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코로나바이러스, 정신적 고통 *
이언 퍼거슨은 SWP 스코틀랜드지부의 오랜 당원이며 《정신의 정치학: 마르크스주의와 정신적 고통 Politics of the Mind: Marxism and Mental Distress》(Bookmarks, 2017)을 썼다.
1 2020년 초부터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 팬데믹은 이런 점에서 어려움을 준다. 이 감염병은 이번 세기에 동남아시아와 중동에서 나타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과 중동호흡기증후군MERS과 공유하는 특징이 있다. 그러나 국제적 확산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코로나19는 전 세계적으로 5000만 명에서 1억 명의 목숨을 앗아간 1918년 ‘스페인 독감’ 팬데믹과 공통점이 더 많다. 2
거대한 사회적·정치적 위기에 직면할 때마다 우리는 사회주의자로서 비슷한 역사적 사례를 찾아 보고 거기서 교훈을 얻으려 한다. 팬데믹이 사람들의 정신 건강에 끼친 잠재적 영향에 대해서도 역시 비슷한 역사적 사례를 찾기 어렵다. 코로나19 위기는 다른 재난 상황들에서 연구된 바 있는 정신 건강 스트레스 요소들을 모두 갖추고 있지만, 이 요인들이 단 하나의 국제적 위기로 통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예를 들어 인간이 격리, 대규모 재난, 지속적 스트레스 요인에 대응하는 방식에 대한 연구는 있지만 이 모든 것이 결합된 상황에 대응 연구는 없다.4 이는 바이러스와 그것이 불러 온 생물학적·정치적·경제적 결과가 우리의 심리적 보호 기제, 즉 우리의 정상적인 대처 방식을 마치 진짜 쓰나미처럼 압도해 버린다는 점에서 정확한 비유다. 그러나 오해를 낳을 수도 있는 비유이기도 하다. 마이크 데이비스와 롭 월러스 등이 지적했듯이 팬데믹의 기원, 바이러스가 퍼져나간 방식, 그것이 낳은 전 세계적인 죽음과 파괴 모두 전혀 자연적인 현상이 아니다. 5 오히려 본지[《인터내셔널 소셜리즘》]가 이미 주장해 왔듯이 이 모든 과정들은 국제 자본주의의 쉴 새 없는 이윤 추구, 질병에 대한 각국 정부의 대응(혹은 무대응), 현존하는 계급 분단선과 불평등(감염률과 사망률에 영향을 줬다) 등의 요소에 의해 결정됐다. 6
영국왕립정신과 의사협회는 팬데믹이 정신 건강에 주는 타격을 “쓰나미”에 비유했다.7 이러한 타격에 대해서는 이 글 앞 부분에서 다룰 것이다.
이는 팬데믹이 정신 건강에 미치는 단기적·장기적 영향에도 해당되는 얘기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팬데믹의 효과를 똑같이 경험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 위기의 다른 모든 측면들과 마찬가지로, 그 경험은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가 낳은 계급 분단선과 불평등에 따라 달라진다. 팬데믹이 정신 건강에 준 타격을 조사한 최근의 한 주요 연구는 이렇게 결론짓는다. “우리 모두 같은 폭풍을 겪고 있지만 … 같은 배에 타고 있는 것은 아니다.”8 오늘날 트라우마가 신체와 두뇌에 미치는 장기적 영향을 다룬 연구는 상당히 많다. 9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이번 위기에, 그리고 위기 이후에도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지난 10여 년 동안 예산 삭감과 긴축으로 폐허가 된 정신 보건 서비스도 그 필요한 지원의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현재 팬데믹 상황에서, 진단과 치료에 초점을 맞추는 주류 정신의학의 접근법은 인간이 충격적 사건에 보이는 본질적으로 정상적인 반응을 병이나 의학적 치료 대상으로 여기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다. 뒤에서 다루겠지만 이런 접근법은 사회적·집단적으로 대응할 수도 있는 집단적·구조적인 위기를 개인의 문제로 만들어 버릴 수 있다.
모든 정부들이 팬데믹과 그 효과로 발생하는 정신적 고통과 괴로움에 대한 대책을 내놓는 것은 아니다. 정신적 고통이 정치적 우선순위로 여겨지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정부들이 정신적 고통을 문제로 인정한다 해도 그들의 대책은 생물의학적 정신의학 모델에 바탕을 둘 공산이 크다. 정신의학 모델은 정신적 고통을 질병으로 여기고 두뇌와 유전자의 결함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물론 정신적 고통은 사람의 정서적 기능뿐만 아니라 신체적·신경학적 기능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 사실이다(수면에 끼치는 영향이 그런 사례다)10 일부 정신 건강 전문가들은 이번 팬데믹 위기가 끝난 뒤에도 앞에서 제시한 스트레스 요인들이 결합된 결과로 다른 종류, 더 정확히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가 “유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글에서는 트라우마 이해 기반 접근법의 강점과 약점을 비판적으로 살펴볼 것이다. 이 접근법은 두 가지 경험에서 기원한다. 하나는 제국주의 전쟁과 그것이 낳은 트라우마다. 다른 하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정상적”으로 벌어지는 일상적인 인종차별, 성차별, 착취에서 발생하는 트라우마다.
