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우파 부상의 원인과 대안
극우의 지형 *
영국의 연대체 ‘인종차별에 맞서자’ 공동 조직자 웨이먼 베넷이 지난 10년간 극우의 위기와 재건을 돌아 보고, 오늘날 영국에서 인종차별과 파시즘에 반대 운동이 직면한 위협을 가늠해 본다.(이 글은 그가 개인 자격으로 쓴 것이다.)
파시즘과 극우의 성장은 주로 2008년 경제 위기의 결과물이다. 신자유주의적 중도파의 입지가 좁아져 양극화로 이어졌고, 왼쪽에서는 제러미 코빈 같은 인물이 부상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국가가 이민자와 무슬림을 특히 표적 삼아 인종차별을 조장한 데서 득을 본 새로운 우파가 점점 성장했다.
극우의 언사를 차용하는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해, 전 세계 인종차별주의자들과 파시스트들의 기세가 올랐다. 트럼프의 당선으로 미국도 다양한 종류의 극우 조직이 많은 표를 얻는 국가 대열에 합류했다. 그 대열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우익 인종차별주의자와 파시스트로 이루어진 독일을 위한 대안당AfD은 독일 연방의회에서 97석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주로 난민과 무슬림에 반대하는 인종차별을 부추기면서 성장했다. 2018년 12월 브라질의 자이르 보우소나루는 반反 좌파 위협과 인종차별로 가득 찬 대선 캠페인을 벌이면서 당선했다.
2013년 슬로바키아에서 네오나치 마리안 코틀레바는 로마인[집시] 반대 인종차별 캠페인을 벌여 슬로바키아에서 6번째로 큰 주의 주지사로 당선했다. 4년 뒤에는 선거 참패로 주지사 자리를 잃었으나, 현재 ‘우리의 슬로바키아당’ 대표로 대선 후보에 나서고 있다. 이 당은 제2차세계대전 당시 친나치 성향의 전쟁 정부를 찬양하는 조직이다.
우리는 우파 총리 빅토르 오르반이 집권한 헝가리 같은 “제한적 자유주의 국가”의 부상을 목격하고 있다. 이 나라들은 파시스트 국가는 아니지만, 다음과 같은 정책을 추진하면서 파시스트들을 고무시킨다. 이슬람교 율법에 따라 도축된 고기(할랄)와 유대교 율법에 따라 마련된 고기(코셔) 금지하기, 로마인을 처벌하고 희생양 삼기, “통합될 수 없는 사람들”(나치 용어다)에 대한 인종차별적 거짓말 되풀이하기 등. 오스트리아에서는 보수당인 국민당이 파시스트 정당 자유당을 끌어들여 연정을 구성했다. 오스트리아에서는 파시스트 합법화가 이뤄졌는데, 이는 제2차세계대전 이후 유지돼 온 일종의 사회적 저지선이 무너진 것이다.
이데올로기적 영향력
1 같은 조직이 극우 이데올로기의 영향력을 강화하려 들고 있다. 주로 대학과 젊은 “지식인층”에 기반을 둔 ‘제너레이션 아이덴티티’는 새로운 “대안 우파”의 ‘브레인’을 자처하며, 좌파·다문화주의자들을 상대로 이데올로기적 “문화 전쟁”을 벌인다고 생각한다.
이와 더불어 ‘제너레이션 아이덴티티GI’이 모든 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 파시즘과 극우가 영국과 세계 곳곳에서 권력을 잡는 일이 불가피할까?
이쯤에서 스피노자의 말을 되새길 만하다. “울지도 웃지도 말고 그저 이해하라.”
히틀러의 나치당과 무솔리니의 파시스트당의 성장을 살펴 보면, 그들이 성장했던 1920~1930년대에는 [자본주의의] 위기가 더 깊었으며, 그들은 오늘날 파시스트들보다 거리 조직이 더 컸다. 1933년 나치 집권은 그들을 막기 위해 단결하지 못한 좌파들의 기량 부족에도 일부 책임이 있었다. 이탈리아에서는 1922년 무솔리니의 로마 행진 때까지만 해도 좌파가 개입해 파시즘을 저지할 여지가 있었다.
이탈리아와 독일 모두에서 지배계급이 파시스트를 권좌에 끌어올렸다. 1917년 러시아에서 일어난 노동자 혁명에 대한 깊은 두려움 때문이었다. 그들은 노동계급 조직이 파괴되기를, 그것도 물리적으로 완전히 파괴되기를 원했고, 이를 위해 극우들의 대중 조직이 필요했다.
