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중국의 노동운동과 환경
중국 노동자들의 현실과 형성 중인 노동운동 *
중국 노동자들이 임금 체불, 장시간 노동, 끔찍하고 위험한 노동조건에 분노해 움직이고 있다. 사이먼 길버트가 중국에서 벌어지는 파편적 운동들이 거대한 힘을 지닌 전국적 노동운동으로 모아질 잠재력이 있는지를 살펴본다.
1 들이 노동을 해 창출한 것이다. 농민공들은 진이 빠질 정도로 긴 시간을 저임금을 받으며 일하고 있으며(심지어 임금을 전혀 받지 못하기도 한다), 일부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조건에 놓여 있다. 그러나 이윤 몫을 극대화하려는 다국적기업을 비롯한 기업주들의 뜻대로만 일이 전개되는 것은 아니다. 노동자들은 정부의 탄압에 직면해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조직해서 투쟁하는 법을 배워 왔다.
중국이 과시하는 경제 기적 뒤에는 착취와 저항의 이야기가 있다. 신흥 억만장자들의 부는 1억 명 이상의 농민공정부가 발표한 수치를 보면, 최근 몇 년간 직장 내 보건 상황과 안전이 크게 개선됐다. 2000년 중반에는 연간 10만 명 이상이었던 작업 중 사망자 수는 2016년에는 4만 3000명으로 하락했다. 그래도 여전히 중국 노동자들은 영국 노동자들에 견줘 작업 중 사망할 가능성이 족히 10배 이상 높다. 이 수치에는 교묘한 통계적 속임수가 일부 숨겨져 있다. 이 수치는 2015년에 급격히 떨어졌는데, ‘비생산적 사고’가 전체 통계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중국의 악명 높은 광산 사망률은 훨씬 더 빠르게 하락했다. 비록 광산업에서는 여전히 해마다 약 500명이 사망하고 있지만 말이다. 그러나 배달 운전 같은 다른 직종들은 점점 더 위험해지고 있다. 최근에 발표된 한 보고서를 보면, 상하이 한 도시에서만 배달 기사가 평균 2.5일에 한 명씩 사망하거나 중상을 입는다. 이런 사고는 보통 산업재해가 아니라 교통사고로 분류된다.
지난해에 음식 배달 업체 메이투안美团에 고용된 기사들이 임금 삭감에 맞서 파업을 벌였다. 노동자들은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배달하는 압박에도 반대했다. 한 노동자는 이렇게 말했다. “제가 빨간 불을 무시하고 운전을 해야 하나요? 이런 식의 압박을 가하는 건 우리 목숨을 가지고 장난치는 것입니다.”
다른 부문 노동자들은 불충분한 안전 조처 탓에 장기적 건강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중국에는 작업 중 먼지 흡입으로 걸리는 직업병인 진폐증 환자가 약 6만 명이 있다. 하지만 그중 10퍼센트만이 산재로 공식 인정됐다. 이런 피해자들의 상당수는 보상 운동을 벌였고, 어느 정도는 성공을 거뒀다. 공장 노동자들도 위험한 작업관행에 맞서 파업을 하고, 건강이 위험하다고 의심될 때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하라고 요구했다. 예를 들어, 지난해 말 광둥성 종산의 한 전자공장 노동자들은 위험한 화학물질을 들이마셔 생긴 두통과 현기증에 대한 불만으로 작업을 중단했다.
2 탓에 더 힘들었다. 도시 호구나 체류허가증 발급이 충분치 않아 농민공은 고향으로 추방되기가 쉬웠다. 이는 농민공이 저항에 나서기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중국 노동자들의 건강 문제와 조기 사망의 또 다른 원인은 과로다. 중국 노동자들은 의무적 초과노동으로 하루에 12시간 이상 일주일에 7일까지 일해야 하니, 과로사는 어쩌면 놀랄 일이 아니다. 농민공들은 이런 극심한 착취의 악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 과거에는 매우 가혹한 경영과 악명 높은 호구戶口제도그러나 최근 몇 년간 여러 요인 덕분에 농민공의 지위가 강화됐다. 농민공이 가장 많은 광둥성의 사용자들은 2004년경부터 인력 부족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농민공이 증가했는데, 특히 임금이 다소 높은 상하이 지역으로 이동하는 농민공이 늘었다. 이런 상황 탓에 사용자들이 노동자를 확보하기 위해 서로 경쟁해야 했다. 그래서 임금이 인상되고 사용자의 괴롭힘이 억제됐다. 지방정부들은 호구제도의 시행을 완화했다.
