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미·중 무역 전쟁과 제국주의
미·중 무역 전쟁의 시작, 분석과 전망
관세 부과와 보복 관세 부과, 협상과 결렬을 거듭해 온 미국과 중국이 7월 6일 무역 전쟁에 돌입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미·중 무역 전쟁의 전면화는 전 세계적 파장을 일으킬 것이고, 그 여파로 세계 무역량 감소액이 2조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트럼프는 미국의 대중국 무역적자가 3750억 달러에 이르기 때문에, 미국이 무역 전쟁에서 이기기 쉽다고 공언했다. 중국의 시진핑은 “서양은 누군가가 왼쪽 뺨을 때리면 다른 쪽 뺨을 내어 주는 문화이지만 우리는 돌려주는 문화”라고 응수했다. 미국과 중국은 무역 전쟁 와중에 일시적으로 타협과 휴전을 할 수 있겠지만, 부상하는 중국 경제와 상대적으로 쇠퇴하는 미국 경제 사이의 불균형이 해소될 때까지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중국뿐 아니라 유럽연합이나 캐나다 등과도 무역 갈등을 벌이고 있다.
이런 상황은 1930년대를 떠올리게 한다. 아니나 다를까, 6월 말 트럼프는 관세 부과 정책으로 미국의 철강, 태양광, 세탁기 산업이 살아나고 있다고 자화자찬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역대 최강의 군사력을 사용하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 주요 언론들은 트럼프의 이 말이 국방예산의 하원 통과를 염두에 둔 발언이라며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그러나 트럼프 자신은 무역 전쟁이라는 경제적 전쟁과 군사적 대결을 별개의 것으로 보지 않는 듯하다.
〈파이낸셜 타임스〉의 칼럼니스트 마틴 울프는 트럼프가 나토에 대한 책임을 방기하고 유럽연합 와해에 주력하면, 미국이 유럽에서 차지하던 지위와 영향력을 러시아나 중국이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울프의 이 말은 지정학적 영역에서도 경쟁과 다툼이 심상치 않음을 보여 준다.
지난 수십 년간 세계화가 진척됐는데도 경제적·지정학적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현재 상황은, 세계화 덕분에 자본주의가 항구적 평화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던 세계화론자들의 주장이 틀렸음을 더욱 분명히 하고 있다.
트럼프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
2002년 미국 대통령 조지 W. 부시는 철강 제품에 대한 긴급 특별 수입 제한 조처를 취하면서 특정 제품에 대해서는 최대 30퍼센트의 관세를 매기려 했다. 그러나 결국 그러지 못했다. 관세 부과가 철강 산업에서 고용을 창출하는 효과는 미미하고, 오히려 보복 조처로 입을 손실이 더 클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그런데 도널드 트럼프는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며 무역 전쟁을 시작했고, 그 덕분에 미국의 철강과 세탁기, 태양광 산업이 되살아나고 있다고 주장한다.
무역파트너십 월드와이드스터디에 따르면, 현재 외국산 저가 철강 제품을 소비하는 미국 기업의 일자리는 대략 20만 개이다. 미국 철강 산업의 일자리 18만 개보다 더 많다. 철강에 대한 관세 부과로 철강 제품 가격 상승하면 오히려 전체적으로는 일자리가 더 감소할 수 있는 것이다.
〈워싱턴 포스트〉는 미국 최대 철못 생산업체 ‘미드콘티넌트 스틸 앤 와이어’가 노동자 60명을 해고해 “트럼프 무역 전쟁의 첫 사상자”가 됐다고 보도했다. 이 업체는 멕시코산 철강에 25퍼센트의 관세가 부과된 것 때문에 제품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었고, 매출이 지난해 대비 30퍼센트나 줄었다.
트럼프는 US스틸이 자신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고 너스레를 떨었지만, 철강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로 미국의 철강 산업에서 일자리가 증대할지는 미지수이다. 2002년 이래로 미국 철강 산업은 노조도 없고 임금도 싼 남서부로 이전했고, 생산 시설도 자동화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다른 국가들의 불공정 무역 때문에 미국의 전통적인 굴뚝 산업에서 일자리가 줄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미국 제조업 일자리 감소는 불공정 무역 탓이라기보다는 미국 자본이 노동 비용을 줄이기 위해 자동화를 추진하거나 다른 지역으로 이전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트럼프가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가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는 힘들 것이다.