무엇보다도 파시즘은 철저한 극우 대중 운동이다. 파시즘은 부르주아 민주주의 국가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해 대중 운동을 필요로 한다. 지금으로서는 [체제의] 위기가 심각하지만 대부분의 국가에서 종류를 불문하고 나치가 집권하려면 갈 길이 멀 듯하다. 그러나 오늘날 극우가 위험한 이유는 그들이 주류 정치를 우경화시키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극우 세력은 크게 네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1) 옛 나치의 상징물들을 차용하고, 홀로코스트를 부정하는 정당들이 있다. 그리스의 황금새벽당이 그 예이다. 그들은 나치당을 모방하려 한다.
2) 공공연한 파시즘의 상징들을 버리고, 대중에 다가가기 위해 ‘갱생과 수용’ 전략을 사용하는 정당들이 있다. 프랑스의 국민연합(이전의 국민전선)이 이에 속한다.
3) 인종차별적 우파 포퓰리즘 정당이 있다. 영국독립당Ukip이 그 사례다. 이들은 부르주아 민주주의의 조직 기준들을 받아들이면서 인종차별과 반이민 주장을 통해 선거에서 많은 표를 얻으려 한다.
2 와 영국의 영국수호동맹EDL과 그 후계 조직인 축구사나이연맹FLA 등이 이에 속한다.
4) 거리 운동을 키우는 조직들이 있다. 독일을 위한 대안당AfD의 전신인 페기다PEGIDA영국 극우의 최근 10년을 이해하려면 영국국민당BNP의 몰락부터 봐야 한다. 1970~1980년대에 [존재했던 영국 파시스트 단체] 국민전선NF이 붕괴한 이래로 영국국민당은 영국의 주요 파시스트 조직이었다. 영국국민당이 선거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던 때는 2009년 선거다. 당시 영국국민당은 유럽의회 의원을 두 명 배출했고(앤드류 브론스가 요크셔험버 지역구에서, 당 대표 닉 그린이 노스웨스트잉글랜드 지역구에서), 지방의회 의원을 55명 배출했다. [이후] 영국국민당은 영국 전역에 지부를 건설했다. 영국국민당은 영국 판 프랑스국민전선FN, 즉 파시스트 사상 전파와 조직 건설을 목표로 하는 “합법적인” 조직을 자처했다.
대규모 반파시스트 캠페인의 결과로 2013년 지방선거에서 영국국민당의 지방의회 의석은 고작 2석으로 줄었으며, 2014년 유럽의회 선거에서 앤드류 브론스와 닉 그린은 의석을 잃었다. 영국국민당의 패배는 결코 확정적인 일이 아니었다. 영국국민당은 나치 거리 운동 조직이 되고자 하면서도 점잖은 선거 정당이 되고자 하기도 하는 내적 모순 또한 그 당의 기반이 무너지는 데에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인종차별 반대 운동이 영국국민당을 나치라고 규정하고 이를 폭로한 것이 지지 하락에 핵심적 구실을 했다.
영국국민당이 몰락하면서 극우 진영이 분열했고, 뒤이어 두 세력이 성장했다. 첫째는 인종차별적 포퓰리스트 정당 영국독립당Ukip이었다. 영국독립당은 영국국민당의 표를 쓸어 담았다. 둘째는 인종차별적 거리 운동 조직인 영국수호동맹EDL이었다. 영국수호동맹은 영국국민당이 선거에 몰두하는 동안 [거리에서] 지지를 건설해 왔다.
영국독립당은 2014년 유럽의회 선거에서 27.5퍼센트를 득표하고 유럽의회 의원을 24명 배출하는 눈에 띄는 성적을 거두었다. 영국독립당은 2015년 영국 총선에서 380만 표를 얻어 3위를 했다. 선거제도 때문에 의석은 한 석밖에 얻지 못했지만 말이다. 영국독립당은 이주민 반대, 유럽연합 반대를 초점으로 삼았다. 그러나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영국독립당은 지지가 추락해, 2017년 총선에서는 60만 표도 얻지 못했고, [2018년 3월] 현재 영국독립당이 확보한 유럽의회 의원 숫자는 7명이다.
