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15호를 내며
2014년 8월 발간된 《마르크스21》 14호에 이어 2년 만에 15호를 발간하게 됐다.
이번 호의 〈쟁점〉은 알렉스 캘리니코스의 ‘브렉시트: 세계사적 전환’이다. 알렉스는 탈퇴표를 던진 꽤 많은 사람들이 인종차별 선동의 영향을 받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탈퇴표를 던진 대중의 다수가 EU는 신자유주의의 화신이라고 여겼기 때문임을 지적했다. 그는 국민투표 과정에서 국제주의적 관점으로 EU를 비판한 ‘렉시트’의 의미를 강조하고 브렉시트 이후 좌파의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이번 호의 〈특집〉은 계급의 문제를 다루는 네 편의 글을 묶었다. 정선영의 ‘마르크스의 계급론과 노동계급 중심성’은 잘못된 계급 이론을 비판하고 생산관계에서 차지하는 위치에 따라 계급을 규정한 마르크스의 계급 개념을 설명하고 있다. 또한 이 글은 마르크스주의가 계급 환원론이라는 주장을 반박하면서, 노동자 계급이 사회 변화에서 왜 중요한지를 역설한다.
최일붕의 ‘마르크스 계급 개념의 핵심 쟁점들’은 계급 개념에 대한 다양한 오해들, 예를 들면 직업이나 의식 등으로 계급을 나누는 견해를 비판하면서 계급은 착취 관계를 나타내는 객관적 실재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진보진영에서 계급을 생산수단의 소유관계로 보는 견해를 비판하면서 핵심은 생산관계라고 지적한다. 더 나아가 생산수단과 생산노동과 맺는 관계뿐 아니라 다른 계급과의 관계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신중간계급을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농촌 중간계급인 농민을 마르크스의 계급론을 적용해 분석한다.
‘노동계급이 가장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는 핼 드레이퍼의 명저인 Karl Marx’s Theory of Revolution의 제2권 The Politics of Social Classes를 최일붕이 편집해 번역한 것이다. 오늘날 노동계급이 고립됐다거나 사회를 변화시킬 힘이 없다는 등의 온갖 쓰레기 주장들에 대한 훌륭한 반박글이다.
얀 브레먼의 ‘프레카리아트는 허구적 개념 아닐까?’는 2013년 New Left Review 84호(Nov-Dec)에 실린 가이스탠딩의 책 《프레카리아트: 새로운 위험한 계급》에 대한 서평 논문을 번역한 것이다. 브레먼은 가이 스탠딩의 분석이 선진국에 한정돼 있어 이를 일반화할 수 없다고 비판한다. 또한 가이 스탠딩은 노동자 계급으로 분류될 수 있는 집단들을 여러 가지 기준으로 나누고 그 취약성에 따라 서열을 매기고 있는데, 그보다는 그들의 공통점을 강조하는 전략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번 호의 〈논쟁〉은 데이비드 하비다. 하비는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널리 알리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한 인물이다. 이정구의 ‘데이비드 하비의 경제이론과 정치 비판’은 자본주의 위기를 이윤율 저하 경향 때문으로 보지 않는 데이비드 하비의 견해는 결국 과소소비 이론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음을 지적하고, 그의 이론을 뒷받침하는 방법론을 다루고 있다. 김종현의 ‘신랄한 신자유주의 비판, 아쉬운 설명과 대안’은 하비가 신자유주의 이론과 실천 사이의 괴리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가 지속 불가능하다는 점을 잘 폭로하고 있지만, 신자유주의가 ‘계급권력의 회복’이고 그 기반은 ‘탈취에 의한 축적’이라는 하비의 주장을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다.
김광일의 ‘레닌의 사상과 실천, 그리고 21세기 레닌주의’는 오늘날 좌우파 가릴 것 없이 ‘죽은 자식’ 취급하는 레닌주의에서 사회 변혁 활동가들이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를 다룬 글이다. 이 글은 레닌주의가 노동계급의 자력 해방이라는 고전 마르크스주의 전통에 속해 있다는 점을 설명하면서 오늘날 레닌주의를 반대하는 좌파의 주장에 들어 있는 개혁주의와 기회주의 논리들을 폭로하고 있다.
토니 클리프의 ‘개혁주의의 경제적 뿌리’는 1957년에 쓴 글을 번역한 것이다. 토니 클리프는 자본가들이 매수한 일부 보수적 노동자층이 개혁주의의 토대라는 주장을 비판하면서, 노동자들이 자신의 처지를 실제로 개선해 온 경험이 개혁주의를 받아들이게 만든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 글은 정치적 급진화의 결과로 개혁주의가 부상하고 있는 오늘날의 상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최일붕의 ‘자본주의 이전 사회 발전의 몇 가지 문제들’은 천박한 속류유물론에 의해 오염된 마르크스주의 역사유물론을 복원시키려는 의도에서 쓴 글이다. ‘인류 역사는 모두 4단계에 걸쳐 발전해 왔나?’, ‘원시사회는 극빈사회였나’, ‘농업의 발생과 함께 사유재산이 발생했나?’, ‘봉건제에서 자본주의로 전환의 문제들’ 등 흥미로운 문제들에 답변하고 있다.
하니 로젠버그의 ‘교육과 혁명’은 1917년 러시아 혁명이 성공한 뒤 내전의 폐허 속에서도 교육 분야에서 어떤 혁명적 변화가 시도됐는지와, 그 시도들이 1920년대 후반 스탈린의 반혁명 과정 속에서 어떻게 후퇴했는지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러시아 혁명의 성과 중 숙제·체벌의 폐지, 대학입시·학위제도의 폐지, 학교 운영과 교육과정에 학생들의 참여, 강의식 수업이 아니라 학생들이 적극 참여하는 수업 등은 오늘날의 현실에 비춰봐도 매우 급진적이다. 러시아에서 실제로 벌어진 일을 일반화한 이 글은 인간에 의한 인간 착취가 사라지면 교육이 어떻게 바뀔 수 있는지를 보여 준다. 하니 로젠버그는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의 당원이고 젊은 시절에는 교사로서 영국 전국교사노조NUT 조합원이었다. 로젠버그는 NUT 내 좌파적 조합원들의 모임인 ‘현장 교사들’이 발행한 월간 신문 〈현장 교사들〉의 편집자로 활동했다.
편집팀을 대표해 이정구
MARX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