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경제 위기와 계급 투쟁
장기 불황의 정치경제학
“장기 침체”의 시작을 알린 금융 위기가 발생한 지 딱 10년째다. 1 세계 차원에서 볼 때 2008년 가을 월가의 리만브라더스 투자은행의 몰락 이후 전개된 불황은 1년 뒤에 끝났다. 2 그러나 그 불황은 기술적 의미로는 오래 전에 끝났지만, 그 이후로 세계는 그 전과는 확연히 다른 국면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3 바로 이런 맥락에서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재무장관을 지낸 래리 서머스가 “장기 정체의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주장하고,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크리스티네 라가르드가 자본주의 체제로서는 “썩 좋지 않은 새 상황”이라고 말한 것이다. 4
세계 최대 경제인 미국 경제에 대한 웰스 파고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2008~2015년 고정자본투자가 경제 위기 때문에 연평균 20퍼센트 하락했다. 국내총생산GDP에 미친 부정적 영향도 평균 10퍼센트에 이르렀다.5 부자에 대한 세금을 감면하고 공공지출을 줄이겠다는 결심을 제외하면 트럼프의 백악관에게서 일관된 정책을 찾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미국 기성체제의 심장부에서 일어나는 불안정성은 자본주의 체제에게 위험의 주된 원천이다.
세계경제는 투자와 생산성 향상의 부진에 시달리고 있을 뿐 아니라 일련의 정치적 충격들에도 직면해 있다. 그리스의 채무불이행 가능성이 여전하고, 브렉시트의 여파가 어떨지 불확실하며, 시리아와 북한을 둘러싼 제국주의적 충돌이 계속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가 정치 무대에 등장하면서 제국주의적 충돌은 더 복잡해졌다. 그 미국 대통령은 해외에서 긴장을 고조시키는 한편 미국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보호무역주의적 조처를 도입할 것임을 암시했다. 더불어 멕시코와의 국경에 장벽을 설치하는 것 같은 자신의 계획에 동의하지 않으면 연방정부를 폐쇄하겠다고 [의회를] 위협했다.6 2008~2009년의 불황이 수익성이 낮은 자본을 충분히 파괴하거나 가치를 낮추지 못하고, 부채를 충분히 줄이지 못하고, 이윤율을 강력하게 반등시키지 못해서 회복은 부진할 것이었다. 금융 부문이 부풀어올라 경제 위기의 새로운 조짐을 전체로 확산시킬 수 있어서 회복은 취약할 것이었다. 자본주의가 스스로 창출한 더 근본적인 문제들을 해결하지 않은 채로 위기를 진정시키고자 한 국가 개입 때문에 회복은 불확실할 것이었다.
8년간 회복을 했다는데도 왜 세계경제는 이토록 처참한 상태에 처해 있을까? 2010년에 나는 당시의 회복이 “부진하고 취약하며 불확실할” 것이라고 썼다.이런 전망은 세계경제의 사태 전개를 살피는 데 여전히 유용한 지침이다. 경기 회복의 이 세 가지 측면은 이 글 분석의 틀이다.
이윤율과 회복의 부진
7 북반구 선진 산업국들의 경우, 1960~1980년의 연평균 경제성장률 3퍼센트는 이제는 희미한 꿈처럼 보인다. 8 2016년 경제성장률은 미국이 1.6퍼센트, 유로존 지역이 1.8퍼센트, 일본이 1.1퍼센트였다. 9
회복의 부진함부터 살펴보자. 경제성장률이 2008년 이전 수준으로 돌아간 곳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 사정이 나았던 남반구의 큰 경제들 ― 그중 일부는 2008~2009년 경제 위기 전에 급속한 경제성장을 경험했다 ― 도 기대치를 낮출 수밖에 없었다. 이런 회복 부진의 배경에는 자본주의 체제 핵심 지역의 이윤율이 낮다는 문제가 있다. 이윤율의 장기적 하락은 1950~1982년에 일어났다. 1980년대 초 이후에도 자본주의 체제는 이윤율이 비교적 낮은 채로 있었다.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 앤드류 클라이먼의 계산에 따르면, 미국 경제에서 법인 부문의 이윤율은 1950년 20퍼센트에서 1982년 8퍼센트로 하락했고, 그 이후로는 8퍼센트 선에서 오르내렸다.때때로 주류 경제학자들도 이윤율의 이런 하락을 감지한다. 그래서 2010년 〈파이낸셜 타임스〉의 한 칼럼니스트는 “투자 수익률”이 전후 시기 15퍼센트에서 1980년대 말 10퍼센트로 하락한 것을 한탄했다. 그 칼럼니스트는 1990년대 말에는 투자수익률이 “5퍼센트밖에 되지 않아서, 그런 보상을 바라고 자금을 위험에 노출시킬 사람은 없다”고 지적했다. 12
하지만 이런 일이 왜 벌어졌는지를 이해하려면 카를 마르크스의 경제 위기 설명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마르크스는 《자본론》에서, 특히 제3권에서 경제 위기 설명을 개진했다. 마르크스 주장의 기초는 자본주의에서 가치의 원천이 재화와 서비스의 생산 과정에 참여하는 노동자들의 ‘산 노동’living labour이라는 전제이다. 자본이 얻을 이윤의 원천인 잉여가치 전체는 산 노동이 노동일 동안 창출한 가치량과 노동자들에게 지급된 보수 사이의 차이다. 이 둘 사이에 필연적 연관성은 없다. 노동자를 고용한 자본가는 노동자들이 다음날에도 일하러 올 상태가 되게 할 만큼의 가치를 임금 형태로 노동자들에게 지급해야 한다. 노동자들에게 지급된 가치가 노동일 동안 창출된 가치보다 적다면 자본가는 잉여가치를 얻을 수 있다.14 죽은 노동에 대한 투자가 산 노동에 대한 투자보다 더 빨리 증가하면 체제 전체로는 이윤율이 하락하는 경향이 생길 것이다. 같은 양의 잉여가치를 얻기 위해서는 더 많은 가치가 투자돼야 하기 때문이다.
마르크스는 자본가들이 산 노동뿐 아니라 ‘죽은 노동’Dead Labour ― 생산 과정에 사용되는 공장과 설비 ― 에도, 그것도 점점 더 많이 투자한다고 주장한다. 자본가들에게 죽은 노동은 손실도 이득도 아니다. 죽은 노동은 과거의 산 노동이 만든 생산물이고 그래서 가치를 지니지만, 생산에 사용되면서 그 가치가 완제품으로 이전되므로 자본가들은 그 가치를 회수한다.게다가 죽은 노동에 대한 투자가 장기적으로 이윤율을 낮추더라도 자본주의 경쟁 속에서는 어쩔 수 없이 죽은 노동에 대한 투자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개별 상품의 단가를 낮춰야 하기 때문이다. 자본가들은 자본, 특히 죽은 노동을 축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하지 못하면 경쟁이라는 전쟁에서 뒤처지기 때문이다. 어느 자동차 제조업체가 1960년대의 기술을 가지고 현재의 세계시장에서 경쟁자들과 대결하려 한다면 어떨지 한번 상상해 보라.
15 이윤율이 높을 때 축적 속도가 빨라질 수 있고, 그러면 [역설이게도] 1950~1960년대처럼 이윤율이 비교적 빨리 하락하는 결과를 낳는다. 이런 일이 나타나면, 그 국면에서 자본주의의 동역학 자체가 미래의 축적을 잠식하기 시작한다. 마르크스는 다음과 같이 썼다.
축적 과정 자체는 과거의 이윤(또는 미래의 이윤으로 상환하게 될 신용)으로 자금을 조달한다. 그래서 이윤율이 축적률의 한계를 정한다.이윤율의 저하와 축적의 가속화는 두 개가 모두 생산성의 발달을 표현하는 한, 동일한 과정의 다른 표현에 불과하다. … 축적이 결국 이윤율의 저하를 가속시킨다. … 이윤율은 자본주의적 생산의 원동력이므로, 이윤율의 저하는 … 자본주의적 생산 과정의 발달을 위협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윤율의 저하는 과잉생산·투기·공황을 촉진한다. … 이윤율의 저하에 대한 [자본주의 사상가들의 ― 추나라] 공포에서 중요한 것은, 자본주의 생산양식이 생산력 발전을 저해하는 장벽에 부딪혔음을 자각하는 느낌이다. … 이 독특한 장벽은 … 자본주의 생산양식의 제한성, 그리고 그것의 역사적이고 일시적인 성격을 증언한다.
