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중국 부채 위기와 민족문제
대중의 불만을 걱정하는 중국 지배자들 *
최근 시진핑으로의 권력 집중과 중국 사회에서 [체제] 순응을 강화하는 움직임은 새로운 성격의 개인 숭배라기보다는 산적한 경제적·사회적·정치적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지배계급의 대비와 관련 있다.
2018년 2월 말 중국공산당 지도부는 국가주석과 부주석 임기 제한(연임은 2회를 초과할 수 없다) 조항을 헌법에서 삭제하자고 제안했다. 며칠 후 중국 의회에 해당하는 전국인민대표대회는 이 제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변화의 주된 수혜자는 국가주석이자 공산당 지도자이며 군 수장인 시진핑이다.
중국 당-국가party-state 권력 구조의 변화들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마오쩌둥 사후, 중국공산당 지도부는 중국 체제가 지도자 1명과 동일시되는 것을 완화하려 애썼다. 공산당 핵심 지도기구인 정치국 상무위원회는 집단지도체제의 틀 내에서 지역 및 부문의 이해관계와 균형을 이루는 관행을 발전시켰다.
가장 최근의 상무위원회도 이 관행을 따르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2012년 시진핑이 당 지도자가 된 이후, 상무위원회는 당 지도부와 정부 관료들로 구성된 더 작은 규모의 “중앙영도소조”에 의사결정권을 위임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중앙전면심화개혁영도소조”를 이끌고 있으며, 다른 상무위원회 위원들도 이와 비슷한 영도소조의 핵심 위원으로 임명됐다. 즉 그들의 정치적 성공은 시진핑 덕분이다. 시진핑으로의 권력 집중을 강화하려고 당내에서 더 엄격한 규율을 강제할 권한을 가진 국가감찰위원회가 신설됐다.
주류 평론가들은 이런 정치 제도의 변화가 시진핑 개인 숭배와 관련 있다고 생각했다. 한 사례가 ‘시진핑의 새 시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사상’을 정교하게 만든 것이다. ‘시진핑 사상’은 2017년 10월 공산당 당대회에서 만장일치로 승인받았으며, 당대회 말미에 당장黨章에 포함됐다. 전임 공산당 지도자들 중 마오쩌둥과 덩샤오핑만이 당장에 이름을 올렸다.
‘시진핑 사상’의 이름이 단조로운 것만큼 내용도 대체로 진부하다. 국가 발전, 과학 혁신, 환경의 지속가능성, 평화로운 국제 환경 속에서 국가 안보 등 시진핑이 제시한 14가지 강조점에 대해 동의하지 않을 정치인은 중국 안팎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당-국가가 인터넷, 광고, 학교, 언론에서 널리 퍼뜨린 시진핑 메시지의 핵심은 공산당이 “모든 종류의 업무”를 지도하며, 군대에 대한 “절대적 지도력”을 갖는다는 것이다.
또한 당원들에게 경고하고 더 넓은 사회에서 정당성을 강화하기 위해 공산당은 규율을 강화하고 있다. 대학 20여 곳이 “시진핑 사상” 연구소 설립을 계획하는 한편, 국가가 어린이들에게 공산당에 대한 “애정”을 장려하기 위해 교육에 관한 새로운 지침을 발표했다.
정치적 탄압
최근 몇 년간 시진핑의 정적들은 정치·군사·기업·안보 부문의 최고위직에서 축출됐다. 엘리트뿐 아니라, 노동 인권 활동가, 페미니스트, 민주화 운동가, 환경 운동가들이 1989년 톈안먼(천안문) 광장 대학살 이후 가장 심각한 정치적 탄압에 직면해 있다.
변호사들은 수감됐고, 언론의 비판은 억제됐으며, 인터넷 감시가 강화됐다. 신장 서부 출신의 망명한 위구르 무슬림이, 이전의 티베트인들처럼, 색출돼 중국으로 송환됐다.
1949년 혁명 당시 공산당은 중간계급 출신의 스탈린주의 지도자들이 지배하고 있었지만, 당원은 대부분 농민과 노동자들로 구성됐다.
오늘날 8800만 당원은 엄청나게 부유한 기업가, 경영자, 기술자, 교사와 학생들(구성원의 약 40퍼센트)로 구성돼 있다. 이들에게 공산당은 사회적·정치적 성공을 위한 수단이지만, 당원들과 더 넓게는 사회 전반에서 사회 통제의 대리인 구실을 한다.