오늘날 광둥성의 많은 노동자들은 1990년대에 도시로 이주한 농민공의 자녀들이다. 농촌으로 돌아갈 능력도 의사도 없는 이 노동자들은 도시에 남아서 자기 권리를 지키고자 싸울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대체로 이전 세대는 사용자의 괴롭힘이나 임금 체불에 대해 최후의 수단으로 항의를 벌였다면, 지금의 노동자들은 더 공세적으로 변하고 있고, 임금 인상 파업이 늘고 있다.
시위에 나서는 건 공장에서 일하는 농민공들만이 아니다. 중국에서는 전통적으로 존경받는 직업이던 교사들도 이제는 많은 수가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이라는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특히 농촌에서). 전국에서 교사들의 쟁의가 자주 발생한다. 신자유주의적 개혁의 영향으로 중국의 교육 시스템도 서구와 비슷한 전개 양상을 보인다. 예를 들어, 고용 안정성과 임금이 낮은 비정규 교사의 채용이 늘고, 매우 자의적인 직무 수행 평가가 도입되고, 시험 결과가 중시되며 전인적 교육이 훼손된다. 교사들은 임금 인상과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요구하고 무급 초과근무에 항의해서 시위와 파업을 벌였다. 그리고 많은 공장 노동자들처럼 교사들도 체불 임금을 지급하고 사회 복지를 제공하라고 투쟁했다.
잠재력
이런 투쟁의 폭발적 잠재력은 2014년에 분명히 드러났다. 헤이룽장성 자오둥에서 일어난 교사 수백 명이 벌인 파업이 인근 마을로 급속히 확산돼 2만 명 이상의 투쟁으로 발전했다. 교사들이 공통으로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은 단순히 작업장 쟁점이 아니었고, 그들의 분노는 중앙정부를 향할 수 있었다. 헤이룽장성의 한 파업 참가자 교사는 〈파이낸셜 타임스〉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중국이 일본처럼 교사들의 조건을 향상시키고 우리가 사회적으로 존중받는다면, 이렇게 나와서 항의할 필요가 없었을 겁니다.” 올해 1월 말 전국의 은퇴 교사 수백 명이 베이징에 모여 연금 지급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서구에서 유행하고 있는 노동 ‘불안정성’ 논쟁은 중국 관련 연구에도 영향을 미쳤다. 온라인 잡지 《메이드 인 차이나》는 최근 한 호를 불안정 노동 관련 논문들로 채웠다. 그 주장은 다음과 같다. ‘노동계급은 한편으로는 고임금, 고용 안정, 좋은 복지 혜택을 받는 특권 집단과 다른 한편으로는 저임금, 고용 불안정, 적은 복지 혜택에 시달리는 불안정 집단으로 분열돼 있다. 중국의 경우 이 분열은 농민공과 도시민, 공인 부문과 비공인 부문, 국가 부문과 민간 부문 노동자들 사이의 분열 형태를 띤다.’
분명 고용 불안정은 중국 노동자들이 흔히 겪는 경험이다. 많은 농민공들이 불법 근로계약이나 임시계약을 맺는 등 공식적인 근로계약을 맺지 못한다. 그들은 사회적 복지를 거의 혹은 전혀 받지 못하며, 고향으로 추방될 위협에 처해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자신의 권리를 위해 싸울 실질적인 힘이 없는 것은 아니다. 홍콩에 기반을 둔 〈중국 노동 회보〉CLB를 보면, 2017년에 기록된 파업과 시위의 41퍼센트는 농민공이 압도적인 건설 부문에서 일어난 것이다. 대부분 체불 임금 때문에 일어났다.
중국의 산업에는 “파견” 노동자로 알려진 임시 계약직 채용이 만연하다. 사용자들은 인건비를 낮추고, 정규직인 “공인” 노동자들과 “비공인” 파견 노동자들 사이의 분열을 조장하는 것을 노리고 있다. 하지만 임시 계약은 흔히 갱신된다. 노동자들은 고용주들에게 가치 있는 기술을 숙달해 고용주에게 어느 정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한 파견 노동자는 《중국 자동차 공장의 내부》의 저자인 장루에게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이 공장 전체에는 500명의 노동자가 있는데, 현재 거의 절반이 파견직입니다. 우리가 함께 일손을 놓는다면, 공장 전체가 멈출 것입니다.”