최근 몇 십 년 동안 생물학적 모델에 부분적 반론을 제기한 것은 “트라우마 이해 기반” 접근법들이다. 이것은 정신적 고통이 주되게는 두뇌가 아니라 사람들의 삶의 경험에서 기인한다고 보는 접근법이다.코로나19로 인해 이미 전 세계에서 80만 명이 사망했고[이 글은 2020년 10월에 발행됐다] 여기에 더해 개인적 상실과 슬픔을 겪은 수많은 사람들의 사연이 있다. 사망자는 앞으로 몇 달, 아니 몇 년 동안 더 늘어날 공산이 크다. 여기에 더해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앞으로 팬데믹과 관련된 복합적 스트레스로 정신적 고통을 겪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로 인해 고통받는 개인들을 위한 더 나은, 더 많은 정신 보건 서비스를 위해 투쟁하는 것은 중요한 과제다. 그러나 결국 이 상황은 무엇보다 집단적 위기이고, 그 위기는 생명보다 이윤을 우선시하는 체제에 뿌리가 있다. 전 세계의 수많은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었다.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제대로 된 보호 장비도 없이 안전하지 않은 조건에서 일할 것을 강요받고 있다. 게다가, 우리는 모두 인종차별주의에 기반한 사회에서 흑인들의 목숨이 얼마나 경시되는지를 또다시 목격하게 됐다. 이 글의 마지막 부분에서 주장하겠지만, 공통의 집단적 경험은 집단적인 정치적 대응의 가능성을 낳는다. 그러한 대응은 불가피하지 않았던 수많은 죽음에 책임이 있는 자들에게 대항할 뿐 아니라 정치적 주체성과 연대 의식을 고무함으로써, 정신적 고통과 관계있는 무력함, 죄책감, 고립감을 물리칠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와 정신적 고통
코로나바이러스 위기는 지리적 범위로 보나 삶의 수많은 영역에 미친 파장으로 보나 국제적 위기다. 이 위기가 정신 건강에 잠재적으로 미칠 파괴적 영향은 삶의 여러 영역에서 가해지는 엄청난 스트레스에서 비롯할 것이다. 상대적으로 자명한 스트레스 요인들은 다음과 같다. · 수개월 만에 전 세계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직장과 소득을 잃었다. 미국에서만 2020년 6월까지 4000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1980년대 영국의 경험, 더 가깝게는 2010년 이후 그리스에서 무자비한 긴축 정책이 강요된 이후의 경험에서 알 수 있듯이, 실업과 빈곤은 자살률 증가를 포함해 정신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12 하지만 이런 어려움을 모두가 똑같이 겪은 것은 아니다. 별장이나 자기가 소유한 섬에서 자가격리 생활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의 경험은 어린 자녀들과 임대 아파트에서 살면서 자가격리 생활을 해야 하는 한부모의 경험이나, 그리스의 어떤 섬에 있는 미어터지는 난민 수용소에 갇힌 난민들의 경험과 판이했다.
· 수많은 사람들이 강제로 격리되거나 자가격리를 해야 했고, 많은 경우 가족이나 친구과 떨어져 혼자 지내야 했다. 이것이 미친 부정적 결과는 불안, 혼란, 고독, 가정 폭력의 증대 등으로 다양했다. ·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육가공 공장이나 영국 레스터의 초착취 의류 공장과 같은 작업장의 수많은 노동자가 노동과 굶주림(그리고 감염 위험과 심지어 죽음)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았다. 사용자들은 노동자들에게 적절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보장해 주지 않거나 적절한 개인보호장비를 제공하지 않은 채 일할 것을 요구했다. 심지어 코로나19 증상을 보이거나 양성 판정을 받았는데도 출근을 요구한 사례도 보도된 바 있다. · 많은 사람들이 가까운 사람들을 때 이르게 떠나보내고 있지만, 애도조차 제대로 하기 어려울 것이다. 여기서도 모두가 똑같은 정서적 고통을 겪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영국에서 흑인과 소수 종족의 사망률은 백인 인구의 두 배다. 이는 생물학적 차이 때문이 아니다. [영국의 인종 평등을 위한 싱크탱크인] 러니미드 트러스트가 펴낸 최근 보고서가 보여 줬듯이 이는 이들을 바이러스에 더 많이 노출시키는 열악한 생활·노동 환경 때문이다.15 도덕적 고통은 스트레스와 번아웃을 낳는데, 현재 위기 속에서 이는 중증 환자 병상과 개인보호장비의 부족, 제대로 된 검사와 추적 절차의 부재로 인해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 많은 보건·복지 노동자들은 《브리티시 메디컬 저널》이 말한 “도덕적 고통”(“무엇이 옳은지 알지만 체계적 제약 때문에 옳은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을 경험하고 있다.· 모두가 이 압력을 똑같은 방식으로 경험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떤 노동자들은 붐비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매일같이 자신을 괴롭히는 상사를 만나고, 집에서 가족과 함께 보낼 시간이 거의 없는 것보다 재택 근무를 더 나은 대안으로 여긴다. 예를 들어, 커클리스 시의회에서 일하는 지방 공무원들을 상대로 한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의 83퍼센트가 시의회의 조처에 만족하는 듯했다. 그러나 뒤에서 살펴보겠지만, 더 먼저 진행된 연구에서는 영국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더 높아진 수준의 불안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위기가 정신 건강에 미칠 영향을 평가하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에서 그리 간단치 않다. 예를 들어, 불안 수준은 간단하게 측정할 수 없는 다양한 하향·상향 요소들에 의해 결정된다. 하향 요소의 한 사례는 어떤 사회에서 “제도가 받는 신뢰”의 수준이다. 즉, 대중이 자신의 정부와 보건 당국, 국가의 위기 대처 방식을 신뢰하는 정도다. 상향 요소의 한 사례는 초기에 영국에서 진행된 몇몇 연구에서 나타난 것처럼 국민보건서비스NHS를 보호하려는 염원에서 대다수 사람들(여론조사의 89퍼센트)이 록다운을 지지했다는 것이다. 록다운이 매우 스트레스를 주는 일이었음에도 말이다. 실제로 영국에서 록다운을 추동한 것은 대중의 압력이었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팬데믹이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고정돼 있지 않고 끊임없이 변한다. 인구의 상이한 부문이 물질적·정서적 위협의 성격에 따라 상이한 시기에 영향을 받는다. 2020년 7월 《랜싯 정신의학》 저널에 실린 한 논문의 저자들은 이렇게 결론을 내린다.
