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 지금의 이슈들
2017년 경제 전망
세계은행은 2016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2.3퍼센트로 전망했다. 이는 2014년 2.7퍼센트나 2015년의 2.6퍼센트보다도 낮은 것이다. 2008~09년 위기 이후 성장률이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낮은 이윤율 때문에 투자가 회복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일본·독일 같은 주요 국가들은 2000년대 초반에 비해 GDP 대비 총고정자본형성이 급격히 낮아졌고, 아직까지 회복되고 있지 못하다. 마찬가지로 한국도 2008년 GDP 대비 31.4퍼센트에 이르던 총고정자본형성이 꾸준히 하락해 2015년 29.1퍼센트까지 낮아졌다. 중국은 2008년 40퍼센트에서 2013년 45.5퍼센트까지 늘어나 전 세계 경제의 버팀목 구실을 해 왔지만, 2014년부터는 조금씩 감소하기 시작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투자가 충분하지 못하면 과잉생산 위기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투자가 충분히 늘지 않는 최근 상황을 보건대, 세계경제의 빠른 회복은 앞으로도 힘들 것이다.
여기에 더해 경제 위기가 오래 지속되면서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들도 늘어나고 있다. 영국 정부는 올해 1분기 내에 브렉시트 협상을 개시하겠다고 선언했는데, 브렉시트 협상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전 세계경제의 불안정성이 커질 수 있다. 게다가 올해 3월 네덜란드 총선, 4~5월 프랑스 대선, 9~10월 독일 총선 등이 예정돼 있는데, 이 나라들에서는 반EU를 내세우는 극우·파시스트 정당들의 지지도가 꽤 높게 나오고 있다. 이들이 선거에서 높은 득표를 한다면 EU와 유로화가 더욱 취약해지면서 전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칠 수 있다. 최근 이탈리아 주요 은행들과 독일 최대 은행인 도이체방크의 부실에서 다시 드러난 유로존 지역의 금융 불안정성이나 미국의 금리 인상과 신흥국에서의 자금 이탈, 환율 상승 등도 세계경제에 큰 파장을 일으킬 것이다.
그러나 2017년 세계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요소는 아마 새로 들어선 미국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 정책일 듯하다. 중국을 압박하고, 제조업 공장들을 미국으로 돌아오게 해 미국의 무역적자를 줄이려는 트럼프의 정책은 전 세계 무역과 금융에 큰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미중 갈등의 심화를 포함해 주요국들 사이의 ‘무역 전쟁’을 일으킬 수도 있다.
트럼프의 보호무역 강화
트럼프의 공약은 대외적으로는 보호무역을 강화해 무역적자를 줄이고, 대내적으로는 감세와 인프라 확대를 통해 내수를 부양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취임 첫날(1월 20일)에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를 철회하겠다고 공언했고,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는 재협상 또는 탈퇴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주요 무역적자국에 대한 보복도 공언했다. 트럼프는 취임 1백 일 이내에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밝혔고, 환율 조작과 불공정 무역을 이유로 중국과 멕시코에 각각 45퍼센트와 35퍼센트의 높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주장했다. 이 정책이 실현될 경우 미국 평균 관세율이 현재 1.5퍼센트에서 제2차세계대전 이후 최고 수준인 13퍼센트로 급등하게 된다.
또, 소득세 최고세율을 39.3퍼센트에서 33퍼센트로, 법인세율을 35퍼센트에서 15퍼센트로 인하하고, 1조 달러 인프라 투자로 내수를 부양하는 공약을 내놨다. 에너지 관련 규제를 대폭 축소해 셰일오일 개발을 확대하고, 2008~09년 금융위기 이후 도입된 금융 규제도 완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트럼프 공약은 모순되는 부분이 많고 구체적이지 않아 얼마나 실현될지는 미지수이다. 예를 들어 트럼프는 대선 기간 중에 미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도 자신은 저금리를 선호한다는 모순된 주장을 한 바 있다.