17 하지만 노동을 강화하고 임금을 삭감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윤율의 하락은 마르크스가 지적한 다양한 요인들에 의해 상쇄된다. 상쇄 요인들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산 노동에 대한 착취율의 증대와 죽은 노동 가격의 하락이다. 후자는 이윤에 견준 투자 비용의 증대를 억제한다. 여러 저술가들이 전자가 신자유주의 시기 내내의 특징으로서 이윤율 회복에 일조했다고 주장했다.18 실제로 죽은 노동에, 특히 공장이나 설비 등 고정자본에 투자된 가치는 지난 세기 내내 하락하기보다는 상승하는 경향을 보여, 마르크스의 주장과 일치했다. 19
죽은 노동 비용의 감소는 이윤율의 하락 경향 개념에 대한 더 현실적인 문제 제기이다. 하지만 자본주의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동안 죽은 노동 비용의 하락이 자본에 꼭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이미 과거의 비싼 가격으로 기계를 들여놓은 자본가들은 여러 해나 심지어는 수십 년 동안 그 기계의 가치를 회수하기를 기대하지만, 경쟁자들이 같은 기계를 더 낮은 새 가격으로 구입해 산출물 가격을 낮추면, 이윤의 손실을 볼 것이다. 더군다나 기계 가격의 하락으로 평균 이윤율이 상승할지라도, 이윤율이 높은 상황에서는 죽은 노동에 대한 더 많은 투자가 촉진되는 경향이 있다. 대다수 자본가들이 투자 비용 절감 혜택을 누리겠지만, 가장 크고 성공적인 자본가는 대체로 가장 비싸고 성능 좋은 기계를 사용해 경쟁자들을 뒤로 멀리 제쳐 버리려고도 할 것이다. 이렇게 또다시 투자 물결을 일으키는 것은 결국 이윤율의 하락을 초래할 것이다. 오로지 경제 위기 때만 죽은 노동의 가치가 체제 전체에서 급작스럽고 자멸적으로 감소해, 기업 파산, 과잉 상품의 떨이 판매, 수익성 없는 자본의 파괴, 체제에 부담을 주는 부채 청산 등을 통해 이윤율이 회복될 조건이 형성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일이 1930~1945년에 일어났는데, 불황과 전쟁을 거치며 제2차세계대전 종전 이후에 시작된 장기 호황의 발판이 닦였다.21 하지만 알렉스 캘리니코스는 《자본론》을 탐구하는 최근작에서 자본주의 위기의 여러 요인들을 “가능하게 하는”enabling 요인, “영향을 미치는”conditioning 요인, “인과적”causal 요인으로 구분하자고 유용한 제안을 했다. 첫째 범주에는 상품의 구매와 판매에 내재된 붕괴의 형식적 가능성이 포함된다. 어느 상품이 판매됐다고 해서 그 판매 대금이 반드시 다른 상품 구매에 쓰이는 것은 아니다. 이 범주에는 경제의 상이한 ‘부문들’, 즉 소비재 생산 부문과 생산수단 생산 부문 사이에 생겨나는 불균형의 가능성도 포함된다. 둘째 범주에는 임금의 운동, 고용 수준의 변화, 대규모로 투자된 고정자본의 회전 패턴이 포함된다. 그런데 알렉스 캘리니코스는 인과적 요인으로는 마르크스가 《자본론》 제3권에서 밝힌 이윤율의 운동과 이와 관련된 금융 주기들이 있다고 주장했다. 22 이 점은 뒤에서 다룰 것이다.
많은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지적했듯이, 자본주의의 위기를 일으키는 요인은 이윤율의 운동 말고도 더 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다중적 원인론’의 관점으로 위기를 설명한다.23 하지만 자본주의 역사 내내 같은 방식의 경제 위기가 닥친 적은 없다. 마르크스가 식별한 또 다른 장기적 과정인 자본의 집중과 집적으로 세계적 거대 자본주의 기업이 창출됨으로써 그런 경향들의 작동 방식이 바뀐다. 특히 자본 단위들이 어마어마하게 커지고 국가와 금융계가 긴밀히 맞물리면서 오늘날 ‘대마불사’라고 불리는 문제가 전면에 등장했다. 24 국민국가는 ‘창조적 파괴’가 자본주의 체제를 다시 건강하게 만들 것으로 기대하며 경제 위기의 고통스런 과정을 감내할지, 아니면 몇몇 대기업의 파산에 뒤따를 재앙적 불황을 피하고자 실패한 기업들을 지원하고 구제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이런 딜레마 때문에 전후의 경제 위기, 특히 1970년대부터의 경제 위기에서는 수익성 없는 자본 단위들이 충분히 청산되지 못하고 그래서 이윤율이 제2차세계대전 종전 이후 20여 년 동안 나타난 높은 수준으로 회복되지 못했다. 25 이 때문에 1947년부터 이윤율은 장기적으로 하락했다. 이윤율은 여러 차례의 경기 변동을 거치면서 하락하는 경향을 보이다가 낮은 수준에서 안정됐다. 주로 국가 개입 덕분에 전면적 경제 위기는 거듭 연기됐지만, 그 대신 새 형태의 위기가 거듭 생겨났다.
이런 설명에 따르면, 경제 위기는 마르크스가 지적했듯이, “모든 노동의 순간적 중단과 자본 대부분의 절멸로 말미암아 자본주의가 자살을 하지 않고서도 그 생산적 힘들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지점으로 격렬하게 되돌아가게 만드는” 과정이다.자본주의에서 이윤율이 중심적 구실을 한다는 사실, 1980년대 초 이래로 대다수 경제의 이윤율이 비교적 낮은 수준에 갇혀 있었다는 사실을 보면, 2008~2009년의 위기가 왜 그렇게 심각했고 그 여파가 왜 그리 오래가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남반구 경제의 부진 경제 위기 직후 남반구의 거대 경제들, 특히 중국 경제의 강세로 선진국 경제들의 부진이 상쇄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컸다. 바클레이즈은행의 존 맥파레인 회장은 이렇게 지적했다. “두 층위의 세계가 있음이 지난 몇 년간 입증됐다. 매력적인 신흥국 시장과 산유국이 그 하나이고, 세계 금융 위기로부터 아직도 회복하지 못한 선진국 세계가 다른 하나이다.”
사실 중국도 경제 위기에서 완전히 빠져 나오지 못했다. 그뿐 아니라 불안정의 원천이기도 했다. 경제 위기 이전 중국의 경제성장은 집약적 착취, 예외적으로 높은 수준의 투자 ― GDP의 50퍼센트를 넘는 경우도 있었다 ―, 수출시장 지향적 생산을 기초로 했다. 세계적 불황으로 수출시장이 쪼그라들기 시작하자 중국 국가는 신용을 이용해 투자 광풍이 유지되도록 했다. 중국의 국가부채는 2008년 160퍼센트에서 현재 260퍼센트로 급증했다. 오늘날 중국의 은행 시스템은 세계 최대 규모로, 유로존보다도 크다. 마틴 울프는 중국이 경제 위기에 어떻게 대응했는지를 잘 포착했다.
중국은 2008년 금융 위기에 대응해, 외부 수요 감소를 상쇄하려고 부채에 기반한 투자를 거대하게 확대했다. 하지만 경제의 토대를 이루는 부문의 성장은 더디다. 그 결과 ‘한계 자본-산출 비율’ ― 추가 소득을 얻기 위해 필요한 자본의 양 ― 은 2000년대 초 이래 거의 갑절로 증가했다. … 수익 측면에서 볼 때, 이 투자는 대부분 손실을 낳는 것으로 보인다. 만약 그렇다면 그런 투자와 관련한 부채도 부실한 것이 될 것이다.
이 말은 마르크스라면 ‘과잉 축적’의 위기 ― 제한적 이윤풀pool에 너무 많은 자본이 뛰어든 결과 이윤율이 떨어지는 것 ― 라고 불렀을 상황을 묘사했을 뿐이다. 신용 확대로 경제를 돌아가게 하는 방식의 대응은 중국에만 있던 일은 아니다. 남반구의 많은 경제에서도 신용이 확대됐다.