록다운의 경제적 후과가 커지면서 무급휴직이 실직으로 이어지고, 주택 담보 대출 상환 유예 기간이 종료되고, 경기 후퇴가 시작될 것이다. 몇몇 사람들이 지속적인 스트레스와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정신 건강 악화를 경험할 뿐만 아니라, 이미 잘 알려진 경제불황의 장기적 효과, 예컨대 자살률 증가와 정신질환으로 인한 병원 입원자 증가 등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할 만한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불안”과 “우울” 같은 상태에 대한 정신의학적 정의를 바탕으로 한 연구 결과를 살펴볼 때에는, 감당하기 힘든 엄청난 위기에 대한 정상적 반응일지도 모르는 것을 병이나 의학적 치료 대상으로 여기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작가이자 심리학자인 루지 존스톤은 이렇게 지적했다.
몇 주 동안 나는 지독한 불안감에 휩싸여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 치명적일지도 모르는 질병에 걸리지 않았을까 걱정하며 끊임없이 증상을 확인했다. 집중하는 것이 너무 어려웠고 평상시의 대처법이 통하지 않는 것 같았다. 집에 있으면 더 안전하다고 느끼지만 갇혀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느 순간에는 괜찮다가도 다시 공포에 휩싸였다. 이를 두고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은 시기에 공교롭게도 “정신 건강 문제”가 겹친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당연히 아니다. 우리의 삶 전반에 대한 거대한 위협에 지극히 합리적으로 반응하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예컨대 팬데믹 초기에 영국 인구의 절반 이상이 높은 수준의 불안에 시달렸다고 해서 갑자기 많은 사람들이 갑자기 “정신질환”에 걸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몇몇 사람들이 극단적인 정신적 고통을 겪을 것이고, 이 위기를 견뎌 내려면 추가적인 사회적·정서적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는 사실을 부정하거나 축소하려는 것은 아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뒤에서 더 다룰 것이다.
19 2020년 5월에 이탈리아에서 발표된 연구에서는 이탈리아인 10명 중 8명이 팬데믹을 극복하기 위해 심리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20 영국의 경우 위에서 살펴봤듯이, 통계청의 설문에서 2500만 명 이상이 록다운 초기 몇 주 동안 매우 높은 수준의 불안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21 이 수치는 3월 중순에는 영국 인구의 62퍼센트로, 6월 중순에는 49퍼센트로 떨어졌다. 22
이런 유의 사항들을 염두에 두고 봤을 때, 이런 연구 결과가 팬데믹이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팬데믹 초기에 이뤄진 연구들은 팬데믹이 정신 건강에 심각한 타격을 줬다는 것을 보여 준다. 예를 들어 2020년 4월 중국에서 발표된 연구는 중국 인구의 70퍼센트가 팬데믹이 시작된 이후 심리적 고통의 증상을 호소했다는 것을 보여 줬다.23 이 연구 보고서의 저자들은 두 가지 중요한 지적으로 논의를 시작한다. 첫째, 팬데믹 이전에도 정신적 고통의 수준은 이미 높았다. 둘째, 빈곤, 경제적 어려움, 인종차별 등의 요소들 때문에 정신 건강 문제는 사회의 특정 집단에 특별히 큰 고통을 준다. 이 연구와 팬데믹 위기 동안 진행된 다른 주요 연구들은 팬데믹이 정신 건강 상의 불평등을 만들어낸 게 아니라 악화시켰다는 것을 보여 준다.
3월 이후 영국에서는 팬데믹이 정신 건강에 미친 영향을 평가하기 위한 여러 대규모 연구가 진행됐다. 이 글에서는 지면 제약 때문에, 여러 대학들과 협업하는 영국정신 건강재단이 성인 4000여 명을 정기적으로 인터뷰한 연구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가장 큰 위험에 처한 집단은 청년이다. 이들은 다른 어느 집단보다도 지속적으로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무력감과 스트레스 대처의 어려움, 자살 생각·충동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18~24세 연령층에서 자살 생각을 하거나 자살 충동을 느꼈다고 답한 비율은 다른 연령층의 두 배 이상이었다. 연구 보고서의 저자들은 이렇게 논평한다.
교육의 축소, 어두워진 일자리 전망, 또래와의 사회적 접촉 감소라는 삼중고로 인해 청년들은 팬데믹 동안 특히 큰 타격을 받았다. 그런데 18~24세는 원래도 정신 건강 문제를 경험할 위험이 특히 높은 시기다.
여성 또한 팬데믹으로 더 큰 타격을 입었다. 여성은 팬데믹 대응의 최전선에 있는 보건·복지 부문 노동자들의 다수를 차지하며, 저임금·불안정 노동 비중이 높고, 이미 팬데믹 이전부터 부채와 생계비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연구 보고서는 이렇게 강조한다.
팬데믹 이전에도 이런 처지의 여성들은 정신 건강 문제를 겪을 위험이 훨씬 높은 집단으로 여겨졌으며, 팬데믹이 진행될수록 더 큰 위험에 노출될 것이다.
앞에서 지적했듯이 여성들은 록다운 기간 동안 가정폭력의 위험에도 더 많이 노출됐다. 한부모(대부분은 여성)들은 주로 재정적 어려움 때문에 타격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 전 2주 동안 자살 생각을 하거나 자살 충동을 느꼈다고 답한 비율은 전체 인구의 두 배나 됐다.
이전부터 정신 건강 문제를 겪고 있는 이들은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이를 극복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 이들 중 자살 생각을 하거나 자살 충동을 느낀 적이 있다고 답변한 비율은 전체 인구의 세 배였다. 많은 경우 이 집단은 록다운 동안 서비스 접근이 차단되고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될 것이다. 또, 이 연구 보고서는 장기적인 장애를 겪는 이들의 정신 건강이 팬데믹으로 특별히 심각한 타격을 받았음을 보여 줬다.
