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Ⅰ
마르크스주의, 퀴어 이론, 트랜스젠더 정치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 트랜스젠더 정치 *
1 트위터에 올렸다. 트랜스젠더가 “어마어마한 의료 비용과 혼란을 낳는 … 부담거리”라며 2 말이다. 이는 트럼프가 트랜스젠더를 향해 퍼부은 가장 최근 공격이었다. 트럼프는 사람들이 스스로 바라는 성별에 따라 화장실을 사용하도록 허용하는 법안을 뒤집으려 하는 등 여러 차례 트랜스젠더를 공격했다.
2017년 7월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군대는 트랜스젠더의 입대를 환영하지 않는다고3 영국에서는 지난 5년 사이에 트랜스젠더에 대한 혐오 범죄가 세 배로 늘어났지만 기소율은 오히려 하락했고 트랜스젠더는 경찰을 신뢰할 수 없다고 밝혔다. 2016년 트랜스젠더의 3분의 1 이상이 차별 때문에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고 답했다. 4 [성소수자 지지 단체] 스톤월의 보고에 따르면 트랜스젠더 중고등학생과 대학생 10명 중 8명은 자해 경험이 있고, 45퍼센트는 자살을 시도했다. 5
오늘날 트랜스젠더는 폭력적인 공격 위협에 노출돼 있다. 2017년은 미국에서 트랜스젠더가 가장 많이 살해당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6 이런 맥락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남성에서 여성으로 혹은 그 반대로 성별 전환을 시작하거나 성별 이분법을 벗어나 성 중립적 인칭대명사를 사용하는 등 스스로 선택한 성별로 살아 갈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자신의 성별이 남성도 여성도 아니라고 밝힌 가수 마일리 사이러스처럼) 대중문화에서 트랜스젠더가 점점 눈에 띈다. 영국사회인식조사BSA에 따르면, 트랜스젠더를 인정하는 비율이 높다.(트랜스젠더가 교사나 경찰관이라면 인정 비율이 떨어졌지만 말이다.)7 훈계를 늘어놓는다.
《타임》은 트랜스젠더 권리를 위한 투쟁을 “미국 시민평등권 운동의 새 영역”이라 불렀다. 영국에서는 주로 트랜스젠더가 자신의 성별을 공식적으로 인정받기 위해 거쳐야 하는 관료적·의료적 절차를 놓고 투쟁이 벌어졌다. 현재 영국 정부는 2004년 제정된 성별인정법GRA을 개정하기 위한 자문 절차를 밟고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트랜스젠더는 성별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출생증명서를 변경하기가 한결 수월해진다. [영국 노동당 대표] 제러미 코빈은 법 개정을 지지했지만 일부 사람들은 조소를 보냈다. 그들은 동성애자 권리에 반대하는 초기 주장의 일부를 똑같이 따라하며 이른바 ‘트랜스젠더주의’를 비웃고 성별 정체성 선택이 라이프스타일 선택 문제와 마찬가지라고 일축했다. 온라인 시사 매체 〈스파이크드〉의 편집장 브렌던 오닐은 사설에 다음과 같이 썼다. “그러니까 어떤 남성이든 자신을 여성이라 규정하면, 여성으로 인정받을 법적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짠! 그는 이제 여성이다. 아차, ‘그녀’라고 해야지.” 오닐은 이어 “여성성이란 거울 앞에서 짓는 포즈 따위가 아니다” 하며우익 언론과 〈트랜스젠더 트랜드〉 같은 트랜스 혐오 웹사이트는 틈만 나면 트랜스 여성을 콕 집어 여성과 아이를 위협하는 포식자인 양 묘사한다. 2013년 트랜스젠더 교사 루시 메도스가 〈데일리 메일〉 칼럼니스트 리처드 리틀존의 비난을 견디다 못해 자살했다. 트랜스젠더를 공격하는 사람들은 어린아이가 세뇌당한다는 둥, 어린아이를 보호해야 한다는 둥 떠드는데, 이런 중상모략을 듣고 있으면 마거릿 대처 정부가 제정한 악명 높은 반동성애 법조항인 지방정부법 28조가 떠오른다. 선정적 우익 신문이 트랜스젠더 권리를 부정하리라는 점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트랜스젠더 권리를 둘러싼 논쟁을 더욱 까다롭게 만드는 점은 일부 페미니스트와 (리틀존의 행동을 경멸했을) 활동적 사회주의자도 성별인정법 개정을 반대한다는 사실이다.
트랜스젠더 권리가 시민평등권 운동의 새로운 영역일 수 있지만 흑인의 권리, 여성의 평등권, 섹슈얼리티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사랑할 권리도 아직 완전히 쟁취하지 못한 상태다. [온갖 차별이 여전히 존재하는] 이런 현실이 트랜스젠더 권리를 둘러싼 논의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특히 일부 페미니스트는 트랜스젠더 권리가 자신들이 어렵게 성취한 성과를 위협한다고 여긴다.
이들은 (특히 남성에서 여성으로 전환한) 트랜스젠더의 존재 자체를 문제 삼는다. 이런 경향의 페미니스트를 흔히 TERFTrans Exclusionary Radical Feminists, 트랜스젠더를 배제하는 근본적 페미니스트라고 부른다. 트랜스젠더를 비판하는 사람은 [TERF 말고도] 다양하므로 나는 ‘트랜스젠더에 비판적인 페미니스트’라는 용어를 사용하겠다. 물론 성별 자기 결정권을 비롯한 트랜스젠더 권리를 완전히 지지하는 페미니스트도 많다.
8 받은 주노 로쉬가 항의하며 상을 반납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여성 차별에 관한 토론이 젠더 정치의 주를 이뤘다. 그러나 오늘날 많은 청년에게 젠더 정치는 다양한 성별 정체성을 인정받기 위한 투쟁이다. 젠더를 바탕으로 한 차별에 맞서 싸워 온 페미니스트라면 다양한 정체성 표현을 당연히 지지할 것이라고 여길 수 있지만, 모든 페미니스트가 그러는 것은 아니어서 소셜 미디어에서 격렬한 논쟁이 오가고 있다. 안타깝게도 영국 교원노조NUT가 이런 논쟁의 장이었고 특히 2017년 여름과 가을을 거치며 더욱 격해졌다. 오랜 페미니스트 활동가인 교원노조 부위원장이 트랜스젠더를 비판하는 발언을 하자 트랜스 여성이자 평등에 관한 공헌으로 블레어피치상을이 글은 젠더에 관한 논의를 통해 여성과 트랜스젠더 해방을 위한 투쟁과 사회주의를 위한 투쟁의 공통점을 찾고자 한다.
가족, 여성 차별, 성별 고정관념
카를 마르크스의 협력자 프리드리히 엥겔스는 자신의 고전 《가족, 사유재산, 국가의 기원》에서 본질적으로 평등했던 수렵·채집 사회가 아주 오랜 세월에 걸쳐 계급으로 나뉘고 여성이 종속된 가족 형태에 기반을 둔 사회로 바뀐 과정을 서술했다. 핵심적으로 엥겔스는 그 과정을 불가피하거나 예정된 것으로 보지 않았다. 생산력 변화와 그것이 생산과 재생산에서 (대다수) 남성과 여성이 수행하던 다른 역할에 미친 영향의 결과라고 여겼다. [계급사회] 이전의 소규모 유목 사회나 초기 원예농업 사회(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인류사의 90퍼센트 가까이 차지한다)에서는 여성이 생산자와 의사 결정자로서 핵심적 구실을 했지만, 정착 농경 사회에서는 재생산 역할 때문에 육체적 힘을 더 많이 요구하는 생산 영역에서 배제됐다. 또한 이런 형태의 생산방식이 발전하자 겨우 먹고살던 것에서 벗어나 잉여가 생겼고 이런 잉여가 서서히 소수 남성의 수중에 집중됐다.
크리스 하먼은 생물학적 요소와 사회적 요소의 관계를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생물학적 특성과 사회적 필요의 상호작용이 노동 분업에 나타난 변화의 바탕이다. 어느 사회든 유지되려면 다음 세대가 재생산돼야 한다. 그러나 재생산의 규모, 즉 여성이 아이를 몇 명 낳을지는 [사회마다] 매우 다르다. … 농업 사회에서 아이 한 명이 태어나면 잠재적 경작자가 추가되는 셈이며, [그 사회에는] 높은 사망률과 전염병에 대한 취약함, 끝없는 전쟁으로 말미암은 [인명] 손실에 대비할 필요가 존재한다. … 여성이 (전쟁, 장거리 이동, 더 많은 육체적 힘을 요구하는 농업 등) 위험할 수 있는 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편이 (여성을 포함한) 사회 전체의 이해관계에 부합한다.
뒤이어 하먼은 이런 과정이 계급의 등장과 어떻게 연관되는지 서술한다.
새로운 방식의 생산 활동에서 부담을 짊어진 대다수 남성은 지배계급이 되지 못했다. 쟁기를 이끌던 남성 대다수가 왕자가 되거나 군인 대다수가 군 지도자가 되지도 않았다. 그들 중 어느 누구도 사제가 되지 못했다. 사제는 흔히 최초의 지배계급이 됐고 어떤 종류의 중노동에도 참여한 적이 결코 없었다. 그러나 새로운 생산방식은 혈통을 기반으로 한 공동체를 허물어뜨렸다. … 이런 공동체가 허물어진 자리에 계급과 국가가 등장하고 남성이 주된 잉여 생산자가 되자, 하층계급에서도 남성 지배가 자리잡았다.
핵심적으로 생산력과 생산관계가 발전하면서 이러저러한 방식으로 계속해서 생물학적 요인이 여성의 지위 변화와 여성차별의 등장에 영향을 미치게 됐다. 생산력과 가족 구조의 관계는 기계적이지 않다. 각각의 새 형태는 옛 형태를 바탕으로 형성되며, 대립하는 계급 사이에서 벌어지는 투쟁도 영향을 끼친다.
