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호를 내며
이번 호에는 모두 7편의 글을 실었다.
‘몰락의 전설 ─ 장기 침체, 양극화와 극우의 성장, 혁명적 좌파의 과제’는 2008년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으로 절정에 이른 금융 위기와 2008~2009년 세계 대불황의 여파로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의 정당성이 위기를 겪게 됐고, 이런 상황에서 인종차별적 우익 포퓰리즘이 성장할 기회를 얻고 있음을 설명한다. 그리고 급진 좌파와 혁명적 좌파가 장기 침체와 그것이 낳은 헤게모니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려면 경제적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고, 또 인종차별적 우익과 그 안의 나치에 맞선 가장 강력한 반대를 최대한 결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세속주의, 무슬림 혐오, 마르크스주의와 종교’는 세속주의나 프랑스 공화국 같은 이데올로기가 혁명적 사회주의자들을 포함한 좌파가 방어하고 옹호해야 할 가치나 원칙인 것처럼 여기는 경향에 도전한다. 세속주의 개념을 잘못 사용해서 좌파가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 반동 세력을 이롭게 했던 2013년 7월의 이집트 군사 쿠데타와 2016년 7월 터키 군사 쿠데타의 사례를 살펴본다.
‘인종차별에 어떻게 저항할 것인가? ― 프랑스 좌파의 오류에서 배우는 교훈’은 최근 프랑스에서 이슬람 혐오가 성장한 이유는 프랑스의 독특한 민족적 특성 때문이 아니라 신자유주의적 개혁의 실행에 필요한 정부 구성에 이데올로기적으로 도움이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 과정에서 노동계급과 좌파적 정치가 일련의 저항을 했음에도 세속주의와 공화주의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이슬람 혐오에 일관되게 저항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중국 국가자본주의가 직면한 새로운 압력들’은 중국의 경이적 경제 성장에 대한 찬사들이 많지만 그 내부를 보면 불안정하고 불균형적이며 지속 가능하지 않은 특징들이 존재한다고 지적한다. 이 글은 중국 지배자들은 더 높은 경제 성장을 바라지만 성장을 추동하는 부채도 통제해야 하는 딜레마에 처해 있음을 잘 보여 준다. 중국 경제가 150년 전 마르크스가 말한 자본주의 경제 동학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이런 모순들을 통해 알 수 있다.
‘중국 여성들의 삶은 얼마나 바뀌었는가?’는 중국에서 경제 발전으로 일부 노동자들의 삶이 개선됐지만 그와 더불어 성별 격차와 빈부 격차도 확대됐음을 지적한다. 1949년 중국 혁명 이래로 70년 동안 중국 여성들의 삶이 어떠했는지를 살펴본다.
‘북한 여성과 사회변혁(2) ― 1980년대부터 김정은 정권까지’는 지난 호(27호)에 실린 글의 2편이다. 1980년대 이후부터 최근까지 북한 여성들이 처한 삶의 조건이 어떻게 열악해졌는지를 살펴본다. 이 글은 가족법의 변화를 통해 낙태를 불법화한 이유들을 살펴보면서 북한을 ‘사회주의적 가부장제’로 규정하는 것이 틀렸음을 지적한다. 그리고 북한 체제의 부분적인 ‘시장 개혁’이 평범한 여성들에게는 고통이었음을 잘 보여 주고 있다.
‘1918년 11월 9일 독일 혁명을 기억하라’는 11월 9일 독일 혁명 100주년을 기념하는 글이다. 보통 독일 혁명은 러시아 혁명에 가려 조명을 받지 못하지만, 이 글은 개혁이냐 혁명이냐 하는 문제, 소비에트 러시아의 운명, 그리고 노동자 평의회냐 의회 민주주의냐 하는 문제에서 독일 혁명은 20세기의 전환점이었고 이 혁명에 대해 좌파나 혁명가들이 곱씹어 볼 게 많다고 주장한다.
이전 호들과 마찬가지로 이번 호의 글들도 독자들에게 정치적 토론과 논쟁의 유용한 무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편집팀을 대표해 이정구
MARX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