흑인과 소수 종족의 경우 일반적인 결론을 이끌어 내기에는 표본의 수가 너무 적었다. 그러나 정신 보건 자선 단체인 ‘마인드’가 성인 1만 40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흑인과 소수 종족 인구의 경우 … 거의 3명 중 1명 꼴로 팬데믹 시기에 주거 문제 때문에 정신 건강이 더 나빠졌다고 답했다. 백인 인구 … 4명 중 1명이 그렇게 답변한 것과 비교된다. 고용불안은 흑인과 소수 종족 인구 61퍼센트의 정신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백인 인구의 경우 이 수치는 51퍼센트였다. 스스로를 흑인과 소수 종족으로 밝힌 사람들의 52퍼센트가 금전적 걱정 때문에 정신 건강이 악화됐지만, 스스로를 백인으로 밝힌 사람들의 경우 이 수치는 45퍼센트였다.[여성권리신장 자선재단인] 포셋 소사이어티가 발표한 보고서는 흑인과 소수 종족 여성들이 부정적 영향을 더 크게 받았음을 보여 준다. 흑인과 소수 종족 여성의 42.9퍼센트가 팬데믹 이전보다 부채가 늘었다고 답했는데, 백인 여성의 경우 이 수치는 37.1퍼센트, 백인 남성의 경우에는 34.2퍼센트였다. 또한 자녀가 있는 흑인과 소수 종족 여성 약 4분의 1은 자녀에게 먹일 음식을 구하기 어려웠다고 답했다(정확한 수치는 23.7퍼센트였다. 아이가 있는 백인 여성의 경우 그 비율은 19퍼센트였다). 집 밖에서 일하는 흑인과 소수 종족 여성의 65.1퍼센트와 흑인과 소수 종족 남성의 73.8퍼센트는 팬데믹 동안에도 일터로 나가야 한다는 점 때문에 불안을 느낀다고 답했다.
자본주의, 정신의학, 정신 건강
팬데믹이 정신 건강에 끼친 피해에 대한 지배계급의 대응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주류적 관점에 지대한 영향을 받았다. 그 주류적 이해는 결코 정치적으로 중립적이지 않고, 계급적 이해관계, 계급적 이데올로기, 계급투쟁에 커다란 영향을 받는다. 당연히 자본주의에서는 노동력 판매 능력에 초점을 맞춰 소극적·기능적으로 건강을 정의한다. 즉, 건강이란 질환이나 질병이 없는 상태 내지 노동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다시 말해 아프지 않으면 괜찮은 것이고, 괜찮으면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건강에 대한 협소한 이해에 기초해 영국에서는 지난 10년 동안 보수당 정부가 노동계급 대중, 특히 장애인들을 공격했다. 2015년 당시 영국 총리였던 데이비드 캐머런이 소위 “병가 문화”에 대한 공격을 퍼부은 것이나, 다양한(그리고 심각한) 정신·신체적 건강 문제를 겪는 노동자들에게 복귀를 강요해 많은 원망을 사고 처벌 위협으로 뒷받침된 ‘노동능력평가 제도’가 그런 사례다. 고분고분한 학자들과 의료계 지도자들은 “노동은 건강에 좋다” 등의 그럴싸한 주장으로 노동자 건강에 대한 공격을 이데올로기적으로 지원해 줬다. 건강은 개인이 책임져야 하는 일로 신자유주의적으로 재정의됐고, 이와 함께 규칙적 운동과 체중 감량, 절주 등으로 건강을 유지하는 것은 개인의 선택에 달린 문제라는 점이 강조됐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빈곤, 건강한 음식을 얻을 기회, 노동이 사람들의 생활과 “선택”에 가하는 압력 등 구조적 요인들이 미치는 영향을 무시한다.
28 그러나 생물의학 모델을 비판한다고 해서 정신적 고통에 뇌가 “관여한다”는 점을 부인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인간 행동에서 두뇌와 상관없는 측면을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나 최근 니콜라스 로즈가 생물의학적 정신의학에 대한 설득력 있는 비평에서 주장했듯이
정신 건강과 관련해 이런 주장들은 주류적인 생물의학 모델을 통해 이데올로기적으로 뒷받침됐다. 이 모델은 다양한 형태의 정신적 고통을 모든 중요한 측면에서 신체적 질환과 비슷한 별개의 질병으로 여긴다. 이런 질환을 두뇌나 유전자의 이상에서 비롯한 것으로 여겨지며, “환경”의 영향이 개입할 여지가 어느 정도 남겨 두기도 한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접근법과 마찬가지로 생물의학적 정신의학은 정신적 고통을 개인의 문제로 취급하고, 계급·빈곤·인종차별 같은 구조적 요소들이 하는 잘 입증된 구실을 경시한다. 지면 제약상 생물의학적 모델에 관한 논의와 비판을 여기서 자세히 하기는 어렵다.아무도 정신적 고통이나, 다양한 수준의 정신 장애가 뇌와 관련있다는 점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의 두뇌는 “실험관” 속에 있지 않다 … 뇌는 복합적인 신체 체계의 일부이기에 장애라는 것은 인간이라는 유기체의 장애이며, 특히 그리고 때때로 스트레스가 심한 사회적 맥락 속에 있는 인간의 장애이다.그래서 로즈는 이렇게 강조한다. “오히려 ‘두뇌의 장애라는 어려움’이라는 그럴듯한 미사여구를 경계해야 한다. 왜냐하면 … 이 질환들은 ‘사회적 어려움이 낳은 질환’이라고도 일컬을 수 있기 때문이다.”
31 위기가 주는 압박감을 극복하기 위해 개인이 취할 수 있는 전략으로 켈리가 제안하는 것들은 그다지 논란의 여지가 없는 것들이다. 소셜미디어 사용을 제한하거나, 운동을 하거나, 명상을 하는 것 등이 그것이다.(물론 그가 정신과 의사로서 가진 식견이 마스크 착용에 그토록 강력히 반대할 만한 근거가 되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주류 정신의학의 개인주의적 강조점을 잘 보여 주는 그의 책에는 많은 문제점이 있다.
