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현재의 이슈들
몰락의 전설 ― 장기 침체, 양극화와 극우의 성장,혁명적 좌파의 과제 *
1 그러나 그 관심의 초점은 이 사건에 있지 않았다. 실제로 프랑스계 은행 소시에테 제네랄의 앨버트 에드워즈는 리먼 브라더스 파산의 의미가 과장돼 있다고 주장한다.
2018년 9월 15일에 10주년을 맞은 월스트리트 투자 은행 리먼 브라더스 파산은 언론의 큰 관심을 끌었다.의심할 여지없이,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으로 금융권의 기능은 정지됐다. 많은 사람들은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을 그에 뒤이은 깊은 경기 침체의 요인으로 봤고, 그래서 그 중요한 한 사건에 집중했다. 그러나 이런 설명이 솔직하지 못한 얘기이고, 호경기에 취해서 금융 위기와 경제 불황을 전혀 예측하지 못한 사람들의 사후 정당화인 경우가 흔했다. 그중에는 정책 입안자들도 있었다. [2008년] 9월 15일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하기 전부터 미국 경제는 이미 심각한 불황에 빠져 있었다. 2008년 9월 미국의 종업원 수는 44만 3000명이 줄었는데, 바로 전달인 8월에도 27만 7000명이 감소했다. 종업원 수는 [2008년] 2분기에 평균 19만 명이 줄었다. 비록 감소 폭은 다시 줄었지만, 2008년 9월 당시에도 [비농업 부문 종업원 수는 ― 캘리니코스] 15만 9000명 감소한 것으로 기록돼서, 그 해에 일자리 60만 개가 사라졌다.(2008년 9월 통계 수치는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하기 전에 수집된 것이어서 그 영향을 받지 않았다.)
이 논평은 관련 논쟁의 주요 쟁점이 무엇이었는지를 보여 준다. 바로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으로 절정에 이른 금융 위기와 2008~2009년 세계경제를 휩쓴 대불황의 관계이다. 그런데 모두들 그 대불황을 뒤이은 회복이 취약했고 또 다른 위기가 닥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자유주의 경제사학자] 애덤 투즈는 이 위기에 관한 방대한 비판적 역사서 《붕괴》에서 이 주제를 체계적으로 다룬다. 유로존 위기가 2012년에 최악의 국면을 지난 이후 형성된 중론衆論, 즉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2008~2009년에 은행들에 구제 금융을 제공하고 양적 완화 ― 은행들이 보유한 채권을 [중앙은행이] 매입해서 [풀린 돈이] 신규 투자 자금으로 쓰이도록 촉진하는 조처 ― 를 시행한 덕분에 위기가 해소됐다는 관점에 투즈는 이의를 제기한다.
이제 우리는 2012~2013년의 기본 가정과는 달리, 위기가 사실은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것은 반복이 아니라 변이와 전이이다. … 2007~2012년의 금융·경제 위기는 2013년과 2017년 사이에 탈냉전 질서 전반의 정치적·지정학적 위기로 변모했다. 그리고 그것의 명백한 정치적 함의를 제쳐 놓아서는 안 된다. …2012년 이후에 일어난 사건들은 중도적 자유주의의 승리도 틀린 것이었음을 시사한다.
4 그러나 구슬이 서 말이어도 잘 꿰어야 보배이다.
그래서 보통 “포퓰리스트”로 지목되는 용의자들인 [그리스의] 시리자, [스페인의] 포데모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미국 대통령] 도널트 트럼프, 인종차별적 우익[의 성장]은 [2008년의] 위기와 대불황과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 즉 세계적 경제·금융 위기 탓에 리오 파니치가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의 정치적 정당성 위기’라고 부른 것이 일어났다는 것은 이 잡지[《인터내셔널 소셜리즘》을 가리킴]가 다루는 주요 주제의 하나이다.위기를 이해하기 그래서 먼저 경제 위기를 살펴보자. 투즈가 보기로 이 위기는 자신이 “달러를 기반으로 한 대서양 양안 시스템”이라고 부른 것의 위기이다. 다시 말해, 이 위기는 주요 무대와 진원지가 뉴욕과 런던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유럽연합 지도자들이 여진히 우기는 것과 달리) “앵글로색슨”의 위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투즈는 1970년대 초 브레튼우즈 체제가 무너진 이래, 특히 신자유주의 시대 동안에 미국과 유럽이 하나의 “금융 순환체계” 속에 한데 묶이게 됐다고 주장한다. 미국 은행들과 유럽 은행들은 모두 일차적으로는 수익성이 좋은 미국 시장에서 돈을 빌려 주기 위해, 미국에서 또는 1950년대 이후로 시티오브런던[영국 금융 중심지]에서 발전한 역외 달러 시장에서 돈을 빌렸다. 실제로, “21세기 초 국제 은행권의 전체 구조는 대서양 양안 중심적이었다. 새 월스트리트는 지리적으로 [뉴욕] 맨해튼의 남쪽 끝에 국한되지 않았다. 그것은 북대서양을 포괄하는 시스템이었다. 둘째 매듭은 시티오브런던인데, [지리적으로는] 뉴욕에서 떨어져 있지만 뉴욕과 떼려야 뗄 수 없이 통합돼” 있었고 월스트리트보다 규제가 약하다는 유리함이 있었다.
6 유럽 은행들은 1999년 유로화 도입을 뒤따른 신용 호황 때 이 모델을 차용하면서 유럽 대륙 전역에서 자산 거품을 일으켰다.