10 남성뿐 아니라 여성과 아이도 새롭게 등장한 공장으로 빨려 들어가 끔찍한 노동조건 속에서 일해야 했고 이 때문에 유아 사망률이 급격히 상승했다. 지배계급은 미래의 노동력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아야 할 필요가 있었고 일부 지배계급은 그 필요가 위협받고 있다고 여겼다. 린지 저먼이 설명하듯이, “이런 상황 때문에 [여성] 보호 입법과 가족임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 요구는 자본주의의 변화하는 필요에 맞아떨어지지만, 동시에 더 나은 삶, 안전한 임신과 출산, 자녀의 건강, 청결한 집을 바라는 남녀 노동계급의 실질적 관심사에도 부합하는 부분이 있었다.” 11 노동계급의 현실은 [부르주아와] 매우 달랐는데도 부르주아 가족을 본뜬 노동계급 핵가족이 만들어졌다. 현실에서 가족임금은 가족이 먹고살 만큼 충분하지 않았으므로, 많은 여성이 육아의 책임을 짊어진 채 적은 돈이라도 벌기 위해 (흔히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했다.
로라 마일스는 생산력에 또 한 번 거대한 변화가 일어난 산업혁명기에 핵가족이 등장하고 성별 역할을 더 엄격하게 구분하고 통제하는 과정에서 트랜스젠더 차별이 발생했다고 밝힌다.새 가족 형태를 강화하기 위해 종교 지도자와 입법자가 나서서 여성과 남성이 가정 안에서 각자의 역할을 받아들이도록 했다. 성에 대한 통제가 한층 엄격해졌다. 동성애 등 ‘일탈’ 행위를 더 철저하게 금지했다. 이런 맥락에서 오스카 와일드가 1885년 개정 형법에 규정된 ‘추잡한 외설 행위’로 기소되는 유명한 사건이 벌어졌다.
여성은 연약하고 감정적이며 돌봄을 책임지는 존재로, 남성은 강인하고 똑똑하며 생계를 책임지는 존재로 그려졌다. 현대 기술이 발전하고 대규모 시장과 미디어가 발달하면서, 이런 남녀 역할은 갓난아기에게 분홍색 아니면 파란색을 강요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백화점 장난감 코너는 남자아이용과 여자아이용으로 나뉘었다. 이런 성별 고정관념은 여전히 강력하다. 여성의 삶과 기회와 기대가 특히 지난 50년 동안 많이 변했는데도 말이다. 또한 성별 관념은 여성이나 타고난 성별에 맞지 않게 행동하는 사람을 차별하고 그 차별을 정당화하는 것을 돕는다. 아빠뿐 아니라 엄마도 성별 규범을 강화한다.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는, 핵가족 제도와 그 안에서 각 구성원에게 부과되는 요구는 자연스럽고 이견을 제기하기 힘든 것처럼 보인다.
이렇듯 여성 차별과 트랜스젠더 차별은 떼려야 뗄 수 없이 얽혀 있고, 이는 핵가족을 바탕으로 하지 않는 더 자유로운 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여성과 트랜스젠더의] 단결의 근거가 된다.
성, 성별, 성별 정체성
오늘날 성별 정체성을 둘러싼 논쟁에서는 생물학·환경·사회의 상호작용 문제가 자주 등장한다. 흔히 성과 젠더의 차이를 설명할 때 ‘성은 생물학적인 것이고 젠더는 사회적으로 구성된다’고 한다. 이런 구분은 사회가 일반화된 남성적·여성적 행동 규범에 끼치는 영향을 크게 강조한다. 그러나 이런 정식은 생물학적 요소와 사회적 요소를 잘못 분리하는 것에 근거하고 있다. 이미 30년 전 마르크스주의 생물학자인 스티븐 로즈, 리처드 르원틴, 리언 카민은 이런 이분법을 반박했다. “유기체와 환경의 관계는 내적 요인과 외적 요인이 상호작용하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유기체와 그 주변 환경은 서로 반응하며 변증법적으로 발전한다. … 모든 인간 현상은 사회적인 동시에 생물학적이다.”
페미니스트가 흔히 사회적 구성주의를 내세우자 트랜스젠더 권리 활동가는 그 대안으로 ‘성은 생물학적인 것이고 젠더는 정신적인 것’이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하는데, 이런 주장은 트랜스젠더 이론가가 남녀의 뇌가 다르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일부는 이런 생각을 받아들이고 일부는 그러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페미니스트는 (옳게도 남녀의 뇌 구조가 다르다는 이론을 비판하지만) 성별 정체성 자체를 부정하는 데로 나아간다.
13 다프나 조엘과 동료 과학자들은 다음과 같이 결론지었다.
남녀의 뇌 구조 차이를 비판하는 주장은 풍부한 근거를 제시한다. 코델리아 파인의 최신작 《테스토스테론 렉스》는 남성 호르몬이 남성적 뇌 구조와 행동을 낳는다는 식의 생물학적 본질주의를 완전히 허물어뜨리는 훌륭한 책이다.성·젠더에 따라 뇌 구조가 일부 다르지만 인간의 뇌는 [매우 복잡해서] 전형적 남성 뇌와 전형적 여성 뇌로 양분할 수 없고, ‘남성 뇌와 여성 뇌’를 양쪽 끝에 놓고 일렬로 줄 세울 수도 없다. … 우리는 인간의 뇌가 전형적 남성 뇌와 전형적 여성 뇌로 양분된다는 사고에서 벗어나 다양한 특징의 조합인 인간 뇌의 가변성을 인정해야 한다.
15 캐머런이 내놓은 해결책은 젠더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말자는 것이다. 젠더 분류가 중요하지 않은 세상을 바라는 캐머런에 공감하지만, 사회주의자는 구체적으로 제기되는 투쟁에 개입할 의무가 있다. 성별인정법 개정 논쟁에서는 성별 정체성이 사회의 성별 규범이나 성별 뇌 구조와 무관하게 존재할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게 중요하다.
‘젠더’라는 단어가 다양한 뜻으로 사용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페미니스트 데버라 캐머런은 젠더의 한 의미는 “성에 따라 부여되는 사회적 지위”이고 또 다른 의미는 “뇌와 연계된 선천적 정체성”이라고 설명한다. 캐머런은 이런 차이가 각기 다른 개념 체계에 내재한 갈등의 근원이라고 밝힌다. 즉, “[어떤 때는 ― 콜드웰] ‘젠더’가 생물학에 기반을 두지만 [다른 때는 ― 콜드웰] 젠더의 본질적 특징이 생물학에 기반을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16 디텀은 트렌스젠더 정체성이 성적 페티시, 트라우마, 자폐증에서 기인한 잘못된 생각인 양 묘사한다. 디텀은 “동성애를 대하는 반응”도 트랜스젠더를 유발하는 잠재적 요인에 포함하는데, 이는 영국에서 동성애자보다 트랜스젠더가 커밍아웃할 때 더 큰 수모와 차별을 받는다는 현실을 무시하는 것이다.
페미니스트 저술가 세라 디텀은 “사회의 성별 역할과 완전히 분리되고, 누구에게나 있지만 소수만 자각하고, 그것의 최종 결정을 개인이 하는 성별 정체성” 같은 게 존재할 수 있다는 주장이 “기이하다”고 일축한다.17 다시 말해, 성별 정체성은 사회의 성별 역할과 “완전히 분리”될 수 없지만 사회의 성별 역할로 환원될 수도 없는 것이다.
트랜스페미니스트 샘 호프는 디텀의 주장을 반박하며 다음과 같이 썼다. “디텀이 절대 고려하지 않는 점이 하나 있다. 여성과 남성은 신경 체계, 염색체, 호르몬, 사회적 경험이 복잡하고 미묘하게 다르고 이 때문에 문화를 수용하고 경험하고 문화와 상호작용하는 방식이 다양하지만, 그럼에도 남성과 여성은 근본에서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18 파우스토스털링의 연구는 대부분 간성을 다루는데, 간성은 트랜스젠더와 다르다. 간성은 생식기로 성별을 가늠하기 힘들거나, 염색체·생식선·내분비에 따른 성별 표식들이 서로 어긋나는 성이다. 간성으로 태어난 사람에게는 신체적 요인과 사회적 요인 둘 모두가 출생증명서에 어떤 성별을 기재할지 문제에 분명하게 영향을 미친다. 19 출생시 성별 부여를 어찌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특히 미국의) 의사들은 출생증명서에 기록될 ‘남자아이’, ‘여자아이’를 가차 없이 판정하기 일쑤다. 20
브라운대학교의 명예교수 앤 파우스토스털링은 젠더 문제에 스스로 ‘역동 체계’라 이름 붙인 접근법을 사용한다. 파우스토스털링은 로즈, 르원틴, 카민의 주장을 이어받아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나는 성과 젠더가 모두 사회적 구성물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둘 모두 신체에서 발생하는 것이므로 생물학적인 것이기도 하다.”대다수 사람들이 생물학적 성에 미치는 사회적 영향을 인식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인간의] 성별 특징은 다양해서, 성별을 결정하려면 단순히 성기를 관찰하는 것으로는 불충분할 수 있다. 그런데도 성기를 기준으로 출생증명서에 성별을 기재하고 그것이 평생 한 사람을 정의하는 기준이라는 주장은 분명 논쟁의 여지가 다분하다.