28 이 사례가 보여 주듯이, 신용이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다. 최근에 IMF는 중국 경제가 경제성장률을 유지하려면 이제는 경제 위기 시기보다 세 배나 많은 신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IMF는 “파괴적 조정의 위험과 뚜렷한 경제 성장 둔화의 위험이 증대하면서 중국의 신용 증대가 위험한 궤도에 올랐음을 국제적 경험이 보여 준다”고 결론 내렸다. 29
물론 그 경제들의 정부와 중앙은행은 그런 일을 하면서 더 선진적인 자본주의 강대국들이 전에 한 실수를 답습할 뿐이었다. 왜냐하면 일찍이 2001년 불황 직후 미국 정부와 연준이 선택한 바로 그 방식이기 때문이다. 당시 미국 정부와 연준은 금리를 낮추고 자산 거품이 발생하는 것을 내버려 뒀다. 결국 이 자산 거품이 ‘서브프라임’ 모기지에서 시작된 2007년의 신용 경색으로 이어졌다.30 원자재 수요 불안정과 가격 하락이 미친 갑작스런 충격으로 브라질은 역사상 최악의 경기 불황을 맞았다. 경제 규모가 2년 내리 줄어든 것이다. 2016년에는 아르헨티나, 러시아, 나이지리아 경제도 수축했다. 터키는 경제성장률이 6.1퍼센트에서 2.9퍼센트로 낮아졌고, 남아공은 1.3퍼센트에서 0.3퍼센트로 하락했다. 31
중국 경제성장의 감속은 다른 경제에 미치는 압력을 높이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브라질 같은 국가들은 호황을 구가하던 중국 경제에 원자재를 공급해 주는 경제로 전환했다. 이 때문에 브라질에서는 1999년부터 2009년까지 원자재 수출이 다섯 배 증가했고, 중국으로의 철광석과 대두 수출이 브라질 경제성장의 주를 이뤘다.금융의 취약성
32 마르크스는 《자본론》 제3권에서 역동적이고 위기를 초래하는 요소들을 다음과 같이 포착했다.
앞에서 지적한 경기 회복의 두 번째 특징은 취약성이다. 이것은 지난 40년 동안 국제 금융 시스템이 팽창한 것이 낳은 결과다. 이런 금융의 팽창은 또한 대체로 경제에서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는 영역의 이윤율이 낮은 수준에 있는 것에 대한 반응이다. 금융이 그저 자본의 기생적 부산물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자본이 발전하면서 특정 자본가의 수중에 있는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이자 낳는 자본으로 사용되면서 자본주의 체제가 돌아가게 하는 데 일조한다. 하지만 어느 한도를 넘어서면 금융은 자본주의를 불안정하게 만든다.은행 시스템을 통해, 자본의 분배는 사적 자본가와 고리대금업자의 수중에서 빠져나와 특별한 업무, 즉 사회적 기능이 된다. 그러나 그리하여 은행과 신용은 또한 자본주의적 생산이 자체의 한계를 넘어서도록 추동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 되며, 공황과 사기의 가장 효과적인 매개체의 하나가 된다.
금융은 유휴의 저축된 화폐를 움직이게 함으로써 자본주의가 그 한계를 넘어서도록 추동한다. ‘이자 낳는 자본’의 형태를 취하는 가치는 전례 없이 큰 유동성을 가지고 경제의 여러 영역과 경계를 넘나들 수 있다. 하지만 신용은 결국 상환돼야 한다. 그리고 생산이 이뤄진다고 해서 신용을 상환할 만큼 충분한 이윤을 얻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축적 광란 속에서 은행 등 금융 기관들이 돈을 빌려 주기 위해 돈을 빌리면서 신용과 부채의 사슬이 형성될 수 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많은 비금융 기업들이 돈을 빌려 주는 일도 하게 됐다. 예를 들어 자동차 제조업체가 자동차 구매자에게 금융을 제공했다. 금융의 성장은 축적과 이윤 생산이 계속될 것이며 부채를 한꺼번에 상환하라는 요청이 생기는 전반적 경제 위기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가정에 기초해 있다. 마르크스는 다음과 같이 썼다.
지불일이 특정돼 있는 지불 의무의 사슬이 여러 곳에서 끊어진다. 이것은 신용제도의 동반 붕괴에 의해 더욱 격화된다. … 그리하여 이 모든 것은 격렬하고 첨예한 위기, 갑작스럽고 강제적인 가치 감소, 재생산 과정의 실질적 정체와 교란, 그 다음으로는 재생산의 실질적 축소를 일으킨다.
35 이자 낳는 자본은 이자를 받으면서 마술처럼 확대되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돈을 빌려 주는 사람의 처지에서 볼 때, 이자 낳는 자본은 마치 산 노동의 이용이 필요 없는 것처럼 보인다. 자본을 소유한 것이 자본가들에게 잉여가치의 일부를 가질 권리를 자동으로 부여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이런 일이 벌어지면 소득의 흐름이 죄다 이와 비슷하게 여겨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채권 ―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국채 ― 도 마찬가지다. 이 채권의 소유자는 소득의 일정분에 대한 법적 청구권을 가진다. 만약 일반적 금리가 10퍼센트고 채권 소유자가 연간 5파운드를 받는다면, 그는 자신이 50파운드짜리 이자 낳는 자본을 소유하고 있다고 여길 수 있다. 이와 비슷한 논리가 기업이 발행한 회사채에도 적용된다. 주식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식은 기업에 대한 소유권을 나타내고 그 소유자에게 배당금을 지급한다는 점에서 채권과 다르다. 그럼에도 주식도 그 소유자에게 소득을 제공하는 자본주의적 자산으로 취급된다. 채권이나 주식 같은 부에 대한 청구권 증서들은 마르크스가 가공자본이라고 부른 것의 사례들이다.
금융의 성장에는 또 다른 측면도 있다. 마르크스는 이자 낳는 자본을 두고 “모든 정신 나간 것들의 어머니”라고 논평했다.36 이 때문에 가공자본은 투기의 이상적 수단이다. 투자자들이 미래 소득 예측에 기반해 가격을 끌어올리거나 그저 가격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도박을 걸면서, 가공자본은 거품이 형성될 가능성을 만든다. 실제의 자본주의는 노동자들에게서 잉여가치를 뽑아 내는 것에 의존하므로 가공자본 시장은 기초적인 가치 생산 과정과의 접촉이 느슨해질 수 있다.