그래서 트럼프발 무역 전쟁에 미국 자본가들이 모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오토바이 생산 업체 할리 데이비슨은 관세 인상으로 오토바이 한 대당 2200달러의 추가 비용이 발생해 유럽연합으로 공장을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GM·도요타·폴크스바겐 등이 포함된 자동차제조업연맹은 트럼프 정부가 수입산 자동차에 대해 25퍼센트의 관세를 부과하면, 자동차 한 대당 미국 소비자가 부담해야 할 비용은 5800달러 증가할 것이라며 관세 부과에 반대했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무역 전쟁을 시작했고, 여기서 그가 얻고자 하는 것은 두 가지다. 첫째는 미국의 무역적자를 줄이는 것인데, 그중 핵심은 대중국 무역적자를 줄이는 것이다. 둘째는 좀더 근본적인 것으로, 중국의 경제적 발전, 특히 하이테크 산업의 발전을 저지함으로써 미래의 경제적 전쟁에서 우위를 확보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도 ‘중국제조2025’ 계획에서 밝힌 것처럼 하이테크 산업 육성을 포기할 수 없다. 최근 중국의 통신단말기 제조업체 ZTE가 미국의 거래 제한 조처로 파산할 뻔했는데, 이 사례를 통해 시진핑은 기술과 하이테크 산업에서 미국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사실을 절감했을 것이다.
트럼프가 중국을 겨냥해 분노를 표출하는 것은 미국 하이테크 제품의 세계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미국은 하이테크 제품의 최대 생산국이지만, 최근 이 재화에 대한 중국의 수출 증가로 미국의 비중이 조금 감소했다. 중국산 제품의 기술·품질 경쟁력 상승으로 미국 제조업체들의 특허품 생산이 줄었고, 이 때문에 글로벌 판매·이윤·고용도 줄었다.
그럼에도 미국은 서비스 부문 중 상업적 지식 기반 서비스 분야에서는 여전히 세계적 강국이다.(그 다음은 유럽연합이다.) 이 분야에서 중국의 비중은 미미하다. 따라서 중국 기업이 이 분야에서 비중을 확대하면 그 타격은 주로 미국 기업이 보게 될 것이다. 미국의 지식 기반 서비스 산업 분야에서 무역흑자는 지난 20년 동안 크게 증가했는데, 트럼프는 바로 이것을 지키고자 한다.
특히 미국에서는 노동 대체 기술(자본집약적 기술)로 일자리가 줄어들고, 제조업이 중국과 멕시코 등지로 이전하면서, 하이테크와 지식 산업 분야의 고용이 미국 전체 일자리의 3분의 1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증가했다.
세계적 수준의 기술에서 미국의 지위는 여전히 강력하다. 경제 전반에 걸쳐 미국의 생산성은 다른 선진국들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전 세계 연구개발R&D, 특허, 지적재산권IP 로열티에서 미국의 비중은 여전히 높다. 이에 견줘 중국은 부가가치 측면에서 중위 수준의 재화에 집중돼 있고, 지식 기반 기술 분야에서는 아직도 미국을 추격해야 하는 처지이다.
미국의 무역적자 부문도 초일류 제품보다는 중간 수준의 하이테크 재화에 집중돼 있다. 지식 기반 서비스 분야 수출에서 미국은 여전히 비중이 높을 뿐 아니라, 무역수지 흑자를 유지하고 있으며, 고용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노동생산성으로 측정했을 때 미국은 중국뿐 아니라 유럽의 선진국이나 일본에 견줘서도 앞서고 있다. 중국의 노동생산성은 2000년 이래로 크게 증가했지만, 그래도 미국의 20퍼센트에 지나지 않는다.