21 설명한다. 파인이 인용한 논문에는 70세 남성의 사례가 나오는데, 네 아이를 둔 그는 탈장 수술을 받다 자신에게 자궁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앤젤레스캠퍼스에서 성별 차이를 연구하는 아서 아널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남성과 여성을 ― 콜드웰] 엄격히 구분하는 이분법의 주된 문제점은 이런 이분법에 맞지 않는 사례가 존재한다는 사실이고 이런 사실은 남녀의 구분선이 정확히 무엇인지 반문하게 만든다. 성은 다양하게 정의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문제는 대체로 매우 까다롭다.” 22
상황을 복잡하게 만드는 한 요인은 신체 외부에 드러난 성기가 유일한 성별 특징이 아니라는 점이다. 염색체, 호르몬, 재생산에 관련된 장기, 2차 성징 등 다양한 성별 특징이 존재한다. 이런 성별 특징이 언제나 성별 이분법에 그대로 들어맞을까? 파인은 성별을 이루는 유전적 요소와 호르몬 요소가 재생산 계통의 장기에 미치는 영향을 단순하게 이해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덧붙여 “한 전문가는 그런 발달 과정조차 이분법 체계가 아닌 ‘균형’이라 묘사했다”고 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앤젤레스캠퍼스에 위치한 ‘젠더 기반 생물학 센터’를 총괄하는 에릭 빌렌은 각기 다른 성별 특징들이 충돌할 때 성별을 어떻게 규정할 것이냐는 물음에 다음과 같이 답했다. “[성별을 결정하는 데서] 다른 모든 지표를 뛰어넘는 단 하나의 생물학적 지표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 성별 정체성이 가장 합리적인 지표라는 생각이 든다.” 다시 말해, 그가 내린 결론은 누군가의 성별이 궁금하면 그냥 물어보라는 것이다.트랜스젠더에 비판적인 페미니스트의 대다수는 간성으로 태어난 사람이 자신의 성별을 스스로 정해야 한다는 생각에 동의할 것이다. 간성은 매우 소수라며 그다지 중요하게 여기지 않겠지만 말이다. 빌렌은 자신의 연구에서 [간성보다] 더 광범한 성별발달장애DSD라는 개념을 사용했고, 이에 해당하는 사람이 100명당 1명이라고 했다. 이런 사람들에게 성별 자기 결정권을 허용할 수 있다면, 성별 구분이 더 분명한 성기를 지닌 나머지 99퍼센트에게는 왜 허용할 수 없을까?
마르크스주의는 생물학이 우리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생각을 거부한다. 역사유물론은 여성 차별과 (그 후에) 트랜스젠더 차별이 특정한 역사적 조건에서 등장하고 발전했음을 강조한다. 역사유물론은 생물학적 요인과 사회적 요인의 상호작용을 포착할 수 있도록 해 준다. 핵심은 트랜스젠더가 왜 존재하는지 묻는 것이 아니라, 트랜스젠더의 성별 자기 결정권을 무조건 지지하는 것이다.
24 소개한다.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에 실린 최근 연구도 이를 뒷받침한다. 흥미롭게도 이 연구는 트랜스젠더 아이의 성별 정체성이 시스젠더 아이의 성별 정체성과 마찬가지로 지속적이라는 점을 보여 준다. 25
생물학이 성별 정체성에 미치는 영향력이 무엇이든, 사회적 요인이 미치는 영향력은 심대하다. 출생증명서에 남자아이 또는 여자아이라고 적히는 순간 온갖 사회적 요소가 개입하기 시작한다. 아기의 성별을 알자마자 (심지어 배 속 아기의 성별을 알자마자) 부모는 [그에 맞춰] 아기 방을 칠하고 아기 옷을 사기 시작한다. 아기 용품을 분홍색 아니면 파란색으로 구입하기를 거부하려 애쓰는 부모들조차 걸음마를 배우기 시작한 아이가 사회와 의미 있는 상호작용을 시작하면 그런 노력이 물거품에 가깝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주디스 오어는 “심지어 세 살배기도 성별에 걸맞게 행동해야 한다는 압력에 반응하는데, 이런 압력은 성인뿐 아니라 또래 아이들한테서도 온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26 파우스토스털링은 “염색체, 생식선, 호르몬, 성기가 가리키는 성별이 신체 이미지와 성별 정체성과 불일치하는 상황을 이해하기 위한”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런 불일치 현상(흔히 성별 위화감이라 부른다)이 현재 실제로 존재하며 확인된 사실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 중요하다.
파우스토스털링은 여러 연구를 인용해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상당히 다양한 환경적·문화적 차이가 젠더 발달에서 나타나는 소소한 개인차를 만들어 낸다. 그렇지만 우리가 인정해야 할 진실은 수많은 요인이 수없이 다양한 방식으로 상호작용하기 때문에, 젠더 발달에 대해 단 하나의 가설을 세우기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27 마일스도 성별 정체성에 관해 비슷한 주장을 내놓았다. “트랜스젠더는 편협한 성별 이분법에 저항하려는 성향이 강한데, 이것은 성별 정체성이 (고정불변은 아니지만) 인간 내면에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음을 보여 준다. 그렇지 않다면, 트랜스젠더는 성별 이분법을 벗어난 행동과 정체성을 버리고 사회화될 수 있었을 것이다.” 28
트랜스젠더 활동가이자 생물학자인 줄리아 세라노는 자신이 느끼는 성별 위화감을 표현하기 위해 “인식 불일치”와 “내재적 경향”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다음과 같이 덧붙인다. “나는 [성별 위화감을] 순전히 생물학적 현상으로 정의하고 싶지는 않다. 각 개인이 내재적 경향을 해석하는 과정에 사회적 요소가 분명히 개입하기 때문이다.”성별 정체성의 존재를 부정하고 사회적으로 구성된 젠더라는 개념만을 받아들이는 페미니스트는 (특히 어린아이의) 다양한 젠더 표현을 단순히 성별 고정관념을 거스르는 놀이일 뿐이라고 일축한다. 어린아이가 성 역할을 거스르는 행동을 하는 경우는 사실 꽤나 흔하고, 사회주의자라면 누구나 이를 장려할 것이다. 남자아이가 인형을 가지고 놀기도 하고, 트럭을 몰고 싶어 하는 여자아이도 있다. 수많은 사회적 압력에도 불구하고, 일부 사람들은 [성별] 고정관념을 거슬러 직업을 선택할 것이고 성별 규범에 벗어난 옷을 입고 행동을 할 것이다. 우리는 드레스를 입고 화장을 한 채 공식 석상에 나타나는 그레이슨 페리 같은 인물에 익숙하고 권투 선수 니컬라 애덤스는 젊은 여성에게 여성성의 대안적 모델을 제시했다. 사회주의자는 성별 고정관념에 도전하려는 노력을 지지하고, 여자아이가 스스럼없이 자기 주장을 펼치고 남자아이가 감정에 더 솔직할 수 있는 현실을 만들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한다. 그러나 이로부터 성별 정체성 때문에 괴로워하는 아이의 경험이 진짜가 아니라는 결론을 이끌어 내는 것은 완전히 잘못됐다.
예를 들어, 줄리 빈델은 성별 위화감을 느끼는 청소년이 도움을 받으려면 수많은 장애물을 넘어야 하는 현실에 대해 완전한 무지를 드러내며 다음과 같이 썼다.
내가 지금 청소년이라면, 사람 좋은 자유주의 성향의 교사와 사회복지사는 내가 잘못된 몸에 갇혔다고 말할 것이다. 나를 정신과 의사에게 보내서 호르몬제와 온갖 약을 처방받도록 했을 것이다. 그리고 끔찍하게도 성별 재지정 수술을 쉬이 권유받았을 것이다. … 내가 그저 여자아이에게 강요되는 분홍색을 싫어한다는 이유만으로 말이다.
빈델은 잘 모르는 전통일지 몰라도, 교육 현장에서 사회주의자와 페미니스트는 성별 고정관념을 강요하는 담론에 맞서 진보적인 교육과정을 쟁취하기 위해 함께 투쟁했다. [이런 노력을 외면하고] 대신 빈델은 학생의 성별 정체성을 진중하게 존중하는 교사가 학생을 세뇌시키고 망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소위 동성애자 라이프스타일을 조장한다며 ‘자유주의 교사’를 비난하는 것과 같은 주장이며, 이런 주장은 대처 정부 하에서 제정된 지방정부법 28조라는 악몽으로 이어졌다. 당시 동성애자 교사와 학생은 자신의 성적 지향이 드러날까 봐 항상 공포에 떨며 살아야 했다. 다양한 젠더 표현은 트랜스젠더 정체성과 같지 않다. 성별 규범에 벗어난 옷을 입고 행동을 하는 것만으로는 자신이 느끼는 심각한 괴리를 해결할 수 없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그들은 예를 들면 톰보이로 살아가려 애쓰겠지만, 자신의 몸과 출생 성별로부터 신체적으로 그리고/또는 정신적으로 소외된다고 끊임없이 느낀다. 파우스토스털링은 ‘젠더 정체성 클리닉’GIS에 찾아온 어린아이 중에서 이후 자신의 출생 성별에 따라 사회화하고 살아 가는 사람과 그러지 않는 사람을 각각 ‘중단하는 집단’과 ‘지속하는 집단’으로 구분하고 그 차이점을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지속하는 집단은 청소년기에도 지속적으로 성별 위화감을 호소했다. 자신의 몸에서 일어나는 신체적 성숙 과정 때문에 극심한 괴로움을 느꼈다.” 이어 두 집단 모두 6~7세에 이르면 자신의 출생 성별과 다른 성별에 일체감을 느끼기 시작하는데, “지속하는 집단은 자신의 성별을 출생 성별과 다르다고 실제로 믿는 반면” 중단하는 집단은 다른 성별이기를 바라는 것에 그친다고 언급했다.
청소년기와 성인기에도 여전히 성별 위화감을 느끼는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정체성을 인정받도록 도와주는 각종 지원 서비스의 존재 여부가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필수 요소다. 사회주의자는 이런 서비스에 충분한 재정을 지원하고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라는 요구를 지지해야 한다. 또한 민주적 기본권으로서 모든 사람에게 자신의 몸에 대한 자율성이 있고, 공문서에 자신을 어떻게 기재할지 결정할 권리가 있음을 지지해야 한다.
성별인정법과 자기 결정권 영국에서 2004년에 제정된 성별인정법은 트랜스젠더가 자신이 선호하는 성을 법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 법에 따르면 트랜스젠더는 성별 전환 수술을 꼭 거치지 않아도 되지만, 수술을 받지 않은 사람은 성별 위화감에 대한 의료적 진단을 받아야 하고 변경하고자 하는 성별로 2년을 살아야만 출생증명서를 바꿀 수 있다. 법적 전환 이전에 사실상 의료적 질병으로 진단받아야 한다는 조항은 트랜스젠더에게 괴로움을 주는 요인이었다. ‘트랜스젠더 건강을 위한 세계 전문가 협회’가 의료 전문가들을 위해 내놓은 가이드라인에 명시하듯이, “트랜스섹슈얼, 트랜스젠더, 젠더 비순응은 질병이 아니라 다양성에 관한 사안이다.” 의료 서비스를 받기 위한 절차는 매우 지난하고 많은 스트레스를 야기하는 과정이 될 수 있다. “(필수로 요구되는 정신과 진단과 소견서를 받은 뒤) 젠더 정체성 클리닉에서 첫 상담을 받기 위해 기다려야 하는 고통스러운 대기 기간은 최대 1년이 될 수 있다. 호르몬 치료와 수술을 받기 위한 대기 기간은 더 길어 1~5년이 되기도 한다.”