마르크스의 분석에서 가공자본은 세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앞에서도 지적했듯이, 가공자본은 이자로 취급될 수 있는 소득에 대한 청구권을 나타낸다. 둘째, 어느 실물 자본에 대한 청구권 증서가 발행되면 이 자본은 이중으로 등장하게 된다. 예를 들어 내가 한 기업의 주식을 사고 그 기업이 주식 판매금으로 투자를 할 때, 기계나 노동력에 투자된 돈은 ‘실물’ 자본이다. 내가 보유한 증서는 앞으로 생겨날 이윤의 일부에 대한 청구권을 나에게 부여하지만, 그 증서 자체는 가공자본일 뿐이다. 자본은 두 번 존재할 수 없다. 셋째, 가공자본은 자체의 운동 법칙에 따라 거래된다.37 가공자본 시장은 정말로 최근 수십 년 동안 크게 성장하고 분화하면서 생산에서 많이 멀어졌다. 여기에는 증권의 성장도 포함된다. 증권이란 기초 자산의 소유권을 뜻하지 않는 미래 소득에 대한 청구권을 말하는데,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와 관련된 모기지 담보부 증권 등 부채 담보부 증권이 그 사례이다. 또한 파생상품이라는 새로운 형태도 있다. 파생상품이란 일부 기초자산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따라 가치가 변하는 자산을 말한다. 신용디폴트스와프가 그 사례인데, 이것은 핵심적으로는 채무불이행을 대비한 보험, 또는 누군가 채무를 불이행할 것이라는 데 거는 도박을 뜻한다. 38
이런 일은 ‘실물’ 경제의 이윤율이 낮은 시기에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마르크스는 이렇게 썼다. “이윤율이 저하하면 … 어떤 종류든 상관없이 특별이윤을 얻기 위해 새로운 생산 방법, 새로운 자본 투자와 새로운 모험 등을 앞뒤 가리지 않고 시도하기 때문에 투기와 일반적 투기 촉진이 나타난다.”39 신용의 팽창은 1980년대 초 이후 시기에는 자본주의의 문제들을 감추거나 유예시키는 데 일조했지만, 결국 위기를 개척할 터무니없이 비대해진 규모의 금융 시스템을 창출하는 대가를 치렀다. 장기 침체가 금융 부문에서 시작됐다는 사실 때문에 많은 평론가들이 지금의 위기를 금융 위기로 여겼다. 하지만 이것은 위기의 직접적 촉발 요인과 위기의 간접적 원인을 혼동하는 오류이다. 낮은 이윤율이라는 맥락이 지금의 사태를 이해하는 데서 사활적으로 중요하다. 40
1980년대 이래 금융의 성장은 일부는 실물 부문의 축적과 긴밀히 연결되거나 실물 부문의 축적을 초래했지만, 대체로는 그저 일련의 거품을 낳았다. 그 사례로는 1990년대 주식시장에서 일어난 하이테크 기업에 대한 닷컴 거품, 영국·스페인·아일랜드와 오늘날 중국에서 일어나는 자산 거품, 2008년 경제 위기 뒤의 몇 년 동안 발전했고, 결국 아랍 혁명을 촉발시키는 데 영향을 미친 상품 거품 등이 있다. 이 모든 사례의 바탕에는 거대한 신용 거품의 형성이 있었다. 〈파이낸셜 타임스〉의 마틴 울프는 개발도상국들이 “점점 더 커지고 점점 더 위험해지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금융 대붕괴 기구”라고 묘사했다.41 금융 시스템의 규모는 여전하므로 새로운 공황이 발생하면 그 파장은 전 세계로 전달되며 증폭될 것이다. 예를 들어 2015년 12월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 결정 때문에 2016년 초 주식시장이 크게 하락했다. 2016년 봄 유럽 은행들의 주가가 폭락한 일도 있었다. 이것은 마이너스 금리의 효과와 그 은행들의 장부에 기록돼 있는 대출의 질 악화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 2015년 여름부터 2016년 봄까지 중국 주식시장은 크게 동요했는데, 이것은 미국 달러화의 큰 하락을 낳을 만큼 세계 자본주의에 큰 영향을 미쳤다. 42 앞으로도 더 많은 충격파가 분명히 발생할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2008~2009년의 경제 위기 덕분에 경제가 금융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게 됐다고 여긴다. 그러나 기껏해야 가장 선진적인 경제들에서만 신용 팽창이 안정됐다. 반면, 남반구에서는 신용이 상당히 팽창했다.불확실성
43 가장 중요한 조처는 중앙은행들이 담당했다. 예를 들어, 많은 중앙은행들이 양적완화를 실시했다. 양적완화는 화폐를 발행하고 그 돈으로 금융 기관들로부터 채권을 구매해, 금융 기관들이 대출을 늘리도록 장려하고 대출 수익률을 낮추도록 억제하는 것이다. 금리도 매우 낮은 ― 심지어 마이너스 금리 ― 수준으로 억눌렸다. 2016년 초 유럽과 일본 중앙은행들의 정책 금리는 0퍼센트였고, 영국은행은 0.25퍼센트였다. 2017년 미국 연준은 금리를 1.25퍼센트까지 조심스럽게 올렸지만, 역사적 기준으로 보면, 이것도 여전히 이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이제 지속되는 경제 위기의 셋째 측면을 살펴보자. 바로 회복의 불확실성이다. 여러 나라에서 국가가 경제에 개입했고 그 덕에 불황 속에서 경제가 유지될 수 있었다. 많은 국가가 나서서 은행 시스템을 구제했지만 국가 개입이 단지 실패한 기업들을 구제하는 것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심지어 그것이 주된 방식이었던 것도 아니다.달리 말해, 자본주의는 생명 유지 장치에 의탁해 있다. 그것도 매우 금융화된 형태의 생명 유지 장치에 말이다.
이런 조처들의 목적은 기업에 신용을 보장해 생산을 촉진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윤율이 낮은 조건에서 그런 일은 일어나기 힘들다. 투자자들이 생산의 수지 타산이 맞을 것이라고 여겨야 신속한 축적이 이뤄진다. 그러나 현실에서 화폐는 은행에 저장되거나 금융 투자로, 흔히 남반구의 고위험 고수익 투자로 흘러갔다. 〈파이낸셜 타임스〉의 한 기사는 금융화된 구제금융이 또 다른 거품의 형성에 어떻게 일조했는지를 잘 포착했다.
양적 완화 ― 중앙은행이 채권을 구매해 채권 수익률을 낮추는 것 ― 로 현금을 얻게 된 투자자들은 위험 자산에 투자하는 것 말고 달리 선택지가 없었다. … SWAG(은, 와인, 예술품, 금을 뜻하는 영어 낱말들의 첫 글자들)의 형태를 취하는 전통적 가치 저장 수단이 도피처였다. 2012년 SWAG 자산이 거품을 일으켰다. 하지만 인플레에 대한 공포가 수그러지고 정부도 자신감을 되찾자, SWAG 자산 가격이 떨어졌다. 주택이 또 다른 도피처를 제공했다. 자신들이 소유한 부를 국가가 계속해서 용인해 주지는 않을지 모른다고 조바심을 내던 사람들에게 특히 그랬다. 경제성장은 활기가 없는데도 몇몇 주택시장은 반등했다. 특히 외국인 소유자들에게 고전적 도피처인 런던과 중국인들이 애호하는 뱅쿠버가 상당한 득을 봤다. … 고전적 거품은 비트코인이 주도하는 암호화폐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 기술은 새롭고 흥미로우며 잠재적으로는 혁명적이다. 하지만 고유한 가치가 없고 정부의 승인이 없는 통화의 가치 상승은 여전히 조마조마한 일이다.미국이 양적완화를 중단하고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하는 것의 한 가지 위험은 지금까지의 흐름이 역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 주요 자본주의 국가들 중에서는 오로지 미국, 캐나다, 체코, 멕시코, 터키만이 금리를 인상했다. 하지만 유럽중앙은행은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축소하기’ 시작했으며, 도이체방크의 회장은 “유럽에서 값싼 통화 시대”를 마감하는 금리 인상을 시작하도록 지시했다.
금융화된 생명 유지 장치는 투기 ― 말이 난 김에 하는 말인데 부자들의 자산 가격도 부풀려져 있다 ― 를 조장할 뿐 아니라, 근저에 놓인 경제 위기를 타개할 해법의 시행을 지연시키고도 있다. 주요 경제들에는 ‘좀비기업’이 만연해 있다. 좀비기업이란 경쟁적 시장에서는 생존할 수 없지만 상당한 이윤이나 투자 없이도 어찌어찌 가동되는 기업을 말한다. OECD가 최근 발표한 연구 논문의 저자들은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제대로 기능하는 시장 경제에서 창조적 파괴 과정은 실적이 나쁜 기업이 자체의 효율성을 높이거나 시장에서 퇴출되도록 한다. 하지만 이런 과정이 지체되는 … 조짐들이 있다. 이 문제에는 정책적 측면이 있다는 사실을 많은 요소들이 암시한다. 이 정책적 측면에는 구조조정 정책의 허술함(예를 들어 비효율적인 채무불이행 제도), 은행의 관대함, 느슨한 통화정책과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은행 시스템, 위기를 유발하는 중소기업 지원정책의 지속 등이 있다.게다가 이 논문은 좀비기업들이 오래되고 규모가 큰 기업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며, 이는 이들 기업들이 국가 지원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기업들이기 때문임을 암시한다. 이 논문은 영국에서 자본의 7.5퍼센트가 좀비기업들에 투자됐으며, 이탈리아의 경우 그 수치가 19퍼센트까지 상승한다고 추정한다.
국제결제은행이 발표한 보고서도 비슷한 주장을 한다.
최근에 줄어든 투자는 생산성 발달의 둔화와 함께 일어났다. 2007년 이후 생산성 발달이 둔화돼 왔다. … 이런 둔화의 한 가지 잠재적 요인은 자본과 노동의 분배가 계속 잘못 되고 있는 것이다. 이윤이 생기지지 않는 기업의 비중 증대가 이를 보여 준다. 정말로 좀비기업들 ― 금융 비용과 세금을 제하기 전의 수익보다 이자 지출이 큰 기업 ― 의 비중은 금리가 낮은데도 크게 증가했다.이 지적과 함께 수록된 그래프는 주요 경제들에서 좀비기업의 비중이 2007년 6퍼센트 이하에서 2015년 10퍼센트 이상으로 증가했음을 보여 준다.