그러나 ‘1986년 빅뱅’ 이후 시티오브런던에서 유력하게 성장한 스위스·독일·프랑스·네덜란드계 대형 투자 은행들은 ― 독일의 란데스방켄처럼 규모도 작고 영업 범위도 좁은 은행들도 ― 미국 자산 시장에 거품이 생긴 2000년대 중반에 이윤을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것처럼 보였던 모기지 상품을 구입하기 위해 달러를 빌리는 일에 점점 더 깊이 관여했다. 투즈는 다음과 같이 쓴다. “이 과정에서 유럽의 금융 시스템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이하 연준)에서 근무하는 애널리스트들의 말처럼, ‘글로벌 헤지펀드’처럼 돈을 짧게 빌리고 길게 빌려 주게 됐다.”이런 관점에서 볼 때, 미국 부동산 거품의 붕괴와 관련해 위험했던 것은 악명 높은 서브 프라임 모기지가 불량 채권으로 바뀌면서 은행들이 서로 돈을 빌려 주고 자산담보부기업어음(예를 들어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기반으로 한 증권)을 발행할 때 이용한 시장이 2007년 8월에 멈춰 서 버렸다는 것이다. 대서양 양안의 “순환체계”를 먹여 살리던 달러의 흐름이 중단된 것이다. 이는 은행뿐 아니라, 달러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던 공업·상업 기업들도 위협했다. 투즈에 따르면,
미국에서도 그렇고 유럽에서도 투자·소비·고용이 결정적 타격을 입은 것은 [2012년의] 유로존 위기 때가 아니라 2008년 위기 때였다. 2007년 하반기부터 독일·프랑스·영국·스위스·베네룩스의 크고 작은 은행들이 자신들 손실의 규모를 인식하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대출이 붕괴했다.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은 이 과정을 가속했지만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 여파로 자금 시장은 완전히 얼어 붙었다. 그런 붕괴를 중단하고 뒤집은 결정적 조처는 은행에 구제 금융을 제공한 것이라기보다는 달러의 흐름을 재개하기 위해 미국의 중앙은행이 조율한 단호한 노력이었다.
미국 연준은 정말로 극적인 혁신을 이뤘다. 연준은 세계 은행권이 기댈 수 있는 최후의 유동성 공급자로서 자리 잡았다. 연준은 뉴욕으로 오는 모든 은행에 달러를 공급했다. 그 은행이 미국계냐 아니냐를 따지지 않았다. 연준은 이른바 통화 스와프를 통해 몇몇 주요 나라 중앙은행들에게 수시로 달러를 발행해 줬다. 대서양 양안의 활동이 불쑥 늘어났을 때, 이 통화 스와프는 유럽중앙은행 등을 통해 유럽 은행권에 수조 달러를 투입했다.
9 이런 주장은 2007~2008년에 미국 헤게모니의 종말이 시작됐다는 주장을 거의 부인하는 것이다. 이 점에서 투즈의 분석은 패니치와 그의 동료 샘 긴딘의 주장을 지지한다. 패니치와 긴딘의 주장인즉, 미국 연준과 재무부가 주요 자본주의 국가들을 데리고서 위기 관리를 조율하는 구실을 한다는 사실이 미국 헤게모니의 결정적 측면이라는 것이다. 10
그러므로 미국 연준과 유로존·일본·영국·캐나다·스위스를 잇는 통화 스와프가 2013년 10월 영구적으로 됐다는 사실이 매우 중요하다. 투즈는 다음과 같이 쓴다. “위기 이전에 대서양 양안의 역외 달러 시스템은 명확한 지도적 중심이 결여돼 있었다. 실제로 그 시스템은 국가의 규제와 통제를 피하기 위해 ‘국경 밖에서’ 발전했다. 2008년 이후에 그 시스템은 연준과 연준의 유동성 공급을 중심으로 공공연히 조직됐다.”투즈의 분석의 큰 강점은 대서양 양안의 금융 시스템에 집중하고 그 시스템이 국제 정치 질서(특히 미국과 유럽의 정치 질서)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그 덕분에 투즈는 위기가 남긴 매우 중요한 유산을 포착할 수 있다. 그것은 미국 국가가 구원한 그 시스템이 계속해서 새로운 잠재적 위기를 창출한다는 점이다. 비록 위기가 발생하는 곳은 달라질 수 있겠지만 말이다. 미국 연준은 금리를 매우 낮게 유지하고 양적완화 정책을 실시해 세계경제에 달러를 막대하게 풀었다. 북반구의 자금들 중 많은 부분이 주요 “신흥 시장” 경제들로 갔고, 그 덕분에 “신흥 시장” 경제들이 [2008년] 대불황을 비교적 쉽게 극복할 자금을 얻을 수 있었다.
11 달리 말해, 역외 달러 시스템은 그 네크워크를 확장시켜서 불안정성의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연준이 양적완화를 줄이고 금리를 올려서, 달러를 매우 싸게 공급하는 일을 중단하면 문제가 생길 것이었다. 연준 의장 재닛 옐런은 주저하면서도 2015년에 금리를 “정상화”하는 데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연준이 설정한 금리와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설정한 금리의 차이를 이용해 중국 기업들이 달러를 엄청나게 빌렸는데, 연준의 [금리 인상] 조처로 그 격차가 좁아지기 시작한 것이 2015~2016년 중국 경제를 움츠러들게 한 위기의 한 요인이었다고 투즈는 주장한다. 실제로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2015~2016년에 세계경제는 세 번째 국제 위기를 맞을 뻔했는데 가까스로 피했다.”12 국제통화기금이 570억 달러를 빌려 주는 대가로 제시한 조건은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장이 사임할 수밖에 없게 했다. 어느 애널리스트는 〈파이낸셜 타임스〉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구제 금융 제공은 국제통화기금에게는 큰 도박인데, 그들은 완전한 통제력을 갖기를 바란다.” 13
올해 여름 특히 미국의 금리 인상이 낳을 결과가 무엇일지를 보여 주는 일이 일어났다. 바로 터키 리라화의 가치가 급격히 떨어지고 ― 이는 터키 금리가 24퍼센트로 치솟는 일로 이어졌다 ― 아르헨티나 페소화가 거의 붕괴한 것이다. 아르헨티나는 특히나 흥미로운 사례이다. 현임 우파 대통령 마우리시오 마크리가 전임 대통령들인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와 그녀의 남편 네스토르 키르치네르의 온건한 케인스주의 정책을 뒤집어 정설 신자유주의로 회귀했다고 크게 칭송받고 있던 터에 그런 일이 터졌기 때문이다. 이제 마크리는 국제통화기금IMF에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그리고 경제가 올해 2퍼센트 내년에 0.5퍼센트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때, 재정적자 제로를 목표로 한 긴축재정으로 시장을 안심시키기 위해 아르헨티나의 옛 정권의 발자취를 따라야 하는 처지이다.《붕괴》의 주된 약점은 그 장점과 동전의 앞뒷면 관계이다. 바로 정치적 리더십이 수행하는 구실(좋든 나쁘든)을 크게 과장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투즈는 미국의 위기 대처에서 핵심적이었던 인물들, 예를 들어 연준 의장이었던 벤 버냉키와 뉴욕 연방준비은행 초대 총재였고 버락 오바마 정부의 첫 재무 장관이었던 티모시 가이트너를 두드러지게 긍정적으로 그린다. 반면, 유럽연합 지도자들의 유로존 위기 대처 방식은 둔감했다며 힐난한다. 독일 총리 앙겔라 메르켈, 유럽중앙은행 총재 역임한 장클로드 트리셰와 마리오 드라기 등 브뤼셀 패거리가 보인 서투름과 냉담함은 확실히 비난받을 만하다.