특히 트럼프의 보호무역 정책은 미국 지배자들 사이에서도 갈등을 일으킬 것이다. 예를 들어 멕시코 제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한다는 계획은 미국 주요 기업들에게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미국의 자동차 ‘빅3’인 GM, 포드, FCA(피아트-크라이슬러)가 멕시코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자동차 수가 다른 나라 기업들보다 더 많다. 2015년에 미국 ‘빅3’는 멕시코에서 1백97만 대(GM 72만 대, 포드 64만 대, FCA 61만 대)를 생산해 1백39만 대를 미국으로 보냈는데, 이는 멕시코에서 미국·캐나다로 수출된 자동차 2백70만 대의 절반이 넘는다. 트럼프가 공약을 강행하려 하면 미국 주요 대기업들의 반발을 이겨내야 한다.
그러나 트럼프의 취임이 가까워지고 트럼프 정부 구성이 확정될수록 “점점 트럼프의 공약이 농담이 아니라고 확신”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트럼프는 백악관에 무역정책을 총괄할 ‘국가무역위원회’를 신설하고, 위원장에 강경한 반중反中 성향 인사인 피터 나바로 UC어바인 교수를 지명했다. 나바로는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40퍼센트 절하해 대미 무역에서 막대한 흑자를 내고 있다고 비판하고, 이에 대응해 중국 제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또, 트럼프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로 유명한 보호무역론자인 로버트 라이시저를 지명했다. 라이시저는 1980년대 레이건 정부에서 USTR 부대표를 역임하며 당시 일본과 격렬한 통상 분쟁을 벌여 이름을 날린 바 있다. 그 후에도 미국 철강산업을 위해 일하며 외국 철강제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데 앞장서 왔다.
게다가 트럼프는 취임을 얼마 안 남긴 1월 초에, 멕시코 공장 설립을 추진 중인 GM·포드·도요타 같은 주요 자동차 기업들을 비판했다. GM의 경우 미국에서는 올 1사분기에 1천2백 명을 해고하고 대신 멕시코에는 공장을 늘릴 계획이었다. 트럼프는 미국에서 팔 자동차는 미국에서 생산하든가 아니면 높은 세금을 물어야 한다며 이 기업들을 압박했다. 이런 압박 때문에 미국 대선 기간 내내 멕시코 공장 설립 계획을 철회할 뜻이 없다고 밝히던 포드는 멕시코에 16억 달러를 투자하는 계획을 취소하는 대신 미국 공장 증설에 7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FCA도 미국 공장 2곳을 개선하는 데 10억 달러를 투자하고 일자리를 2천 개를 만들겠다고 밝혔고, 독일 다임러 그룹도 미국 공장 확대에 13억 달러를 추가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GM·도요타·BMW 등은 멕시코 공장을 계속 설립하겠다는 계획이지만, 미국 내의 투자 계획도 추가로 발표하면서 트럼프 달래기에 나서고 있다.
물론 트럼프가 미국 노동자들을 위해 일자리를 늘리려고 기업들을 압박하고 나선 것은 아니다. 지난해 9월 7천 명을 해고한 월마트가 올해 1월까지 다시 수백 명을 해고하겠다고 하고, 백화점 메이시스, 유통업체 시어스그룹, 최대 서점체인 반스앤노블 같은 유통 기업들이 올해 대규모로 매장을 폐쇄하고 1만 명 이상을 해고하겠다고 밝혔지만, 트럼프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트럼프의 보호무역 정책이 실제로 노리는 바가 일자리 확대가 아니라 무역적자 감소와 중국 압박에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트럼프의 보호무역 정책이 빈말이 아닐 가능성이 높아지자, 대중국 압박도 현실화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면서 미중 간에 ‘무역 전쟁’이 벌어질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트럼프가 당선 직후 대만 총통 차이잉원과 직접 통화하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지 않을 수 있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인 것도 대對중국 압박이 현실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준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의 공세에 중국도 가만히 당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은 트럼프 정부의 공세에 대응해, 미국 기업들에 대한 세무조사와 반덤핑 위반 조사, 정부 조달품목에서 미국산 제품 배제 등 대대적인 보복 조처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잉에게서 구입하기로 한 여객기의 구매를 취소하는 것은 물론 미국 기업의 자동차와 아이폰의 중국 판매도 어렵게 할 것이고, 미국산 콩과 옥수수 수입도 중지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최근에 중국 정부는 반독점 규정 위반을 이유로 GM 중국 법인에 2억 1천만 위안(약 3백60억 원)의 벌금을 매기기도 했다.