33 예를 들어, 일부 페미니스트는 이런 안이 통과되면 여성이 사회에서 제거될 것이라거나 여성에 대한 통계 집계가 불가능해질 것이라는 식의 종말론적 주장을 폈다. 영국 교원노조에서 활동하는 유명한 페미니스트는 〈모닝 스타〉에 다음과 같이 썼다.
‘여성·평등 의회 위원회’가 내놓은 권고안에 따라 영국 정부는 아일랜드 성별인정법(2015) 등 다른 나라의 최신 법안과 견줄 만한 법안을 만들기 위해 여러 개정안을 검토 중이다. 권고안은 성별 이분법을 벗어난 제3의 성별 항목을 추가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으나, 트랜스젠더가 자기 결정으로 출생증명서를 변경할 수 있도록 하는 안이 엄청난 논쟁을 야기했다.자신의 ‘젠더’를 스스로 정의할 수 있게 되면 ‘성’의 법률적 의미가 흔들릴 것이고 그러면 여성과 성차별·억압에 맞선 여성의 저항 능력이 심각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사회가 인구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내놓는 계획과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한 조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35 이런 수치가 성별 불평등 데이터에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치는 수준으로 늘어난다면 우리는 아주 흥미로운 시대에 살고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대다수 단체는 별다른 어려움 없이 평등 모니터 방식을 수정해 트랜스젠더 인구를 포함시켰다.
그러나 관련 수치를 살펴보면 이런 주장은 신뢰하기 어렵다. 2015년 제정된 아일랜드의 성별인정법은 성별 자기 결정권을 허용한다. 2017년 초 아일랜드 정부 발표에 따르면 아일랜드 인구 약 500만 명 중 240명이 절차에 따라 성별 인증서를 발급받았다.물론 성별 불평등을 관찰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자원을 알맞게 배분하는 계획에서 통계 수치는 핵심 요소일 수 있다. 영국에서는 출생 성별을 포함해 출생에 관련된 중요한 기록이 수집되고 있다. 그렇지만 출생증명서를 출생 성별이 아니라 성별 정체성과 일치하도록 기록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트랜스젠더가 출생증명서를 신분증으로 사용하는 순간 ‘아웃팅’당하는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 다시 한 번 강조하건대, 영국의 트랜스젠더는 2004년 이후 출생증명서에 기재된 성별을 바꾸고 있지만 그렇다고 하늘이 무너지지는 않았다. 제안된 개정안은 성별 정정을 조금 더 용이하게 만들 뿐이다. 성별 자기 결정권에 반대하는 주장의 이면에는 더 근본적인 반감이 깔려 있는데, 남성으로 살아 온 누군가가 여성으로 살아갈 수는 없다는 것이다.(그 사람이 여성으로 전환하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예를 들어, 근본적 페미니스트 실라 제프리스는 영국의 [보수당] 정치인 노먼 테빗의 견해를 지지한다. 테빗은 2003년 12월 성별인정법 제정에 반대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인간의 성별을 바꿀 수 있는 법이나 알려진 의료 행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 법안은 … 불쾌한 어릿광대짓에 불과하다.” 물론 누군가 남근이나 질을 지니고 태어났다는 사실 자체를 바꿀 수는 없다. 그러나 패디 매퀸이 썼듯이, “타고난 성별이 왜 성인의 성별 정체성을 결정하는 최종 요소인지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다. 특히 우리가 지닌 다른 정체성의 많은 측면이 시간이 지나면서 바뀔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시대에 말이다.” 트랜스 여성을 부정하는 일부 페미니스트 주장의 핵심에는 ‘여성’이라는 범주에 누가 속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존재한다. 질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으로 여성을 한정한다면, 트랜스 여성은 결코 여성일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주장은 중언부언에 불과하다. 우리는 이런 범주에 포함되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좀 더 넓은 시야에서, 트랜스젠더에게 실질적 연대를 보낸다는 정치적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자본주의 이전에 존재한 여러 사회에서 남성이나 여성으로 태어난 사람이 자신의 출생 성별과 반대되는 성별로 자라고 살아가는 것이 허용됐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예는 아주 많다. 일부 아메리카 원주민 사회에 존재한 ‘두 영혼의 사람’은 한 예다.(일부 부족은 젠더가 셋이나 넷 이상 존재한다고 여겼다.)
39 그런데 일부 페미니스트가 이런 종류의 생물학적 본질주의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여성 운동은 여성을 걸어 다니는 자궁 취급하는 주장에 맞서 오랫동안 싸웠다. 여성을 애 낳는 도구로 폄하하려는 시도는 주로 우익과, 여성의 근본 역할은 애를 낳아 기르는 것이고 남성은 부양자라고 주장하는 자들이 벌인다. 예를 들어, 2013년 프란치스코 교황은 스스로 젠더 이론이라 부르는 주장, 즉 “모든 사람은 자신의 성별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생각은 신의 천지창조에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모든 페미니스트가 ‘여성’이라는 범주를 생물학이라는 배타적 기준에 맞춰 설정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일부 페미니스트는 트랜스 여성이 여성 운동에 기여할 수 있다고 인정하기까지 한다. 근본적 페미니스트의 아이콘으로 여겨지는 캐서린 매키넌은 2015년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여성이 되기 위해서는 여성의 지위에서 살아 볼 필요가 있다. 트랜스 여성은 이미 그런 삶을 살고 있고, 내 경험에 비춰 보건대 그들의 존재는 여성으로서 삶에 귀중한 관점을 더해 준다.”41 드러먼드는 수염이 자라는 것을 멈추게 할 호르몬 요법이나 성별 전환 수술을 원하지 않으며, 자신이 여성이 된다는 것의 “의미를 넓히는” 구실을 한다고 주장한다. 42 하남 커는 수염이 많이 난 시스젠더 여성이고 이 때문에 어린 시절에 놀림을 당했다. 43 이 둘은 각기 다른 이유로 얼굴에 난 털을 깎는 행위를 거부했다. 트랜스 여성은 말쑥하게 면도를 하고 여성스러운 이목구비를 드러내야 한다는 주장은 그 어떤 여성에게도 해방감을 주지 않을 것이다.
반면, 세라 디텀은 트랜스 여성인 알렉스 드러먼드를 남성이라 칭하고 특히 그녀가 수염을 기른다는 사실에 아연실색한다.44 주장한다. 일부 트랜스 여성이 여자아이로 성장했다는 명백한 사실을 잠시 제쳐 두면, 트랜스 여성과 시스 여성의 성장 과정이 다르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그렇지만 최근 샐리 캠벨이 주장하듯이,
일부 사람들은 여성이 되려면 여자아이로 자란 경험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그들은 트랜스 여성은 “여성이 아니다. 그들은 여성으로 취급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 그들은 여성이 살아 가며 겪는 차별과 두려움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고물론 남자아이로 자란 사람과 여자아이로 자란 사람은 다른 경험을 하겠지만 그것이 얼마나 중요할까? 인도의 여자아이와 스웨덴의 여자아이의 경험은 다를 것이다. 가난하게 자란 남자아이와 [영국 왕위 계승 서열 3위인] 조지 왕자의 경험은 완전히 다를 것이다. 트랜스젠더는 성별 전환[이 법적으로 완료되기] 전까지 끊임없이 다른 성별로 불리는 고통을 겪을 것이다. 성별 전환 이후에는 자신이 원하는 성별로 인식되거나(이 경우 트랜스 여성은 여성 차별에 직면할 것이다) … 트랜스젠더로 인식돼 더 끔찍한 차별에 직면할 것이다.
여성성을 상징하는 일정한 경험을 찾으려는 수렁에 빠지는 순간, 모든 여성의 경험이 다르고 변화무쌍하다는 사실에 맞닥뜨리게 된다. BBC 라디오 채널 4 프로그램 ‘여성의 시간’의 진행자 제니 머리는 최근 〈타임스〉에 ‘진짜’ 여성과 트랜스 여성이 어떻게 다른지를 규명하려는 글을 썼다. 머리는 자신이 만난 트랜스 여성을 사례로 들었다.
그 트랜스 여성은 털이 숭숭 난 여성의 다리를 “더럽다”고 묘사했다. 그러나 털이 무성한 남성의 다리는 아무도 더럽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녀는 다리나 겨드랑이 제모 문제가 아주 오랫동안 여성들 사이에서 벌어진 논쟁의 주제였다는 사실을 알고나 있을까? 그리고 털을 깎지 않기로 결정한 여성을 더럽다고 묘사하는 것이 얼마나 모욕적이고 성의 정치학에 무지함을 드러내는 것인지 알까?
제모에 관한 머리의 견해를 공유하는 것이 자매애의 전제 조건이 돼서는 안 된다. 이런 기준에 따르면 대다수 시스젠더 여성도 배제될 것이며, 모든 트랜스 여성이 체모에 관해 더 진보적 견해를 가져야 한다는 요구 또한 부당하다.
47 물론 이 모든 것을 경험한 여성이 많지만 그러지 않은 여성도 많다. 또한 커너가 언급한 마지막 두 가지는 많은 트랜스 여성도 경험한다. 어떤 경우든, 훌륭한 상담가가 되려면 상담 대상자와 동일한 인생 경험을 해야 한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캐나다인 힐라 커너는 성별 전환 수술을 받은 트랜스 여성이 강간 피해자 상담사로 자원하는 것을 반대했다. 트랜스 여성은 그에 적합한 인생 경험이 없다는 것이고, 이를 다음과 같이 정당화했다. “우리는 갑자기 시작한 생리로 옷에 피가 묻었을 때 느끼는 당혹감, 원하지 않는 임신을 할 수 있다는 불안감, 강간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무엇인지 안다. 우리는 또한 다른 여성과 함께할 때 느끼는 위로감이 무엇인지 안다.”트랜스젠더에 비판적인 페미니스트가 ‘보아 넘기는’ 트랜스 여성, 즉 사회에서 이미 여성으로 인식되는 트랜스 여성을 어떻게 시스젠더 여성과 구분할 수 있을까? 출생 당시의 성기 모양이 어땠는지 묻는 것 외에 이를 알려 주는 무슨 기계라도 있단 말인가? 그런데 이런 질문이 낳을 실질적 결과는 누군가의 과거(십중팔구 괴로운 기억으로 가득할 과거)를 계속 떠올리게 하는 것뿐이다. 여기서 발생하는 모순은 ‘보아 넘겨지는’ 트랜스 여성은 받아들여지고 그러지 못하는 트랜스 여성은 배제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가장 뛰어난 치료를 받을 만한 재력이 있거나 흔히 여성적이라 여겨지는 이목구비를 타고난 트랜스 여성만 용인되는 셈이다.
