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 금융화 테제, 장하준의 민주적 복지국가 모델, 사회연대전략 비판
신자유주의에 대한 개혁주의적 대안의 문제들 *
이 글은 정성진 경상대 교수의 영문 논문 (Seongjin Jeong(2009), ‘Korean left debates on alternatives to neoliberalism’, in Alfredo Saad-Filho and Yalman, Galip L eds.(2009), Economic Transitions to Neoliberalism in Middle-Income Countries, London: Routledge)을 번역한 것이다. 독자는 원문이 2008년 봄에 탈고되었음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또, 이 글은 이론적 논문이니만큼 개혁주의의 입장을 가차없이 비판하고 있지만, 저자가 개혁주의적 견해를 지지하는 사람들과 공동 활동의 필요성을 부정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저자의 전략·전술 관련 최근 논문으로는 ‘알렉스 캘리니코스의 반자본주의 사상’(조희연 편, 《지구화 시대의 국가와 탈국가》, 한울아카데미, 2009 수록)을 참고할 수 있다.
2007년 한국에서는 1987년 민주화 항쟁 20주년, 1997년 경제 위기 10주년을 맞이해 한국 경제의 대안 논의가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이것은 1997년 이후 10년 이상 신자유주의 정책이 강제되면서 저성장과 사회적 양극화 심화의 덫에 빠진 한국 경제가 대안을 절실하게 필요로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 해 대선에서 우파 CEO인 이명박이 경기 침체 상황을 이용해 ‘경제 살리기’ 구호를 내걸고 승리했다. 그러나 우파들은 낡은 박정희식 국가 주도 자본주의로 돌아가거나 한미자유무역협정을 통한 전면적인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에 기대는 것 말고는 다른 대안이 없는 듯하다.
이에 비해, 진보진영은 신자유주의의 대안을 백가쟁명식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 글은 진보진영의 대안들 중 대표적인 것 몇 가지를 마르크스주의적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평가한다.
먼저, 한국 자본주의의 최근 변화를 개괄한다. 다음으로, 현재 한국 진보진영의 논의에서 가장 유력한 주장인 이른바 ‘금융화’ 테제를 검토한다. 나아가, 현 이명박 정부의 경제 정책은 낡은 박정희식 국가자본주의 모델과 전면적인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결합시킨 것일 뿐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또한, 케인스주의적 ‘사회연대전략’과 장하준의 ‘민주적 복지국가 모델’도 검토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국에서 마르크스의 사회주의적 대안이 여전히 유효함을 확인하면서 끝맺는다.
한국 자본주의의 변화 개괄
정성진(1997)에서 주장했듯이, 1960년대 이후 30년 동안 장기 호황을 지탱한 국가 주도 축적체제는 1980년대 후반에 고장나기 시작했고, 1987년 노동자 대투쟁으로 무너졌다. 그 결과 이윤율이 하락했고 1990년대에 오랫동안 경제가 침체했다. ‘기적적인’ 성장을 낳았던 국가 주도 축적체제는 1980년대 말에 한계에 봉착하고 있었다. 1997년 경제 위기는 청천벽력 같은 사건이 아니라, 낡은 국가 주도 축적체제의 종말이 찾아왔는데도 새로운 축적체제가 이를 대체하지 못한 데 따른 필연적 결과였다. 물론 한국의 지배 세력은 19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 노선에 따라 경제를 구조조정하려 했지만 새로운 축적체제를 확립하지는 못했다. 실제로, 순고정자본 스톡에 대한 세전稅前 이윤의 비율로 계산한 비농업 기업 부문의 이윤율은 1970~86년에는 대략 12~16퍼센트였는데, 1997년 경제 위기 1년 전인 1996년에는 겨우 5.1퍼센트(197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로 하락했다(그림 1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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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 이 글을 쓰도록 격려하고 도와준 알프레도 사드-필호에게 감사한다. 이 연구의 일부는 한국학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았다(KRF-2007–411-J046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