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17호를 내며
박근혜 퇴진 운동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17호를 준비하다 보니 발간이 예정일보다 며칠 늦어졌다. 또 격월간 주기를 맞추기 위해 이번 호는 2016년 12월호로 발간하게 됐다.
17호에는 모두 5편의 글을 실었다.
첫머리 글은 박근혜 퇴진 운동의 배경과 전개 과정, 그리고 운동 참여 세력들의 동기와 전술들을 다루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퇴진 운동’이다. 이 글은 퇴진 운동이 갑자기 터진 일이 아니라, 박근혜 정부 하에서 누적된 불만과 경제 위기라는 배경에서 벌어졌고, 운동이 폭발적으로 분출한 데에는 노동자 투쟁의 기여가 있었음을 주장한다. 또, 박근혜 퇴진 운동에서 좌파들이 보이는 혼란을 설명하며 사회주의자의 과제를 제시한다. 이 글은 12월 초 노동자연대의 한 모임에서 연설한 것을 녹취한 것이라 그 뒤 시시각각 변한 상황을 모두 다루지는 못했지만 이 운동을 총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연설을 듣는 듯한 생생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가부장제 이론 비판’은 여성운동에서 가장 오랜 기간 널리 퍼진 가부장제 이론을 마르크스주의의시각에서 비판한 것이다. 다양한 가부장제 이론들이 있지만, 이들의 공통된 사상은 남성 지배가 여성 차별의 근원이고, 여성 차별과 자본주의는 무관하며, 자본주의가 폐지되더라도 여성 차별은 존속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가부장제 이론이 여성 차별과 가족의 성격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설명하지 못할 뿐 아니라 노동운동·사회주의 운동과 여성운동의 분리를 주장한다고 비판한다.
‘불안정은 노동계급 전체가 겪는 문제다’는 최근 유행하는 프레카리아트론에 대한 미국 사회주의자 찰리 포스트의 반박이다. 이 글은 포스트가 미국 좌파적 잡지 <자코뱅>과 한 인터뷰를 번역한 것이다. 포스트는 신자유주의와 탈산업화로 자본주의 경제 구조가 바뀌었고 그로 말미암아 계급 구조가 바뀌었다는 주장에 기반을 두고 있는 프레카리아트 개념이 오늘날 노동자들이 겪는 변화를 제대로 이해하는 데 오히려 방해만 된다고 주장한다.
‘마르크스 평가절하하기’는 개레스 스테드먼 존스의 《카를 마르크스: 위대함과 환상》(Penguin, 2016, 국내 미출간)에 대한 영국 마르크스주의자 알렉스 캘리니코스의 서평이다. 스테드먼 존스는 야침차게 마르크스 평전을 썼지만, 그의 정치적 입장은 혁명적 마르크스주의였던 1970년대의 자신으로부터 오히려 후퇴했다. 그래서 캘리니코스는 스테드먼 존스가 이 책에서 “과거의 자신과 싸우고 있을 뿐”이라고 평가했다.
‘트로츠키의 전환 강령: 그 활용과 오용’은 오스트레일리아의 한 극좌파 조직이 중간주의적 단체를주도적으로 결성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우경화 논쟁을 다룬 것으로, 트로츠키의 전환 강령(또는 이행기 강령)을 내세우며 자신의 중간주의적·개혁주의적 실천을 혁명적인 양 포장하는 태도를 비판하는 글이다. 국내 극좌파들도 자신들의 우경화 행보를 트로츠키의 전환 강령으로 정당화하는데, 필자는 그런 행동이 트로츠키가 전환 강령을 제시한 취지를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마르크스21》 17호를 발간하는 지금 박근혜에 대한 탄핵소추안 국회 통과 이후 사태 전개를 두고 전망과 분석이 난무하고 있다. 박근혜 퇴진 운동에 적극 참가하느라 매주 바쁘겠지만, 그럼에도 짬을 내서 이 잡지를 읽어보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
편집팀을 대표해 이정구
MARX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