노동자들 분열시키는 커다란 차별은 분노의 원천이 돼, 노동자들이 행동에 나서도록 자극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FAW폭스바겐 창춘 공장의 파견 노동자들은 1년 이상 운동을 벌이고 있다. 사측에게 중국 법에 따른 법적 의무를 준수하고 직접 고용 노동자들과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지급하라고 요구하면서 말이다. 그 노동자들의 일부는 10년 넘게 같은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파렴치한 고용주들이 값싼 노동력을 얻는 또 다른 원천은 학생 인턴들이다. 재정 지원을 절실히 바라는 대학들이 학생들을 기업에 인턴으로 파견한다. 이 학생들은 거의 선택의 여지없이 전공과 관련 없는 저임금 일자리를 떠맡아야 한다.
국유 부문 노동자들은 흔히 특권층으로 여겨졌다. 농민공과 민간 부문 노동자들이 하는 고민을 거의 하지 않는 듯이 말이다. 그러나 경기 둔화로 경쟁이 심화하고, 국유기업들도 민간 기업들의 경영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그래서 파견직, 장시간 노동, 임금 체불이 점점 더 흔해지고 있다. 국유 부문 노동자들도 민간 부문 노동자들에게서 배우고 있다. 폭스바겐 공장이 있는 창춘에서 국토를 가로질러 반대편에 위치한 쿤밍 지역의 파견직 전기기사들이 지난해 한 국유 건설회사에게 동일임금을 요구하며 항의 시위를 벌였다.
2016년에는 전국 수준의 정리해고와 임금 삭감 시도가 결연한 저항에 부딪쳤다. 중국 동북지역 도시 솽야산에서 광원 수천 명이 체불 임금 지급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였다. 허난성의 안양시와 남동부의 장시성에서 수백 명이 파업했다. 남부 광저우 지역의 안강철강 노동자들도 임금 삭감 시도에 맞서 파업을 벌였다. 그해 말, 지방정부들의 생산비 절감 목표들은 달성되지 못했다. 더 많은 파업이 촉발될 것을 우려해 지방정부들이 정책 시행을 연기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노동 쟁점을 연구하는 학계 저술가들은 흔히 노동자들을 단순한 희생자로만 여기며, 노동자들의 행동은 특정 지역에 국한돼 있고 자기 제한적이기 때문에 정권을 향한 더 큰 도전으로 발전할 전망이 없다며 무시한다. 그러나 수익성이 낮은 시대에 경쟁은 고용주들이 노동자들의 조건을 끊임없이 공격하도록 압박하고, 이에 맞서 지난 20년 동안 계급 투쟁의 선두에 있었던 사람들의 경험이 일반화하고 있다. 그래서 국가 부문이든 민간 부문이든, 농민공이든 도시민이든, 노동자들이 마주하는 문제들이 점점 더 비슷해지고 있다. 이는 전국 수준의 노동운동이 출현할 수 있는 토대를 놓고 있다.
정부는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을 차단하고 노동자들의 행동이 개별 사업장 범위를 넘지 못하게 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채택해 왔다. 예를 들어 정부는 의무 계약 규정, 근무일 제한, 사회적 복지 제공 등을 담은 일련의 노동법을 도입했다. 그러나 흔히 고용주들은 이런 법률적 의무사항을 무시한다. 이처럼 중앙정부가 법률을 통과시키지만 지방정부가 이를 실제로 집행할 재정과 정치적 의지가 없는 것이 일반적 패턴이다. 중앙정부는 진보적 법률을 통과시켜 신뢰를 얻고 지방정부나 사용자들은 법률이 집행되지 않는 것에 대해 비난을 받지만, 근본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투지
따라서 노동입법은 노동자들이 자신의 권리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효과를 내지만, 폭스바겐 사례에서 보듯이 사용자들이 법을 준수하게 하려면 노동자들이 투쟁을 벌여야 한다. 투쟁성을 약화시키기 위한 규제가 오히려 항의와 파업을 촉진하는 자극제가 돼 왔다. 최저임금을 둘러싸고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는데, 이는 흔히 무시된다.
