자들이 서구 노동자 운동 내에서 훨씬 더 강력했다. 흔히 그들은 트로츠키주의자들의 집회를 물리적으로 공격했다.

둘째, 탄압이었다. 소련에서 1920년대 말과 1930년대 초에 좌익반대파는 대부분 강제 노동 수용소에 갇혔다. 중국에서 트로츠키주의자들은 모두에게서 공격받았다 ― 공산당, 국민당, 일본 제국주의자들 그리고 서구 제국주의자들에게서.

셋째는 주관적 요인인데, 트로츠키주의자들이 정치적 혼동을 겪은 것이다. 1927~28년 스탈린은 소련 공산당 내 좌파와 우파 사이에서 균형을 취하던 중간적 입장을 포기하고 강제 공업화와 강제 집산화 계획에 착수했다. 당시 많은 트로츠키 지지자들도 더 빨리 공업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었으므로 그들은 스탈린의 정책을 보며 방향 감각을 잃었다. 트로츠키조차 처음에는 스탈린이 좌선회했다고 봤다. 트로츠키의 지지자 여러 명이 스탈린과 화해했고 특히 소련에서 그랬다. 머지않아 트로츠키는 스탈린의 조처가 그동안 자신이 옹호한 것과 매우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정치적 양상을 바꿀 수는 없었다.

넷째, 트로츠키주의 조직의 규모와, 객관적 상황이 그들에게 부과한 요구 사이의 엄연한 격차였다. 독일 파시즘에 대한 트로츠키의 저술들은 그의 전체 저술들 가운데 단연 최상의 것이다. 그 저술들은 파시즘의 동역학에 대한 기가 막힌 분석들과 함께 히틀러를 패퇴시킬 방법에 관한 명료한 전략을 제시했다. 하지만 그에게는 그 전략을 실행할 수단이 없었다. 독일 트로츠키주의 단체는 1933년 이전 절정기에 회원이 약 600명이었다. 그들은 대규모 노동자 정당들인 공산당과 사민당에 견주면 완전히 ‘꼬마’였다. 그래서 1930년대 내내 트로츠키는 당시의 대투쟁들을 기막힌 통찰력으로 분석했지만 _{[개입할 수단을 갇지 못한]} 관찰자로 남았다.

다섯째, 트로츠키주의 단체 자체의 성향과 구성이었다. 트로츠키주의 운동은 일부 훌륭한 노동자 지도자들과 매우 똑똑한 지식인들을 끌어들였다. 그러나 그 운동이 끌어들인 사람들 가운데 많은 수가 최악으로 제멋대로인 중간계급적 개인주의자들이었다. 1930년대 내내 트로츠키주의 단체들은 분파주의 투성이였다. 그래서 트로츠키가 운동 전술상 급격한 전환을 하려 할 때마다 그의 여러 조직들에서 분파주의적 논쟁이 일어났고 큰 어려움이 닥쳤다.

이것이 왜 그토록 문제인지는 어제 우리가 혁명 조직이 급격한 전술 변화를 할 줄 알아야 한다는 점을 토론하면서 이해했을 것이다. 전술을 변경해야 할 때마다 분파적 논쟁이라는 수렁에 빠져 꼼짝 못하게 된다면 조직의 능률은 크게 감소될 것이다.

1930년대 중엽

1933년에서 1934년에 이르는 기간은 트로츠키에게 일종의 분기점 또는 전환점이었다. 무엇보다도 나치가 독일에서 집권했다. 세계 최강의 노동자 운동이 별로 저항도 못 해보고 궤멸적인 패배를 당했다.

이로 말미암아 트로츠키의 분석에 변화가 생겼다. 독일에서 나치가 승리한 데 대해 스탈린주의자들에게 중대한 책임이 있었다. 그래서 트로츠키는 소련 관료가 개혁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새로운 혁명으로 그들을 타도해야 했다. 이와 마찬가지로, 제3인터내셔널은 재활이 불가능하고 제4인터내셔널로 교체돼야 했다.