좀비기업들을 청산하는 것이 가져올 장기적인 효과는 수익성, 투자, 생산성 그리고 결국 경제성장의 촉진일 테지만, 경제를 다시 불황 상태로 끌어내릴 위험도 있다. 아메리카은행의 선임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5년 동안 유럽에서 시행된 통화 지원 덕분에 수익성이 낮은 기업들이 계속해서 채무를 차환하며 채무불이행을 면할 수 있었다. … 이 사실은 우리 경제학자들이 지적해 온 것이 옳음을 지지해 준다. 즉, 유럽중앙은행은 앞으로 1년 반 동안 매우 느리고 참을성 있게 이례적이었던 경기부양책들을 중단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에서는 이미 금리가 완만하게 인상되고 있고, 양적완화로 풀린 자금의 회수가 효과를 내고 있다. 미국에서 파산 신청 기업이 2016년에 크게 증가했다. 세계적으로 기업의 채무불이행 건수가 2008년 이래로 가장 높은 수준에 이르렀는데, 주로 미국 기업들의 채무불이행이다.
그래서 지금은 세계 자본주의와 그것의 운영자들에게 매우 위험한 순간이다.
위기와 저항
이런 맥락에서 사회주의자들의 전망은 무엇인가?
전 세계 대다수 노동자들의 처지는 경제 위기가 시작된 이래 악화했다. 전 세계 지배계급의 여러 분파들이 동의하는 몇 안 되는 합의 중 하나는 노동자들을 쥐어짜서 이 체제의 이윤율을 조금이라도 회복시키자는 것이다. 하지만 노동자들에 대한 압박이 자동으로 투쟁을 낳는 것은 아니다.
51 《프랑스의 계급투쟁》에서 마르크스는 반란의 조건을 형성하는 폭넓은 정치적 모순들을 지적하면서, 그 모순들은 ‘두 개의 세계적인 경제적 사건들’로 무르익었다고 덧붙였다.
1848년 혁명 직후 카를 마르크스와 프리드리히 엥겔스는 경제 위기와 저항의 관계에 관해 매우 유명한 논평을 남겼다.1845~1846년의 감자 잎마름병과 곡물 흉작으로 대중 정서가 일반적으로 끓어올랐다. 1847년의 기근은 유럽의 나머지 지역뿐 아니라 프랑스에서도 유혈 충돌을 초래했다. 금융 귀족들의 파렴치하고 질펀한 잔치에 대항해 대중은 생필품을 위한 투쟁을 벌였다. … 혁명의 발발을 재촉한 둘째 경제적 사건은 1847년 가을 마침내 영국에서 터진 전반적인 상업·공업 위기였다. … 이 경제 위기가 유럽 대륙에 미친 여파는 2월 혁명이 터졌을 때도 사라지지 않았다.
53 이와 비슷하게 엥겔스도 과거를 회고하면서 1895년에 다음과 같은 서문을 썼다. “1847년의 세계무역 위기는 2월 혁명과 3월 혁명의 진정한 어머니였다. … 1848년 중반 이래 점차 회복돼 1849년과 1850년에 완전히 만개한 산업 번영은 새롭게 강화된 유럽의 반동에 활력을 불어넣는 힘이었다.” 54
이 혁명이 패배한 1850년 마르크스는 이렇게 결론 내렸다. “새로운 혁명은 새로운 경제 위기의 결과로서만 가능하다. 하지만 이번처럼 다음의 경제 위기도 확실히 벌어질 것이다.”하지만 경제 위기와 저항의 상호 관계에 대한 더 일반적인 설명을 발전시키는 일은 그 다음 세대 마르크스주의자들 ― 특히 제3인터내셔널(코민테른) 초기의 마르크스주의자들 ― 의 몫이었다. 1921년 초 개최된 코민테른 3차 대회는 제1차세계대전의 종전과 함께 찾아온 혁명 물결 뒤에 유럽에서 자본가들의 지배가 일부 다시 안정을 찾은 문제를 다뤘다. 1919~1920년 경제가 “상승”했지만, 1920년 후반부터 1921년 가을까지 지속된 경제 위기가 곧바로 이어졌다. 이 대회에서 레온 트로츠키는 투쟁의 재개 전망을 분석하고자 했다. 그는 1848년에 대한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논평을 인용하면서도 경제 위기와 저항의 관계를 기계적으로 보려는 유혹에 경고했다.
이 판단을, 경제 위기는 틀림없이 혁명적 행동을 낳는 반면 호황은 노동계급을 유순하게 만들고야 만다는 뜻으로 해석하는 것은 매우 일면적이어서 완전히 잘못된 일이다. 1848년 혁명은 경제 위기가 낳은 것이 아니었다. 경제 위기는 최후의 자극이었을 뿐이다. 본질적으로 1848년 혁명은 자본주의 발전의 필요와 반半봉건적 사회·국가 체제의 족쇄가 일으키는 모순에서 생겨났다. 1848년 혁명은 과단성이 없고 중도에 멈춘 혁명이었음에도 길드와 농노제의 유산을 일소하고, 그리하여 자본주의 발전의 조건을 확장시켰다. 이런 조건들 속에서, 그리고 이런 조건들 속에서만 1851년의 호황은 1873년까지 지속된 자본주의 번영기의 출발점일 수 있었다.
56 호황과 불황의 순환은 자본주의의 내재적 특징이지만, 이 체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불황은 더 파괴적이게 만들고 호황은 더 짧아지게 만드는 장기적 경향도 있다. 이와는 반대로 불황이 생산의 경미한 하락과 수축의 형태를 취할 뿐인 전반적인 번영의 시기가 있을 수 있다. 제2차세계대전 이후의 장기호황이 그런 시기였다.
트로츠키가 지적한 첫째 핵심은 해당 시기의 전반적 성격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여기서 쟁점은 경기 호전이 가능하냐 아니냐가 아니다. 경기 변동이 상승 추세에 있느냐 하락 추세에 있느냐는 것이다.”57 이에 수반되는 방어적 투쟁 덕분에 혁명가들은 노동자 계급의 새 부문으로 뻗어나가며 코민테른이 잠깐 채택했던 공동전선 정책을 활용할 수 있다. 58 하지만 이 시기 안에서도 경제 상황의 급격한 변화가 있을 수 있으며, 혁명가들은 그 변화의 중요성을 잘 파악해야 한다. “빈곤이든 번영이든 그런 것들은 혁명을 낳을 수 없다. 하지만 번영과 빈곤의 교체, 경제 위기, 불확실성, 안정성의 부재 같은 것들은 혁명의 동력을 이루는 요소다.” 59 이런 논의를 전개하는 동안 트로츠키의 관심사는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방어하는 것이었다. “일반으로 말해, 프롤레타리아의 혁명 운동은 경제 위기 때면 자동으로 발생하는 일이 아니다. 변증법적 상호작용만이 있다.” 60 1848년에 대한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논평을 단순하게 해석하는 것에 대항해 트로츠키는 러시아 혁명 사례를 제시했다.
침체의 시기에 “부르주아는 노동자 계급을 갈수록 강하게 압박할 것”이다.1905년 혁명은 패배했다. 노동자들은 크나큰 희생을 치렀다. 1906년과 1907년에 혁명의 마지막 불꽃이 타올랐고, 1907년 가을쯤 거대한 세계경제 위기가 터졌다. 그 신호는 월스트리트의 ‘검은 금요일’이었다. 1907년, 1908년, 1909년 내내 매우 혹독한 경제 위기가 러시아도 강타했다. 이 경제 위기는 운동을 말살했다. 노동자들이 혁명 동안 너무나도 큰 고통을 겪어 이 불황이 노동자들을 낙담시키기만 했기 때문이다. … 그때 우리 중 많은 이들이 러시아의 혁명 운동은 경제가 괜찮은 국면에서만 재건될 수 있다고 봤다. 그리고 현실도 그랬다. 1910년, 1911년, 1912년에 러시아 경제 상황이 호전되며 경기가 괜찮아지자, 사기가 저하돼 활력을 잃었던 노동자들이 다시 결집했다.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생산 과정에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를 다시 자각했다. 처음에는 경제 영역에서 그 뒤에는 정치 영역에서 공세로 전환했다.
위기의 양상
트로츠키가 제시한 종류의 분석에서는 위기의 전반적 양상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현재 상황은 어떠한가? 2007~2008년에 시작된 위기는 단지 호황-불황 주기의 일부일 뿐이었던 것도, 단지 금융이나 은행 부문의 무질서가 낳은 결과일 뿐이었던 것도 아니다. 이번 위기는 1930년대 대불황처럼 이윤율의 장기적 하락이 낳은 결과다. 그렇다고 해서 자본주의의 ‘최종적 위기’나 ‘붕괴’라는 뜻은 아니다. 단지, 자본의 파괴나 가치 감가가 거대한 규모로 이뤄질 때에만 지속적인 성장의 새 시기가 도래할 수 있는 지점에 자본주의가 이르렀다는 뜻이다.