한편, 아일랜드의 정신과 의사인 브랜던 캘리가 최근에 펴낸 책 《코로나바이러스 극복하기: 평정을 유지하고 정신 건강을 지키는 방법》은 뇌에 대한 강조보다는 정신적 고통을 개인의 문제로 돌리는 경향이 두드러진다.32 물론 이런 종류의 책에서 이윤 중심의 신자유주의 농업 기법과 국제무역 네트워크가 한 구실을 지적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그러나 전 세계 정부들(아일랜드 정부를 포함해)이 바이러스 확산 저지에 실패하는 과정에서 한 구실 — 록다운을 제때 하지 않거나, 개인보호장비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거나, 요양시설을 보호하지 않음으로써 — 을 일부라도 인정한다면 환영할 만한 일이었을 것이다. 33 이런 인식은 사람들에게 분노를 일으키고, “마음을 가라앉히기”보다는 집단적 행동에 나서게 할 수도 있지만, 그런 해법은 이 책에서 고려 대상조차 되지 못한다.
무엇보다도 켈리의 책은 팬데믹을 초래한 사회적·정치적·경제적 요소를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 켈리의 자연주의적 서술에 따르면 바이러스는 그냥 “확산됐다.” 그리고 바이러스 확산에 맞선 해결책은 “보건 당국과 국제적·국가적·지역적 수준에서 보건 당국에 재원을 제공하는 정부”에 달려 있다.사회적 맥락에 대한 저자의 이해 부족은 바이러스가 정신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을 이해하는 데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는 바이러스와 관련된 불안은 광장공포증 같은 “전통적 불안 장애”에서 나타나는 불안과 다르다고 주장한다. “전통적 불안 장애에서 치료의 핵심은 환자가 느끼는 불안감에 아무 근거가 없다는 점을 환자가 깨닫게 하는 것이다. 즉, 두려워해야 할 대상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면,
코로나바이러스의 문제점은 두려워야 할 대상이 실재한다는 점이다. 코로나바이러스에는 좋은 구석이 전혀 없다. 증상이 대개 약하고 확진자의 97퍼센트 이상이 생존하지만, 자신이 중증으로 발전한 소수의 경우에 속하게 되거나, 건강이 이미 취약하거나 나이가 많거나 기저질환이 있는 가족의 건강을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이러한 사실은 전혀 위로가 되지 않는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실제로 두려워해야 할 측면이 아주 많다.두려움이 실존적 위협에 대한 인간의 정상적인 반응임을 인정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켈리의 설명에서 누락된 것이 있다. 바로 위기가 낳은 이 같은 실존적 위협과 물질적 위협 — 실업, 빈곤, 안전하지 않은 환경에서 강요되는 강요 등 — 이 사회 전체에 걸쳐 고르게, 또는 무작위로 분포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 분포는 자본주의의 계급 분단선과 불평등에 지대한 영향을 받는다. 앞에서 지적했듯이 흑인과 소수 종족이 코로나19로 사망할 확률은 백인의 4배에 이른다. 공식 수치에 따르면 저숙련 일자리에 종사하는 남성은 전문직 남성보다 사망 가능성이 4배나 높다. “보건 노동자들은 특별히 자신의 신체적·정신적 건강과 스트레스 수준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켈리의 제안은 제대로 된 개인보호장비 없이 일하기를 강요받는 보건·돌봄 노동자들에게 그다지 위안이 되지 않을 것이다.
정신 건강을 위협하는 압력에 대해 켈리가 제안하는 대처 방안 — 바이러스에 관한 소식을 꾸준히 접하기, 자신의 감정을 자각하기, 정부 지침 따르기, 친구와 자주 연락하기 — 도 개인주의에 기초한 것이다. 마지막 문단에서 분명히 주장하듯이 그가 [‘마음을 가라앉히는 것’의 대립항으로서] 행동에 일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작은 행동이 핵심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을 컴퓨터나 태블릿, 스마트폰으로 읽고 있다면, 스마트 기기를 잘 닦고 손을 꼼꼼히 씻길 바란다. 작은 행동이 생명을 살릴 수 있다.
그러나 켈리는 앞 장에서 주장했듯이 너무 행동에 열중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행동하려는 인간의 보편적 경향은 인류가 겪는 많은 문제의 근원이다. 가끔은 뒤로 물러서서 곰곰이 생각해 보고 신중하게 행동하는 것이 나을 때도 있다. 부처의 금언을 빌리자면, “뭔가를 하려 하지 말고 가만히 앉아 있으라.”
여기에 반대해 나는 이 글의 끝 부분에서 행동 — 특히 집단적 행동 — 이야말로 최선의 대응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행동은 “생명보다 돈”이라는 지배자들의 우선순위에 도전할 뿐 아니라 우리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지키는 데서도 최선의 방법이다.
자본주의, 전쟁, 트라우마
생물의학적 모델과 대조적인 트라우마 기반 접근법은 최근 수십 년 사이에 영향력이 커졌다. 이 접근법은 정신 건강 문제의 원인을 두뇌나 유전자의 결함이 아니라 사람들이 삶에서 겪는 경험에서 찾는다. 트라우마에 대한 가장 일반적인 정의는 트라우마를 “매우 충격적이거나 고통스러운 경험”으로 묘사한다. 그러나 이러한 정의는 트라우마의 의미를 온전히 포착하지 못한다. 이 분야의 주도적인 연구자들과 임상 의사들은 트라우마를 “그 정의대로, 너무나 고통스러워 견딜 수 없는” 경험으로 묘사한다.
대부분의 강간 피해자, 전투병, 학대 피해 아동은 자신이 당한 일을 생각하면 너무나 괴로운 나머지, 그 기억을 머릿속에서 도려내고 마치 아무 일 없었던 듯 지내려 한다. 공포스러운 기억, 완전히 무기력하고 취약한 존재였다는 수치심을 안고 일상 생활을 유지하는 것은 너무나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일이다.