미국은 국내총생산의 많은 몫을 연구개발에 투자해 왔다. 지적재산권 로열티에서도 미국의 비중은 유럽연합 때문에 약간 감소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매우 크다. 중국은 최근 증가 추세에 있지만 그 비중은 아직까지 거의 무시할 만한 수준이다. 이것은 미국 자본이 기술에서 글로벌 이윤의 핵심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21세기 미국 경제는 많은 부분 선진 지식과 기술에 기반해 있다. 그래서 이 분야의 비중은 미국 국내총생산의 38퍼센트를 차지한다.
중국제조2025 계획
‘중국제조2025’ 계획은 2015년 5월 중국 국무원이 제조업 활성화를 목표로 발표한 산업고도화 전략이다. 중국은 30년에 걸친 이 계획을 통해 제조업 강국이 되고자 한다. 그 전략 육성 분야는 정보기술IT, 로봇, 항공우주, 바이오, 전기차, 전력 등이다.
미국 지배자들은 중국제조2025을 잔뜩 경계하고 있다. 중국제조2025가 추진하는 핵심 산업이 미국의 주력 분야와 겹치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무역 전쟁을 선포하면서까지 압박하더라도 중국 지배자들은 이 계획을 변경할 생각이 없다. “이것은 모래 위의 라인도, 심지어 탁자 위의 라인도 아니라 돌 위에 새긴 라인이다. … 이것은 중국이 미래를 얻기 위한 계획이다.” 베이징에 있는 컨설팅 업체 트리비움 차이나의 앤드류 폴크의 말이다.
미국 무역대표부 관리들은 “중국의 항공, 정보통신 기술 및 기계” 등의 산업이 관세 부과의 표적이 될 것이라고 지목했다. 그리고 백악관은 중국의 “불공정” 경쟁으로 미국 기업들이 패배한 사례를 담은 200쪽 분량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 보고서에는 다음과 같이 중국의 기업들이 등장한다.
메이디 그룹은 가정용 가전제품을 생산하는 민간기업으로, 경쟁력 있는 로봇산업을 구축하는 중심 기업이다. 이 기업은 2016년에 일본 도시바의 백색가전 부문을 인수했고, 이탈리아 에어컨 업체 클리베를 인수했으며, 최근에는 중국 수출입은행의 정책자금 42억 달러를 지원받아 독일 최고의 로봇 기업 중 하나인 쿠카를 인수했다. 미국 정부는 메이디 그룹이 로봇 산업의 발전과 산업의 생산자동화를 증진할 핵심 기업이라고 보고하고 있다.
중국화공(켐차이나)은 440억 달러를 들여 스위스의 신젠타를 인수해 전 세계적 관심을 받은 기업이다. 이 거래는 식량 안보와 농업 현대화 기술을 장악하려는 중국 정부의 정책과 일맥상통한다. 이 인수에도 중국 국유은행의 지원이 있었다. 이 인수를 계기로 다우듀퐁이나 몬산토 같은 미국 종자·농약 기업들은 중국 기업과 직접 경쟁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세계 최대의 전동차 생산 업체인 중국중차는 고속열차와 지하철 전동차 생산을 확장하고 있다. 보스톤과 시카고 등 미국 지하철 시장으로도 확장하고 있다. 이 기업은 메사추세츠 주에 최초의 미국 공장을 세웠다.
항공기 제조 국유기업인 중국상페이(중국상용항공기유한책임공사)와 중국항공(중국항공공업집단유한공사)은 보잉과 에어버스가 장악하고 있는 민항기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이를 통해 중국은 항공기 산업의 강자로 거듭나려는 계획이다. 두 기업은 캐나다의 제트엔진 기업 봄바르디어 등을 인수하고 미국 기업(GE, 허니웰, 록웰콜린스 등)과 합작사를 세우는 등의 노력을 펼치고 있다.
칭화 유니그룹(쯔광집단)은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공격적 투자를 하고 있다. 이 기업은 칭화대학이 세운 것으로 외국의 반도체 기술을 국산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칭화 유니그룹은 세계 3위 D램 제조사이자 세계 4위 낸드플래시 제조사인 미국 마이크론을 230억 달러에 인수하겠다고 공식 제안한 상태다.