흥미롭게도, 논쟁이 진행되면서 일부 페미니스트는 자신의 기존 견해를 바꿨다. 주디스 버틀러는 자신의 초기 연구가 오해의 소지를 열어 둔 측면이 있고 트랜스젠더 문제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했다고 인정하며 트랜스젠더 권리를 지지했다.
《젠더 트러블》은 24년 전에 쓰인 책이고, 당시 나는 트랜스젠더 문제를 깊이 생각하지 못했다. 일부 트랜스젠더는 젠더는 수행적이라는 내 주장이 마치 내가 젠더를 모두 허상으로 여기고, 이에 따라 젠더 정체성을 “실체가 없는” 것으로 여기는 주장이라고 본다. 그러나 그것은 내가 의도한 바와 전혀 다르다.
49 를 표지 기사로 싣자 페미니스트 엘리너 버킷이 [트랜스젠더에] 비판적인 내용을 트위터에 잇따라 올렸고, 파우스토스털링은 이에 동의하며 버킷의 글을 공유했다. 트랜스젠더의 권리를 지지하는 사람들과 토론한 후, 파우스토스털링은 다음과 같이 썼다.
2015년 7월 《베니티 페어》가 케이틀린 제너내가 공유한 버킷의 셋째 트위터에는 다음과 같이 써 있다. “일생을 여성으로 살지 않은 사람들이 여성이 누구인지 정의하도록 놔둬서는 안 된다.” 시간이 조금 흐르고 보니, 이런 주장에 대한 내 견해를 수정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어느 누구도 여성을 규정하는 단 하나의 기준이나 견해를 정의할 권리가 없다. 시스 여성이든 트랜스 여성이든, 여성적인 여성이든 남성적인 여성이든, 그 중간 어디쯤 해당하는 여성이든 말이다. … 결론을 내리자면, 남성과 여성, 남성성과 여성성을 정의하는 방식은 다양할 수 있다. 그리고 많은 트랜스젠더는 우리가 인생을 살아 가며 표현하는 젠더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데 선구적 구실을 한다.
2013년 글로리아 스타이넘은 트랜스젠더에 비판적이던 자신의 초기 견해를 변경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성별 전환을 마친 이들을 포함해) 트랜스젠더가 실재하는 진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의문의 대상이 아니라 축복의 대상이 돼야 한다. 그들은 스스로 건강에 관한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하고 그것은 오직 그들의 몫이어야 한다. 내가 수십 년 전에 쓴 내용은 오늘날 우리가 깨달은 것을 반영하지 못한다. 바로 오늘날 우리는 ‘남성성’ 아니면 ‘여성성’이라는 편협한 이분법적 구분에서 벗어나 다양한 [성별] 정체성과 표현을 드러내며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52 안타깝게도 온라인에서 아디치에에게 쏟아진 과도한 비판 때문에 트랜스젠더에 비판적인 진영은 이런 중요한 발언을 못 들은 척할 수 있었다.
페미니스트 저술가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는 2017년 세계여성축제에서 트랜스 여성은 “세상이 남성에게 부여하는 특권을 지니고 태어난다”고 말해 신문지상에 오르내렸다. 이후 아디치에는 “내가 트랜스 여성은 여성이 아니라고 말했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하고 분명히 밝혔다. 트랜스젠더에 비판적인 페미니스트는 모든 여성은 말할 것도 없고 모든 페미니스트를 대변하지 않는다. 2013년 린 시걸, 니나 파워, 로리 페니, 제시카 발렌티, 레니 에도로지를 비롯한 페미니스트 700여 명이 트랜스젠더를 수용하는 페미니즘을 주장하는 국제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는 다음과 같이 명시한다. “우리는 성/성별 정체성의 다양한 구성을 인정하고 존중하고자 한다. 또한 트랜스 여성을 여성으로 인정하고 모든 여성 공간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이번 절은 블랙파워 운동의 활동가이자 사회주의 페미니스트인 앤절라 데이비스의 말을 인용하면서 마무리하겠다.
54 맞서 싸우는 흑인 트랜스 여성이 여성이라는 범주를 대변한다면 어떨까? [자신의 정체성을] 인정받기 위해, 생존을 위해, 자유를 위해 싸우는 사람들이 우리의 지향점을 상징하는 대변자가 될 수 없는 이유가 무어란 말인가? 55
우리가 말하는 여성이란 과연 누구인가? 흔히 말하는 ‘여성’(백인 중간계급 여성)에서 배제돼 투쟁해야 했던 여성이 여성이라는 범주를 대변하는 집단이 된다면 그것은 마침내 우리가 진보를 이뤘다는 증거일 것이다. 예컨대, 폭력과 범산복합체에
트랜스젠더에 비판적인 페미니즘
56 페미니즘 진영 내에서 이에 대한 논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며, 트랜스젠더 비판 진영에는 근본적 페미니스트뿐 아니라 사회주의자도 일부 있다. 그들 주장의 저변에 깔린 이론적 문제를 다루기 전에, 가장 흔한 트랜스젠더 거부 주장을 반박하겠다.
페미니즘이 트랜스 여성을 거부하는 것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이런 주장은 적어도 재니스 레이먼드가 《트랜스섹슈얼 제국: 쉬메일의 형성》을 쓴 197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또한 1991년부터 트랜스 여성은 여성의 참가만 허용하는 미국 ‘미시간 여성 음악 축제’에 참가하지 못했다. 트랜스젠더는 동성애자해방전선GLF의 탄생 배경이 된 1969년 스톤월 항쟁에서 핵심적 구실을 했음에도 성소수자 운동의 일부가 되기 위해 투쟁해야 했다.트랜스 여성은 시스 여성에게 위험한 존재다?
“여성을 옹호하는 것이지 트랜스젠더를 반대하는 게 아니다” 하고 주장하는 일부 사회주의 페미니스트가 만든 웹사이트에 다음과 같은 성명이 게재됐다.
우리는 여성의 권리와 자유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는 (주로 영국인으로 이뤄진) 비공식 단체다. 여성의 독립성은 지난 세기보다 더 큰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 오늘날 여성의 독립성은 여성과 그 자녀에게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 가부장제가 여성에게 불리한 위치를 강제하고 남성 폭력을 조장하는 한, 우리는 여성을 위한 성별 기반 보호 조처와 도움 방안을 지지할 것이다. 이는 남성(성별 정체성이나 표현에 관계없이)이 때때로 여성과 분리돼야 함을 의미한다.
이런 주장은 트랜스 여성이 여성 전용 화장실과 쉼터를 이용하거나 여자 교도소에 수감되는 것에 반대하는 논리로 사용됐다. 특히 ‘화장실 법안’으로 많은 논쟁이 벌어진 미국에서는 트랜스젠더에 비판적인 페미니스트가 매우 보수적인 경찰 조직과 같은 편에 서는 격이 된다. 경찰이 여자 화장실에 폭력적으로 쳐들어가 남성적 외모를 지닌 시스 여성을 내쫓지 말란 법은 없다. 정말 그 근본적 페미니스트들은 젠더 경찰이 돼서 화장실 ‘출입’을 일일이 검사하겠다는 것인가?
이 글은 여성에 대한 폭력이라는 중요한 문제를 충분히 다루지 않는다. 한 가지만 지적하자면, 여성을 해할 목적으로 여성에게 접근하는 남성은 굳이 여성을 자처하며 여자 화장실을 비롯한 여성 전용 공간에 들어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영국에서 매주 2명의 여성이 현재 혹은 옛 남성 파트너에게 살해당한다는 변함없는 통계는 이를 분명히 보여 준다.
2016년 4월 미국의 ‘성폭력과 가정 폭력 근절을 위한 전국 대책위원회’는 [250개가 넘는 관련 단체를 모아] 트랜스 여성을 여성 전용 공간에서 배제하자는 제안을 단호하게 비판하는 다음과 같은 성명서를 발표했다.
[어떤 사람들은] 이것이 공공 안전을 위한 필수적 조처고 여성과 아이에 대한 성폭력을 예방하는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하루하루 성폭력 생존자들의 필요를 충족하고 사회에 만연한 성폭력과 가정 폭력을 근절하려 노력하는 강간위기센터, 쉼터, 기타 서비스를 제공하는 단체인 우리는 우리의 경험과 전문 지식을 근거로 이런 주장이 틀렸음을 말할 수 있다.
출생 성별에 따라 화장실(이나 교도소)에 가도록 강제할 경우 학대와 폭력의 대상이 되는 것은 오히려 트랜스 여성이다. 이것은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다. 사회주의자로서 우리는 언제나 공공장소가 폭력 위협에서 자유롭고 안전한 곳이 되도록 투쟁해야 한다. 내가 어릴 때, 공중화장실에는 화장실을 깨끗이 유지하고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친절한 관리자가 있었다. 더 좋고 안전한 공공서비스는 우리 모두에게 좋은 것이므로 모든 여성(과 남성)은 시스젠더든 트랜스젠더든 여성 쉼터를 보호하기 위해, 더 나은 보건·의료 서비스를 위해, 더 안전한 거리를 위해 함께 싸워야 한다. 공공장소를 위험하게 만드는 것은 트랜스젠더가 아니라 정부의 긴축정책과 재정 삭감이다.