미국이 중국·멕시코 등과 무역 갈등을 일으킬 경우, 한국 기업들도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기아자동차는 지난해 9월 멕시코에 연간 40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완공하고, 이 공장 생산량 중 60퍼센트를 미국으로 수출할 계획이었다. 트럼프 정부의 정책에 따라 기아차의 계획은 틀어질 수 있다. 기아차 공장에 부품을 공급하기 위해 멕시코에 공장을 지은 현대모비스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현대·기아차그룹도 트럼프 정부의 눈밖에 나지 않으려고 미국에 현대차 제2공장 건설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당초 현대차도 기아차와 마찬가지로 멕시코 공장 건설을 검토하고 있었는데, 트럼프 당선 이후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한 것이다. 2015년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이 1백만 대가 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대·기아차그룹이나 GM, 닛산이 미국에서 생산을 늘릴수록 한국에서는 자동차 생산을 줄여야 한다는 압박을 받을 수 있다. 또, 멕시코에서 냉장고·TV 등을 만들어 미국에 수출하고 있는 삼성전자·LG전자도 미국에 공장을 건설하는 것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0월 기준 한국의 대중국 수출 비중은 24.9퍼센트를, 대미국 수출 비중은 13.6퍼센트를 차지한다. 그런데 한국의 대중 수출 가운데 중간재 가공 후 제3국으로 수출하는 비중은 50퍼센트가 넘는다. 미국의 대중국 압박이 강화되면 한국의 대중 수출도 타격을 받는 것이다. 또 한미FTA 재협상 등으로 미국의 수입 규제가 강화돼 대미 수출이 줄어들 수도 있다.
한편 중국도 한국 수출을 압박하고 있다. 특히 사드THAAD 배치가 다가오자 압박은 거세지고 있다. 중국 관광객의 한국 방문을 규제하고 한국 방송·연예인의 중국 진출이 막히고 있을 뿐 아니라, 한국 기업 제품에 대한 규제도 강화되고 있다. 최근에 중국 정부는 제품 신고서 미비를 근거로 한국 화장품에 대해 무더기로 수입 불허 판정을 내렸다. 또, 중국 전기자동차에 배터리를 공급하기 위해 삼성SDI·LG화학은 중국에 공장을 완공했는데, 중국 정부가 판매 허가를 내주지 않아 중국에서 배터리를 팔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의 내수 부양 정책과 달러화 강세
감세·인프라 확대로 성장률을 3~4퍼센트대로 끌어올리겠다는 트럼프의 내수 부양 정책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도 전 세계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트럼프의 감세 정책은 실현가능성이 가장 높은데, 본래 감세 정책을 지지하는 공화당이 상원과 하원 모두 과반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물론 감세 정책이 미국 경제성장률을 급격히 끌어올릴 것이라는 기대는 크지 않다. 골드만삭스·JP모건 같은 대형 투자은행들은 감세 정책으로 연간 성장률이 0.1~0.4퍼센트 정도 오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10년에 걸쳐 인프라 투자에 1조 달러를 쓰겠다는 공약도 그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다. 미국 정부가 1조 달러를 직접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세금 감면이나 수익률 보장 등으로 민간 자금을 인프라 투자에 끌어들이는 계획이기 때문이다. 설사 트럼프의 공약대로 인프라 투자가 되더라도 연간 경제성장률은 고작 0.1퍼센트포인트 정도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인프라 투자는 작은 정부를 추구하는 공화당의 정책 방향과 다르고, 예상보다 민간 자본의 참여가 적을 수도 있다.