39 그러나 제1차세계대전이 발발하자 그전까지 “히스테리” 진단을 받은 여성들이 보인 증상을 전쟁터에 나간 남성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의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실명, 마비 등의 신경계 문제를 일으키는 전환 장애도 그중 하나였다. 이를 배경으로,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이 어떻게 심각한 정신 건강 문제를 일으키는지에 대한 새로운 이해가 발전하기 시작했다. 페미니스트인 주디스 허먼이 설명하듯이
트라우마라는 개념을 정신질환이나 정신적 고통을 설명하는 데 처음 적용한 것은 지그문트 프로이드의 소위 “유혹 이론”이었다. 프로이드 자신이 나중에 폐기한 이 가설은 여성들의 “히스테리”가 어린 시절 겪은 성적 학대나 강간이 낳은 심리적 충격에서 비롯한다는 것이었다.전쟁이 파괴한 숱한 것들 중의 하나는 전장에서 보여야 할 남자다운 명예와 영광에 대한 환상이었다. 참호전의 공포에 끝없이 시달리는 상황에서, 충격적일 정도로 많은 수의 남성들이 정신적으로 무너져 버렸다. 좁은 곳에 갇히고, 무기력한 상황에 놓이고, 끊임없는 전멸의 위협에 처하고, 어떠한 휴식의 희망도 없는 상황에서 동료들이 사지가 잘려 나가고 죽는 모습을 봐야 했던 많은 병사들은 “히스테리”에 걸린 여성처럼 행동하기 시작했다. 병사들은 비명을 지르고 주체할 수 없는 울음을 터뜨렸다. 몸이 굳어서 전혀 움직일 수 없게 됐다. 귀가 들리지 않았고 어떤 것에도 반응하지 않았다. 기억력과 감정을 느끼는 능력을 잃어 버렸다. 정신의학적 부상자의 숫자가 어찌나 많았던지 이들을 수용할 병원을 급히 징발해야 할 정도였다. 한 추정치에 따르면 영국군 사상자의 40퍼센트가 신경쇠약자였다. 군 당국은 여론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해 정신의학적 부상자에 대한 소식이 퍼지지 못하게 하려 했다.
이렇게 높은 수준의 신경쇠약은 영국 군대의 전투 능력에만 위협을 가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정신질환에 대한 당시의 지배적 견해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당시 지배적인 정신의학은 우생학에 크게 의존하고 있었고, 신경쇠약을 타락의 문제로, 따라서 본질적으로 하층 계급에 해당하는 문제로 여겼다. 당시 영국의 저명한 정신과 의사인 찰스 머셔의 말을 빌리자면,
신경쇠약은 정신적 체질이 건강한 사람들에게는 일어나지 않는다. 정신질환은 약한 자와 강한 자를 가리지 않고 공격하는 말라리아나 천연두와는 다르다. 이 질병은 주로 타고난 정신적 체질 결함 때문에 자제력 부족이나 즉각적 충동을 다스리지 못하는 증상을 보이는 이들에게 발생한다.
아니나다를까 군 지도부의 가장 흔한 반응은 이 “셸 쇼크”[포탄의 충격]를 앓는 병사들을 꾀병이나 부리는 겁쟁이로 모는 것이었다. 영국군과 영연방군 소속 병사 약 306명이 “탈영”과 “비겁함”이라는 죄목으로 처형당했다. 그러나 군 장성들을 당혹케 했던 것은 사병들만이 셸 쇼크를 겪은 게 아니었다는 점이었다. 영국 최고 명문 사립학교를 졸업한 그들의 많은 장교들 또한 이런 증상을 보였다. 이는 우생학 이론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이었다. 앤드류 스컬이 설명하듯이
점점 많은 의사들은 스트레스가 극심하면 정신력이 강한 사람들도 무너질 수 있다는 견해로 기울었다. 광기와 정신적 트라우마는 서로 긴밀히 연결돼 있는 듯했다. 그 트라우마가 프로이드가 강조한 것처럼 성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프로이트가 말한 무의식적 갈등이나, 정신적 어려움에서 신체적 증상으로의 전환 같은 개념들이 이 전쟁 시기의 경험으로 적어도 부분적으로 입증된 듯했다.
이 같은 새로운 이해가 곧장 더 동정적인 대응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했다면, 그것은 헛된 희망이다. 팻 바커의 실화 기반 소설 《소생Regeneration》이 묘사하듯이 소수의 정신과 의사들은 셸 쇼크 환자들에게 대화 치료에 기초한 더 인간적 접근법을 채택했다. 에든버러의 크레이그록하트 장교 병원에서 시인 시그프리드 서순을 치료한 W H R 리버스가 그런 사례다. 그러나 더 흔한 접근법은 리버스와 동시대인인 루이스 일런드가 취한 것이었다. 여기에는 환자의 몸에 강력한 전기 충격을 반복적으로 가하는 것이 포함됐다. 이 “치료”는 영국만이 아니라 프랑스, 독일, 오스트리아 의사들도 채택한 방식이었다. 물론, 리버스와 일런드가 자신의 전문 분야에 적용한 접근법의 차이가 무엇이든지 간에, 두 사람은 당시 대다수 정신과 의사들과 마찬가지로 환자들을 프랑스의 살육장으로 최대한 빨리 돌려보낸다는 목표를 공유했다.