교도소도 마찬가지다. 물론 여자 교도소를 ‘안전한 공간’이라 생각하기 어렵지만 말이다. 모든 수감자는 젠더에 상관없이 위험 요소가 있는지 평가받고, 이에 따라 다른 수감자와의 격리 여부가 결정된다. 특정한 취약 집단을 격리 대상으로 지목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남자 교도소에 수감된 트랜스 여성의 처지야말로 취약하다. 2015년 11월 남자 교도소에 수감된 이후 자살한 비키 톰프슨과 조앤 레이섬, 남자 교도소에서 성적 학대를 당한 타라 허드슨의 사례는 이 점을 잘 보여 준다. 그들은 모두 이미 여러 해를 여성으로 살았다. 교도소에 수감된 여성이 직면하는 끔찍한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트랜스 여성은 문제의 원인이 아니고, 그들을 낙인찍는 것은 해결책에 다가가는 것이 아니라 더 멀어지는 길이다.
트랜스 여성은 성별 고정관념을 강화한다?
59 이런 발언이 얼마나 모욕적인지는 제쳐 놓더라도, 남성에서 여성으로 전환한 모든 트랜스젠더가 성별 고정관념에 어울리는 여성적 면모를 보인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영국에서] 성별 전환 절차를 밟으려면 트랜스젠더는 자신이 원하는 성별로 2년 동안 살아야 한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트랜스 여성이 자신이 원하는 성별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려면, 원하든 원하지 않든 머리를 기르고 화장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 화장기 없는 얼굴로 드레스를 입지 않고 젠더 정체성 클리닉에 찾아가면 필요한 지원의 제공이 연기될 위험이 있다. 성별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것은 바로 이 체제이지 트랜스젠더가 아니다. 덧붙이자면, 여성이 성별 고정관념과 상관없이 옷을 입을 권리는 여성이 원하면 통상적 의미의 여성 옷을 입을 권리도 있음을 의미한다. [무슬림] 여성의 히잡 착용 논쟁에도 유사한 구석이 있는데, [줄리 빈델 같은] 트랜스젠더에 비판적인 페미니스트의 유명 인사가 트랜스 여성뿐 아니라 무슬림 여성에게도 무엇을 입으라 마라 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이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 60
줄리 버칠에 따르면 트랜스 여성은 “지독하리만큼 관습적인 사람들이다. … 그들은 항상 화장을 하고 바지는 절대 안 입는 데다가 과장되고 순종적인 눈웃음을 친다.”사실, 트랜스젠더가 더 눈에 띄고 자신감을 갖게 되고, 젠더 정체성 클리닉이 경험을 더 쌓아 가면서, 트랜스젠더는 남녀의 외모와 행실에 대한 통상적 규범에 도전하는 다양한 정체성을 표현하고 있다. 이제 일부 사람들은 자신을 논바이너리로, 남성적 여성이나 여성적 남성으로 표현한다. 패디 매퀸이 지적하듯이, 트랜스젠더가 성별 고정관념을 따른다는 주장은 (실질적 지원 부족과 더불어) “트랜스젠더 개개인의 비판적 자아 성찰과 주체성을 부정하는 것이다. … 이런 주장은 트랜스젠더의 실제 삶의 경험과 신념, 특히 그들의 복합성과 다양성을 보지 않고 그들을 하나같이 성별 고정관념에 찌들고 허황된 표현을 하는 무리로 묘사한다.”
물론 트랜스젠더도 [이 사회에 사는]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성별 고정관념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 그렇지만 킴 카다시안이 모든 시스 여성을 대표하지 않듯이, 잡지 표지를 장식하는 케이틀린 제너가 모든 트랜스 여성을 대표하지 않는다.
트랜스젠더의 권리는 여성의 권리를 위협한다?
62 그러나 아일랜드의 경험은 여성의 권리가 축소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준다. 트랜스젠더의 권리를 더 보장하는 법안이 통과된 이후, 낙태를 금지하는 헌법 조항을 폐지하려는 운동이 성장했다. 가톨릭 교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동성 결혼을 합법화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아일랜드의 동성 결혼 합법화 운동은 단지 성소수자 쟁점이 아니라 훨씬 더 포괄적인 쟁점으로 여겨졌고, 가족에 뿌리박힌 성별 고정관념에 도전하는 많은 진보적 운동을 끌어모았다. 아마도 투쟁 과정에서 형성된 이런 단결 덕분에, 성별인정법이 통과됐을 때 이를 여성에 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는 없었다. 북아일랜드에서도 이런 연대 분위기가 분명히 존재해, 한 트랜스 남성이 최근 벌어진 낙태 합법화 시위에서 연설했다. 그는 매우 큰 환호와 박수를 받으며 연설했고, 집회의 요구인 여성의 선택권 보장, 보수당 반대, 영연방병합당DUP 반대는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는 구호가 됐다. 마르크스주의자는 차별받는 한 집단의 승리가 다른 집단의 승리를 고무할 수 있음을 분명하게 이해한다. 그렇지만 차별받는 사람들의 단결은 저절로 이뤄지지 않는다. 단결은 쟁취해야 한다.
세라 디텀은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은 모든 사람을 (출생 성별이나 전환 이후 인식되는 성별이 아니라) 성별 정체성에 따라 대하게 되면, 남성보다는 여성이 더 큰 부담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낙태권 옹호 운동(특히 미국의)이 트랜스젠더 문제에 대한 날 선 논쟁의 장이 됐다. 일부 트랜스젠더 활동가는 낙태권 옹호 운동이 “여성이 선택할 권리” 같은 구호를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구호가 임신 가능성이 있는 트랜스젠더나 논바이너리를 [운동에서] 배제한다는 논리로 말이다. 낙태권에 대한 공격은 근본적으로 여성에 대한 공격이고 여성이 사회에서 수행하는 양육자 구실을 강화하려는 시도이기 때문에, 이런 주장은 잘못됐다. 대다수 주요 낙태권 옹호 단체는 양식 있게 행동하기 때문에 “여성이 선택할 권리”라는 구호를 유지하면서 다양한 집단을 포괄하려고 노력한다. 아일랜드의 낙태권 옹호 운동 웹사이트에는 다음과 같은 성명이 게시돼 있다. “‘여성’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만 우리는 여성, 트랜스 남성, 논바이너리를 포함해 모든 사람이 필요로 하거나 원할 때 낙태할 수 있는 사회를 위해 투쟁한다.”64 두 기사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지만, 실망스럽게도 일부 페미니스트는 소셜 미디어에 이 기사들을 공유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사용했다. 이런 기사들은 크리스마스가 사라지고 있다는 이슬람 혐오적 기사나 영국 전래동요 ‘검은 양’을 더는 부를 수 없다는 인종차별적 유언비어와 유사하다. 일부 좌파가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다른 많은 단체도 이렇게 합리적이고 포용적인 견해를 취한다. 여성이 제거되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그런 주장을 담은 선정적 신문 기사는 대부분 잘못된 정보에 기초한 것으로 드러났다. “엄마를 여성이라 부르지 마라”는 영국 보수 신문 〈선〉의 머리기사나 인구조사에서 ‘여성’이 사라지고 있다는 〈데일리 메일〉의 기사가 그 예다.가부장제 이론과 정체성 정치
사회적으로 구성된 성별 기대와 한 개인의 자아를 반영한 성별 정체성을 구분하는 것은 중요하며, 둘 모두 실재하는 것이다. 일부 페미니스트는 전자를 생물학적 차이점에만 바탕을 두고, 즉 여성 차별이 발생하고 유지되는 물질적 조건과 분리해서 분석하는 실수를 저지른다. 일부 트랜스젠더·퀴어 활동가는 후자를 차별에 맞선 투쟁의 핵심 전장이라고 여긴다. 양쪽 모두 계급사회에 뿌리박은 문제의 근원을 보지 못한다.
65 이런 견해를 명시했다. “젠더는 … 한 젠더(남성)가 경제적·정치적 권력을 갖고 다른 젠더(여성)는 그러지 못하는 체제다. 또한 지배하는 집단은 현상을 유지하는 데 이해관계가 있다.” 66
트랜스젠더를 부인하는 주장을 펴는 여러 페미니스트의 공통점은 근본적으로 가부장제 이론을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그들은 마르크스주의를 차별을 충분히 설명할 수 없는 계급 환원론으로 치부하며 궁극으로는 생물학에 바탕을 둔 설명을 내놓는다. 이에 따르면 남성은 여성 차별에서 득을 보고, 남근을 달고 태어나는 남성은 여성을 차별하는 집단의 일부이며 여성을 잠재적으로 위협하는 존재다. 가부장제 이론가가 생각하기에, 여성이 차별받는 이유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가 그 필요를 위해 가족에 의존하기 때문이 아니라 재생산 과정에서 여성이 하는 역할 자체 때문이다. 생물학이 차별에 대한 모든 사회적·역사적 설명을 능가하고, 남성은 여성 차별에서 득을 보거나 특권을 누리므로 여성 차별을 유지하는 데 이해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페미니스트 조앤 스캔런과 데버라 캐머런은 2010년 ‘런던 페미니스트 네트워크’가 개최한 ‘페미나’에서이런 시각에서 보면 여성 차별을 극복하기가 어려워 보인다. 어렵사리 얻어 낸 여성 전용 공간을 보호하려는 이해할 만한 염원은 (특히 이런 공간이 재정 삭감과 긴축으로 위협받는 상황에서는) 모든 것에 우선하는 동기가 된다. 지금까지 얻어 낸 작은 성과를 방어하는 투쟁에서는 눈에 보이는 위협을 과도하게 바라볼 수 있고, 일부 사람들은 트랜스 여성을 이런 위협으로 잘못 묘사한다.
67 일부 페미니스트(앞에서 본 것처럼 전체가 그런 건 아니다)는 여성만의 독자적 투쟁이 필요하다면 누가 진짜 ‘여성’인지를 유동적이거나 유연하지 않은 명확한 기준으로 정의해야 한다고 결론짓는다. ‘질을 갖고 태어난’ 사람을 여성으로 정의하고 이런 정의에서 벗어난 사람이 여성 전용 공간에 들어오는 것을 위협으로 여긴다.