트럼프 정부의 감세, 대규모 인프라 투자 계획이 성장률을 끌어올릴지는 불확실하지만 미국 정부의 부채를 늘릴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 미국 국채 발행이 확대되고 국채 가격이 하락(시중금리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지난해 말부터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전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확대되고 있다. 게다가 미국 연준은 지난 12월 15일 1년 만에 기준금리를 0.25퍼센트포인트 인상했다. 올해와 2018년에도 각각 3회(합쳐서 0.75퍼센트포인트) 정도 인상할 것이라고 시사했다. 이 때문에 이미 작년부터 시장금리 상승과 달러화 강세로 신흥국으로부터 자금이 대거 이탈하고 있다.
외환보유액이 1천억 달러인데 단기 외화부채는 1천2백82억 달러나 되는 말레이시아에서는 11월 한 달 동안 53억 달러가 빠져나가 말레이시아의 링깃화 가치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저치로 추락했다. 말레이시아는 채권의 절반가량을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어서 외환시장의 불안정성에 특히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멕시코에서도 연초에 휘발유 가격이 20퍼센트 이상 올랐다. 트럼프 당선 이후 멕시코 페소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물가가 오르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의 내수 부양 정책에서 기인한 달러 강세는 무역적자를 줄이겠다는 목표와 충돌한다. 달러 강세는 미국 수출을 줄이고 수입을 늘려 무역적자를 더욱 키울 수 있다. 그러나 이 때문에 오히려 트럼프는 중국·멕시코뿐 아니라 한국·일본 같은 대미 무역흑자 국가들에 대한 무역 제재의 발판으로 이용할 수도 있다.
중국의 부채 위기
최근의 달러 강세로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인 중국조차 자금 이탈과 위안화의 급격한 약세를 막기 위해 보유 외환을 소진하고 있다. 지난해 3월 말 달러당 6.45위안 수준이었던 위안화 가치가 계속 떨어지면서 달러당 7위안을 넘어서려 하자, 중국 당국이 위안화 환율 상승을 막으려고 외환보유고를 이용해 달러를 팔고 위안화를 사들이는 시장 개입에 나선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지난 12월 말 3조 1백억 달러로 5년 10개월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2014년 6월에 4조 달러에 육박한 외환보유액이 1년 반 만에 25퍼센트나 줄어든 것이다. 또,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액은 지난 10월에 1조 1천2백억 달러로 떨어져, 이미 일본(1조 1천3백억)에게 미국 국채 최대 보유국 지위를 내줬다.
물론 위안화 약세는 중국 제품의 가격경쟁력을 높여 수출과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위안화 급락을 막는 데 나서는 것은 중국 기업들이 해외에서 조달한 자금이 지난해 3분기 1조 2천억 달러(약 1천4백조 원)나 됐기 때문이다. WSJ(월스트리트저널)은 달러 빚의 상당 부분을 중국 국유은행과 지방 정부, 항공사, 부동산 개발업체 등이 보유하고 있다고 추정했다. 중국 기업 처지에서는 위안화 가치 하락은 갚아야 할 원리금 증가를 의미하는 만큼 위안화를 외화로 바꾸는 데 사력을 다할 수밖에 없다.