14 투즈는 대서양 양안 달러 시스템의 동역학을 바싹 다가가 살펴보며 깨달음을 주는 연구를 하지만, 잠깐 멈춰 서서 왜 그 시스템이 20세기 후반과 21세기 초반에 세계 자본주의에서 그토록 중요했는지 그 이유를 결코 묻지 않는다. 그 질문에 대한 중요한 답변은 마이클 로버츠 등 마르크스주의 정치경제학자들의 연구에서 볼 수 있다. 바로 생산적 자본의 이윤율이 최근 수십 년 동안 비교적 낮았고, 그래서 투자자들이 금융시장처럼 수익을 빠르게 회수할 수 있는 곳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이다. 15
그러나 “정치적 선택·이데올로기·행위”에 몰두하다 보면, 안토니오 그람시가, 중대한 위기 때 스스로 표출되는 “치유 불가능한 구조적 모순”이라고 부른 것을 보지 못할 위험이 있다.16 그러나 고완은 국가 간 경쟁을 주도적 자본주의 중심지들 ― 그곳들에서는 비용 절약적 기술 혁신 덕분에 규모수익체증을 이뤘고, 그 때문에 자본의 집적과 집중이 진척됐다 ― 사이에서 벌어지는 산업 경쟁의 동역학에 대한, 마찬가지로 개척자적인 분석 안에 조심스럽게 자리매김한다. 17 이와 달리, 투즈의 분석에서 생산은 전혀 중시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투즈는 독일 기업들이 “동유럽과 남유럽으로 생산을 아웃소싱”해서 “경쟁 우위”를 얻었다고 가볍게 언급하지만, 잠깐 멈춰 서서 이 공간적 재편이 유로존의 내부 구조에 양극적 영향을 끼친 것, 특히 [2012년 유로존] 위기로 더 벌어진 북유럽과 남유럽 사이의 격차를 낳은 것에 대해 숙고하지는 않는다. 18
투즈는 고인이 된 피터 고완의 연구를 공감을 담아 인용한다. 피터 고완은 1971년 8월 리처드 닉슨이 달러와 금의 연계를 끊은 뒤 들어선 “달러-월스트리트 체제”(고완의 표현)를 중심으로 미국의 헤게모니가 재구축된 것을 선구적으로 분석한 인물이다.19 소수 대기업이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것은 마르크스가 “자본의 파괴”라고 부른 것 ― 비효율적 자본을 제거한 덕분에 위기 이후 이윤율이 회복되는 것 ― 의 중대한 걸림돌이다. 투즈가 지적하듯이, 은행에 구제 금융을 제공한 탓에 금융권을 여전히 소수의 (전보다 더 커지기도 한) 대형 은행들 ― 미국에서 두드러진다 ― 이 지배하고 있는 것이 좋은 사례이다. 따라서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이 10년이 지난 지금도 로버츠가 “장기 불황” ― 그람시의 표현 “구조적 모순”을 반영하는 장기적 저성장의 시기 ― 라고 부른 것에 사로잡혀 있는 세계 자본주의는 치유되지 못했다. 20
분석에서 생산을 중시하는 것은 단지 이런 변화를 출발점으로 삼기 위해서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자본주의가 씨름한 장기적 이윤율 문제는 그 뿌리가 생산에, 즉 노동력에 대한 투자보다 생산수단에 대한 투자가 더 빠르게 증가하는 현상(마르크스의 표현으로 자본의 유기적 구성의 상승)과 이와 관련된 자본의 집적·집중 과정에 있다.전진 태세의 극우
21 이 말은 실로 메이너드 케인스의 지적 엘리트주의를 상기시키는데, 케인스의 신념은 다음과 같았다. “경제적 문제 … 가난과 빈곤 문제, 계급 간 국가 간 경제 투쟁은 끔찍한 뒤죽박죽, 덧없고 불필요한 혼란일 뿐이다.” 22 그러나 케인즈와 투즈는 둘 다 “정치적 선택” ― 예를 들어 [독일 총리] 메르켈이 유로존 위기 와중에도 독일의 저인플레·고수출 모델을 확고하게 방어하는 것이나 더 일반적으로는 서구의 기성체제가 경제 위기 이후에도 신자유주의를 완화시키지 않은 것 ― 에서 계급적 이해관계가 하는 구실을 보지 못한다.
자본주의 생산양식의 기초 자체에서 위기의 뿌리를 찾는 것은 물론 장기 불황의 정치학을 올바로 이해하는 데서도 사활적으로 중요하다. 최근에 투즈는 케인스를 다루는 글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대중 민주주의의 비이성적 열정에 맞서 기술관료적 정부를 옹호할 이유가 충분하다.”〈파이낸셜 타임스〉의 수석 평론가 마틴 울프는 경제 위기가 터진 뒤로도 정책이 얼마나 바뀌지 않았는지를 냉혹한 어조로 요약한다.