이 말은 이번 경제 위기가 깊고 오래 지속되고 있고, 심각한 불안정을 동반한다는 뜻이다. 위기가 한동안 지속된다는 것은 여러 상이한 국면이 나타날 수 있고, 각각의 국면들은 정치 상황의 변화와 노동자들의 의식 변화 ― 트로츠키가 언급한 ‘안정성의 부재’ ― 를 동반할 것이라는 뜻이다.
62 혁명에 대한 이 지적은 투쟁 일반에도 적용된다. 안토니오 그람시는 지배계급이 탄압에 의존해서만 지배하지는 않기 위해 필요한 제한적 동의를 획득할 수 있는 조건을 가장 잘 연구한 마르크스주의자였다.
하지만 경제 위기가 저항을 낳을 것이냐 아니냐를 결정하는 것은 단지 사회 밑바닥 사람들의 물질적 조건들인 것만은 아니다. 레닌은 혁명의 조건은 지배받는 계급이 더는 옛 방식으로 지배받지 않으려 하고 그리고 지배계급도 더는 옛 방식으로 지배할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대중 속의 능동적 인간은 실천 활동을 하지만 그의 실천 활동에 대한 이론적 의식은 없다. 그럼에도 그 활동이 세계를 변화시키는 만큼은 세계를 이해한다. 그의 이론적 의식은 역사적으로는 그의 활동과 정말로 대립할 수 있다. 그는 두 가지 이론적 의식(또는 하나의 모순된 의식)을 가졌다고 말할 수 있다. 하나는 그의 활동 속에 함축돼 있으면서, 그가 실제 세계를 변화시키는 실천 속에서 동료 노동자들과 단결하도록 만드는 의식이다. 다른 하나는 그가 겉으로 표현하거나 말할 때 나타나는 것으로, 과거로부터 물려받아 무비판적으로 흡수한 의식이다.
64 경제 위기가 장기적으로 지속되는 시기에는 지배계급의 사상적 일관성이 허물어지고, 노동자들이 한동안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던 ‘상식’이 ‘양식’으로 바뀔 수 있다. 양식은 연대 경험과 집단적 활동에 기반하며 그것을 명확히 표현하는 사상을 말한다.
이 두 가지 모순된 세계관의 결합으로 노동자들이 어느 정도 마비되고 수동적일 수 있지만, 그렇게 고정돼 있는 것은 아니다. 《옥중수고》의 위 인용문 앞부분에서 그람시는 ‘일상적 시기’와 이례적 시기를 구분했다.현 시기의 지속적인 특징 중 하나는 인구의 일부, 즉 노동자 계급의 핵심 부위뿐 아니라 학생이나 실업자처럼 차별에 직면한 집단들이 이데올로기적으로 급진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급진화는 흔히 저항의 폭발로 타오르기도 한다. 그 사례로는, 2011년 ‘오큐파이’ 운동, 노동자 투쟁과 대중 시위들을 결합시킨 아랍 혁명(가장 유명한 것은 이집트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 운동), 총파업을 동반한 그리스의 항의 시위, 스페인의 ‘분노한 사람들’ 운동, 대통령을 무너뜨린 한국의 운동 등이 있다.
경제 위기는 사회적으로 지배적인 사상의 이데올로기적 일관성만 허무는 것이 아니다. 자본주의는 경쟁적 축적의 체제로서 조직돼 있으므로, 경제 위기는 지배계급 내 균열을 낳기도 한다. 마르크스는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만사가 순조로운 동안에 … 경쟁은 자본가 계급의 우애로운 실천으로 작용한다. … 그러나 이윤의 분배가 아니라 손실의 분배가 문제가 되기 시작하자마자, 모두들 자기 손실은 줄이고 타인의 손실은 키우려 서로 책임을 전가한다. … 자본가들 각자가 얼마를 부담해야 하느냐 ― 각자가 분담해야 할 크기 ― 는 힘과 술책으로 정해지고 그러면 경쟁은 이제는 반목하는 형제들 사이의 싸움이 된다.
경쟁 집단들이 경제 위기의 부담을 누가 가져갈지, 그리고 위기에서 탈출하기 위한 전략이 무엇일지를 두고 논쟁을 벌이므로, 경제 위기는 자본가들 사이, 자본가 계급의 부문들 사이, 또는 특정 자본가들이 기반을 두고 있는 국민국가들 사이의 분열을 낳을 수 있다. 그 분열은 단지 경제적 긴장만은 아니다. 정치적 파편화도 경제 위기의 또 다른 산물이다. 아래로부터 투쟁의 등장은 지배계급의 분열을 더 확대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경제 위기는 다소 일관된 정치적·이데올로기적 대안의 등장을 위한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
정치적 양극화
최근 몇 년간 나타난 정치적 양극화는 하나의 징후다. 중도적 기반의 정당들이 제시한 처방들이 더는 현실과 맞지 않게 되자 왼쪽이나 오른쪽에서 제기되는 더 급진적인 대안이 더 현실적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여러 나라들에서 극우가 성장했다. 그리스의 황금새벽당은 공공연한 나치 조직으로 2015년 선거에서 7퍼센트를 얻었다. 프랑스의 마린 르펜 ― 그가 이끄는 국민전선FN의 핵심은 여전히 파시스트이다 ― 은 올해 대선 1차 투표에서 21퍼센트를 득표했다.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 자신은 파시스트가 아니지만 확실히 인종차별적 세력을 성장시킨다 ― 가 활력 없는 선거운동을 펼친 힐러리 클린턴을 누르고 대통령이 됐다.
왼쪽에서도 많은 경우 급진적 세력들이 등장했다. 프랑스의 장뤽 멜랑숑은 내핍에 반대하는 선거강령을 제시하며 대선 1차 투표에서 거의 20퍼센트를 얻었다. 그리스의 급진좌파 정당 시리자는 2012년 선거에서 승리해 집권했다. 스페인의 포데모스는 2015년 선거에서 20퍼센트를 득표했다. 미국에서는 민주당에서 버니 샌더스가 약진하고 민주사회당이 부상했다. 영국에서는 사회주의자 제레미 코빈이 노동당의 당권을 장악했다.
66 그들은 아래로부터의 투쟁을, 적어도 투쟁의 염원을 반영하지만, 현존 국가기구를 통한 개혁으로 자본주의 체제를 변형시키고자 한다. 이 세력들 중에서 첫째로 집권한 시리자는 유로존의 지배계급에게 비참하게 투항했다. 시리자는 내핍 정책의 반대자에서 집행자로 변모했다. 67
새로 등장하거나 재활성화된 좌파 개혁주의 조직들의 뿌리는 서로 다르다. 그들이 공유하는 것은 노동자들을 쥐어짜 경제 위기의 대가를 치르게 하자는 지배계급의 합의에 반대하며 현 상황에 도전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좌파적 개혁주의이다.그럼에도 혁명적 좌파는 이런 경향의 등장에 적대적이면 안 된다. 그들의 성공은 노동자 계급의 자신감과 기대를 상승시키고 정치 지형을 좌경화시킬 수 있다. 노동자 계급이 투쟁에 한 번 나섰다고 해서 자동으로 전통적 조직에 등을 돌리고 혁명 정당으로 기울어지지는 않는다. 트로츠키가 러시아 혁명에 대해 쓴 것은 더 일반적으로 투쟁의 고조기에도 적용된다.
혁명이라는 근본적인 정치 과정은 … 한 계급이 사회적 위기에서 생겨나는 문제를 서서히 이해하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 즉, 대중은 점근법이라는 방법으로 능동적으로 이해한다. 혁명 과정의 각 단계들은 더 급진적인 정당이 덜 급진적인 정당을 항상 대체하는 정당들의 교체로 입증되며, 운동의 파고가 객관적 장애물로 변하지 않는 한, 대중 내의 좌파에 대한 압력은 증대된다.