시진핑 집권 하에서 공산당의 체제 순응주의적 문화는 심화됐다. 서구 언론들은 일부 관료들과 하위 공무원들이 개인적으로 시진핑에 대한 의구심을 표명했다고 보도하지만, 공포 분위기도 강화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것은 결국 위험을 감수하는 것을 꺼리게 하고, 잠재적으로 정책 마비를 불러일으킨다.
또한 국가 및 지역 지도자들의 거창하고 낭비적인 프로젝트 같은 실수들이 비판받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점점 커지는 온라인 내 반대자들의 목소리를 제외하면 말이다. 공산당 내에서 순응하는 것은 결국에는 사회적 저항의 분출 가능성을 억제한다.
하지만 공산당이 내부적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할지라도, 그 권력과 영향력은 사회 구석구석까지 미치고 있다. 대략 10명 중 1명이 공산당 당원이며, 거의 모든 사람들이 [주변의] 당원을 안다. 또한 당원에게 주어지는 후원과 영향력을 안다.
당 세포들은 모든 국유기업에서 활동하지만, 지난 20년간 대규모 민영화가 진행된 이래로 지금은 국가가 민간기업들에도 당 세포들을 설립하라고 압력을 가하고 있다. 세계 5위인 디지털/하이테크 민간 대기업인 텐센트는 당원 7000명(직원의 4분의 1)을 고용하고 있으며, 그중 절반 이상이 핵심 직책을 맡고 있다. 이런 당 세포들의 핵심 기능은 노동자들을 단속하는 것이다.
시진핑과 같은 초기 세대 당 지도부들의 특권층 자녀들은 특권과 개인적 보상을 기대한다. 하지만 권력 집중과 권위주의 강화를 시진핑의 개성으로 설명하는 것은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는 것이다.
파벌 경쟁 중심으로 보는 관점도 한계가 있다. 엘리트 내부의 긴장과 더불어 시진핑 하에서 수년간 지속된 개혁이 서서히 역전되고 있다는 불만이 공산당 최상층부에서 번지고 있다. 지역 당위원회 의장과 국유기업 경영자는 후원과 부패를 바탕으로 권력망을 구축했다.
견해차
급속한 경제 자유화(남아 있는 국유기업의 민영화를 포함)를 원하는 부류와 경제 발전의 기여와 사회 저항 및 불안정성에 대비해 필수 보험으로서 복지와 의료 및 연금 지출을 적당히 향상시키면서 국가 규제를 지지하는 부류 사이의 견해차가 존재한다.
중국 지배계급은 단일하지 않다. 하지만 대략 공통된 견해를 공유하고 있다. 덩샤오핑 이후 모든 핵심 지도자들은 일당 권위주의를 통해 기업과 시장의 경제적 자유와 정치적 규제의 결합을 추진해 왔다. 현재 공산당은 새로운 기업 엘리트와 복잡한 관계망으로 얽혀 있다. 지도자들이 갖고 있는 권력은 세습되고, 그다음으로 전략적으로 배치된 자녀들(특히 첨단기술과 통신분야)에게 넘어간다.
아마도 이 권력 구조의 중심에는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을 비롯한 과거 엘리트 계층의 후손 100명이 있을 것이다. 그들은 압도적으로 시진핑 지지자들이다. 권위주의적 권력 집중은, 시진핑 개인에게 좋은 일이겠지만, 중국 자본주의의 새로운 문제와 미래의 불안정에 대한 대응책이라고 설명하는 게 더 효과적이다.
마오쩌둥주의의 주된 대중적 정통성은 1930~1940년대 유럽 강대국들과 일본의 수중에 놓였던 굴욕의 시대를 끝내고 독립적인 국가 발전을 이룩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하는 데 있었다. 마오쩌둥 사후, 40년 동안의 경제 발전은 공산당의 정당성을 굳히는 데 도움이 됐다. 10억 명 중 3분의 1은 극심한 가난에서 벗어났고, 3명 중 한 명은 개인적으로 크게 성공한 사람을 안다고 보도됐다.
그렇다면 왜 중국 지배자들은 정권의 정당성을 걱정하는 것일까?