또 다른 중요한 변화는 1934년 이후 노동자 투쟁이 부활한 것이었다. 프랑스는 1934년 이후 대중 파업과 공장 점거가 일어나면서 1936년까지 노동자 투쟁이 고양됐다. 미국도 1934년에 세 번의 중요한 대중 파업이 일어나, 파업과 점거 물결이 일기 시작했고 이를 통해 기간산업에서 노동조합이 결성됐다. 스페인은 1936년에서 1937년까지 우익 쿠데타가 노동계급의 혁명적 대응에 부딪혔다. 원리상으로 이러한 변화는 트로츠키주의자들에게 더 큰 기회를 안겨 줬다. 그래서 실제로 1934년 미국의 대중 파업 가운데 하나인 미니애폴리스 시 트럭 운전사 노동조합 팀스터스가 일련의 대규모 파업 투쟁을 벌일 때 트로츠키주의자들은 소규모 단체였는데도 지도적 구실을 했다.

이러한 상황 변화에 직면한 트로츠키는 무슨 일을 했는가? 그는 제4인터내셔널 창립을 선언하지 않고 인터내셔널의 기초를 놓기 위한 여러 전술들을 구사했다.

두 가지 예를 들겠다. 첫째, 좀 덜 중요한 사례부터 들어 보자. 1930년대의 이 국면에서 2.5인터내셔널로 알려져 있는 조직이 있었다. 이 조직은 사회민주주의 정당보다 왼쪽에 있지만 공산당과는 거리를 두고 있는 일단의 중간주의 정당들이었다. 예컨대 영국의 독립노동당_ILP와 독일의 사회주의노동자당_SAP가 그들이었다. 트로츠키는 그들 가운데 최상의 인자들을 끌어당기기를 바라면서 이 단체와 동맹을 맺으려 했다. 불행히도 이 전술은 효과가 있기는커녕 오히려 자신의 일부 지지자들을 중간주의자들 쪽으로 빼앗겼다.

둘째, 좀 더 중요한 예를 들겠다. ‘프랑스의 전환’이라는 용어는 사회민주당 입당(엔트리) 전술을 사용한 데서 비롯했다. 투쟁의 부활과 파시즘의 등장으로 정치가 양극화하자 많은 사회민주주의 정당들이 성장하고 급진화했다. 그러자 1934년 7월 트로츠키는 그의 프랑스 지지자들이 사회당에 입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중에 이 전술은 트로츠키주의 운동 일반으로 확대된다. 예컨대 미국의 트로츠키주의자들인 미국 노동자당은 미국 사회당에 입당했다.

내 보기로 트로츠키의 논거는 다음과 같았다. 트로츠키주의 단체들은 소규모이고, 중간계급적이고, 분파주의 투성이다. 그들이 사회민주주의 정당에 입당한다면 그 정당들로 결집하고 있는 노동계급 청년 가운데 일부를 끌어당길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단지 트로츠키주의 단체들이 성장할 수 있게 해줄 뿐 아니라, 이 단체들을 좀 더 건강하고 좀 더 노동계급적인 단체로 만들어 줄 것이다. 그러나 트로츠키는 이것이 단기적인 전술이지, 결코 장기적인 것이 아님을 언제나 분명히 했다.

트로츠키의 이러한 추론은 설득력이 있었다. 그러나 실천에서 그 전술은 그다지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프랑스 트로츠키주의자들은 엔트리 문제를 놓고 분열했다. 그리고 1935년 11월 트로츠키가 이제 사회당을 떠날 때가 됐다고 주장하자 그들은 다시 분열했다. 그들은 1934년 2월 150명에서 1936년 5월 615명으로 조금 성장했다. 그러나 그들은 분파주의 투성이였다.