페미니즘 내에 다른 논쟁과 마찬가지로, 이 주제를 둘러싸고도 다양한 견해가 있다. 예컨대,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스트 리즈 보걸은 계급사회가 여성 차별의 근원에 미치는 영향을 인정한다. 또한 가부장제 이론을 거의 알지 못하지만 성차별에 반대한다는 것을 표현하려고 자신을 페미니스트로 칭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하나의 정치 경향으로서 페미니스트는 모두 여성만의 독자적 투쟁이 필요하다거나, 여성의 권리를 위한 투쟁이 계급투쟁과 동떨어져서 벌어져야 한다는 주장을 받아들인다.68 올바르게도 퀴어 이론은 성소수자 공간의 상업화에 반대하고 ‘신중한’ 동성애 정치 주창자들이 제안하는 것보다 더 급진적인 접근법을 요구한다. 그렇지만 퀴어 이론은 집단적 계급투쟁이 일련의 패배를 겪은 상황을 배경으로 등장했다. 미셸 푸코의 이론에 기반을 둔 퀴어 이론은 사회의 계급적 본질이 아니라 온갖 종류의 작은 투쟁에서 권력을 찾는다. 특히 주디스 버틀러가 발전시킨 퀴어 이론은 이런 투쟁 공간에 ‘담론’과 ‘수행성’을 포함한다. 어떤 해석에 따르면 ‘퀴어’를 자처하는 것만으로도 퀴어가 아닌 사람들이 누리는 권력에 대항하는 혁명적 행위가 된다.
페미니즘이 생물학에 지나친 강조점을 두는 반면, 일부 트랜스젠더 활동가는 자신의 [성별] 정체성 자체가 급진화를 부추기는 요인이자 투쟁의 기반이라고 생각한다. 트랜스젠더 이론은 여러 갈래의 정치에 의존하지만 가장 긴밀하게 연결된 것은 퀴어 이론이다. 퀴어 이론은 이 저널[《인터내셔널 소셜리즘》]에서 비판적으로 다뤄진 바 있다.페미니즘과 마찬가지로 트랜스젠더 운동에도 많은 차이가 있다. 정체성에만 초점을 맞추는 내부적 경향은 위계 세우기로 이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논바이너리는 자신은 성별 이분법에 도전하는 구실을 하지만 (한 젠더에서 ‘다른’ 젠더로 전환한) 트랜스섹슈얼은 그러지 못한다고 여긴다. 이런 위계 세우기는 과거 성소수자 운동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도덕주의의 근원이 될 수 있다. 성별 정체성을 인정하는 것과 정체성 정치를 지지하는 것은 구분돼야 한다. 둘은 같지 않다. 차별받는 집단의 성별 자기 결정권을 지지한다고 해서 트랜스젠더만이 트랜스젠더 차별에 반대할 이해관계가 있다거나 정체성이 개인의 정치를 형성하는 기반이 돼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차별에 맞선 투쟁을 사회주의를 위한 더 넓은 계급투쟁의 일부로 자리매김하면서도 얼마든지 차별받는 집단의 권리를 지지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마르크스주의가 하는 구실이다. 반면, 정체성 정치는 노동계급 투쟁에서 이탈하는 것을 의미한다.
젊은 트랜스젠더, 퀴어, 페미니스트가 함께 트럼프에 맞선 시위나 난민 권리를 지지하는 운동에 참가하고, 코빈을 지지하는 운동의 일부가 되는 등 좀 더 외향적인 활동을 하는 것은 참으로 좋은 징조다. 그러나 때때로 일부 트랜스젠더 권리 활동가가 사용하는 전술이 이런 단결을 잠식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2017년 2월 맨체스터의 한 행사에 줄리 빈델이 연사로 초청되자 [이에 항의하는 사람들은] 장소를 대여해 준 센터(노동계급의 역사를 간직한 공간이며 많은 행사가 열리는 유명한 지역 자원이기도 하다)의 웹사이트를 공격했고, 연사 초청을 취소하라고 요구했을 뿐 아니라 센터 자체를 폐쇄하라고 했다. 많은 활동가들이 이 센터를 이용하는 상황에서 이런 전술은 폭넓은 지지를 얻기 힘들다. 그뿐 아니라 ‘성소수자 역사의 달’의 일부로 계획된 행사 자체를 취소시키려는 목적도 잘못된 것이다.
연설 불허는 노동계급 운동이 파시즘에 맞선 투쟁의 일부로 발전시킨 전술이다. 노동계급 조직과 민주주의를 말살하려는 자들을 막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파시즘이 성장하려면 대규모 집회와 시위라는 산소가 필요하므로 반파시즘 활동가가 이를 막아서는 것은 올바른 일이다. 파시즘에 도전하는 운동이 없다면, 파시즘은 권력의 자리에 올라 노동계급을 파괴하고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 갈 것이다. 그러나 연설 불허 전술은 동의할 수 없는 주장(그 주장이 아무리 모욕적이라도)을 하는 사람에게 마음대로 적용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마르크스주의자는 사람들의 생각이 바뀔 수 있다고 믿는다. 그 변화는 혁명 과정에서 사람들이 기존 사회의 ‘낡은 오물’을 떨쳐내면서 대규모로 일어난다. 그러나 작은 투쟁 과정에서도 사람들의 생각은 변한다. 예를 들어, 피케팅[대체 인력 투입 저지를 위한 파업 활동]을 할 때는 성차별적 견해를 지닌 동료와도 팔을 걸고 함께 투쟁한다. 이렇게 공동의 투쟁을 벌이는 경험 덕분에 성차별적 생각을 떨쳐내도록 설득하기가 더 쉬워진다.
남성을 여성에게 권력을 휘두르는 억압자로 보는 페미니스트의 견해가 틀린 것과 마찬가지로, 트랜스젠더에 비판적인 페미니스트를 트랜스젠더 차별의 원인으로 보는 것도 틀렸다.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의 주장은 줄리 빈델이나 저메인 그리어의 주장과 같지 않다. 그리고 그들의 주장은 트럼프의 주장과도 분명히 다르다. 트럼프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제국주의 국가의 수장이며 수백만 명의 목숨을 좌지우지할 실질적 영향력이 있다. 트럼프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법을 만들 능력이 있으며 국가권력에 기대어 행동할 수 있다. 그러나 아디치에는 전혀 그럴 수 없다.
70 특권 이론에 따라 트랜스젠더에 비판적인 페미니스트는 트랜스 여성이 ‘남성 특권’을 누리며 자랐다고 주장하고 어떤 트랜스젠더 활동가는 [트랜스젠더가 아닌 사람들이] 시스 특권을 남용한다고 비난한다. 그러나 [특정] 차별을 받지 않는다고 해서 특권을 누리고 그 차별을 유지하는 데 이해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다. 남성에게 특권이 있다는 이런 주장은 여성 차별이 없어지면 남성의 처지가 악화할 것이라고 가정한다. 이것은 사실이 아니고, 이 저널은 이 점을 끊임없이 주장했다. 시스젠더 여성은 편협한 성별 이분법에서 해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 몸에 대한 자율권을 위해 함께 싸울 수 있다는 점 등에서 트랜스젠더 차별을 뿌리 뽑는 데 이해관계가 있다. 가부장제 이론, 정체성 정치, 특권 이론은 단결이 아니라 분열을 낳는 경향이 있으므로 더 나은 세계를 위한 투쟁을 벌이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페미니즘과 일부 트랜스젠더 이론의 공통점은 특권 이론의 수용이다. 특권 이론의 문제점은 이 저널[《인터내셔널 소셜리즘》]이 이미 다룬 바 있다. 마르크스주의자는 이 사회의 권력이 남성이나 시스젠더에게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노동계급 착취에서 정말로 득을 보는 지배계급이 권력을 쥐고 있다. 지배계급이 노동계급 내 분열을 유지하는 데 이해관계가 있는 것과 반대로, 노동계급은 자본주의적 착취에 저항하는 것뿐 아니라 그 저항의 일부로서 이 사회의 차별 일체를 없애는 데 이해관계가 있다. 존 몰리뉴가 썼듯이, “마르크스주의의 가장 중요한 장점은 이론과 실천 모두에서 인종차별, 성차별, 동성애 혐오에 맞선 투쟁을 사회주의를 위한 노동계급의 일반적 투쟁 안에서 설명할 틀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모든 차별의 뿌리를 파괴할 사회를 건설하려는 투쟁 안에서 말이다.”결론: 이론과 실천
72 세계를 바꾸기 위해 개입하는 관점에서 성별 정체성 문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이론을 발전시키는 동시에, 그것을 현실에서 검증해야 한다.(이론이 학문적인 활동에 그쳐서는 안 된다.)
‘포이어바흐에 관한 테제’에서 마르크스는 “실천에서 분리된 사유의 현실성/비현실성 논쟁은 탁상공론에 불과하다”고 썼다.자주 인용되는 《무엇을 할 것인가》의 한 구절에서 레닌은 다음과 같이 쓴다.
[혁명적 사회주의자의] 목표는 노동조합 서기가 아니라 민중의 호민관이어야 한다. 다시 말해, 폭정과 차별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그것이 어느 계층이나 계급에 영향을 미치든 상관없이 모든 폭정과 차별을 일반화할 수 있어야 하며, 경찰 폭력과 자본주의의 착취를 간단명료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사회주의자가 트랜스젠더의 권리를 지지하고 이에 관한 문제를 다루는 것은 중요하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사용자, 군장성, 판사, 백만장자에 맞서게 될 텐데, 이 지배계급 안에는 흑인, 여성, 동성애자, 양성애자뿐 아니라 트랜스젠더도 있을 것이다. 계급은 차별이 발전하는 방식, [사람들이] 차별을 경험하는 방식, 차별에 맞서 싸우는 방식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다.
노동조합 안에서 현재 벌어지는 논쟁이 중요하다. 영국 교원노조는 2017년 대의원대회에서 압도적인 차이로 성별 자기 결정권을 지지했고, 사회주의자는 이런 결정을 훼손하려는 시도에 단호하게 맞서야 한다. 트랜스젠더의 성별 정체성을 인정하지는 않지만 트랜스젠더를 혐오하고 괴롭히는 것은 반대한다고 말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이것은 트랜스젠더를 괴롭히는 사람을 밀쳐낸 뒤, 트랜스젠더에게 “근데, 당신 진짜 여성은 아니잖아요?” 하고 말하는 셈이다. 힘겹게 싸워 성취한 낸 평등할 권리는 다른 모든 차별받는 집단과 마찬가지로 트랜스젠더 동료에게도 적용돼야 한다.