2009년부터 영국수호동맹은 영국국민당 당원 출신인 토미 로빈슨(본명은 스티븐 약슬리 래넌이다) 주도 하에 거리로 진출했다. 영국수호동맹은 무슬림 혐오 인종차별을 핵심 무기로 사용했다. 영국국민당은 아프가니스탄·이라크를 상대로 한 제국주의 전쟁 이후 국가가 부추긴 인종차별에서 득을 봐 성장했다. 그들은 무슬림을 “내부의 적”으로 묘사했고, 무슬림 사원을 공격했으며, 루턴·버밍엄 같은 무슬림 밀집 지역을 표적으로 삼았다.
파시스트 핵심부
영국수호동맹은 전성기였던 2010~2011년에만 해도 거리 행진에 최대 5천 명까지 동원할 수 있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인종차별·파시즘 반대 운동의 압력과 내부 분열 때문에 분열했다. 2011년 노르웨이의 네오나치 테러리스트 아네르스 브레이비크와의 연계가 드러나면서 영국수호동맹 핵심부에 있는 파시스트의 존재가 알려졌다. 2012년 영국수호동맹은 다문화 지역인 런던 동부의 월섬스토 지구를 행진하려다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지역주민 4000명에 저지당해 자신감이 박살났다. 영국수호동맹은 2013년 타워햄리츠 인근에서도 비슷한 굴욕을 맛봤다. 영국수호동맹 시위대 600명이 거리 행진을 시작하기도 전에 반파시즘 시위대 5000명에 저지당한 것이다.
이밖에도 반파시즘 운동이 몇 차례 승리를 거두면서 영국수호동맹 내부에 위기가 닥쳤고, 영국수호동맹은 분열했다. 영국수호동맹 대표 토미 로빈슨 등 유명인사들이 모두 조직을 탈퇴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자유주의적 기득권층이 영국수호동맹의 주장 일부를 받아들였기 때문에 영국수호동맹이 초기에 성장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영국수호동맹이 긴축과 이민 “문제”에 반대하는 진정한 “백인 노동계급” 운동이라는 주장 말이다.
영국수호동맹이 몰락하면서 인종차별적 우파 거리 운동에 공백이 생겼다. 2017년 런던브리지·웨스트민스터 테러, 맨체스터 공연장 폭파 사건이 무슬림 혐오 강화에 이용되면서 [인종차별적 운동에] 초점이 제공했다. 2017년 여름 축구사나이연맹FLA이 2만 명 규모의 행진을 최초로 벌였다.
축구사나이연맹은 초기의 영국수호동맹과 비슷한 점이 많지만, 애초에는 분명 파시스트들의 영향 하에 있지 않았다. 축구사나이연맹은 영국수호동맹보다 광범하고 인종차별적인 거리 운동이다. 애초에는 과격한 축구 팬들이 이 단체의 주요 회원들이었지만, 다양한 계층에서 불만에 가득 찬 인종차별주의자들이 축구사나이연맹에 이끌렸다. 축구사나이연맹은 영국수호동맹보다 정체가 더 모호하고 더 포퓰리즘적인 운동이었다. 축구사나이연맹은 자신들이 인종차별적이라는 점을 부인했다. 이들은 좌파의 구호를 모방해 ‘혐오에 맞서 단결하자’고 주장했다.(이들이 말하는 ‘혐오’는 무슬림 테러리즘이다.)
이들은 “반反극단주의”를 천명하며 초기에는 토미 로빈슨 같은 인물들을 극우파라 비난하며 거리를 뒀다. 그 후 토미 로빈슨은 영국수호동맹 잔당들을 축구사나이운동으로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축구사나이연맹 [기존] 지도부는 토미 로빈슨이 행진에 나오면 안 된다고 주장했지만, 로빈슨은 행진 대열에서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극단주의적 견해
2018년 봄 영국 재향군인회는 축구사나이연맹 회원들의 극단주의적 견해를 우려해 그들에게서 받은 기부금을 반환했다. ‘인종차별에 맞서자’Stand Up to Racism를 비롯한 인종차별 반대 운동의 폭로 덕분이었다. 이 때문에 축구사나이연맹 창립자 존 메이건이 사임했고, 그 후로도 내부 소동과 분열이 이어져 2018년 중반 민주축구사나이연맹DFLA이 결성됐다.