금융 위기는 많은 나라에서 불평등을 증가시킨 자유시장의 궤멸적 실패였다. 그러나 1970년대[신자유주의로의 선회가 시작된 때 ― 캘리니코스]와 대조적으로, 정책입안자들은 정부와 시장의 상대적 구실에 대한 물음을 거의 던지지 않는다. 전통적 통념은 아직도 “구조 개혁”을 감세와 노동시장 규제완화와 거의 동의어로 여긴다. 불평등에 대한 걱정이 표출되지만 실제 실행되는 것은 없다. 정책입안자들은 거의 다 한없이 증가하는 부채에 기반한 수요에 의존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아차리지 못했다. 독점과 “제로섬” 행위가 판을 친다. 방대한 금융부문을 계속 둬야 할 가치가 있느냐는 의문은 거의 없고 또 다른 거대 금융 위기가 닥칠 위험을 감지하는 일도 없다.최근 몇 년 동안 “포퓰리즘”의 반란을 낳은 일차적 요인은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적 결과를 초래한 신자유주의를 지속하기로 한, 아니 더 극으로 밀어붙이기로 한 서구 지배계급의 고집이었다. 투즈는 “대중 민주주의의 비이성적 열정”을 가볍게 내치면서, 위험하게도 신자유주의적인 극단적 중도파의 오만한 복지부동에 다가선다. 그러나 그의 책에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트럼프[의 등장]를 상세히 분석한 부분에서 투즈는 최근 몇 년 동안 일어난 정치적 격변의 요인이 신자유주의 모델의 위기임을 어렴풋이나마 이해하는 모습을 보인다.
게다가 이런 격변이 끝나 간다는 징후는 전혀 없다. 사실 현재 서구 정치의 가장 유력한 특징은 인종차별적 우익 포퓰리즘이 등장해 대서양 양쪽의 정치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집권은 그런 일이 일회적인 것이 아님을 입증했다. 트럼프의 집권 이후 [선거에서] 패배한 민주당의 정치인들과 (트럼프가 당 지지 기반을 유지하고 있어서 그에게로 붙은) 공화당 정치인들 사이에서 격심한 국내 정치 투쟁이 벌어진 것을 제쳐 놓더라도, 트럼프는 국제적으로 두 가지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첫째, 그의 경제적 자국 우선 노선과 관계된 것으로, 중국과의 전면적 무역전쟁을 개시한 것이다. 둘째, 유럽 극단적 중도파의 아성, 특히 독일의 메르켈을 겨냥해 여러 쟁점(무역, 나토, 이민)을 둘러싸고 공격을 하는 것이다.
메르켈은 지난해 총선 결과로 이미 약해진 상태였다. 가까스로 구성된 정부 ― 기민련·기사련(기독민주연합과 기독사회연합) 보수 블록과 사민당SPD의 대(?)연정 ― 의 정통성은 그 전보다 크게 훼손됐는데, 기민련·기사련 블록과 사민당의 득표 합이 급격히 줄었기 때문이다.(최근 여론조사 결과로는 지지율의 합이 50퍼센트가 안 된다.) 또한, 극우 정당인 독일을위한대안당AfD이 총선에서 3위를 차지하며 창당 이래 처음으로 국회에 입성했다. 독일을위한대안당이 훨씬 더 성장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느낀 메르켈은 기민련 우파와 바이에른 주에 기반을 둔 기사련을 비판하면서도 이민자에 대한 혹독한 단속을 개시했다.
이런 이민자 탄압은 트럼프의 유럽 동맹자들도 촉구하는 것이다. 이제 이탈리아 부총리가 됐고 ‘동맹’[극우 정당 ‘북부 동맹’의 후신]의 지도자인 마테오 살비니, 헝가리 총리 빅토르 오르반, 오스트리아 총리 제바스티안 쿠르츠가 그들이다.(헝가리와 오스트리아 정부에는 파시스트들도 참여하고 있다.) 올해 3월 이탈리아 총선의 결과로 오성운동과 ‘동맹’의 연립정부가 들어선 것은 독일 사례와 함께 유럽의 극우가 크게 강해졌음을 보여 주는 일이다. 올해 6월 말 열린 유럽이사회(유럽연합 최고 의사 결정 기구)에서 극단적 중도파는 이민 문제를 두고 트럼프의 트위터 게시물과 같은 내용을 주장하는 극우에게 굴복했다. 유럽이사회는 이민자 억류 시설인 “지역 하선 플랫폼”을 이민자에 대한 인신매매·납치·강간이 성행하기로 악명 높은 리비아에 설치하기로 했고, 지중해에서 활동하는 NGO [난민] 구조선을 단속하기로 했다. 유럽연합의 국경 수비대 프론텍스는 증강되고 무장이 강화되고 있고, [지중해] 인접국들에서 작전을 펼칠 권한을 부여받고 있다. 한편, 극우는 계속해서 전진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올해 9월 스웨덴 총선에서 [파시스트들이 창당한 역사가 있는 극우 정당] 스웨덴 민주당은 득표율을 세 갑절 이상으로 끌어올렸다(4.6퍼센트에서 17.5퍼센트로). 인종차별을 공공연하게 주장하는 정부가 많아지는 것이 기층에 미치는 영향을 보면서 신임 유엔인권고등판무관 미첼 바첼레트는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로 조사단을 파견해서 이민자와 난민에 대한 처우를 조사하고, 이탈리에에서는 “이민자, 아프리카인의 후손, 로마인의 후손들에 대한 폭력 행위와 인종차별 행위가 급격히 증가했다는 보고에 대해 평가하겠다”고 발표했다.