광둥성의 공업도시 둥관의 정부 관료들은 새로운 “노사 관계 조기 경고 시스템” 덕분에 파업과 시위가 현저히 감소했다고 주장한다. 이 시스템은 어떤 행동이 일어나기 전에 여러 당국자들을 불러 모아 노동쟁의의 싹을 미리 잘라 버리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실상 노동재의의 감소는 이 시스템 때문이 아니었다. 〈중국 노동 회보〉는 쟁의의 발발 가능성이 가장 큰 노동집약적 소규모 공장들이 최근 다른 지역으로 이전해 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노동조합은 정권의 노동 통제 전략의 또 다른 수단이다. 중국의 노동조합들은 노동자들을 대표하지 않는다. 심지어 서구의 노동조합들이 관료적으로 제한적이나마 노동자들을 대표하는 것과는 달리 말이다. 모든 직장 노조는 국가기구인 중국의 노동조합 총연맹 중화전국총공회의 통제를 받는다. 중화전국총공회는 쟁의를 방지하고, 그럴 수 없다면 가능한 빨리 쟁의를 끝내기 위해 존재한다. 중화전국총공회는 결코 파업을 일으키지 않는다. 2010년 혼다 파업 때 파업 참가자들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중화전국총공회가 파업을 깨기 위해 보낸 깡패들과 싸우는 것이었다. 다른 노동조합들은 대체로 이보다는 조금 더 정교하다. 노동자들을 어느 정도 대변하지만, 이는 노동자들의 독립적 행동을 막을 수 있는 위치에 서기 위해서다.
때때로 파업 노동자들은 자기 노동조합 간부를 선출할 권리를 보장하라고 요구한다. 실제로 혼다 파업 노동자들이 그랬다. 그들은 이제 하급 대표는 직접 선출한다.(보다 더 높은 직책의 간부는 위로부터 임명된다.) 이는 노동자들의 자신감이 상승했다는 징후이자 고압적인 노동조합 간부들을 억제하는 효과를 낸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국가 통제 하의 노동조합을 개혁하려는 노력은 난관에 부딪힐 공산이 크다.
1990년대 초 이후 중국의 급속한 발전 덕분에 계급 투쟁의 지형이 계속 변하고 있고, 새로운 계층의 노동자들이 전투에 합류하고 있다. 초기에는 동남부 연안 지역을 중심으로 경제가 발전했고, 이제 정부는 비교적 낙후한 내륙 지역을 발전시키려 애써 왔다. 특히 광둥성 지역에서 비용이 증가하자 많은 기업들이 더 서쪽으로 이전했다. 이 때문에 전국 곳곳으로 산업쟁의가 확산되고 있다. 세계 유수의 다국적 기업들에 공급할 전자기기를 생산하는 대기업 폭스콘은 광둥성 포산의 공장, 내륙에 있는 정저우 공장과 타이위안 공장 모두에서 벌어지는 파업에 직면해 왔다.
중국 정권은 초기의 노동 집약적 성장을 넘어서기 위해 기술 산업 발전을 촉진해 오기도 했다. 그런데 이 부문 노동자들도 비슷한 이유로 투쟁으로 이끌리고 있다. 해마다 설 연휴 전이면 노동자들이 체불 임금 지급을 요구하며 파업과 시위를 부쩍 많이 벌인다. 그중 다수는 건설 노동자들이지만, 올해에는 IT 업계 노동자들의 항의 시위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노동 현장을 기반으로 한 투쟁 말고도 많은 투쟁이 벌어진다. 지난해 12월에는 베이징 교외의 페이지아에서 농민공을 수도 밖으로 쫓아내려는 일련의 시도에 맞서 수백 명이 항의 시위를 벌였다. 소수 민족 거주 지역인 티베트와 신장에서는 때때로 폭발적인 반란이 벌어진다. 그러나 이런 집단들의 투쟁에 부족한 힘을 중국의 엄청난 부를 생산하는 노동자들이 가지고 있다.
현재의 투쟁 수준을 과장해서는 안 된다. 대부분의 행동은 개별 작업장을 벗어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아직은 전국적 노동운동에 관해서는 말할 수 없다. 그럼에도 지난 20여 년 동안 수많은 중국 노동자들이 파업에 참가했고, 그중 일부는 여러 차례 참가했을 것이고, 경험을 쌓은 활동가층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권위주의 정권의 지배에 도전할 대중운동의 잠재력은 여기에 있다.
MARX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