극우파가 이토록 빠르게 나타났다 사라지는 것을 보면 오늘날 어떻게 극우가 성장하는지를 알 수 있다. 갑작스럽게 폭발했다가 곧 스러지는 분노가 있는 것이다.
2018년 7월 런던에서 약 1만 5000명이 참가한 토미 로빈슨 석방 운동이 그 최근 사례다. 새 대표 제라드 배튼 하의 영국독립당 우경화 이후 우파를 결집하려는 시도였다.
2018년 토미 로빈슨은 무슬림 남성이 아동 성 착취 혐의로 기소된 사건을 보도하는 과정에서 법정모독죄로 체포됐다. 로빈슨은 이 사건을 인종차별을 부추길 도구로 이용했다. 그는 거리와 온라인에서 운동을 크게 건설했고 많은 돈을 모금했으며 국제적 지지를 모았다. 로빈슨이 체포됐을 때 독일을 위한 대안당, 오스트리아 파시스트 운동, 도널드 트럼프와 프랑스 국민연합 대표 마린 르펜의 대변인들이 지지 메시지를 보냈고, 75만여 명이 로빈슨의 석방을 요구했다.
영국독립당의 선거 성적이 나빠지면서 내부 위기가 이어졌다. 2016년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물었던 국민투표 당시 이 정당의 핵심적 강령이 화제에 올랐다. 극단적 인종차별주의자 앤 마리 워터스 등 일부 인사들은 영국독립당이 이주민 반대 선동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결과 당 대표 제라드 배튼은 토미 로빈슨과 함께하기로 방향을 전환했다. 선거 중시 세력과 거리 운동 세력을 통합하기 위해서였다.
아직까지는 이 전략이 선거에서 성과를 낼 것이라는 근거는 희박하다. 그러나 여전히 가능성은 있다. 특히, 브렉시트가 철회되거나 연기될 경우에는 가능성이 더 높아질 것이다. 2019년 2월 〈BBC〉 지사 앞에서 토미 로빈슨은 유럽의회 선거 출마 계획을 흘렸고, 영국독립당 전 대표 나이절 패라지는 브렉시트가 3월 29일 이후로 연기될 경우 새 조직을 만들어 정계에 뛰어들 것이라고 밝혔다.[이후 패라지는 브렉시트당을 창당했고, 5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대승을 거뒀다. 토미 로빈슨은 반파시즘 운동에 밀려 낙선했지만 말이다.]
극우 세력들은 산산히 분열해 있지만, 그럼에도 이들은 여전히 심각한 위협이다. 브렉시트 파탄, 긴축에 맞설 [운동의] 전략 부족, 차기 노동당 정부의 실패 등 어느 하나라도 새로운 극우 운동이 성장하거나 기존 극우 세력이 부활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극우 세력은 언제나 “평범한 사람들”, “노동계급”이라는 외피를 쓰고 싶어 한다. 그래서 프랑스에서 노란 조끼를 참칭하는 “네온 나치”들은 마크롱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맞선 위대한 대중 봉기를 가로채려 했다. 의미 있는 규모를 모으는 데에는 실패했지만 말이다.
폭력적 본성
네오나치들의 위협적이고 폭력적인 본성 때문에 극우 세력들은 위기를 맞으면 얼마든지 테러라는 방법을 사용할 수도 있다. 그 동안 무슬림 사원과 히잡을 착용한 여성, 사회주의 서점과 모임을 상대로 한 공격이 늘어났다. 유대인 공동묘지 훼손, 칼 마르크스 무덤 파손 사건도 있었다. 극우 세력들이 간부들을 단결시키기 위해 이 모든 일을 자행한 것이다.
3 시위 이후 최대 규모였다. 이 시위는 맞불 시위 참가자들에 심각하면서도 본능적인 위협을 가했다. 극우 시위의 규모가 맞불 시위의 규모보다 현저하게 컸던 것이다.
노동운동과 좌파에 제기되는 물음은 ‘어떻게 저항을 조직할 것인가?’ 이다. 축구사나이연맹이 최초로 주도한 시위는 1930년대 검은 셔츠단연대체 ‘인종차별에 맞서자’와 ‘파시즘에 맞서 단결하자’Unite Against Fascism는 사태 변화에 핵심적 구실을 했다. 운동은 주로 축구사나이연맹과 다른 극우 조직들의 정치, 파시스트와의 연계를 폭로했다. 이에 힘입어 2018년 여름에 ‘인종차별에 맞서자’는 주요 노동조합들과 함께 11월 17일 국제적 극우 반대 대중 시위 개최를 호소했다. 다문화 국가인 영국에서도 집회가 조직됐는데, 노동당뿐 아니라 사회주의 단체도 집회 건설에 기여했다.
