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호를 내며
최근 한반도 주변 상황이 심상치 않게 전개되고 있다.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 핵실험 등을 빌미로 ‘북한의 완전한 파괴’나 ‘화염과 분노’ 등의 막말을 쏟아 내면서 한반도를 긴장 상태로 몰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북한에 제국주의적 압박을 가하는 이유는 미국의 경쟁자로 부상한 중국 때문이다.
다른 한편 얼마전 중국의 시진핑은 제19차 당대회에서 중화인민공화국 100주년에 해당하는 2049년까지 “사회주의 강국”을 건설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일본에서도 아베가 중의원 선거 승리로 제국주의적 행보를 강화할 듯하다.
한반도를 둘러싼 제국주의 열강의 갈등이 점차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좌파가 한반도 긴장고조에 반대하며 평화 운동을 건설하는 과제가 중요해지고 있다. 고전적 마르크스주의의 제국주의 이론을 배우고 이를 한반도에서 벌어지는 제국주의 갈등에 적용시키는 노력이 절실해졌다. 제국주의에 대한 풍부한 이해에 기초할 때 평화 운동도 잘 건설할 수 있을 것이다.
22호에는 모두 9편의 글을 실었다.
‘제국주의와 한반도’는 앞에서 말한 한반도를 둘러싼 제국주의 국가들의 갈등과 긴장을 다루고 있다. 특히 이 글은 한반도를 둘러싸고 제국주의 열강들이 벌인 각축의 역사를 20세기 초부터 현재까지 훑고 있을 뿐 아니라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을 제국주의적 세계 질서 속에서 설명하고 있다.
‘장기 불황의 정치경제학’은 2008년 이후 지금까지 장기 불황이 지속되고 있으며, 그 이유로 이윤율 회복의 부진, 남반구 경제의 부진, 금융의 취약성 그리고 회복의 불확실성을 지적하고 있다. 또, 이 글은 경제 위기의 영향으로 나타난 정치적 양극화를 설명하고 있다. 이 글은 경제가 장기 침체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자계급의 상태와 투쟁 가능성을 살피고 이 속에서 사회주의자들의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는 장점이 있다.
딱 100년 전 11월 초에 러시아의 10월혁명이 일어났다. ‘1917년 10월 러시아혁명: 현재와의 공명(共鳴)’은 러시아혁명이 한 세기 전에 벌어진 사건임에도 착취와 억압에 맞서 싸우려는 오늘날의 사람들에게도 의미가 있음을 주장하고 있다. ‘전 세계 민족해방운동을 고무한 러시아 혁명’은 러시아혁명이 당시 식민지들에서의 민족해방 운동에 미친 영향을 잘 다루고 있다. ‘레닌의 《국가와 혁명》’은 레닌이 1917년 혁명이 한창 전개되는 동안에 쓴 《국가와 혁명》의 내용을 설명하는 글이다. 국가란 계급 지배의 산물이기 때문에 분쇄돼야 하지만 노동자 국가는 계급 모순이 사라지기 때문에 말라 죽어 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글은 러시아혁명의 한가운데서 혁명이 제기한 가장 중요한 쟁점인 ‘국가’ 문제를 다룬다.
‘4차 산업혁명: 구글과 인지자본주의론 그리고 노동가치론’은 최근 유행하고 있는 4차 산업혁명 담론에서 제기된 쟁점들을 비판적으로 다루고 있다. 구글 같은 기업이 대세가 되면서 ‘물질노동’이 축소되고 있다거나, ‘비물질노동’ 생산물은 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에 마르크스주의의 노동가치설을 무효로 만든다거나, 비물질노동은 노동시간과 여가 사이의 구분을 없앤다는 등의 주장이 그것들이다. 이런 주장들은 인지자본주의론으로 알려진 담론과도 맞닿아 있다. 이 글은 정보통신 혁명의 시대에 마르크스의 노동가치론이 여전히 유용하다고 주장한다.
‘광주민중항쟁 ─ 한국 노동계급 운동의 변곡점’은 1980년 광주항쟁을 사회 변화를 바라는 사람들의 투쟁의 역사로 기억하는 관점에서 쓰여진 글이다. 특히 이 글은 광주항쟁이 물리적으로는 패배했지만 광주항쟁에서 투쟁했던 사람들의 민주주의와 해방에 대한 열망이 1987년 6월 항쟁과 7~9월 노동자 대투쟁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한다.
‘마르크스의 삶과 중심 사상’은 마르크스의 삶과 사상의 발전을 알기 쉽게 설명하는 글이다. 이 글은 마르크스의 혁명적 시각을 잘 담고 있는 《공산당 선언》이 오늘날에도 놀라울 정도로 유의미하다고 지적한다. 이 글은 자본주의가 착취하는 괴물을 만들어 내기도 하지만 이 괴물을 제거할 수 있는 사회 세력도 창출했고, 이 때문에 혁명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서평 ‘《페미니즘의 작은 역사》: 여성운동의 역사를 쉽게 알려 주지만 아나키즘의 한계를 보이는 책’은 아나키스트이자 페미니스트인 안체 슈룹의 만화책을 서평한 것이다. 이 책은 비교적 얇은 개론서이지만 페미니즘의 다양한 흐름을 간단히 살펴보는 데 유용하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가 아나키스트이자 페미니스트라는 점 때문에 러시아 혁명의 의미를 제대로 밝히지 못하고 있고, 계급의 문제를 소홀히 다룬다는 점을 이 글은 지적한다.
준비된 원고가 부족해서 불가피하게 이번 호는 격월간지가 아니라 4개월 잡지로 내게 됐다. 독자들의 넓은 아량을 바란다. 이번 일을 계기로 편집팀은 심기일전하여 노력할 것임을 약속드린다. 독자들도 이 잡지를 많이 활용하고 또 많이 투고해 주길 바란다.
편집팀을 대표해 이정구
MARX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