69 1931년부터 심각한 경제 위기에 처한 프랑스에서도 마찬가지로, 5년 동안 거대한 투쟁의 분출이 일어났다. 그 뒤로 첨예한 정치적 양극화의 시기가 이어졌다. 그 속에서 노동자들은 파시즘의 위협에 대항하는 단결을 열렬히 지지했고, 1936년 선거에서 사회당과 공산당이 지지하는 인민전선 정부가 들어서자, 노동자들은 파업과 공장 점거 물결로 환호했다. 70 두 경우 모두 노동자 계급의 급진화는 그 운동을 촉발한 정치보다 훨씬 멀리까지 나아갔다.
경제 위기 과정에서 생겨난 정치적 요소가 투쟁의 촉발에 일조하는 경우가 흔하다. 1930년대 불황 동안 전개된 투쟁들이 확실히 여기에 해당한다. 미국에서는 월스트리트의 붕괴 몇 해 뒤인 1933~1934년에 파업 행동이 크게 증가했다. 사기가 떨어지고 수동적인 모습을 보이던 노동자들이 갑작스레 일련의 비공식 파업을 일으켰다. 이는 1934년 톨레도(자동차 산업), 미니애폴리스(트럭 운전수), 샌프란시스코(항만 노동자)에서 일어난 세 개의 거대한 파업에서 절정을 이뤘고, 계급 세력균형을 노동자들에게 유리하게 바꿨다. 대공황이 바닥을 쳤다는 믿음이 널리 퍼져 있었다는 점이 이 투쟁이 벌어진 한 맥락이었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루스벨트 정부가 개시한 뉴딜정책으로 노동조합 조직 물결이 촉발된 것에서도 자신감을 얻었다.계급의 상태 노동자 대중의 의식 변화는 단지 지배계급 사상의 붕괴나 기성체제의 정치적 위기와만 관련된 것이 아니다. 노동자들의 실제 행동으로 분명하게 드러나는 새 형태의 의식·조직과도 관련 있다. 그러므로 경제 위기에 직면한 계급의 상태가 어떤지가 중요하다. 그것이 노동자들이 투쟁할 자신감이 있느냐 없느냐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트로츠키가 지적했듯이, “경제 위기의 정치적 효과 … 는 기존의 전반적 정치 상황에 따라, 위기에 선행하거나 동반되는 사건들, 특히 위기에 앞선 전투들에서 노동자 계급이 승리했느냐 패배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하지만 처지가 안정적인 노동자들만이 자신감이 있거나 조직돼 있는 것은 아니다. 자본주의의 주기적 구조조정 때문에 예전에는 노동계급이 강력했던 일부 기반이 제거되고 노동자들은 새 영역으로 내몰린다. 그래서 이런 노동자들이 집단적으로 투쟁하는 데 필요한 자신감과 조직을 발전시키려면, 그리고 전통적인 노동자 집단이 자신감을 되찾으려면 시간과 투쟁 경험이 필요하다. 1960년대와 1970년대 초에 일어난 거대한 투쟁 물결은 장기간의 경제성장에 뒤이어 발생했다. 많은 선진 자본주의 나라들에서는 그런 장기적 경제성장 덕분에 새로운 노동자 집단이 더 나은 임금과 노동조건을 위한 지역적·부문적 투쟁을 통해 형성되며 성장했다. 자본가들과 정부도 때로는 양보할 태세가 돼 있었다. 영국에서 1972년까지의 시기에 일어난 파업은 95퍼센트가 비공식 파업이었고 강력했다. 토니 클리프는 이것을 ‘자발적DIY 개혁주의’라고 불렀다. 프랑스에서는 1968년 총파업에 이르기까지 두 해가 중요했는데, 그때 노동총동맹CGT이 조직한 “격렬한 산업쟁의가 발생했고”, “하루 총파업을 포함한 시위성 파업들”이 있었다. 파업손실일수는 1965년 100만 일 이하에서 1967년 400만 일 이상으로 치솟았다.
73 하지만 성장하고 있던 새로운 노동자 집단이 1960년대 후반부터는 커지는 기대를 더는 충족시키지 못하는 체제와 충돌했듯이, 자본주의의 장기 호황 동안 누적되던 혁명적 분출을 위한 잠재력이 전면에 등장했다. 1970년대 후반이 돼서야, 부분적으로 다시 안정된 부르주아 기구가 노선을 바꾼 사회민주주의와 스탈린주의 조직들의 도움을 얻어 그 전투성을 흡수하고 더 안전한 방향을 돌려 투쟁의 분출을 가둬 놓을 수 있었다. 74
이런 징조에도 불구하고 이 시기를 논평하는 사람은 양차대전 사이 기간에 혁명적 분출이 없었던 것을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세력으로서 노동자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오판한다. 예를 들어 자동차 공장 등에서 생겨난 ‘풍족한 노동자들’은 파업을 하는 것보다는 소비재를 얻는 데 더 큰 관심이 있는 것으로 여겨졌다. 프랑스의 좌파 이론가 앙드레 고르즈가 1968년 초에 “예측 가능한 미래에는 노동자 대중을 혁명적 총파업으로 이끌 만큼 극적인 유럽 자본주의의 위기는 없을 것”이라고 선언한 일은 널리 알려져 있다.현재의 위기에 이르기까지의 시기는 과거와 꽤 다를 뿐 아니라, 호황이나 개혁주의의 ‘황금기’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 시기에 새로운 노동자 집단이 성장했다. 그 집단은 노동자 투쟁을 역사의 쓰레기통에 던져 버리려는 비관주의자들을 당황하게 만든다. 한 가지 두드러진 사례는 오늘날 많은 파업들에서 나타나는 공공 부문 노동자들의 중요성이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는 이윤을 생산하는 생산적 노동자들을 직접 착취하는 것뿐 아니라, 그런 노동력의 이용을 가능케 하는 더 많은 부문의 노동자들에게도 의존한다. 보건의료와 교육은 숙련되고 비교적 건강하고 믿을 만한 노동자들을 착취함으로써 세계적 노동분업 내에서 경쟁하고자 하는 자본가들에게 사활적으로 중요하다. 세금을 징수하는 세무 공무원 덕분에 체제 전체가 제기능할 수 있는 것과 꼭 마찬가지로, 정부가 제공하는 사회기반시설과 안보는 자본가들에게 필수적이다. 이 영역에 종사하는 많은 노동자들은 더 광범한 노동자들이 직면한 것과 비슷한 압력과 공격을 받고 있고 그래서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노동조합을 찾고 있다.
공공부문의 팽창, 더 일반적으로 서비스 노동의 확대를 인정한다고 해서, 널리 퍼져 있는 ‘탈산업화’ 신화를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수십 년 동안의 고용 변화로 말미암아 비교적 적은 노동자가, 십중팔구 다국적 생산 네트워크에 속한 노동자가 그 규모보다 더 크게 자본가들의 이윤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됐다. 서비스 부문의 일자리가 확대됐는데, 그 노동자들은 제조업 부문과 마찬가지로 고된 노동과 착취를 겪고 있고, 조직할 잠재력도 가지고 있다.
75 예상하지 못한 영역에서 불꽃이 발화할 수 있다.
결국 새로운 노동자 집단은 성숙해져야 한다. 즉, 자신들의 집단적 힘을 자각하고 지배계급에 맞서 효과적으로 싸우기 위해 필요한 단결을 이뤄야 한다. 그럴 수 있다면 그들은 더 넓은 노동자 계급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을 수 있는 승리를 쟁취하기 시작할 것이다. 이런 일이 급격한 정치적 분출을 통해 벌어질지 아니면 점진적인 승리의 누적을 통해 벌어질지는 미리 예측할 수 없다. 투쟁의 속도와 양상도 나라마다 다를 것이다. 어떤 집단이 먼저 전투에 나설지도 정확히 알 수 없다. 내가 이 글을 쓰는 동안 영국 맥도널드의 두 체인점에서 젊은 노동자들이 역사상 최초의 파업 행동을 조직하면서 노동조합 운동을 자극하고 있다.결론
76 병적인 징후들은 오늘날 두드러지게 많다. 도널드 트럼프의 등장은 가장 돋보이는 사례의 하나다.
현재의 경제적·정치적·이데올로기적 위기는 사회주의자들을 좌절하게 만들 수 있다. 1930년대에 안토니오 그람시는 이렇게 썼다. “낡은 것은 죽어가지만 새로운 것은 아직 태어나지 못한다는 점에서 바로 위기다. 이런 정치적 공백 기간에 매우 다양한 병적인 징후들이 등장한다.”77 그럼에도 위기는 사태 전개의 여러 국면을 거치면서 새로운 투쟁의 가능성을 열 것이고, 투쟁들은 자본의 지배에 도전할 것이고 혁명 조직이 부활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할 것이다. 이미 많은 나라에서 거대한 정치 운동들이 분출하면서 혁명가들이 광범한 청중을 만나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들을 많이 공유하고 있다.
