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34호를 내며
이번 호에는 모두 8편의 글을 실었다.
얼마 전 미국 미니애폴리스에서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에게 살해당한 후 미국 전역에서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 이 운동은 미국 역사상 규모가 가장 큰 인종차별 반대 운동으로 성장했다. ‘흑인 해방은 어떻게 가능한가 ─ 미국 흑인 해방 운동을 중심으로’는 인종차별이란 무엇이고 왜 유지되는지를 간단히 살펴본 다음 미국의 지난 흑인 해방 운동들의 배경과 전략을 검토한다. 그리고 혁명적 마르크스주의 관점에서 흑인 해방의 가능성과 전략을 논의하고 있다.
지금 한국에서는 기본소득 논의가 한창이다. 기본소득 전도사로 알려진 이재명 경기도지사뿐 아니라 차기 대선 후보로 여겨지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도 기본소득 논의에 가세했다. ‘기본소득 ─ 복지국가의 21세기 대안이 될 수 있을까?’는 기본소득의 두 가지 흐름을 살펴본 다음 한국에서 논의되는 기본소득안들을 검토하고 있다.
‘기후 위기, 자본주의, 그린뉴딜’은 오늘날 인류는 역사상 가장 심각한 기후 위기에 처해 있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그리고 이 글은 이윤 경쟁을 압박하는 자본주의 체제를 놔둔 채 기후 위기를 해결하겠다는 것은 공상적이라고 비판하면서 기후 위기에 대한 마르크스주의적 설명과 함께 문재인 정부의 그린뉴딜이 실상은 친시장 정책에 지나지 않는다고 꼬집는다.
‘1930년대의 대불황과 미국의 뉴딜’은 1929년 10월 24일 ‘검은 목요일’로 알려진 증시 폭락에서 시작돼 제2차세계대전 때 끝난 미국의 대불황의 원인과 전개 과정 그리고 그 결과를 다루고 있다. 그리고 이 글은 1930년대의 대불황을 극복하는 데 뉴딜 정책이 도움이 됐다는 항간의 평가를 비판적으로 살펴본다.
최근 몇 년 동안 기후 변화와 환경 재앙들이 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면서 기후 변화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다. 이런 과정에서 인류세, 식량과 농업 위기, 셰일가스와 화석연료, 생태주의 등의 쟁점들이 제기되고 있고 기후변화를 막을 진정한 해결책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화석연료에 대한 절망적 집착’은 기후 위기의 핵심 원인은 화석연료에 기반한 자본주의 체제라는 점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전쟁의 성격과 그 결과’는 한국전쟁 발발 70주년을 맞이해 이 전쟁의 기원과 전개과정 그리고 그 성격을 다룬다. 이 글은 한국젼쟁 이후 냉전이 더 격화됐고, 한반도는 이런 냉전의 최선전이 됐다는 점을 잘 보여 주고 있다.
‘정체성 정치 ─ 차별에 맞서는 효과적인 무기가 될 수 있을까?’는 여성, 성소수자, 인종 등 여러 차별에 맞선 운동에서 널리 받아들여지는 정체성 정치의 본질을 다루는 글이다. 이 글은 차별받는 사람들이 정체성 정치에 이끌리는 데에는 나름 이유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도 차별에 맞선 투쟁을 착취와 차별을 낳는 자본주의를 폐지하는 혁명적 전망과 결합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중국의 “국공합작” ― 반제국주의 민족공조의 모범적 사례인가?’는 2019년 한일 갈등 당시 일본 제국주의에 맞서 민족공조를 주장하던 좌파가 그 사례로 제시한 중국의 국공합작에 대한 비판적 평가글이다. 이 글은 중국의 국공합작이 일본 제국주의에 맞서 효과적인 무기로 사용되지 못한 계급동맹 전략이었음을 지적한다.
몇몇 글들은 〈노동자 연대〉에 실린 기사이거나 ‘노동자연대’ 온라인 토론회의 발제문이다. 그럼에도 이번 호에 이 글들을 재게재하는 이유는 여전히 쟁점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복의 문제를 고려해 이번 호는 페이지에 비해 가격을 낮춰 책정했다.
이번 호는 기사 미달로 제 때 내지 못하고 5-8월의 합본 호로 나오게 됐다. 독자들에게 양해의 말씀을 드린다. 그럼에도 이 잡지가 현실의 쟁점을 이해하는 좋은 자극제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편집팀을 대표해 이정구
2020년 8월 10일
MARX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