요즘의 극우는 정치적으로 여러 조류가 섞여 있다. 그중 유력한 경향은 부르주아 정치를 이민자 배척적 인종차별과 이슬람 혐오와 유럽 통합 회의론의 결합물을 기초로 재편하고자 한다. 경제 정책을 두고, 특히 신자유주의와 신자유주의가 촉진한 세계화 과정으로부터 얼마나 거리를 둘 것이냐를 두고는 여러 변종이 있다. 그러나 주된 메시지는 국민 주권을 훼손하고 이민자들(그중 다수가 테러리즘에 공감하는 무슬림)이 물밀듯 유입되는 것을 허용해 온 자유주의 엘리트들에게 국민(단일하고 문화적으로 통일돼 있다고 상상되는 존재)이 배신당했다는 것이다.
이 인종차별적 우익 포퓰리스들은 진정한 파시스트 세력에게 유리한 환경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독일을위한대안당은 “국민적·보수적” 분파와 “국민적·혁명적” 분파로 나뉘어 있는데, “국민적·혁명적” 분파는 당내에서 성장하고 있는 파시스트 세력을 대표한다. [극우 조직은] 여러 형태가 있다. 그리스의 황금새벽당은 공공연한 나치 정당이다. 헤이르트 빌더르스가 이끄는 네덜란드 자유당은 파시스트 조직인 ‘민주주의를 위한 포럼’의 도전을 받고 있다. 영국의 초강경 대처주의 유럽 회의론 정당인 영국독립당은 ‘축구 사나이 연맹’과 그 유관조직들에 의탁하고 있는데, ‘축구 사나이 연맹’ 안에서는 공공연한 나치들이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아무튼 곳곳에서 극우가 성장하고 있다.
코빈의 노동당
26 “헤게모니의 위기”는 인종차별적 우익 포퓰리즘이 성장할 기회를 열어 주고, 그들은 그 기회를 잘 살리고 있다. 그러므로 우고 팔레타가 프랑스에 관해 쓴 신간에서 “파시즘의 가능성”이라고 말한 것을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점치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27 그러나 중요한 질문은 물론 ‘무엇을 해야 하는가?’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이렇다. 어떻게 하면 급진좌파와 혁명적 좌파가 광범한 노동계급 대중 ― 적어도 일부는 최근 극우로 이끌리고 있는 대중 ― 에게 대안을 제공할 수 있을까?
신자유주의 프로젝트가 궁지에 몰리고 기성 정치권이 대중의 거부를 당하며 서구 자본주의는 곤란한 지경에 빠졌는데, 그람시가 “헤게모니의 위기”라고 부른 현상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 준다. “헤게모니의 위기” 상황에서 지배계급은 인구의 상당 부분을 설득하지 못한다.28 이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영국 노동자 운동 안에도 좌파가 ‘축구 사나이 연맹’과 [파시스트인] 토미 로빈슨 등의 이슬람 혐오적 언행의 일부를 수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기 때문이다. 데이브 수얼은 이런 접근법이 프랑스에서 얼마나 큰 해악을 낳았는지를 다루는 서평을 이 잡지[《인터내셔널 소셜리즘》을 뜻함]에 기고했다.
그러기 위한 필수적 조건 하나는 실제로 대안을 내놓는 것이다. 그래서 아우프슈테텐(독일어로 “일어서라”라는 뜻) — 디링케(좌파당)의 지도적 인물인 자라 바겐크네히트와 오스카 라퐁텐이 사민당과 녹색당의 지지자들을 좌파당 쪽으로 끌어당기려는 목적으로 올해 여름에 시작한 “연합 운동” ― 은 적격이 아니다. 왜냐하면 이민 규제를 강화하자는 우파의 요구를 수용하기 때문이다.29 실제로 9월 말에 열린 노동당 당대회에서 맥도넬은 브렉시트를 둘러싼 보수당의 위기에 대응해 기업들이 직원들에게 자사 주식 10퍼센트를 제공하고 이사진의 3분의 1을 노동자로 채우도록 강제하고 수도 같은 시설을 재국유화하겠다고 발표했다. 맥도넬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가 물려받은 쓰레기가 클수록 우리는 더 급진적이 돼야 한다. 변화의 필요성이 클수록 우리가 그런 변화를 창조할 기회가 더 커진다.” 30 코빈은 당대회 연설에서 ‘기후변화에 맞선 운동’의 주요 요구 하나를 이행하는 방향으로 중요한 발걸음을 뗐다. 코빈은 해안 풍력 발전소와 주택 단열에 투자해 일자리 40만 개를 창출하는 “녹색 일자리 혁명”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제러미 코빈이 이끌고 있는 노동당은 인종차별에 맞서는 데서 훨씬 더 잘 해 왔다. (비록 코빈이 유럽 다른 나라 출신자들의 자유로운 영국 유입을 지지하는 기존의 입장에서 후퇴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지만 말이다.) 게다가 코빈과 그의 예비내각 재무 장관 존 맥도넬과 정책 조언자들은 신자유주의와 단절하는 경제 정책을 내놓았다. 비록 그 정책이 케인스주의와 선별적 재국유화를 합친 정도의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31 이 비방 운동은 진정으로 유대인 차별에 맞서는 것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 운동이 정말로 유대인 차별에 맞서는 것이라면, 그 초점은 아무런 잘못 없는 코빈이 아니라 유대인 차별을 존중할 만한 것으로 만들고 있는 극우여야 한다.(예를 들어 헝가리 총리 빅토르 오르반은 올봄 총선에서 [유대인인] 조지 소로스를 선거운동 내내 공격했다.) 코빈 반대 운동의 목적은 두 가지이다. 첫째, 코빈을 약화시키고, 가능하다면 인종차별 반대 활동가로서 그의 신인도를 떨어뜨려서 그의 지도력을 파괴하는 것이다. 둘째, 노동자 운동 안에서 이스라엘 비판의 정당성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그러나 코빈의 처지는 진정한 대안을 제시할 때 뒤따르는 위험이 무엇인지도 보여 준다. 올여름 코빈에 대한 공격이 재개됐는데, 그가 유대인 차별적이라는 공격이었다. 이는 노동당 우파, 이스라엘 친화적 유대인 단체, 언론이 개시한 것이다. 우리는 이 비방 운동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32 이 말의 뜻인즉, 유대인에 대한 편견이나 법률적 차별과는 아무 관계 없이도 그저 이스라엘 국가 ― 이스라엘 국가를 세우려는 프로젝트는 오랫동안 유럽 내 유대교 문화 안에서 큰 논쟁거리였다 ― 가 인종차별을 기반으로 해서 건립됐고 여전히 그렇다는 명징한 역사적 진실을 받아들이는 것만으로도 유대인 차별이라는 것이다. 9월 초 노동당 전국 집행위원회는 이 압력에 굴복해 국제홀로코스트추모동맹의 규정을 온전히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는 이스라엘과 그 지지자들의 중대한 승리였고 이 때문에 노동당 안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조직하는 것은 훨씬 더 어려워질 것이다.