전기차 분야에서는 2차전지 제조업체인 비야디가 돋보인다. 태양광 분야에서는 하너지 같은 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바이오 분야에서는 베이징게놈연구소BGI가 세계 2위의 유전체 검사업체로 성장했다. 이 기업은 설립한 지 10년도 안 돼 세계 유전체 데이터의 20퍼센트 이상을 보유하게 됐다. 중국 정부의 막강한 지원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 기업은 2013년에는 세계적 DNA 염기서열 분석 기업인 컴플릿 게노믹스를 1억 8000만 달러에 인수했다. 이를 두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세계적 유전자 회사인 일루미나와의 인수 경쟁에서 승리한 것인 데다가 중국이 미국에 상장된 기업을 인수한 첫 사례여서 더 의미가 깊다”고 했다. 또, “조만간 BGI가 수만 명의 DNA를 기반으로 하는 유전체 분야의 도서관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BGI의 성공 비결은 역시 풍부한 데이터 베이스인데, 중국의 많은 인구가 그들의 자산이다.
이런 성공은 아직도 일부 기업에 국한된 사례이지만, 중국 제조업이 중저가 제품 생산에서 고부가가치 생산으로 옮아가고 있음을 보여 준다. 그리고 중국 제조업의 이런 전환 과정에서 중국 기업들은 미국의 고부가가치 기업과 경쟁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미국 경제의 약점
트럼프가 미·중 무역 전쟁을 벌이더라도 미국은 대중국 무역적자 3750억 달러를 2000억 달러 정도로 줄이는 것조차 쉽지 않을 것이다. 옥스퍼드 경제연구소의 루이스 쿠지스는 올해 5월에 열린 미·중 간의 두 차례 무역 협상에서 미국이 무역적자액의 앞자리 숫자를 바꾸기가 쉽지 않을 것이고, 이것이 미국 측에 실망을 안겨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자문 래리 쿠드로우도 그 협상에 대해 “2000억 달러는 미국 대통령이 가장 관심을 기울이는 숫자인데, 중국은 입을 닫고 (달러로 표기된) 숫자로 제안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래서 트럼프는 중국이 굴복하고 타협안을 제시할 때까지 강공을 펼칠 가능성이 높고 시진핑도 순순히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래서 당분간은 미중 대결이 격화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미국은 유럽연합에 대해서도 철강에 이어 자동차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할 의향을 내비쳤다. 이는 독일을 겨냥한 것이다. 독일은 미국에 철강을 가장 많이 수출하는 국가이지만, 독일에게 철강은 자동차보다 부차적인 품목이다. 그래서 진정한 쟁점은 미국이 유럽산 자동차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할지 여부다. 미국이 유럽 자동차에 25퍼센트의 관세를 부과하면 자동차 한 대당 평균 5000달러가량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유럽연합은 최근 몇 년 동안 경제적으로 취약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또, 대미국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하고 있어서, 미국의 관세 인상은 회복될 기미가 보이던 유로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고, 그중 독일 경제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이를 통해 미국 경제가 나아질 것이냐는 또 다른 문제다.
최근 미국 경제가 잘 나가고 있다는 인상을 주곤 있지만 속내를 살펴보면 실상은 그렇지 않다. 미국 기업의 신규 플랜트, 기계류, 기술 등에 대한 투자는 총액으로는 증가하고 있지만, 이는 현재의 고정자산에 대한 감가상각액 수준의 증가일 뿐이다. 그리고 최근의 투자 증가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순투자는 2014년 3분기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윤율이 낮기 때문이다. 표1을 보면, 현재 주요 선진국의 이윤율 수준이 1999년은 말할 것도 없고 2007년보다도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도 예외가 아니다.