1978년 이래로 불평등은 급속히 가속화되는 반면, 공산당 관료들은 경제 변화의 결실을 대부분 차지했다. 2012년 〈블룸버그〉 보도를 보면, 시진핑과 그의 아내의 재산은 수억 달러에 달했으며, 당시 국무총리였던 원자바오의 재산은 27억 달러라고 〈뉴욕 타임스〉가 보도했다. 더 일반적으로 부패와 냉소주의가 공산당 내에 만연했다.
확연한 불평등
대중은 중국의 확연한 불평등을 잘 알고 있으며, 부분적으로는 그 결과로서 공산당이 사회 전체를 대표한다는 주장에 점차 무관심해지고 있다. 대중은 경제생활의 개선과 안정이 지속되는 동안엔 이런 상황을 용인할 것이다. 하지만 수백만 명은 기업과 당국이 연계된 부패(특히 지방 및 지역 차원)에 분노한다.
관료들은 민간자본의 이익을 위해 국가 권력을 폭넓게 사용하는데, 이는 그들이 민간자본한테 받은 호의에 대한 보답이다. 예를 들어 민간 개발자에게 공유지를 판매하고, 기업에 환경 규제를 강제하지 않는 식이다.
시진핑 사상으로 공산당 규율을 강화하고 최근 몇 년 동안 부정부패를 단속했던 것은 광범한 부패로 공산당의 정당성이 위협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중앙 상무위원회, 군 고위직, 국유기업 경영진의 10퍼센트 이상을 비롯해 50만 명이 넘는 관료들이 체포됐다.
시진핑은 아슬아슬하게 줄 위를 걷고 있다. 그는 대중적 분노에 직면해 부패를 그대로 둘 수도 없지만, 부패 단속이 조성하는 포퓰리즘적 “적색 문화”가 부활하는 것에 분노하는 관료들 가운데 정적이 만들어질 위험도 있다. 시진핑은 자신의 지도력에 마오쩌둥주의 정당성이라는 겉치장이 덧붙어지길 바란다. 또한 부패와 연계되곤 하는 부동산 개발을 축소함으로써, 지배자들은 경제 성장이 더욱 둔화할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또한 위험한 수준에 이른 높은 부채를 처리하는 더 엄격한 금융 규제 때문에 이 위험은 가중된다.
부패와 불평등은 중국 지배자들에게 당면한 문제이다. 그러나 시진핑의 부패 단속에서 핵심은 대중 투쟁에 대한 장기적인 우려 때문이다.
서방 지도자들은 오랜 기간 중국 기업 엘리트의 팽창이 궁극적으로 공산당 통치에 도전하고, 정치적 자유를 이끌 것이라는 확신을 품고 있었다. 실제로는 경제 및 정치적 엘리트 모두가 중국 특색의 자본주의 시스템 내의 구조적 상호 의존 관계에서 엄청난 이익을 얻고 있다.
민간 기업에 당 세포를 받아들이라는 압력은 어느 정도는 조직된 민간 자본가 계급이 출현할 가능성에 대한 공산당의 대응이다. 또한 이는 외국계 기업 감시 수단이기도 하다. 하지만 당과 자본의 연계 세력이 공산당 통치에 도전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중국 지배자들의 진정한 우려는 점차 의식적이고 전투적으로 변모하는 노동계급이다.
노동력 부족
앞선 중국 특집 기사[본지 28호, ‘중국 국가자본주의가 직면한 새로운 압력들’]에서 농민공과 저임금 모델은 유지될 수 없다고 언급했다. 홍콩에 소재한 노동운동 단체인 ‘중국노동회보’China Labour Bulletin는 일부 도시와 부문이 노동력 부족에 직면했으며, 최근 몇 년 동안 노동자들이 임금 인상과 여러 혜택을 쟁취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지난 5년간 중국의 많은 지역 당국은 최저임금을 2배로 올려야만 했다. 작업장에서의 세력 균형이 변하기 시작했다.
이런 변화는 작업장 밖으로도 퍼지고 있다. 선전의 제조회사 자스커지 노동자들이 독립적인 노조를 조직했다는 이유로 2018년 8월에 대규모 체포되는 일이 벌어지자, 대학 10여 곳에서 학생들이 노동자들을 지지하면서 사법제도에 이의를 제기했다. 자스커지 경영진 2명이 선전시 의회에 들어가 있으며, 공산당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자스커지 논란은 잠재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첫째, 자스커지 투쟁은 정치적 요구를 내건 새로운 투쟁의 일부다. 국가가 운영하는 공식 노동조합이 임금과 노동조건을 둘러싼 투쟁만 허용된다며 투쟁을 제한하는 것에 그들은 도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제한은 올해 성省들을 가로질러 파업과 시위를 조직한 단체들한테 도전받고 있다.