그중 둘째 목표는 세 종의 유력한 유대인 신문들이 7월에 발표한 공동 사설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 글은 노동당 전국집행위원회가 국제홀로코스트추모동맹IHRA의 일관성 없고 선별적인 유대인 차별 규정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노동당 전국집행위원회가 “이스라엘 국가의 존재는 인종차별적 시도라고 주장”한 것이 특히 비난 대상이었다. 그 공동 사설은 다음과 같이 논평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노동당은 ‘유대인을 겨냥한 인종적 유대인 차별’(수용 불가)과 ‘이스라엘을 겨냥한 정치적 유대인 차별’(수용 가능)을 구분한다.”이런 후퇴는 더 큰 패턴의 일부이다. 코빈은 유대인 차별에 대한 노동당 전국 집행위원회의의 굴복을 인정하려 애썼지만 자기 지지자들에 의해 거부됐다. 그 뒤에 열린 노동당 전국 집행위원회 회의는 당내 민주주의를 위한 코빈의 제안을 다루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이제 코빈은 브렉시트 문제를 놓고 테리사 메이 정부가 겪고 있는 곤경 ― 9월 19~20일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 열린 유럽연합 정상회담이 메이의 ‘체커스 계획’[올해 7월 영국 총리 지방관저(체커스)에서 메이는 영국이 유럽연합을 탈퇴하더라도 유럽단일시장에는 남도록 하겠다고 내각과 합의했다]을 거부하며 생긴 곤경 ― 에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 하는 훨씬 더 까다로운 문제를 다뤄야 한다. ‘체커스 계획’은 두 가지 상반된 압력 속에서 원과 넓이가 같은 사각형을 그리려 한, 즉 불가능한 일을 하려 한 메이의 처절한 노력을 반영하는 계획이었다. 그 상반된 압력의 하나는 영국이 유럽연합으로부터 완전히 이탈하기를 바라는 내각과 보수당 국회의원들 내 강경파의 압력이다. 다른 하나는 영국이 유럽연합을 탈퇴하더라도 경제적으로는 되도록 변화가 없기를 바라는 영국 대기업들의 요구이다.
내각이 ‘체커스 계획’을 채택했던 7월에 보리스 존슨과 데이비드 데이비스가 장관직에서 사퇴했다. ‘체커스 계획’은 영국이 유럽연합에서 탈퇴한 뒤로도 유럽단일시장에는 남기 위해 유럽연합의 여러 정책을 상당히 유지한다는 구상이었다. 영국이 유럽단일시장에 남아야 상품을 계속 유럽에 수출할 수 있고, 그래야 영국에 투자한 제조업 기업들이 지난 수십 년 동안 구축해 놓은 국제적 공급망을 보존할 수 있다. 메이는 이렇게 해야만 유럽연합과 합의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보수당 우파의 반대 목소리가 누그러지기를 소망했다.
그러나 다른 유럽연합 회원국들이 메이의 구상을 망가뜨린 것이다. 이 결과는 영국과 유럽연합의 협상력 불균형을 반영한다. 즉, 영국 경제는 유럽 시장에 접근하는 것에 의존하므로 영국은 협상에서 불리한 처지이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브렉시트를 둘러싼 지금의 협상과 1973년 영국의 유럽경제공동체 가입으로 이어진 협상의 유사성을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영국 측에는 상당한 고역을 주는 당시와 지금의 협상 둘 다에서 유럽의 태도에는 어느 고참 유럽연합 외교관이 “역학적” 우세함이라고 말한 것이 담겨 있다. 유럽은 협상을 동등한 양 당사자가 물 흐르듯 의견을 주고받는 과정이라기보다는 약한 나라가 결국 숙여야 하는 과정으로 보는 태도를 보인다. 주된 변수는 변화의 속도이다. … 세계무역기구WTO의 전 사무총장이자 유럽위원회 위원을 두 차례 역임한 파스칼 라미는 브렉시트 협상을 협상이 아니라 “조정”이라고 묘사하며 그 불균형을 포착하려 했다. 브렉시트 협상에 참여하는 어느 유럽연합 인사는 이 말을 듣고 흡족해 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맞는 말이오!”