이러다 보니 위안화 가치가 더 떨어지기 전에 달러로 환전하려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위안화 하락에 기름을 붓고 있다. 위안화 약세가 위안화 매도를 부추기고, 이는 다시 위안화 하락을 부추기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국제금융협회IIF의 조사를 보면, 지난해 11월까지 중국에서 순유출된 외국인 투자 자금은 6천3백47억 달러(약 7백60조 원)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2015년 같은 기간의 순유출액 5천6백71억 달러보다 6백76억 달러(11.9퍼센트)나 많은 것이다. 그래서 조만간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위안을 넘고 중국의 외환보유액도 3조 달러 밑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최근 중국 위안화 불안과 외환보유액 감소는 트럼프발 달러 강세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중국 경제가 취약해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돌이켜 보면, 이미 중국은 2015년과 2016년에도 자금이 이탈하며 위안화 가치가 하락하고 주식시장이 폭락한 바 있다. 이런 취약성은 중국 기업들의 수익성이 낮아지며 경제성장률이 떨어지는 것을 막으려고 중국 정부가 인프라 투자와 건설 산업 지원 등으로 경기를 부양해 왔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중국은 부채가 급증했다.
1 대출은 이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한다.
2015년 말 기준 중국의 총부채는 1백68조 위안(약 2경 9천조 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GDP 대비 2백50퍼센트 수준으로 경제 위기가 시작된 2008년 GDP의 1백50퍼센트에서 크게 증가한 것이다. 특히 기업 부채는 GDP 대비 1백56퍼센트로, 정부 부채(39.4퍼센트)나 가계 부채(40퍼센트)보다 훨씬 높았다. 2016년에 총부채는 다시 2백70퍼센트까지 늘어났고, 기업부채는 GDP의 1백80퍼센트를 넘나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GDP의 55~85퍼센트 정도로 추정되는 그림자금융최근에도 중국 정부는 부채 축소와 경기 부양 사이를 오락가락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상하이 등 대도시 부동산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해 한동안 은행 대출을 조이고 주택 매매를 규제했다. 하지만 경제성장률이 기준에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되자 입장을 선회했다. 수출이 하락하던 2016년 상반기에 주택 건설 투자가 확대돼 성장세를 떠받치는 구실을 했다. 그런데 지난해 하반기부터 다시 부동산 대출 억제와 대도시에 대한 토지 공급 제한 등으로 주요 도시의 부동산 판매가 둔화됐다. 대신 중국 정부는 올해 대규모 인프라 투자로 성장을 지탱하려 하는 듯하다. 지난 10월 민간 자본을 끌어들이는 대규모 인프라 사업 추진 계획을 발표했고, 올해 대형 프로젝트 5백여 개가 실행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중국 정부는 성장을 완전히 지탱할 수는 없다. 지난해 말 시진핑은 중국 경제성장률이 6.5퍼센트 이하로 떨어지는 것도 용인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한편, 과잉 설비 산업에 대한 구조조정도 중국의 불안정성을 높이고 있다. 철강, 석탄, 시멘트 등 공급 과잉 업종들에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설비 감축을 추진하고 있지만, 지방 정부와 여러 기업들은 구조조정에 저항하고 있다. 극심한 수주 부족에 빠진 조선업 부문에서는 민간 조선소를 중심으로 최소 절반 이상, 많게는 4분의 3에 해당하는 조선소들이 2017년에 문을 닫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당분간 제조업의 전반적인 회복과 이에 따른 투자 확대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기업 상황이 좋지 않아 임금 상승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돼 민간 소비 증가세도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여전히 부채와 구조조정이 통제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점차 악화하는 경제 상황과 트럼프 정부의 대중국 공세는 중국 경제를 더욱 위태롭게 만들 것이다. 환율조작국 지정, 관세 인상, 투자 회수 같은 트럼프의 대중국 공세도 중국 경제의 뇌관인 과도한 부채를 겨냥하고 있는 듯하다. 이런 요소들은 이른 시일 내에 중국발 금융위기로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한다.