1999-2016 | 1999-2007 | 2007-2009 | 2009-2016 | 2007-2016 | 2015-2016 | |
---|---|---|---|---|---|---|
유럽연합 (EU) | -9.9 | 3.3 | -18.0 | 6.4 | -12.7 | -1.29 |
유럽연합 (15개국) | -11.6 | 2.4 | -19.2 | 6.7 | -13.7 | -0.85 |
유로존 | -13.2 | 3.0 | -19.5 | 4.8 | -15.7 | -0.99 |
유로존 (12개국) | -12.9 | 2.7 | -19.5 | 5.4 | -15.2 | -0.80 |
독일 | 19.2 | 35.3 | -18.7 | 8.4 | -11.9 | -2.33 |
프랑스 | -19.4 | -2.4 | -18.7 | 1.5 | -17.5 | -1.99 |
이탈리아 | -26.6 | -12.2 | -17.9 | 1.8 | -16.4 | 0.86 |
스페인 | -24.8 | -17.9 | -20.9 | 15.9 | -8.3 | 2.15 |
영국 | -9.8 | -0.3 | -16.8 | 8.8 | -9.5 | -1.30 |
미국 | -15.0 | -5.8 | -12.5 | 3.1 | -9.7 | -8.59 |
일본 | 63.5 | 48.7 | -22.0 | 41.0 | 10.0 | -2.15 |
2017년 12월 트럼프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33퍼센트에서 20퍼센트로 감면해서, 향후 10년간 1조 5000억 달러의 혜택을 기업주들에게 제공했다. 이는 31년 만에 최대의 세금 감면이다. 세금 감면은 분명 기업 이윤의 증가에 도움을 줬을 것이다. 그런데 기업들은 이윤 증가분으로 생산적 부문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주가 인상을 위해 자사주 매입 등에 사용할 전망이다. 그 규모는 2017년에는 5250억 달러, 올해는 8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세금 감면으로 미국 연방정부의 부채는 크게 증가할 것이다. IMF는 미국 정부의 연간 재정적자가 향후 3년 동안 GDP의 5퍼센트인 1조 달러를 넘어설 것이고, 정부 부채는 GDP의 117퍼센트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선진국 중에서 최근에 GDP 대비 정부 부채가 증가하는 유일한 국가가 바로 미국이 될 전망이다.
최근 IMF는 글로벌 부채가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중앙은행이 은행과 금융기관, 가계와 기업들에 저리로 자금을 공급해 줬기 때문이다. IMF에 따르면, 글로벌 부채는 최고치를 경신했다. 2016년 164조 달러(세계 GDP의 225퍼센트)에 이른 것이다. 그중 63퍼센트는 비금융 민간부문 부채이고, 37퍼센트는 공공부문 부채이다. 선진국들이 글로벌 부채의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최근에는 신흥국 경제들의 부채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IMF의 수석경제학자 모리스 옵스펠트는 이렇게 지적했다. “세계경제가 광범한 성장 추세를 보여 주고 있다. 그러나 이런 긍정적 배경 하에서 무역을 둘러싼 광범한 갈등이 벌어져, 삐걱거리는 그림을 보여 준다.” IMF는 2015~2016년에는 취약했던 경제가 2018~2019년에는 약간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옵스펠트는 글로벌 부채(가계, 기업, 정부)가 이 개선 효과를 상쇄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연준 등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금리 인상 정책을 펼치면 역사상 최고치에 달한 부채의 부담이 증가할 것이다. 이것은 생산적(가치 창출) 자산에 대한 투자를 위협할 것이고 금융시장의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다. 이윤율 저하와 높은 수준의 부채가 가하는 압박이 최근 미·중 간, 미국과 유로존 국가들 간, 여러 국가들 간 연쇄적 무역 갈등이 벌어지고 있는 근본 원인이다.
몇 가지 전망
자유무역이 모든 기업에 이득이 될 것이라는 주류 경제학의 주장과는 달리, 실제로는 소수의 주도적 기업들만 이득을 얻는다. 그리고 비교우위라는 리카도의 이론과는 달리, 국제 무역은 국가가 아니라 기업들이 수행하며, 이 기업들은 가치나 이윤을 얻기 위해 자신의 기술적 우위를 활용하고 그 비용은 경쟁자에게 떠넘긴다. 그래서 무역은 국가들 사이의 결합된 발전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그 발전을 불균등하게 확대하기도 한다.