이와 비슷하게, 미국 트로츠키주의자들도 사회당 엔트리를 통해 1936년 700명에서 1938년 1520명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여기서도 엔트리 제안은 내부 분파 논쟁을 일으켰다. 그리고 일단 사회당에 들어가자 그들은 사회당 지도부와 신랄한 투쟁을 벌이는 데 정신이 팔렸다. 사회당 지도부는 그들을 축출하려 애썼고 마침내 성공했다. 미국 트로츠키주의자들은 이러한 내부 논쟁 때문에 미국에서 1936~37년 기간산업 노조 조직화를 향한 대중적 추동력이 일어날 때 자기 단체 내부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미국 트로츠키주의자들이 사회당에서 나와 만든 사회주의노동자당_SWP도 분파주의에 시달렸는데, 프랑스 조직만큼 악성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심각했다. 사회당에서 나온 뒤 거의 즉시 1939~40년에 사회주의노동자당은 격렬한 분파 투쟁에 휘말렸다. 이 분파 투쟁은 소련 문제를 둘러싼 것이었다. 사회주의노동자당의 가장 중요한 지도자 가운데 한 명인 막스 샤트만은 소련이 노동자 국가가 아니라 새로운 종류의 계급 사회인 ‘관료집산제’라고 주장했다. 그래서 미국 사회주의노동자당는 1940년 분열해, 샤트만과 그의 지지자들이 탈당했다.

1930년대 말

이 모든 실패와 실망에도 불구하고 트로츠키는 끈질기게 버텼다. 1938년 9월 제4인터내셔널이 창당 대회를 열었다. 그리고 트로츠키는 말년에 매우 낙관적이었다. 1938년 10월 그는 다음 10년 사이에 제4인터내셔널의 강령이 무수히 많은 대중의 길라잡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로츠키가 낙관적이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첫째, 그는 자본주의의 최종적 위기가 도래했다고 믿은 듯하다. 그래서 그는 제4인터내셔널을 위해 《이행기 강령》을 쓰면서 인류의 생산력이 정체하고 있다고 했다. 달리 말해, 자본주의는 상시적 위기 상태에 있고 더는 개혁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그래서 사회민주주의의 물질적 토대도 없다. 그러므로 혁명의 한 가지 장애물인 사회민주주의는 와해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트로츠키가 그토록 낙관적이었던 둘째 이유는 혁명의 또 다른 장애물인 스탈린주의가 주요 위기를 넘기고 살아남을 수 없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는 소련이 ‘퇴보한 노동자 국가’라고 보았다. 그리고 스탈린파 관료는 독특하고 우연적이고 기생적이고 허약한 구성물이라고 보았다. 그러므로 소련 관료는 몹시 불안정해 금세라도 와해될 수 있다. 그래서 트로츠키는 소련 관료가 새로운 지배계급이라는 샤트만의 주장을 비웃으면서, 몇 달 이상 지탱하지 못할지도 모르는 사회계층을 지배계급이라고 부르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했다.

트로츠키가 낙관했던 셋째 이유는 둘째 이유에서 비롯하는 것이다. 제4인터내셔널이 출범할 때 제2차세계대전의 개전은 명백히 시간 문제였다. 트로츠키는 전쟁이 스탈린 체제를 파멸시킬 위기를 부를 것이라고 믿었다. 여기에는 제1차세계대전과의 유추가 영향을 끼쳤다. 제1차세계대전 개전 때 제2인터내셔널 정당들은 대부분 전쟁을 지지했다. 레닌·트로츠키·룩셈부르크 같은 일관된 국제주의자들은 극단적으로 고립됐다. 전쟁이 끝날 무렵 혁명이 폭발하듯 일어나 볼셰비키의 자매단체들은 대규모 노동단체로, 제3인터내셔널로 전환할 수 있었다. 트로츠키는 제2차세계대전이 스탈린 체제를 파괴해, 대중의 혁명적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제거할 것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제1차세계대전 중의 혁명가들이 급성장해 대중적 제3인터내셔널이 됐듯이 제2차세계대전 중의 혁명가들인 트로츠키주의자들도 대중적 제4인터내셔널을 이루리라 봤다.