수출·투자·부동산 시장마저 위태로운 한국 경제
2016년 한국 경제성장률은 2.6퍼센트 수준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한국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2.6퍼센트로 예상했는데, 정부가 다음 해 성장률을 2퍼센트대로 예측한 것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이후 17년 만에 처음이다. 그만큼 내년 경제 상황을 나쁘게 보는 것이다. 통상 정부가 성장률을 높게 잡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에 2퍼센트 성장도 어렵다는 예측도 나온다. 많은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내년 성장률을 2퍼센트대 초반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 수출은 4천9백50억 달러로 전년 대비 6.1퍼센트 감소했다. 2015년에도 8퍼센트 감소했으니 2년 연속 감소한 것이다. 한국의 수출이 2년 연속 감소한 것은 58년 만에 처음이다. 지난해 11월 2.5퍼센트, 12월 6.4퍼센트로 수출이 조금씩 늘기 시작했지만, 이는 석유 등 원자재 가격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오르기 시작해 수출 단가가 높아진 데 따른 측면이 크며 수출 물량은 여전히 정체 상태에 머물러 있다. 최근 세계교역 물량 증가율이 1퍼센트대인데다, 올해 미국의 금리 인상과 보호무역 강화가 본격화할 가능성을 고려하면 높은 수출 증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특히 미국에 대규모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한국은 중국과 더불어 보호주의 강화에 따른 충격이 크게 나타날 것이고, 사드 배치에 대한 반발과 중국의 자국산업 보호 정책으로 대중 수출도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게다가 2016년에 경제의 버팀목이 됐던 건설 투자마저 2017년에는 크게 위축될 전망이다. 박근혜 정부의 건설경기 부양 정책과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로 건설투자는 급증해 2016년 경제성장률의 반(1.3퍼센트포인트)을 끌어올렸지만, 2017년에는 그 수준이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국내 건설 수주액이 2015년 1백58조 원, 2016년 1백46.9조 원에서 올해 1백27조 원으로 대폭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부동산 부양 정책으로 가계부채가 1천3백조 원에 이를 정도로 급증했을 뿐 아니라 금리 인상 추세에 따른 이자 부담으로 가계소비도 둔화될 공산이 크다. 특히 미국 금리 인상으로 국내에서도 금리가 오르면서 가계의 부채부담이 늘어나 큰 위험요인이 되고 있다.
한편, 지난해 한국 정부는 해운·조선·철강·석유화학·건설을 ‘5개 취약업종’으로 선정하고 구조조정을 추진해 왔다. 해운업 구조조정은 한진해운을 청산하고 그 자산과 인력을 현대상선 등에 넘기는 식으로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해운·물류 업계가 큰 타격을 받았지만, 당분간 정부는 현대상선을 지원해 세계적인 해운업체로 키우는 데 노력할 듯하다. 철강·석유화학 부문에서는 구조조정에 대한 얘기는 많았지만, 실제 실행된 것은 미미했다. 그럼에도 중국의 구조조정으로 철강 생산이 감소하고, 일부 석유제품의 가격이 오르면서 구조조정 동력은 크게 떨어진 듯하다. 반면, 조선업은 올해도 계속 위태로운 상태일 것이고, 건설업은 2015년 하반기부터 주택 건설이 크게 늘어 그럭저럭 버틸 수 있었지만 올해에는 주택 건설이 줄어들면서 다시 적자가 늘어날 공산이 크다.
2015~16년 동안 한국의 주요 건설회사들은 해외 수주에서 본 적자를 국내 주택 건설에서 본 흑자로 메워 온 셈이었다. 그런데 올해 전국 분양 아파트 물량은 30만 7천8백38가구로 지난해(45만 3천8백29가구)보다 13만 4천4백13가구(29.62퍼센트)나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더 큰 문제는 해외 건설 수주가 크게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한국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는 2백82억 달러(33조 7천억 원)으로 2015년 4백61억 달러, 2014년 6백60억 달러와 비교해 절반 가까이 줄었다. 이는 10년 전인 2007년 3백98억 달러보다 1백억 달러 이상 낮은 것이다.
NICE신용평가의 조사를 보면, 현대건설을 포함한 국내 주요 7개 건설사의 미청구 공사금액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토목·건축 부문 4조 4천9백64억 원, 플랜트 부문 5조 4천7백23억 원 등 10조 원에 가깝다. 특히 2012~13년 그랬던 것처럼 해외 건설에서 미청구 공사금액을 받아내지 못하면 또다시 대규모 적자를 기록할 공산이 크다. 그동안 착공된 물량들이 상당하기 때문에 국내 건설업에서 일자리 감소가 크지는 않겠지만, 대규모 적자가 예상되면 건설사들은 임금을 삭감하는 데 달려들 것이다.