정말로 맞는 말이다. 메이가 겪은 수모를 보면, 그가 어떤 협상 결과를 들고 오더라도 그것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하리라고 예상할 수 있다. 그것은 한편으로는 코빈에게 희소식이다. 총선이 앞당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 정부의 실패가 낳을 더 가능성 높은 결과는 영국과 유럽연합의 관계를 둘러싼 국민투표를 다시 실시하자는 운동의 추진력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운동은 ‘민중 투표’People’s Vote라는 조직이 선봉에 서 있다. ‘민중 투표’ 안에서는 자민당과 노동당 우파가 매우 유력하다.(‘민중 투표’는 ‘열린 영국’ 건물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데, ‘열린 영국’의 상임이사 제임스 맥그로리는 [영국 자민당 소속 정치인으로 현 영국 부총리] 닉 클레그의 특별 자문위원이었다.) 그리고 ‘민중 투표’는 ‘유럽적 운동’ 같은 유럽연합 친화적 압력 단체를 지지한다. 코빈은 국민투표를 다시 하자는 주장에 저항해 왔다. 그 이유의 하나는 영국이 계속 유럽단일시장에 남아 있으면 자신이 총리가 된 뒤에 시행할 경제정책들이 제약을 받으리라는 예상이다. 또 다른 이유는 2016년 6월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탈퇴에 투표한 노동당 지지자들이 소외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다. 노동당이 브렉시트에 대해 세심하게 모호한 입장을 취한 것은 지난해 총선까지는 잘 먹혔다. 당시 코빈이 주장한 대안적 경제정책은 탈퇴파와 잔류파 모두에게 호소력이 있었다. 그러나 코빈은 국민투표를 다시 실시하자는 견해를 지지하라는 압력을 크게 받고 있다. 노동당 예비내각과 의원단 내에서 아직도 영향력이 강한 노동당 우파는 물론이고 코빈을 지지하는 [당내 의견그룹] ‘모멘텀’도 그런 압박을 가하고 있다. 영국노총은 9월 초에 ‘민중 투표’를 지지하며 악역 맡기를 자처했다. 노동당 당대회에서 코빈과 맥도넬은 [원안보다] 후퇴한 결의안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 내용은 총선 실시 요구를 우선하지만 국민투표 재실시를 전보다 훨씬 강조하는 것이었다. 노동당 우파이자 예비내각의 브렉시트부 장관인 케어 스타머는 당대회 연설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며 그 의미가 무엇인지를 드러냈다. “우리의 결의안은 국민투표 실시를 위한 운동을 벌인다는 내용을 포함해야 하고 당 입장을 [유럽연합] 잔류로 정할 수 있음도 배제해선 안 된다.”
[유럽연합과 합의된] 브렉시트의 조건을 국민투표에 부쳐야 한다는 생각은 얼핏 보면 그럴듯하다. 그러나 이 주장은 사실은 영국의 유럽연합 회원국 지위를 둘러싸고 2016년 6월 실시한 국민투표를 다시 하자는 것이다. 자유당이 발행한 유인물은 그 점을 매우 분명히 표현했다. “우리 인생 최대 문제에 관한 결정권이 누구에게 있는가? … 브렉시트에서 나가자.” 유럽연합이 바라는 답이 나올 때까지 국민투표를 다시 실시하자는 것은 추악한 역사가 있는 일이다. 덴마크 유권자들은 마스트리히트 조약[유럽연합의 전신 유럽공동체 창립의 기초가 되는 조약]을 두고 투표를 두 차례 하도록 괴롭힘당했고, 아일랜드 유권자들은 니스조약과 리스본조약[유럽연합 창립의 기초가 되는 조약]을 두고 마찬가지였다. 2015년 7월 그리스 국민투표[유럽연합·유럽중앙은행·국제통화기금이 그리스에 구제 금융을 제공하며 붙인 혹독한 긴축 재정 정책을 수용할지 말지를 물은 국민투표. 반대가 압도적으로 승리했다]는 유럽연합이 민주주의에 맞서 벌이는 전쟁이 새로운 단계로 진입했음을 보여 줬다. 국민투표 재실시 같은 형식도 갖추지 않은 채로 메르켈의 주도 하에 국민투표의 결정을 뒤엎어 버렸기 때문이다. [올해 9월] 잘츠부르크 정상회의에서 몇몇 유럽 지도자들은 [브렉시트를 두고] 첫 번째 국민투표 결과를 뒤집을 두 번째 국민투표를 실시하기를 아직도 원한다고 했다.
그러나 “민중 투표”의 진정한 문제는 정치적인 것이다. 2016년 6월 국민투표 결과는 영국 사회에서 유럽연합을 보는 태도가 양극으로 쫙 갈려 있음을 드러냈는데, 가난하고 교육 수준이 낮을수록 탈퇴에 투표했을 가능성이 높다. 국민투표를 재실시하는 것은 당시 탈퇴에 투표한 유권자의 상당수가 명백하게 느낄 사회적·정치적 소외감을 강화할 것이다. 노동당 좌파인 ‘나침반 그룹’에 속해 있고 영국의 유럽연합 잔류를 지지하는 닐 로손은 국민투표 재실시 주장의 문제를 아주 잘 지적한다.
국민투표가 재실시될까 봐 두렵다. 많은 사람들이 [한 사안으로] 투표를 두 번이나 하는 것이 귀찮아서, 또는 “엘리트”들은 항상 승리하고 자기들이 승리할 때까지 우긴다는 사실을 보고 체념해서 투표하지 않아 유럽연합 친화적 입장이 승리할 수 있어서이다. 그들은 민주주의를 포기할 것이다. 그 누가 그들을 비난할 수 있을까? 나는 브렉시트가 가져올 사회적·경제적 타격이 생각만 해도 싫지만, 그와 꼭 마찬가지로 국민투표 재실시가 탈퇴 투표자들의 마음과 기대에 끼칠 악영향도 참을 수 없이 싫다. 그들은 한때는 [민주주의] 시스템을 신뢰했을 테고 인생에 민주적 배출구가 있었지만, 이제는 아니다. 정치와 민주주의는 이미 그들을 실망시켰고, 그들의 산업을 폐쇄했고, 그들을 주변부로 밀어내고 모욕했다. 그러고 나서 국민투표라는 절규 버튼을 제공했고, 그들은 정당하게 그 버튼을 눌렀다. 이제 와서 그들이 가진 권한의 마지막 한 조각까지도 빼앗을 수 있을까?
