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호를 내며
이번 호에는 모두 6편의 글을 실었다.
‘예멘 난민 사태로 본 무슬림 혐오, 무엇이고 왜 문제인가’는 얼마 전 제주에 입국한 예멘인들의 난민 신청을 계기로 한국에서 이슈가 된 이슬람 혐오 쟁점을 다뤘다. 아직 한국에서는 이슬람 혐오가 서구보다는 광범하지 않지만 이 문제는 앞으로는 중요해질 수 있다. 장기화하는 세계경제 침체, 지정학적 경쟁의 심화, 국수주의적 민족주의 강화 가능성 때문이다. 이 글은 마르크스주의적 관점에서 모든 차별받는 사람들을 방어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휴머니즘적 측은지심도 있지만 더 중요하게는 노동계급 단결의 관점에서 접근하기 때문이다.
일상적 시기에 노동자의 다수는 지배자들이 전파하는 사상에 큰 영향을 받고 선진 노동자들조차 개혁주의적 사상을 넘어서지 못한다. 그래서 혁명가들은 어떻게 하면 더 많은 노동자들을 설득해 대중 운동을 건설하고 그들 사이에서 사회주의 정치의 필요성을 설득하고 지지를 얻어 낼지 항상 고민하는데, ‘혁명적 좌파의 전술 공동전선’은 이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혁명가들의 전술 중 하나인 공동전선을 다루고 있다.
최근 중국 노동자들이 임금 체불, 장시간 노동, 끔찍하고 위험한 노동조건에 분노해 대규모 저항을 자주 벌이고 있다. ‘중국 노동자들의 현실과 형성 중인 노동운동’에서 사이먼 길버트는 중국에서 벌어지는 파편적 운동들이 거대한 힘을 지닌 전국적 노동운동으로 모아질 잠재력이 있는지를 살펴본다.
작년 10월 시진핑은 3시간이 넘는 국정연설에서 환경이라는 단어를 89번이나 언급했지만 중국은 세계 최대의 공해 유발 국가이면서 전례 없는 환경 위기에 직면해 있다. 마틴 엠슨은 ‘중국은 친환경적인가?’에서 중국 정부의 친환경적 미사여구 뒷면에 있는 모순들과 중국 경제와 사회가 화석 연료에 끊임없이 의존하고 있는 현실을 살펴본다.
‘북한 여성과 사회변혁(1) ― 해방 이후부터 1980년대 말까지’는 북한 여성들이 흔히 ‘가부장적 사회주의’라고 일컬어지는 북한에서 어떤 삶을 살아 왔고 살고 있는가에 대한 고전적 마르크스주의적 관점에서 제시하는 하나의 답변이다. 이 글은 북한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가 남한 여성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으며, 여성의 처지가 북한 체제의 필요에 어떻게 종속됐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마르크스의 ‘노동계급은 자본주의의 무덤을 파는 자’ 진술은 틀렸는가?’는 카를 마르크스와 프리드리히 엥겔스가 《공산당 선언》에서 언급한 무덤을 파는 자 테제를 결정론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옳은지를 다룬 글이다. 사실 부르주아지가 자신의 무덤을 파는 자를 만들어 낸다는 것과 프롤레타리아의 승리는 불가피하다는 것은 기계론적 주장으로 마르크스의 깊이 있는 역사 서술이나 자본주의에 대한 통찰력과 어울리지 않는다. 이 글에서 밝힌 것처럼, 마르크스가 더 체계적으로 주장한 것은 자본의 집중과 중앙집권화가 증대할 것이고, 거대 독과점 기업들을 통한 중앙집권화는 수많은 노동자를 비슷한 노동조건에 놓이게 할 것이며, 계급투쟁과 주기적 위기가 계속되리라는 것이었다.
이번 호는 계획보다 조금 늦게 나왔다. 독자들의 양해를 바란다. 그럼에도 이 잡지의 독자들이 정치적 토론과 논쟁의 유용한 무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편집팀을 대표해 이정구
MARX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