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4호를 내며
이번 호는 “최근의 경제 위기와 마르크스주의”를 특집으로 다뤘다. 여기에 포함된 두 개의 글은 이번 경제 위기를 깊이 있게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하나는 조셉 추나라가 쓴 “마르크스주의자들은 현 위기를 어떻게 설명하는가?”인데, 이 글은 현재 경제 위기를 바라보는 여러 마르크스주의자들의 해석을 검토하고 있다. 국내에도 잘 알려진 논의와 논자들 — 로빈 블랙번 등의 금융화론, 《먼슬리 리뷰》 경향, 로버트 브레너 등 — 을 다루면서 이를 국제사회주의 경향의 견해와 비교 분석하고 있으므로 마르크스주의 경제 위기 논의에 관심을 가져 온 독자들에게 매우 유익할 것이다.
다른 하나는 크리스 하먼이 쓴 “이윤율과 오늘의 세계”인데, 이 글은 마르크스의 이윤율 저하 경향을 둘러싼 논쟁을 다루고 있다. 하먼은 이윤율 저하 경향에 대한 여러 반론과 잘못된 이해를 소개하고 이를 반박하면서 이윤율 저하 경향을 명확하게 이해하게 해 준다. 또, 실제 이윤율 수치들을 제시하며 마르크스 주장의 핵심이 타당하다는 것, 즉 현 위기가 이윤율 위기라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이제는 고인이 된 크리스 하먼은 마르크스주의의 발전, 특히 마르크스주의 경제 분석에 실로 중요한 기여를 했다. 그의 두뇌가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지금 그가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이 우리를 더욱 애통하게 한다.
이번 호가 주목한 “쟁점”은 진보진영의 연대·연합, 오바마 시대 북미 관계, 쌍용차 대안 논쟁, 복지국가 전략, 다윈과 진화론이다. “진보진영의 연대·연합, 어떻게 할 것인가?”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진보진영 내에서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연대·연합 논의를 다루고 있다. 김하영은 민주대연합론, 진보대연합을 통한 민주대연합론, 민주노동당 독자강화론 등을 비판적으로 살펴보면서 진보대연합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오바마 시대 북미 관계는 어디로?”는 최근의 북미간 대화가 장차 북미 관계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전망하는 글이다. 정병호는 최근의 변화를 지난 20여 년간의 북미 관계라는 더 큰 맥락에서 조명하고 있다.
“쌍용차 대안과 공기업화 논쟁”은 쌍용차 투쟁을 돌아보며 대안 문제를 다루고 있다. 정종남은 쌍용차 노동자들이 ‘공적자금 투입’이 아니라 정부가 노동자들의 고용을 보장하는 ‘공기업화’를 요구해야 했다고 주장하며, 이런 요구를 내놓는 것이 왜 중요한지를 논쟁적으로 다루고 있다.
“경제 위기 시기 복지국가 전략의 의미와 한계”는 최근 케인스주의 대안 경제모델과 함께 관심을 끌고 있는 복지동맹-복지국가 전략을 비판적으로 분석한 글이다. 장호종은 복지국가 전략이 복지 확대의 원동력을 계급투쟁보다는 사회민주주의 정당의 집권에서 찾는다는 점을 비판하며 유럽 사회민주주의 정당들이 제2차세계대전 후 복지국가의 형성과 그 이후의 후퇴 과정에서 한 구실을 살펴보고 있다.
“다윈과 진화론”은 마르크스주의 관점에서 다윈의 진화론을 설명하는 알렉스 캘리니코스의 글로, 찰스 다윈 탄생 200년, 《종의 기원》 출간 150년을 기념해 실은 것이다. 이번 호에는 《다윈 평전》(뿌리와이파리)의 공저자 제임스 무어 인터뷰도 실렸는데, 두 글을 함께 읽으면 다윈과 진화론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번 호에는 신설된 코너가 두 개 있는데, 하나가 “현대 진보사상 조류”이고 다른 하나가 “역사에서 배우기”다. “현대 진보사상 조류”에는 “트로츠키 전기 작가 아이작 도이처의 사상”을 실었다. 닐 데이비슨은 아이작 도이처가 트로츠키의 유산을 후대에 전해 준 중요한 구실을 했다고 칭찬하면서도, 비관론 등 결함 있는 정치적 관점 때문에 트로츠키의 생애를 서술하는 데서 균형을 잃은 면이 있다고 비판한다. 도이처가 정치조직의 필요성에 공감하지 않았고, 스탈린주의를 대하는 태도가 트로츠키와 달랐고, 노동계급의 혁명적 능력을 과소평가했다는 것이다. 도이처의 사상은 페리 앤더슨 등 《뉴레프트리뷰》를 통해 전파됐는데, 국내 PD 경향 일부에서도 도이처 사상의 영향을 발견할 수 있다. 지난 호에는 “초기 신좌파의 마르크스주의”를 소개한 바 있는데, 앞으로도 현대 진보사상들을 계속 소개할 예정이다.
이번 호에는 “역사에서 배우기”에는, “서방 공산당의 궤적 — 스탈린주의에서 유러코뮤니즘으로”라는 글을 실었는데,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서방 공산당들이 스탈린주의에서 유러코뮤니즘으로 변신하는 과정을 보여 주고 있다. 이 글은 과거에 스탈린주의가 득세했던 한국 좌파들의 궤적과 현재 입장, 그리고 특히 북한의 변화에 따른 NL의 변화를 이해·예측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이번 호 “일반 이론 심층 탐구”에 실은 글은 알렉스 캘리니코스의 “자본주의 국가의 다양한 형태들”이다. 이 글은 부르주아 민주주의, 파시즘, 국가와 자본의 관계 등을 명료하게 설명하고 있어, 최근 국내 진보진영에서 벌어지는 논의를 이해하는 데 좋은 개념적 도구를 제공할 것이다.
독자들의 의견과 제안을 환영한다.
[email protected] / 마감: 2월 18일
보낼 곳:2009년 12월 20일 김하영(《마르크스21》 편집팀을 대변해)
MARX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