지난 30년 동안 세계 자본주의는 ‘자유 경쟁’에 가까운 형태로 발전해 왔다. 하지만 2008년의 경제 위기와 그 이후의 장기 불황 속에서 세계화는 잠시 주춤했다. 경제 위기 이후 세계 무역의 ‘개방성’(세계 무역을 세계 GDP로 나눈 값)은 축소됐다. 세계경제 성장이 낮은 상태이고 이윤율이 압박을 받으면서 세계화가 후퇴하는 것이 이번 무역 전쟁의 배후라 할 수 있다.
트럼프의 전방위적인 무역 공세는, 단지 ‘시대착오적인 행보’는 아니다. 미국 지배계급 일부 분파에게는 이로운 일이다. 중국 산업의 부상하는 힘에 맞서 세계경제에서 미국 하이테크 산업 자본의 이윤을 지키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트럼프의 시도가 성공하고 완전히 보호무역주의로 나아갈 것이라고 단언하기에는 이르다. 무역 전쟁을 두고 미국 지배계급 내에서 갈등이 표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무역 전쟁에서 중국이 유리할 것 같지도 않다. 최근 몇 년 동안 중국 경제의 성장률이 둔화하고 기업 수익성이 나빠지고 있는 상황으로, 미·중 무역 전쟁은 많은 중국 기업들을 도산시킬 것이다. JP모건체이스 아시아·태평양 담당 부회장 징 울리히는 “미국이 6일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시작하면 소비자 수요가 줄고 경제 전반이 약해지면서 중국 금융시장도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무역 분쟁으로 중국 기업 이익이 둔화하고 경기가 악화하면서 올해 중국 회사채의 디폴트(채무불이행) 규모는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그런데 미·중 무역 전쟁에서 중국이 사용할 카드는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일각에는 중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를 매각할 것이라는 얘기가 있지만,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다. 중국은 미국 국채 1조 2000억 달러어치(외국인 보유 미국 국채의 20퍼센트)를 갖고 있는데, 미국 국채 매각으로 말미암은 달러화 가치 하락, 미국 국채를 대신할 포트폴리오의 부재 등 때문에 미국 국채를 매각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은 서로 얼마나 손해를 감당할 수 있는지를 테스트하는 치킨게임이라 할 수 있다.
신흥국 경제는 최근 몇 년 동안 외국 자본의 유입으로 견고한 성장세를 유지했지만, ‘글로벌 유동성 공급 추세’가 퇴조하고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상하거나 저리의 자금을 회수하면서 미·중 무역 전쟁 전부터 이미 위기에 직면하고 있었다. IMF는 신흥국 시장에서 연간 600억 달러(2010~2017년 전체 유입액의 4분의 1)의 자금이 유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전망 때문에 인도네시아와 아르헨티나 등 신흥국 통화의 가치가 하락하고, 한국 주식시장에서도 투자 자금이 크게 유출되고 있다. 특히 신용도가 낮은 채무국 경제에서는 자본 유출 규모가 더 클 수 있다.
이 때문에 케인스주의자들은 연방준비제도(미국 중앙은행)의 최근 금리 인상이 성급했다고 비판한다. 이번 금리 인상은 1937년의 사건을 연상시킨다. 1930년대의 대공황이 끝났다고 여겨 금리를 인상한 조처가 기업 이윤에 타격을 줘서 새로운 불황을 초래했던 일이 말이다. 현재의 금리 인상이 무역 전쟁과 결합하면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최근 노골적으로 신자유주의 정책을 펼치며 노동자들 공격을 강화하는 것의 배경에는 위와 같은 전망이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과 미중 무역 전쟁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치명적일 수 있다. 이미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신흥국들에서 자본 유출이 본격화하고 있다. 올해 2월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 주식시장에서만 50억 달러 이상을 매도했다. 그런데 한국과 미국의 금리차는 더 많은 금융 자본들을 미국으로 환류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4000억 달러의 외환보유고로도 안심할 수 없다. 문재인 정부가 신자유주의 노동 착취의 마각을 드러내는 이유는 노동자들의 희생을 통해 한국 경제가 직면한 위기에서 벗어나고 자본가들의 손실을 줄여 주고 싶어서일 것이다.
MARX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