2 , 4백80척으로, 2015년 발주량인 3천9백62만 CGT, 1천6백65척에 견줘 30퍼센트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는 1996년 이후 최저치다. 국가별로는 중국이 3백99만 CGT, 2백12척으로 가장 많은 수주 실적을 기록했으며, 한국은 1백78만 CGT, 59척을 기록했다. 일본은 1백30만 CGT, 64척으로 뒤를 이었다. 그러나 수주잔량 3 에서는 일본이 2천7만 CGT로, 한국의 1천9백89만 CGT를 17년 만에 앞섰다. 한국의 수주잔량이 2천만 CGT 이하로 줄어든 것은 13년 6개월 만이다.
다른 한편, 조선업에서는 감소하는 수주량 때문에 큰 고통을 받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1천1백15만 CGT(가치환산톤수)이 정도 수주잔량으로는 조선소를 유지하는 게 쉽지 않다. 대우조선해양은 일감이 대략 2년치는 남은 셈이지만,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은 1년치 정도밖에 안 된다. 조선업 특성상 2년치 일감을 확보해야 조선소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올해 상반기부터 수주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다면 하반기에는 한국의 ‘빅3’ 같은 대형 조선소들조차 버텨내기 쉽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수천 명이 일자리를 잃은 지난해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대규모 구조조정이 조선업에서 벌어질 것이다.
물론 한국의 조선업·건설업만 위험한 것은 아니다. 자동차 산업에서는 수출이 2015년 2백97만 4천 대에서 2016년 2백62만 3천 대로 11.8퍼센트나 감소하면서, 2016년 자동차 생산량이 4백22만 9천 대로 7.2퍼센트 감소했다.
제조업 전체를 봐도, 매출액 증가율이 2014년에 사상 최초로 1.6퍼센트 감소한 데 이어, 2015년에 또다시 3퍼센트 감소했다. 이에 따라 2011년 80.5퍼센트였던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2016년 70.3퍼센트로 급락했다.
결국 지배자들은 구조조정을 더욱 강하게 밀어붙여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특히 국제 정세가 불안정해지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럴 것이다.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박병원은 “과거 한국은 안 되는 게 없었는데 요새는 되는 게 없는 나라”라고 푸념을 했다. 규제 완화, 구조조정을 더욱 강하게 밀어붙여야 한다고 요구한 것이다.
따라서 올해 어떤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노동자들의 임금 동결·삭감, 희망퇴직 등을 통한 인원 감축 등은 계속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민주당 정부가 들어선다면 ‘사회적 대타협’을 내세우며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전가하려 할 수 있다. 노동자들의 일자리와 임금을 일관되게 방어하는 혁명적 정치를 내세우며 노동자들의 투쟁을 북돋는 일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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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과 유사한 기능을 하지만, 중앙은행의 유동성 지원이나 예금자 보호도 원활하게 받을 수 없어 시스템적 위험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은 금융상품과 영역을 총칭한다. 투자은행, 헤지펀드, 사모펀드 등은 채권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새로운 유동성을 창출하지만, 은행 대출과 달리 투자 대상의 구조가 복잡해 손익이 투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림자’라는 별칭이 붙었다. 그림자금융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확산시킨 원인으로 지목됐다. ↩
- Compensated Gross Tonnage. 선박의 단순한 무게GT에 선박의 부가가치, 작업 난이도 등을 고려한 계수를 곱해 산출한 무게 단위. ↩
- 조선업에서 조선소가 선박회사와 체결한 건조수주계약 중 선주에게 아직 넘겨주지 않고 남아 있는 발주량을 말한다. 따라서 수주잔량이 많다는 것은 조선소의 일감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