제러미 코빈 대표가 이끄는 노동당이 성장한 것은 사회주의 사상과 반파시즘 사상의 청중이 광범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이 역시 극우에 맞서 수많은 사람들이 행진에 참가하는 동력이 됐다.
2018년 12월 9일 토미 로빈슨은 영국독립당을 동원해 브렉시트 지지 행진을 호소하면서 영국 정계에 뛰어들려 했다. 로빈슨은 그 행진에 최대 10만 명이 참가하리라 예상했다. 그러나 실제로 집회 규모는 5000명에 불과했다. 인종차별·파시즘 반대 시위대 1만 명이 맞불 시위를 벌였다. 좌파에 한 방 날리기는커녕 완전히 헛발질한 것이다.
왜 이렇게 됐을까? 극우가 무슬림 혐오라는 자기 전공 분야가 아니었다는 점 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뿐만은 아니다. 극우는 주류 정치 쟁점에 관해 주장할 때도 강경 우파 정치와 연결시킬 수밖에 없는데, 그들이 강경 우파 정치를 밀어붙이려 하면 할수록 [극우에 맞선] 대중 저항이 성장할 가능성이 커짐을 보여 준 것이기도 하다.
우리가 다수라는 것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 히틀러의 전략은, 좌파를 분열시켜 사민당과 공산당이 자신들을 저지할 광범하고 단결된 반파시즘 세력을 형성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러시아 혁명가 레온 트로츠키는 공동전선 이론을 제시했다. 공동전선 이론의 핵심은 혁명가들이 우파의 부상을 가장 효과적으로 저지하기 위해 광범한 층의 노동자들을 단결시키는 것이다.
트럼프와 같은 인종차별적 우파 포퓰리스트들, 축구사나이동맹 같은 극우·파시스트의 거리 운동에 맞설 전략이 필요하다. 트럼프의 영국 방문에 항의하는 [2018년 7월] 시위에 참가한 25만 명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극우·파시스트 운동은 가까운 미래에 성쇠를 거듭할 수 있다. 따라서 인종차별과 파시즘에 반대하는 운동을 사회에 깊숙이 뿌리내려 파시스트들이 안착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전략을 제시하는 것이 사회주의자들의 가장 중요한 과제다. 사회주의자들은 노동조합·대학·중고등학교들에서 연대체 ‘인종차별에 맞서자’를 건설하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활동해야 한다.
환경 문제, 경제 위기, 전쟁 그리고 파시즘이라는 네 가지 대재앙이 목전에 닥쳤다. 이런 재앙들은 인류가 협력해 함께 살아가는 데에 위협이 된다. 파시즘은 야만주의의 정치적 표현이다. 독일 혁명가 로자 룩셈부르크가 살해당한 지 100년이 되는 오늘날, 대안은 사회주의여야 한다. 중도파가 몰락하고 왼쪽으로뿐 아니라 오른쪽으로도 양극화가 벌어지는 지금 대안을 건설해야 한다. 사회의 근본적 전환을 주장하는 혁명적 정당이 그 중심에 있어야 한다.
MARX21
주
-
출처: Weyman Bennett, ‘The landscape of the far right’, Socialst Review March, 2019
↩
- [역자 주] 유럽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극우 운동 중 하나다. 이 조직은 7년 전 프랑스에서 만들어졌고, 지금은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독일, 영국 등 많은 유럽 국가들에 지부를 두고 있다. 이들은 기독교도인 백인 유럽인들의 정체성과 문화가 이민과 이슬람화로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
- [역자 주] 페기다는 서양의 이슬람화에 반대하는 애국적 유럽인이라는 의미로, 2014년 10월에 독일의 한 시위에서 시작된 이슬람의 폭력적 활동을 억제하는 것을 내건 극우 정치 단체와 그 활동을 의미한다. ↩
- [역자 주] 베니토 무솔리니가 이끈 이탈리아 파시스트 무장 부대. 제복으로 검은 셔츠를 입었고, 사회주의 단체를 파괴하기 위해 조직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