마르크스주의자가 작업장에서 나타나는 차별에 맞서 싸우는 것에만 관심을 둔다는 말은 아니다. 차별은 우리 삶 곳곳에 만연해 있다. 트럼프가 내놓은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 금지안을 살펴보자. 이 문제는 단순히 계급 문제가 아니다. 군대에 자원한 사람들이 대부분 민간 부문에서 괜찮은 월급을 받는 직업을 구하기 어려운 노동계급 출신이지만 말이다. 미국 군대는 제국주의 지배를 위한 도구로, 사회주의자가 지지할 수 없는 기구이다. 그렇지만 트랜스젠더 군인을 ‘부담거리’로 치부하는 트럼프의 주장은 트랜스젠더 혐오를 정당화하는 동시에 긴축재정을 위한 희생양을 만들어 내는 효과도 낳는다. 이런 논리는 공적 생활의 모든 부분으로 이어져 우리 편을 갈라놓고 자본주의에 맞선 투쟁을 약화시키므로 분명하게 반박돼야 한다.
현재 벌어지는 논쟁으로 사람들이 반목하고 있지만, 사실 그들은 함께 투쟁하는 데 공통점이 더 많은 집단이다. 충분한 재정 지원을 통해 안전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받기 위한 투쟁이 명백한 사례다. ‘우리의 몸과 우리의 삶을 선택할 권리’는 낙태권을 위한 투쟁과 성별 재지정 시술을 위한 투쟁에 모두 적용할 수 있는 요구다. 사회주의자는 낙태권이 계급 문제로 여겨지도록 애써 왔고, 그 노력은 트랜스젠더 권리를 위한 투쟁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성소수자는 이슬람 혐오와 인종차별에 맞선 투쟁에 참여해 왔는데, 이는 여성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현재 여성(트랜스젠더든 아니든)은 유럽 전역에서 등장하는 극우와 파시스트 조직의 표적이 되고 있다. 사회주의자는 이에 맞선 투쟁에 최대한 많은 사람이 단결해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므로 필요하다면 트랜스젠더 혐오와 트랜스젠더에 비판적인 페미니즘에 도전할 의무가 있다.
트랜스젠더가 경험하는 “폭정과 차별”은 실제로 존재한다. 그들이 강력하게 느끼는 성별 정체성 또한 가짜가 아니다. 사회의 성별 규범은 생물학적으로 결정되는 것도, 사회적으로 구성되는 것도 아니다. 성별 정체성은 사회의 성별 규범에 영향을 받지만 그것으로 환원될 수 없다. 물질적·성적·의식적 개인이 사회적·물질적 세계와 상호작용하며 자아를 발전시키는 매우 다양하고 복잡한 과정 속에서 성별 정체성이 형성된다. 사회주의자는 다양한 방식으로 성별 고정관념에 도전하는 사람들을 지지해야 하고 자신의 성별 정체성이 출생 성별과 충돌하는 사람들의 권리도 지지해야 한다. 여기에는 여성에서 남성 혹은 그 반대로 성별을 바꾸고 자신이 바라는 성별로 온전히 인정받을 권리와 스스로를 논바이너리로 규정하고 성별 중립적인 대명사를 쓸 권리도 포함된다.
사회주의자는 젠더 다양성이 나날이 가시화되는 상황을 환영해야 한다. 오늘날 많은 젊은이가 트럼프에 반대하거나 코빈을 지지하는 시위에 자신의 젠더 다양성이나 트랜스젠더 정체성을 드러내는 팻말을 들고 참가한다. [사회주의를 위한] 혁명에는 청년과 노인, 동성애자와 이성애자, 흑인과 백인, 남성과 여성, 그리고 우리가 아직 이름 붙이지 못한 성별 정체성을 지닌 사람들이 참가할 것이다. 바로 이 점 때문에 혁명은 더 감격스러울 것이다. 혁명 이후에는 성별 정체성이 눈동자 색깔처럼 중요하지 않은 문제가 되겠지만 그것이 어떻게 변할지 추측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일 듯하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점은, 혁명은 새로운 세대의 트랜스젠더·페미니스트 활동가가 계급에 바탕을 두고 사회를 이해하도록 만들어야 일어날 수 있다. 우리를 분홍색 아니면 파란색 같은 협소한 성별 고정관념에 가둬 두려는 우익과 같은 편에 서게 된다면 새 세대 활동가를 설득할 수 없을 것이다.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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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수 콜드웰은 교사이자 성소수자 활동가이며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의 오랜 당원이다.
출처: Sue Caldwell, ‘Marxism, feminism and transgender politics’, International Socialism 157(winter 2018)
↩
- 나는 성별 정체성과 출생 성별이 일치하지 않는 사람들을 가리키기 위해 트랜스나 트랜스젠더라는 상위 용어를 사용했으며, 이 용어는 논바이너리나 고정되지 않은 다양한 성별 정체성을 가진 이들을 포함한다. 내가 트랜스 남성이나 트랜스 여성이라 지칭할 때는 의학적 개입 여부에 관계없이 여성에서 남성으로(ftm) 혹은 남성에서 여성으로(mtf) 전환한 사람을 각각 가리킨다. 나는 이런 용어들이 논란의 여지가 있으며 그 의미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변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
- 이 글의 초고를 읽고 논평을 해준 알렉스 캘리니코스, 조셉 추나라, 게럿 젠킨스, 로라 마일스, 쉴라 맥그리거, 카밀라 로일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
- Human Rights Campaign, 2017. ↩
- Yeung, 2016. ↩
- Weale, 2017. ↩
- NatCen Social Research, 2017. ↩
- O’Neill, 2017. ↩
- 교원노조가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집회에서 살해당한 교원노조 간부 블레어 피치를 기념해 만든 상이다. 매년 평등권 향상에 기여한 조합원에게 수여한다 — 옮긴이. ↩
- Harman, 1994. ↩
- Miles, 2014. ↩
- German, 1981. ↩
- Rose, Lewontin and Kamin, 1990, pp275 and 282. ↩
- Fine, 2017. ↩
- Joel and others, 2015. ↩
- Cameron, 2016. ↩
- Ditum, 2016. ↩
- Hope, 2016. ↩
- Fausto-Sterling, 2016a. ↩
- 실제로 의사들은 남근의 길이를 재기도 한다. 1인치 이하인지(불분명한 성별) 그 이상인지(남성으로 간주함)를 가늠하기 위해서다. ↩
- Human Rights Watch, 2017. ↩
- Fine, 2017, p88. ↩
- Ainsworth, 2015. ↩
- Ainsworth, 2015. ↩
- Orr, 2015. ↩
- Olson, 2017. 시스젠더는 비 트랜스젠더와 바꿔서 사용할 수 있는 용어다. ↩
- Fausto-Sterling, 2012, p57. ↩
- Serano, 2007, p98. ↩
- Miles, 2014, p46. 강조는 콜드웰. ↩
- Bindel, 2016. ↩
- Fausto-Sterling, 2012, p66. ↩
- Morgan, 2015. ↩
- Morgan, 2015. ↩
- 정부 개정안과 파급력에 대한 더 자세한 설명은 로라 마일스의 블로그를 참고하시오. wordpress.com/posts/laurascorner.blog ↩
- Tunks, 2017. ↩
- Duffy, 2017. ↩
- Quoted in McQueen, 2016, p675. ↩
- McQueen, 2016, p675. ↩
- Feinberg, 1996, 5장과 Miles, 2014를 참조하거나, 3세기 경 유럽에 대한 최근 연구를 보려면 Turek 2016을 참조하길 바란다. ↩
- Catholic Herald, 2016. ↩
- Williams, 2015. ↩
- Ditum, 2016. ↩
- McCormick, 2015. ↩
- Khaleeli, 2016. ↩
- Lee Lakeman. Elliott, 2016에서 인용. ↩
- Campbell, 2017. ↩
- Murray, 2017. ↩
- Tasker, 2017. ↩
- Williams, 2014. ↩
- 미국의 전직 육상 선수로 1976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다. 2015년 4월 텔레비전 인터뷰에서 자신이 트랜스젠더임을 밝혔다 ― 옮긴이. ↩
- Fausto-Sterling, 2016b. ↩
- Steinem, 2013. ↩
- Quoted in Smith, 2017. ↩
- International Day Against Homophobia, Transphobia and Biphobia, 2013. ↩
- 앤절라 데이비스가 교도소 민영화가 낳는 문제를 비판하면서 사용한 용어다 ― 옮긴이. ↩
- 다음을 보시오. www.youtube.com/watch?v=lBgdzK3jfEg ↩
- Miles, 2014를 보시오. ↩
- 다음을 보시오. https://fairplayforwomen.com ↩
- National Task Force to End Sexual and Domestic Violence Against Women, 2016. ↩
- McQueen, 2016에서 인용. ↩
- Bindel, 2013. ↩
- McQueen, 2016. ↩
- Ditum, 2016. ↩
- 다음을 보시오. www.abortionrightscampaign.ie/2016/08/06/abortion-faqs ↩
- 두 기사 모두 2017년 10월 23일치 신문의 1면에 실렸다. ↩
- 페미니즘과 세미나의 합성어 — 옮긴이. ↩
- 다음을 보시오. www.troubleandstrife.org/new-articles/talking-about-gender ↩
- 1980년대에 쓴 저작에서 보걸은 중국, 러시아, 쿠바 같은 소위 공산주의 국가에서 여성차별이 존재한 사실은 여성차별이 자본주의 철폐 이후에도 지속될 것임을 증명하는 사례라고 주장했다. ↩
- Wilson, 2011. 이 글의 국역본은 잡지의 이번 호에 ‘퀴어 이론과 그 정치’라는 이름으로 실렸다. ↩
- 정체성 정치에 관한 더 자세한 비판은 Smith, 1994를 참조하길 바란다. ↩
- Choonara and Prasad, 2014. ↩
- Molyneux, 2012, p119. ↩
- Marx, 1947. ↩
- Lenin, 1902. ↩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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