43 감당하기 힘든 공포에 맞서는 가장 강력한 방책은 병사와 소속 부대, 그 부대의 지휘관 사이의 관계라고 그들은 주장했다. 전투 부대의 사기와 리더십이 신경 쇠약에 맞선 최상의 방책이라는 것이다. 제2차세계대전의 맥락에서 이는 병사들을 그저 하루빨리 부대로 복귀시키는 것을 뜻할 때가 많았다. 전쟁 경험으로 인해 트라우마를 겪는 병사들에 대한 지원은 전쟁 이후 거의 없었고, 그들이 겪는 감정적 문제가 문제로 인식되는 경우도 드물었다. 나중에 연구와 소설, 회고록에서 드러났듯이 오히려 참전 군인들은 분노, 우울, 불안, 수면장애 등의 문제를 알아서 해결해야 했고, 많은 경우에는 스스로에게 술을 처방했으며 가족들은 그들의 뒤틀린 행동을 감내해야 했다. 44
트라우마에 대한 정신의학의 관심은 전쟁 종식과 함께 시들었고 제2차세계대전 전까지는 다시 떠오르지 않았다. 제2차세계대전 때는 모든 군인이 포화 속에서 신경쇠약을 겪을 수 있고, 전쟁 신경증, 전투 피로, 전장 스트레스 등 오늘날 다양한 명칭으로 불리는 증상을 경험할 수 있다는 인식이 더 높았다. 이제는 개인의 굳건함이 아니라 전투 상황에 노출된 기간과 강도가 핵심 요소로 여겨졌다. 허먼에 따르면 다수의 정신과 의사들은 또한 “함께 싸우는 전우간의 정서적 관계가 갖는 힘”을 발견했다.45 전쟁 관련 트라우마라는 문제는 거의 30년이 지나고 나서야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당시는 베트남 전쟁이 끝나던 무렵이었다. 1970년, 미국에서 ‘전쟁에 반대하는 베트남 참전 군인회’가 결성됐다. 처음에 이 단체는 소규모의 군인들로 이뤄져 있었고, 이들 중 많은 수가 용기 있는 행동으로 두각을 보였다. 전쟁 반대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내고, 자신들이 받은 훈장을 반납하고, 자신들이 저지른 전쟁 범죄에 대해 증언하기도 했다. 당시 전쟁이 계속 진행 중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허먼이 회고하듯이 그들은 “이야기 모임”을 조직해서 자신들의 전쟁 경험과 자신들이 겪어 내며 트라우마를 남긴 사건들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을 조직했다. 이 모임의 목적은 치유를 위한 것이기도 했고 정치적이기도 했다. 정신적 트라우마를 겪은 피해자들을 위로했을 뿐 아니라, 전쟁의 효과를 대중에게 알리는 구실도 했다. 참전 군인 마이클 노먼은 이렇게 말했다.
전쟁이 끝나면서 정신의학계의 관심은 다시 사그라들었다. 전투 스트레스에 관한 당시의 의학 저술은 1947년에 발표된 것이 마지막이었다. “전반적 스트레스 반응”이라는 진단이 1952년 미국 정신의학회가 펴낸 《정신장애의 진단 및 통계편람》의 초판, 이른바 DSM-I에 등장했다. 그러나 이 진단은 아무 설명 없이 1968년 첫번째 개정판 DSM-II에서 빠졌다.가족과 친구들은 우리가 왜 그렇게 화를 내는지 궁금해 했다. 이렇게 묻곤 했다. ‘무엇 때문에 그렇게 울어? 왜 그렇게 쉽게 화를 내고 언짢아하지? 아버지와 할아버지 세대는 전쟁터에 가서 임무를 다하고 집으로 돌아온 뒤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잘 지냈어. 우리 세대는 뭐가 다른 거지?’ 그러나 알고 보니 다른 점은 없었다. 전혀 다르지 않았다. “선한” 전쟁에 참전했던 늙은 병사들을 신화와 감상이라는 커튼 뒤에서 끌어내 진실을 밝히게 하면, 그들 또한 분노와 소외로 가득 차 있는 모습을 드러낸다 … 그래서 우리가 분노한 것이다. 우리의 분노는 낡고 유서깊은 것이다. 살인을 하도록 강요받은 모든 문명화한 인간이 분노한 것처럼 우리도 분노한 것이다.
1970년대 중반이 되면 수많은 이야기 모임이 미국 전역에서 조직됐다. 참전 군인 단체들이 낳은 정치적 압력은 ‘지원 작전’Operation Outreach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당시 100개가 넘는 지원 센터들이 창설됐다. 지원 센터는 참전 군인들로 운영됐고 자조와 동료 지원 돌봄 모델을 기반으로 했다. 이러한 압력 속에서, 전쟁 경험과 참전 군인들이 겪는 정신적 문제 사이의 관계를 밝히려는 체계적인 정신의학 연구가 시작됐다. 그 결과 중 하나로 1980년에 나온 DSM 개정판, 즉 DSM-III에 새로운 진단명이 포함됐다. 그것이 바로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PTSD’이었다.
