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38호를 내며
이번 호에 모두 여덟 편의 글을 실었다.
김인식의 ‘로자 룩셈부르크의 혁명적 사회주의’는 룩셈부르크 탄생 150주년(1871년 3월 5일에 태어남)을 맞아 룩셈부르크가 마르크스주의에 기여한 중요한 사상 가운데 개혁주의와 벌인 이론적 투쟁, 국제주의와 반제국주의에 대한 일관된 헌신과 이론적 공헌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스탈린주의 전통에서는 룩셈부르크가 자발성을 강조하고 조직을 평가절하했다고 부당하게 주장하고(스탈린 자신은 1931년에 룩셈부르크가 트로츠키주의라고 맹비난하기도 했다), 그 때문에 혁명적 사회주의에 반대하는 개혁주의자들이 룩셈부르크를 찬양하는 얄궂은 일들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룩셈부르크는 혁명적 사회주의, 국제주의, 노동계급의 자력 해방 전통에 서 있는 위대한 혁명가라고 김인식은 주장한다.
10년 전인 2011년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많은 나라들에서 ‘아랍의 봄’이 분출했다. ‘아랍의 봄’의 중심에 있었던 이집트 혁명과 반혁명을 다룬 글을 두 개 실었다.
필 마플릿의 ‘이집트 혁명에 대한 개괄 설명’은 이집트 혁명의 요점을 설명한 훌륭한 글이다. 2013년 7월 군부가 무슬림형제단 소속 대통령 무르시를 축출하고 권력을 잡기 반년 전인 2013년 1월에 쓴 글이다. 그래서 혁명을 낙관적으로 전망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집트 혁명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심화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글이다. 마플릿은 혁명 덕분에 집권한 무르시 정부가 IMF차관 협상 등을 시도하며 혁명의 요구를 이행하지 않으면서 처하게 된 모순과 위기를 분석하는 한편, 이슬람주의를 파시즘과 동일시하는(“이슬람 파시즘”) 우파들의 의도와 그에 찬동하는 일부 좌파의 심각한 문제점, 스탈린주의의 유산이 혁명에 미친 해악적 영향, 이집트 노동운동의 활력과 약점, 무슬림형제단이 종교적 색채를 띠고 있지만 근본에서는 개혁주의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점, 이슬람주의에 대한 좌파의 태도 등을 다룬다.
알렉스 캘리니코스의 ‘반혁명의 유령들’은 2013년 10월에 쓰인 것으로, 이집트와 시리아에서 아랍 혁명이 매우 위험한 순간을 마주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집트에서 무르시 퇴진은 대중 항쟁과 군부 쿠데타 모두의 결과지만, 군부가 혁명 운동에 균열을 내고 피비린내 나는 질서를 재구축하는 데 성공할 수 있음을 조심스럽게 경고한다. 그리고 시리아에서 반독재 대중 저항, 시아파 대 수니파 분쟁, 이란과 그 동맹국 대 미국·사우디아라비아의 갈등, 러시아·중국 대 서방의 제국주의적 대결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상황을 분석한다.
츠키가 이끌었던 좌익반대파가 대표한 공산주의 전통의 정수를 보존하려 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를 위해 마르크스주의적 분석을 변화된 상황에 적용하고, 그럼으로써 과거의 조건에 기초해 내린 결론 — 가장 중요하게는 스탈린주의와 소련 국가에 대한 트로츠키의 입장 — 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한다. 핼러스는 좌익반대파 시절부터 제4인터내셔널 창립 때까지 소련 국가에 대한 트로츠키의 입장을 분석하고 그 약점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또, 이 책에 수록된 ‘한국전쟁’은 애초 국제사회주의자들의 잡지인 《소셜리스트 리뷰》 2호(1951년 1월 발행)에 실린 글인데, 핼러스는 이 글을 통해 국제사회주의자들이 한국전쟁에서 미국을 지지했다는 거짓말을 최종적으로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일갈했다(오늘날 한국에서도 일부 소종파들이 그런 거짓말을 한다).
던컨 핼러스의 ‘《국제 사회주의자들의 기원》 서문’은 국제사회주의경향이 어떻게 형성됐는지를 역사적·이론적으로 설명한다. 《국제 사회주의자들의 기원》은 1971년 영국 플루토출판사에서 출판됐는데, 토니 클리프의 ‘인민민주주의 국가들의 계급적 성격’과 ‘관료 집산주의 이론’, 던컨 핼러스의 ‘스탈린주의 정당의 성격’, 카라라싱엄의 ‘한국전쟁’ 등이 수록됐다. 핼러스는 국제사회주의자들이 트로김지윤의 ‘최초의 노동자 권력, 파리 코뮌’은 마르크스가 쓴 《프랑스 내전》을 서평한 것이다. 혁명적 사회주의 전통의 주요 사상가들이 쓴 가장 중요한 책들을 소개하는 시리즈의 네 번째 편이다. 김지윤은 파리 코뮌의 역사적 의의, 파리 코뮌이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사상에 끼친 영향, 블랑키주의와 프루동주의가 그 운동에 미친 부정적 영향을 소개하고, 오늘을 위한 교훈을 제시한다.
자민통의 주요 이론가인 박경순 씨가 쓴 《현대 조선의 탄생》을 서평한 것이다. 최영준은 박경순 씨가 새로운 문헌이나 기존 사실을 반박하는 어떠한 자료도 제시하지 않은 채 북한 당국의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면서, 그 시기 역사에 대한 사실관계를 바로잡는 한편, 친북 스탈린주의의 정치적 문제점을 논쟁한다.
최영준의 ‘북한 정권 탄생 신화 재탕하기’는양효영의 ‘노동계급의 혁명적 윤리를 옹호하다’는 《그들의 윤리 우리의 윤리》 개정판을 서평한 것이다. 양효영은 1930년대 중엽에 트로츠키가 윤리 문제에 관한 글을 쓴 배경을 설명하고,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하는가’ 같은 주요 윤리 쟁점들을 다룬다. 그리고 마르크스주의에서 윤리의 문제는 결국 혁명적 전략과 전술, 실천의 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주장한다.
강철구의 ‘창당부터 코빈의 실패까지: 개혁주의 120년사’는 《마르크스주의에서 본 영국 노동당의 역사》 개정 증보판을 서평한 것이다. 개정판은 제러미 코빈의 실패라는 가장 최근의 경험을 다룬 두 장을 추가했다. 강철구는 자본주의적 노동자 정당이라는 영국 노동당(그리고 사회민주주의 정당 일반)의 모순을 그 당과 계급투쟁의 상호관계 역사 속에서 살펴본다.
2021년 3월 8일
김인식(편집팀을 대표해)
MARX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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