그러나 현실에서 트로츠키의 분석은 매우 잘못됐다는 것이 드러났다. 첫째, 자본주의는 그가 믿었던 것보다 성장의 여지가 더 컸다. 이미 제2차세계대전 이전에 상시 군비 경제가 시작됐다. 매우 높은 수준의 군비 지출 덕택에 독일과 일본의 경제가 회복되고 있었다. 제2차세계대전 이후엔 상시 군비 경제가 훨씬 더 대규모로 발전해 한동안 자본주의가 안정됐다.

둘째, 스탈린 체제의 관료는 단지 기생 계층이 아니었다. 소련 관료는 급속히 확장하는 국가자본주의 경제의 지배계급이었다. 제2차세계대전은 스탈린 체제의 관료를 궤멸하기보다는 오히려 강화했다. 소련이 전쟁에서 승리하고 중국 혁명이 성공하면서, 1950년쯤 스탈린 체제는 _{[서쪽으로는]} 독일 엘베 강부터 _{[동쪽으로]} 태평양 연안에 이르기까지 세력을 확대했다.

트로츠키가 전적으로 틀렸던 것은 아니다. 특히, 유럽 대륙에서 나치 점령에 맞선 무력 저항은 대규모 사회적 급진화 물결을 일으켰다. 프랑스, 이탈리아와 특히 그리스에서 그랬다. 종전 무렵 스탈린은 서방 제국주의 열강들과 거래해서 자신은 동유럽을 차지하고 서방은 서유럽을 차지하도록 했다. 그리고 서유럽 대부분에서 공산당이 현지 지배계급과 타협해 자유주의적 자본주의가 안정을 회복하도록 도왔다. 물론 이 때는 트로츠키가 1940년 8월 스탈린의 비밀 요원에 의해 암살당해 죽은 지 몇 해나 지난 뒤였다.

결산 1 ― 손실

이제 트로츠키가 제4인터내셔널을 건설하려 한 것의 대차대조표를 만들어 보자. 그는 엄청나게 어려운 상황에 부딪혀 있었다. 첫째, 그는 사회민주주의 정당들과 스탈린주의 정당들의 세력이 막강하다는 상황에직면해 있었다.

둘째, 그는 패배의 시기에 활동하고 있었다. 당시의 대중 투쟁에도 불구하고 파시스트들은 1933년 독일에서, 1934년 오스트리아에서, 1939년 스페인에서 승리를 거뒀다. 1940년 여름쯤 나치는 대서양 연안부터 소련과의 국경선에 이르는 지역까지 유럽 대륙을 지배했다.

트로츠키 자신이 인정했듯이 이 패배의 결과로 스탈린 체제의 지배력은 더 강력해졌다. 파시스트들의 전진에 직면한 노동자들이 보기에 소련만이 자신들의 유일한 요새인 듯했다. 토니 클리프는 이를 예증하기 위해 자기 친구 얘기를 종종 하곤 한다. 1930년대 팔레스타인에서 활동했던 클리프에게 친구가 한 명 있었는데, 그는 소련산 목이 긴 구두를 주문해 소포로 받으면 포장을 열어 보고 구두에 입맞춤을 했다는 것이다. 다른 사례도 많이 있다. 1930년대 영국에서 일부 상류층 가문 출신 청년들이 급진화해 공산당원이 됐는데, 그들 가운데 일부는 파시즘과 싸우기 위한 최상의 방법이라는 생각에서 소련 보안경찰_KGB의 이중간첩이 되려고 영국 첩보기관에 들어갔다. 이러한 상황은 1930년대 노동계급의 최상의 인자들이 대체로 공산당에 입당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 점은 트로츠키에게 셋째 난점이자 최대 곤란을 안겨줬다. 나는 앞에서도 이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트로츠키는 자신의 운동을 위해 사용할 ‘재료’(사회적·정치적 용어로 말해)가 매우 빈약했다. 트로츠키주의 운동은 분파주의에 탐닉한 채 노동자들에게 어떻게 말해야 하는 줄 모르고 배우기를 원하지도 않는 중간계급적인 지식인들 투성이였다.

