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36호를 내며
이번 호에 모두 일곱 편의 글을 실었다. 먼저, 현실 정치 쟁점들을 분석한 글이 세 개 있다 — 국가 재정 논쟁, 코로나 19와 문재인 정부의 대응, 한국 트랜스젠더 차별의 현실과 쟁점들.
이정구의 ‘마르크스주의적 시각에서 본 국가 재정 논쟁’은 지난 10월 5일 발표한 기획재정부의 ‘한국형 재정준칙’을 둘러싼 신자유주의 진영과 케인스주의 진영의 논쟁을 마르크스주의적으로 논평한다. 두 진영이 재정 건전성을 놓고 대립하지만 근본에서 재정 건전성 이데올로기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며, 두 진영 사이의 차이점과 공통점을 분석한다. 한편, 현대화폐이론은 국가가 재원 마련의 부담 없이 필요한 재정 지출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는 점에서 주류 경제학과는 다른 이단적 입장이지만, 국가 채무의 무게를 경시하는 약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장호종의 ‘코로나19 발생 1년 — 자본주의 체제의 혼란상을 보여 주다’는 롭 월러스, 마이크 데이비스, 존 벨라미 포스터 같은 마르크스주의자들의 주장을 소개하며 코로나19와 자본주의적 생산방식 사이에 밀접한 연관이 있음을 설명한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가 크게 부풀리는 K-방역의 성과라는 것이 기실 모순적이고 근본에서는 대중의 건강보다 자본가의 이익을 우선했음을 들춰낸다.
성지현의 ‘한국 트랜스젠더 차별의 현실과 쟁점들 — 트랜스 여성의 숙명여대 입학 포기 사건을 돌아보며’는 한국에서 트랜스젠더가 마주하는 차별의 현실들을 폭로하는 한편, 트랜스젠더를 비난하는 보수 개신교와 일부 우파 정치인, 성소수자 요구를 외면하고 차별을 존속하는 문재인 정부를 차례로 비판한다. 또, 페니미즘 진영 내부의 트랜스젠더 옹호/반대 입장, 진보 정당들의 입장들을 분석한다. 그러면서 트랜스젠더 차별을 반대하는 것이 자본주의를 반대하는 정치와 실천으로 연결돼야 하는 이유와 필요성을 역설한다.
사회주의의 전통을 익히고 토론하기 위한 글을 세 편 실었다 — ‘노동자연대’의 역사, 《공상에서 과학으로 — 사회주의로의 발전》 서평, 독일 통일 30주년.
‘노동자연대의 역사’는 노동자연대 최일붕 운영위원이 2017년 8월 단체 회원 교육에서 한 발제를 글로 옮긴 것이다. 올해는 한국에서 국제사회주의경향(IST)이 출범한 지 30년이 되는 해다. 최일붕은 노동자연대의 역사를 크게 세 시기, (1) 1990년대 지하 조직 활동 시기, (2) 민주노동당 입당 시기, (3) 민주노동당 탈당과 독자적 정치의 강화 시기로 나누고, 특정 정세 속에서 단체의 전술 전환 배경과 맥락을 평가한다.
차승일의 ‘마르크스주의의 정수를 담은 최상의 입문서’는 프리드리히 엥겔스가 쓴 《공상에서 과학으로 — 사회주의의 발전》을 서평한 것이다. 《마르크스21》 지난 호부터 시작한 혁명적 사회주의 전통의 주요 사상가들이 쓴 가장 중요한 책들을 소개하는 시리즈의 두 번째 편이다.
이현주의 ‘독일 통일 30주년 — 독일 통일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우월함을 보여 주는가?’는 독일 통일이 동독이 서독에 흡수되는 형식을 띠고 동서독 지배자들이 통일 결정에 최종 도장을 찍었지만 통일로 갈 수 있는 동력은 동서독의 평범한 사람들에서 나왔음을 지적한다. 또, 동독이 서독에 흡수 통일된 것을 두고 자본주의 체제의 승리로 봐서는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독자 투고가 있다. 김어진의 ‘코로나19, 이주민, 한반도 단일 민족 신화’는 역사적으로 한반도가 다양한 종족들이 세력을 겨루고 공존했던 공간이었음을 다양한 문헌을 통해 실증하고 국적이 차별의 이유가 된 것은 일본 제국주의의 한반도 강점과 관련돼 있다고 주장한다.
다음 호(37호)부터 《마르크스21》은 짝수 달 하순에 새 호가 발행될 예정이다. 격월간 잡지로서 정기적으로 발행할 것을 독자들에게 약속한다. 독자들의 관심과 기여를 당부한다.
2020년 11월 18일
김인식(편집팀을 대표해)
MARX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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