그 결과가 어떻든, 국민투표 재실시는 보수당 내 유럽 통합 회의론자들과 극우에게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 그들은 2016년 6월 국민투표 결과를 무시하려는 “엘리트”에 대한 대중의 배신감을 체계적으로 이용하고 이민 배척적 인종차별을 더 부추기려 할 것이다. 영국독립당이 활기를 되찾을 것이고 그런 환경은 파시스트 조직의 성장에 유리하다. 브렉시트 국민투표의 결과로 영국 사회가 우경화할 것이라던 예측은 꽤나 틀린 것으로 판명됐지만, 국민투표의 재실시는 그런 효과를 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국민투표 재실시는 2016년에 잔류냐 탈퇴냐를 놓고 분열했던 좌파를 더한층 분열시킬 것이다. 또한, 코빈을 고립무원의 상태로 둘 것이다. ‘모멘텀’은 국제홀로코스트추모동맹의 유대인 차별 규정을 지지하고 인종차별 반대 운동에서 철수하는 경향을 보였던 것과 마찬가지로 ‘민중 투표’도 지지했고, 이는 코빈을 지지·지원한다고 표방하는 ‘모멘텀’ 존재 이유와 크게 모순을 일으킨다. 그런데 극우가 제기하고 있는 위험은 좌파가 인종차별과 파시즘에 맞서 단결하는 것의 중요성을 극명히 보여 준다. ‘인종차별에 맞서자’ 연대체는 노동당 좌파 지도자들과 영국노총으로부터의 지지를 늘려 가고 있다. 이제 이 연대체를 진정한 대중 운동으로 변모시킬 때이다. 지금은 담대함이 필요한 때이기도 하다. 전 세계에서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의 정당성이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영국 국가는 폭풍우 치는 바다로 향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유럽연합에 관한 영악한 관찰자인 볼프강 뮌차우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양측의 계산 착오 탓에 “우리는 모두 아무 합의 없는 브렉시트를 준비해야 한다. 정치적 지도력의 변화, 즉 영국 총선 실시나 유럽 지도자들의 지위 변화 같은 더 한층의 사태 전개 없다면, 우리는 그것[아무 합의 없는 브렉시트]을 실현 가능성이 가장 높은 시나리오로 여겨야 한다.”
37 장기 침체와 그것이 낳은 헤게모니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려면 경제적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고, 인종차별적 우익과 그 안의 나치에 맞선 가장 강력한 반대를 최대한 결집해야 한다.
보수당의 우왕좌왕에 대응해서 코빈과 맥도넬이 대기업들에 대한 도전 수위를 올리는 것은 아주 옳은 일이다. 그래야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시티오브런던의 이윤 벌이를 촉진할 금융 거품 일으키기에 의존하지 않는 경제 모델을 개발할 기회로 삼을 수 있다.(비록 마틴 업처치가 그 모델의 실현이 얼마나 어려울지를 다루는 논문을 [《인터내셔널 소셜리즘》] 이번 호에 기고했지만 말이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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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Alex Callinicos, ‘Legends of the fall’, International Socialism 160(Autumn 2018)
↩
- 두 가지 괜찮은 조사 결과로는, Authers, 2018b와 Sandbu, 2018을 보시오. Authers, 2018a는 2008년 가을의 패닉 분위기를 잘 포착했다. 당시 아서스가 〈파이낸셜 타임스〉에 기고한 기사를 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다. 이 논문의 초고를 읽고 논평해 준 조셉 추나라, 카밀라 로일에게 감사한다. ↩
- Authers, 2018b에서 인용. ↩
- Tooze, 2018a, pp19-20. ↩
- 예를 들어 Callinicos, 2016, 파니치는 그 말을 2017년 11월 8일 런던대학교 킹스칼리지에서 “미국 제국을 넘어서기”라는 주제로 열린 ‘현대 마르크스주의 이론 세미나’에서 사용했다. 투즈식 주장에 대한 비판으로는 Ip, 2018을 보시오. ↩
- Tooze, 2018a, pp79, 81. ↩
- Tooze, 2018a, p81.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Fed”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
- Tooze, 2018a, p159. ↩
- Tooze, 2018a, pp9-10. ↩
- Tooze, 2018a, p219. ↩
- Panitch and Gindin, 2012. ↩
- Tooze, 2018a, p612. ↩
- Mander, 2018. ↩
- Mander, Wrigglesworth, and Smith, 2018. ↩
- Tooze, 2018a, p618; Gramsci, 1971, p178, Gramsci, 1975, III, p1579. ↩
- 예를 들어, Roberts, 2016 (《붕괴》에 대한 로버츠의 비평도 보시오 — Roberts, 2018) 그리고 Callinicos, 2010, chapter 1. ↩
- Gowan, 1999. ↩
- 고완의 탁월한 유작으로는 Gowan, 2010을 보시오. ↩
- Tooze, 2018a, p97. Simonazzi, Ginzburg, and Nocella, 2013, and Pradella, 2015와 비교하시오. ↩
- 지난 10~20년에 거쳐 재개된 집중과 중앙집권화 과정은 Moody, 2017이 다루는 주요 주제이다. Moody, 2017에 대한 서평은 《인터내셔널 소셜리즘》 이번 호에 토니 필립스가 기고했다. ↩
- Roberts, 2016, Choonara, 2018. ↩
- Tooze, 2018b, p20. ↩
- Keynes, 2010, pxviii. ↩
- Wolf, 2018. ↩
- Tooze, 2018a, chapters 23, 24. ↩
- Owoseje, 2018. ↩
- Gramsci, 1971, p210; Gramsci, 1975, III, p1603. ↩
- Palheta, 2018. ↩
- 아우프슈테텐에 대한 회의적 평가로는 Lochocki, 2018을 보시오. ↩
- 마틴 업처치가 《인터내셔널 소셜리즘》 이번 호에 기고한 논문과 함께 Blackburn, 2018을 보시오. ↩
- Pickard, Parker and Plimmer, 2018. ↩
- Callinicos, 2018. 이 소동에 대한 예리한 개관으로는 Finn, 2018을 보시오. ↩
- Jewish Chronicle, 2018. ↩
- Barker, 2017. 유럽연합과의 협상이 어떻게 될 것인지에 관한 상세한 설명으로는 Varoufakis, 2017을 보시오. ↩
- Clark, 2018. ↩
- Lawson, 2018. ↩
- Münchau, 2018. ↩
- 좌파적(온건한 개혁주의적) 관점에서 브렉시트를 설명하려는 흥미로운 시도로는 다음 두 글을 보시오 — Bickerton and Tuck, 2017 and Bickerton, 20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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