둘째, 선전 학생들은 혼자가 아니다. 학교의 압력과 학생 활동에 대한 탄압(마르크스주의 읽기 모임도 포함)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노동자 투쟁에 점점 더 많이 참여하고 있다. 시진핑이 집권하면서 활동을 제약받은 노동 인권 NGO들과 성폭행과 성추행 문제를 부각시킨 미투 운동의 여성들 다수도 함께하고 있다.
노동자 투쟁에 대한 학생들의 지지는 1968년 5월 프랑스와 유사하다. 이탈리아와의 유사점도 나타난다. 전후 장기간 호황 동안, 노동조합 역사가 없는 [이탈리아] 남부의 농촌 노동자들과 농민의 이주는 이미 파시즘으로 취약해진 북부의 노동 운동을 약화시켰다. 하지만 1960년대 초 파업 물결은 남부 노동자들과 북부 노동계급의 통합을 반영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1969년 [이탈리아의] “뜨거운 가을”은 당시 역사상 가장 큰 총파업이었다.
중국에서는 이주의 흐름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으며, 농민공들이 점점 더 안정화되면서 자신감을 얻고 있기 때문에 독립적인 노동계급 활동이 증가하고 있다. 규모는 비교적 제한적이지만, 중국에서 “뜨거운 가을”이 벌어질 조건은 발전하고 있다.
탄압 기구
자스커지 노동자들에 대한 국가의 단속은 공산당 당국이 엄청난 탄압 기구를 이용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 준다. 그러나 공산당은 중요한 지지기반도 가지고 있다. 공산당 당원의 이점은 수천만 명에 이른다는 점이다. 새롭게 등장한 부유한 중간 계급이 국가 자본주의 하에서 성장했다. 국가는 적어도 당분간은 자립적인 중국에서 공산당을 통해 더 나은 삶을 희망할 수 있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탄압과 동의의 결합이 앞으로 몇 년 동안 유지될 수 있을까?
민족주의는 오랜 기간 세계 지배자들이 노동자들의 분노를 굴절시켜 가상의 해외 적국들을 향하도록 하는 데 사용돼 왔다. 시진핑의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응을 위한 중국몽”은 바로 그런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세계적 힘에 대한 시진핑의 거창하기만 한 미사여구는 트럼프의 관세 전쟁을 촉발시켰다며 중국 내에서 비난을 받았다. 시진핑은 중국이 “파도를 헤치고 승리로 나아가기” 위해 “새 시대의 강력한 동풍”을 올라 타자고 말했었다. 심각한 무역전쟁은 경제 성장의 하강 압력을 높일 것이다.
중국의 공식 “마르크스주의”가 사회 현실과 모순되지만, 중국 지배자들은 경제 성장이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최근 수십 년 동안 중국 지배자들은 자신들의 정통성을 강화하고, 수천 년의 중국 문화에 대한 책임을 주장하기 위해 새로운 유교 숭배를 채택했다.
유교는 화합과 통합, 질서, 그리고 군주에 대한 존경을 강조한다. 추상적으로 유교는 “평지풍파를 일으키지 마라”, “우리가 너희를 돌볼 것이다” 하는 메시지가 내포돼 있기 때문에 국가 이데올로기로서 유용한 도구다. 하지만 종교 사상은 급진적인 비판을 형성할 수도 있으며, 대중적 분노와 소외로 연결될 수 있다.
경제적(그리고 환경을 포함한 다른 부문) 문제들이 펼쳐지면 많은 사람들이 물을 것이다. “어떻게 억만장자인 지도부와 다수의 농민과 노동자들 사이에서 조화가 이루어질까?” 수백만 사람들이 거대한 불평등과 부패, 환경 오염을 견디고 있지만 엘리트들은 이를 피해가는 상황에서 정의, 진실성, 박애와 같은 유교 가치가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도 물을 것이다. 이런 질문에 대한 중국 노동자들의 답변은 매우 흥미로울 것이다. 그 답변을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길지 않았으면 한다.
MARX21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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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Adrian Budd, ‘Rulers make ready for discontent’, Socialist Review Oct.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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