이러한 맥락에서 1938년 제4인터내셔널이 ‘사회주의 혁명 세계당’이라고 선언하고 공식 출범한 것은 부정적인 효과를 낼 수밖에 없었다. 제3인터내셔널은 혁명에 바탕을 두고 창립돼, 다수가 대중 정당이었거나 대중 정당이 된 노동자 정당들을 결집시켰다. 그러므로 제4인터내셔널는 모조품 인터내셔널이었다. 그리고 제4인터내셔널의 지도자들인 통합서기국이 국제 혁명 지도부라는 생각은 온갖 심각한 실책들을 범하는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었다. 트로츠키 자신은 풍부하고 위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각국 지부를 대체로 훌륭히 이끌었다. 그러나 그가 죽은 뒤 제4인터내셔널를 지도한 사람들은 아무것도 실제로 대표하지 않고 별로 경험도 없으면서 전 세계에 걸쳐 있는 사람들에게 혁명 조직 건설 방법을 지도하려 해 왔다.

또 다른 부정적 효과가 있었다. 제4인터내셔널 회원들은 대리 만족하는 것에 길들여졌다. 다른 나라 지부 동지들의 성공에 기대어 사는 것이 고무됐다.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_SWP 중앙위원 크리스 뱀버리 동지는 1970년대에 제4인터내셔널 영국 조직의 회원이었다. 그는 1975년 에르네스트 만델_{[당시 제4인터내셔널 지도자: 1923~95]}이 연설한 한 토론회에 갔던 일을 기억한다. 만델의 말은 사실상 다음과 같은 뜻이었다. ‘좋아. 비록 여러분이 영국에선 그리 잘하지 못하고 있지만 걱정 말라. 스페인의 우리 동지들이 곧 혁명을 지도할 테니까.’ 물론 세계 다른 곳의 동지들의 활동에 고무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제4인터내셔널의 경우 자기들 자신의 조직을 건설하는 대신 다른 나라 지부의 활동을 따라 하는 일이 너무도 잦았다.

결산 2 ― 성과

그렇다면, 지금까지 말한 바가 트로츠키가 제4인터내셔널를 건설하려 했던 것은 잘못이라는 뜻인가? 그렇지 않다. 첫째, 클리프는 그의 트로츠키 전기 제4권에서 트로츠키가 제4인터내셔널을 건설하기 위해 투쟁한 것과 제4인터내셔널을 선언한 것을 구별한다. 트로츠키가 스탈린주의와 사회민주주의가 아닌 혁명적·국제적 대안을 건설하려 한 것은 옳았고, 1938년에 그가 이 대안이 이제 존재하노라고 그저 선언한 것은 틀렸다는 것이다.

둘째, 이 모든 실패에도 불구하고 제4인터내셔널를 건설하려 노력하는 과정에서 트로츠키는 우리가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방대한 분량의 저술을 집필했다. 그리고 그는 새 세대의 혁명가들을 훈련시켰다. 이들은 모든 결함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마르크스주의 전통을 보존하고 때때로 발전시켜 다음 세대들에게로 전승해 주었다. 그래서 1930년대 중엽에 트로츠키는 일기에서 자신이 당시 하고 있는 일, 곧 제4인터내셔널을 건설하는 일은 심지어 그가 러시아 혁명에서 한 구실보다도 더 중요하다고 썼다. 그리고 나도 지금까지 말한 트로츠키의 그 모든 실패와 실망에도 불구하고 매우 중요한 부분에서 그는 옳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