자본주의 친화적 이데올로기의 일관성은 이번 위기의 깊이와 지속되는 성격으로 침식되고 있다. 그와 동시에 위기에서 벗어날 진보적인 길을 제시할 수 있는 유일한 세력인 노동자 계급은 자본주의가 아닌 대안을 체계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혁명적 운동으로 아직 모여들지 못하고 있다.오늘날 혁명가들의 과제는 역사란 항상 우리가 원하는 시간표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점을 참을성 있게 인식하고, 동시에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노동자 계급 내에서 청중을 획득하기 위한 기회들을 포착하는 것이다.
주
- ‘장기 침체’는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 마이클 로버츠가 자신의 최근작에서 제시한 적절한 용어다. 오랫동안 지속되는 최근의 경제 위기와 부진한 경제성장을 가리킨다. Roberts 2016을 참고하시오. [국역: 《장기불황》, 연암서가, 2017] ↩
- ‘전 세계적 불황’이 무엇인지 합의된 개념은 없다. 2009년까지는 비공식적으로 경제학자들이 흔히 세계적 연간 경제성장률이 2.5퍼센트나 3퍼센트에 이르지 못한 시기를 ‘전 세계적 불황’으로 봤다. 2009년 이후 IMF는 세계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한 시기를 전 세계적 불황으로 규정했다. 이 규정에 따르면, ‘전 세계적 불황’은 1975년, 1982년, 1991년 그리고 그 충격이 컸던 2009년에 발생했다. IMF 2009를 보시오. ↩
- 다음을 보시오. https://www.aeaweb.org/conference/2017/preliminary/paper/bzQ4bKGK ↩
- Summers 2016; Lagarde 2014. ↩
- Luce 2017. ↩
- Choonara 2010. ↩
- Sharma 2017. ↩
- Bhalla 2002, p16, table 2.1. ↩
- World Bank 2017, p4, table 1.1. ↩
- 나는 고정자본의 역사적 비용을 기준으로 삼고 인플레이션을 고려한 법인 부문 이윤율을 이용했다. Kliman 2011, p84를 보시오. ↩
- Maito 2014. ↩
- Wien 2010. ↩
-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이 익숙하지 않은 독자에게는 다음의 책을 권한다. Choonara 2017[이 책 1판의 국역본은 《마르크스, 자본주의의 비밀을 밝히다》, 책갈피, 2010]; Callinicos 1996, pp122-159[《칼 맑스의 혁명적 사상》, 책갈피 2007, pp153-199]; Harman 1995[《크리스 하먼의 마르크스 경제학 가이드》, 책갈피, 2010]; Joseph Choonara, 2013, Introducing Marxist Economics (SWP), http://www.swporg.uk/education/5-introducing-marxist-economics; Fine & Saad Filho 2016[《마르크스의 자본론》, 책갈피, 2006]. ↩
- 실제 상황은 좀더 복잡하다. 뒤에서 서술하겠지만, 자본가들의 경쟁 과정에서 특히 고정자본의 가치가 하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에 대한 논의, 이윤율에 관한 일반적 논의는 Choonara 2017, pp106-126을 보시오. ↩
- 이윤율과 투자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는 Roberts 2017을 보시오. ↩
- Marx 1991, pp349-350[국역: 《자본론》 제3권(2015년 개역판), p302]. ↩
- 예를 들어, Carchedi 2011과 Roberts 2016 pp21-22를 보시오. 이와 다른 관점으로는 Kliman 2011, p124를 보시오. ↩
- Choonara 2017, p70. ↩
- Basu 2012, p12의 그래프를 보시오. ↩
- Kliman 2011, pp22-27. ↩
- 예를 들어 Harvey 2010, pp116-118을 보시오. ↩
- Callinicos 2014, chapter 6. 또한 Callinicos & Choonara 2016을 보시오. ↩
- Marx 1993, p750. ↩
- 이 현상을 어느 정도 보여 주는 것으로 2007년 미국 기업 조사의 데이터가 있다. 이를 보면, 화학 부문에서는 상위 8대 기업이 그 부문 총부가가치의 4분의 1 이상을 생산하고, 컴퓨터·전자제품 생산 부문에서는 상위 8대 기업이 그 부문 총부가가치의 3분의 2를 생산한다. 일반 판매 부문과 통신 부문에서는 상위 8대 기업이 전체 수익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상업은행 부문에서는 이 수치가 절반에 약간 못 미치며, 방송 부문에서는 절반을 약간 넘는다. 세계 최대 기업인 월마트는 경제 위기 전까지는 노르웨이의 GDP와 비슷한 매출액을 올렸다. ↩
- 당연하게도 전 세계적 경쟁에 직면한 미국 경제의 일부 구조조정이 있었다. 다음 글을 보시오. Harman 2007. ↩
- Jenkins 2016에서 인용. ↩
- Wolf 2016. ↩
- Kliman 2011, chapter 3. ↩
- Elliott 2017. ↩
- Cooney 2016. ↩
- Word Bank 2017, table 1.1. ↩
- Fine 2013을 보시오. ↩
- Marx 1991, pp742. [국역: 《자본론》 제3권(2015년 개역판), pp778-779.] ↩
- Marx 1991, p363. [국역: 《자본론》 제3권(2015년 개역판), pp317-318.] ↩
- Marx 1991, p596. [국역: 《자본론》 제3권(2015년 개역판), p598.] ↩
- Marx 1991, pp595-596. [국역: 《자본론》 제3권(2015년 개역판), pp597-598.] ↩
- Marx 1991, p367. [국역: 《자본론》 제3권(2015년 개역판), p323.] ↩
- 유용한 분석으로는 다음을 보시오. Norfield 2012. 다음 사이트에서 볼 수 있다. https://thenextrecession.files.wordpress.com/2013/11/tony-norfield-on-derivatives-and-the-crisis.pdf ↩
- Wolf 2010. ↩
- Kliman 2011, p14. 또한 다음도 보시오. Choonara 2009; Choonara 2014. ↩
- 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s 2017, p8. ↩
- Popper & Gough 2015. ↩
- 은행 구제에 쓰인 돈은 어마어마하다. 미국에서는 1조 달러 이상, 영국에서는 7180억 달러, 아일랜드에서는 6140억 달러(아일랜드 GDP의 230퍼센트!)가 사용됐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 금액이 전부 쓰이지는 않았다. 그중 일부가 상환됐기 때문이다. Grossman & Woll 2014를 보시오. ↩
- Authers & Manibog 2017. ↩
- Treanor 2017. ↩
- McGowan & Andrews & Millot 2017. ↩
- McGowan & Andrews & Millot 2017. ↩
- 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s 2017, pp41-58. ↩
- 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s 2017, p52. ↩
- Verma 2017에서 인용. ↩
- 이 주장에 대한 좀 더 자세한 내용은 Choonara 2013a를 보시오.. ↩
- Marx 1950, p132. ↩
- Marx 1950, p210. ↩
- Engels 1950, p111. ↩
- Trotsky 1973, p259. ↩
- Trotsky 1973, pp259-260. ↩
- Trotsky 1973, p261. ↩
- 이 정책은 혁명가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독립성을 유지하면서도 개혁주의 지도자들과 그들에게 여전히 충성하는 노동자들에게 공동의 활동을 제안하는 것이다. Trotsky 1989를 보시오. ↩
- Trotsky 1973, pp285-286. ↩
- Trotsky 1973, p261. ↩
- Trotsky 1973, pp261-262. ↩
- Lenin 1921, p83. ↩
- Gramsci 1998, p333. ↩
- Gramsci 1998, p327. ↩
- Marx 1972, p253. [국역: 《자본론》 제3권(2015년 개역판), p316.] ↩
- Callinicos 2012를 보시오. ↩
- Garganas 2015. ↩
- Trotsky 1985, p18. ↩
- Newsinger 2009. ↩
- Danos & Gibelin 1986. ↩
- Trotsky 1974, p76. ↩
- Cliff 1985. ↩
- Harman 1998, p4에서 인용. ↩
- Harman 1979. ↩
- Tengely-Evans 2017. ↩
- Gramsci 1998, p276. ↩
- 마르크스주의 계급 개념에 대한 방어로는 Choonara forthcoming 2018을 보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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