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33호를 내며
이번 호에는 모두 5편의 글을 실었다.
“정의당의 그린뉴딜 ─ 기후 위기 극복과 자본주의를 조화시키려 하기”는 정의당의 ‘그린뉴딜’ 정책에 대한 비판적 지지 입장에 기초한 논평이다. 정의당이 제시한 그린뉴딜 정책에는 지지할 만한 내용이 많다. 하지만 이 글은 정의당의 그린뉴딜 정책이 급진적 성격과는 모순되는 내용들도 포함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정의당은 그린뉴딜을 통해 경제 대전환을 이루겠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 화석연료에 기반한 현재의 생산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내용은 포함하고 있지 않다. 이 글은 정의당의 그린뉴딜 정책이 사회민주주의적인 계급 타협적 지향 속에서 구상된 정책이며 그 내에 존재하는 모순을 볼 필요가 있다는 점도 지적한다.
“이윤 지상주의의 심각한 폐해를 보여 주는 중국의 환경 문제”는 중국의 환경 문제들의 실태를 살펴본 다음 중국 사회의 운영 원리와 환경문제를 연결시켜 다룬다. 또한 이 글은 중국의 환경 문제가 많은 인구 때문이라는 주장을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그리고 환경 문제에 대한 대안은 중국 사회의 변화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점과 환경이 특정 국가에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국제주의적 대안이 필요하다는 점을 주장하고 있다.
“고립의 종식? 팔레스타인과 아랍 혁명”은 중동이 정치적 격변에 휩싸인 시기에 팔레스타인인들이 처한 곤경과 함께 팔레스타인 민족주의 운동의 성장과 쇠락을 다루고 있다. 또한 이 글은 팔레스타인 지도자들의 이데올로기적 지향, 이스라엘과의 타협, 신자유주의의 열렬한 수용도 다루고 있다. 그 외에도 이 글은 2011년 중동에서 널리 퍼진 혁명적 투쟁들, 특히 이집트 혁명에서 팔레스타인 문제가 보여 준 중요성을 지적하면서 팔레스타인 투쟁이 중동 전역의 사회적 변혁을 위한 투쟁의 일부로 여기는 새로운 전망 등을 제시한다.
“중국, 티베트, 좌파”는 이 글이 작성될 때인 2008년 티베트인들의 항의 운동을 소개한 다음 1949년 이후 티베트의 역사를 간략하게 서술한다. 또 티베트는 역사적으로 중국 영토였다는 주장, 달라이 라마는 봉건제를 지지하는 반동적 인물이라는 주장 그리고 티베트 독립 운동의 뒷배경엔 미국 제국주의가 있다는 주장 등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 글은 티베트 문제가 중국 사회에 대한 인식과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를 살펴보면서 티베트인들의 저항에는 민족억압에 반대하는 의미가 포함돼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전교조 조합원이 쓴 “조국 자녀 입시 문제로 본 자본주의와 교육”은 조국 사태와 최순실-박근혜 게이트의 시작이 모두 자녀의 특혜 의혹이나 입시 부정으로 시작됐음을 지적하면서 교육 비리에 대한 대중적 반감과 분노가 상대적으로 크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이는 교육 영역만큼은 공정하다는 능력주의(또는 업적주의) 이데올로기가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이 글은 오늘날 학교 교육의 현실에서 볼 때 공정한 입시제도가 가능하지 않다는 점과 자본주의적 학교교육이 인간의 잠재력을 발달시키는 데 걸림돌이 된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리고 교육의 근본적 변화를 위해서는 교육을 바꾸는 투쟁이 세상을 바꾸는 투쟁과 연결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2020년 3∼4월호인데도 조금 늦게 나왔다. 그럼에도 이 잡지가 독자들이 정치적 토론과 논쟁의 유용한 무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2020년 4월 14일
편집팀을 대표해 이정구
MARX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