트라우마 확장하기
PTSD가 DSM에 포함된 이후로, PTSD 진단과 결부된 증상 — 악몽, 플래시백[트라우마를 낳은 기억이 강렬하게 떠올라 몰입하는 현상], 공황발작, 불면증 등 — 의 원인으로 간주되는 경험의 범주가 대단히 넓어졌다. 예를 들어, 1970년대에 여성운동이 성장하면서 강간, 성폭력, 가정폭력의 발생률과 그것이 낳는 장기적인 트라우마가 널리 알려졌다. 이후 1980년대에는 아동학대 — 신체적·성적인 것이든 방임의 결과이든 — 도 이전에 생각되던 것보다 훨씬 광범한 현상이라는 점이 알려졌다. 이런 확장을 통해 PTSD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형성됐다. PTSD와 결부된 증상들이 반드시 “정상” 생활을 파괴한 일회적 사건의 결과물인 것은 아니며, 지속되는 학대나 성차별적이고 인종차별적인 괴롭힘의 결과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베셀 반 데어 콜크 같은 연구자는 “복합성 PTSD”라는 새로운 진단명을 DSM에 포함시키자고 주장했다. PTSD는 일회적 사건과 결부되는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복합성 PTSD는 일련의 사건들이나 장기적 경험과 결부된다.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설명하는 데서 트라우마와 PTSD 개념의 적용이 늘어나는 것에는 긍정적인 면과 한계가 모두 있다. 긍정적 면은 여러 정신적 고통을 개인의 뇌나 유전자의 이상에서 비롯한 것으로 설명하는 지배적인 방식과 다른 방향을 가리킨다는 점이다. 치료 과정에서 핵심 질문은 “당신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가?”에서 “당신이 무슨 일을 겪었는가?”로 바뀌었다. 사실 PTSD는 DSM에서 그 진단명 자체가 고통의 원인을 명시하는 유일한 사례다. 그러므로 이는 잠재적으로 정신적 고통을 인종차별적·성차별적이고, 계급으로 나뉜 사회에서 살아가는 경험에 대한 반응으로 이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준다. 그런데 여기에는 좀더 실질적인 문제도 연관돼 있다. 생물의학적 모델의 이데올로기적 영향력 때문에 정신의학적 진단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이해에 지대한 영향을 줄 뿐 아니라, 복지와 수당에 접근하는 통행증 구실을 한다. 이는 미국에서 특히 두드러지는데, 그런 진단 여부에 따라 의료 보험 보장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베트남 참전 군인들이 PTSD 진단을 통해 알게 됐듯이, 진단을 받는 것은 정신 건강 문제를 인정받고 복지서비스를 제공받는 유일한 통로일 수도 있다. 그래서 2018년 비판적 심리학자들이 발표한 (전반적으로는 매우 급진적인) 《권력·위협·의미 체계Power Threat Meaning Framework》가 받은 비판 하나는 진단을 “정식화”로 대체하려 한다는 것이었다. 이런 접근법은 분명 정신적 고통을 이해하려는 훨씬 더 종합적인 방식일 테지만, 이 때문에 정신 건강 문제를 앓고 있는 이들이 복지 혜택을 받기 훨씬 어렵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모든 장점에도 불구하고 트라우마로 정신적 고통을 설명하는 데에는 여러 한계가 있다. 첫째, 모든 형태의 정신적 고통을 이전의 (알려지거나 알려지지 않은) 트라우마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는 환원주의의 위험이다. 정신적 고통의 많은 형태들은 트라우마라는 틀에 잘 들어맞지 않는다. 직장 관련 스트레스, 가족이 평안한 죽음을 맞이하게 할 수 없었던 사람들이 겪는 복잡한 슬픔, 미래가 사라져 간다고 믿는 청년들이 경험하는 우울감과 희망 상실, 소셜미디어가 요구하는 불가능한 몸매를 가지지 못해 낮은 자존감에 시달리는 젊은 여성들이 겪는 고통 등이 그런 사례다.
48 그러나 개럿의 비판을 지지한다고 해서, 특정한 개인이 삶의 경험과 여러 — 감정적·사회적·재정적 — 자원들 덕분에 그런 자원이 더 적은 사람들보다 더 효과적으로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다는 점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둘째, 모든 사람이 어떤 사건에 똑같이 반응할 것이라 가정하는 결정론의 위험이 있다. 폴 마이클 개럿은 오늘날 사회복지와 사회정책 담론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회복탄력성이라는 개념의 개인주의적 초점을 옳게 비판했다. 회복탄력성 이론들은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성공하는 것이 주로 개인의 힘과 자질에 달려 있다고 본다. 이런 접근법은 개인의 책임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 논리에 잘 들어맞는다.셋째, 생물의학적 접근법과 마찬가지로 트라우마 기반 접근법도 매우 개인주의적이고 정신적 고통을 의학적 치료 대상으로 취급하는 대응으로 나아갈 수 있다. 예를 들어, 외상 후 스트레스를 “장애”라고 하는 것에는 의학적 어조가 깔려 있으며, 한 개인이 이전에 벌어진 트라우마적 사건에 대해 보인 반응에 문제가 있음을 함축한다. 실제로 DSM에 실린 거의 모든 — 불안, 우울, 인격과 관련된 것을 포함한 — “진단명”(이 자체도 의학용어다)은 모두 “장애”라는 단어로 끝난다. 그럼에도 DSM은 이 진단들의 원인에 대해서는 그 어떤 언급도 하지 않는다. 존 리드와 피트 샌더스가 지적했듯이
언제나 그랬던 것은 아니다. 1952년 DSM 최초판에서는 지금은 장애라고 부르는 문제들을 “반응”이라고 일컬었다. 그때는 미국에서 정신분석학적 정신의학이 부상하는 다른 시기였다. 일반 대중과 마찬가지로 … 그들은 정신 건강 문제가 유전자 이상이나 두뇌 안의 화학 물질이 아니라 주로 삶에서 벌어진 사건들과 이 사건들에 대한 우리의 해석에서 비롯한다고 이해했다 … 인간 고통에 대한 진단적 접근법은 모든 것을 치료의 대상으로 만들었고 삶에서 벌어진 사건에 대한 인간의 반응을 질병으로 만들었다.
그래서 라틴아메리카의 급진적 심리학자들과 정신분석가들은 1970년대와 1980년대 그 지역의 군사 정권이 강요한 공포 정치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이해하는 데서 PTSD 개념을 적용하지 않았다.
우리는 PTSD 개념이 국가 테러의 심리적 영향을 묘사하는 데 적합하지 않다고 본다. 그 개념은 정신의학적 문제를 사회 현상과 분리시킨다 … 우리는 심지어 트라우마라는 용어조차 쓰지 않는다. 그것이 대개 인간 정신 내부에서 일어나는 경험을 뜻하는 것으로 이해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트라우마적 상황”이라는 개념으로 국가 테러가 야기한 심리적 고통의 사회적 근원을 나타낸다 … 사적인 경험이 아니라 대중이 공유하는 경험이라는 점이 사회적 트라우마의 본질이다.
《권력·위협·의미 체계》의 저자들도 삶에서 벌어진 몇몇 사건이 주는 심각한 타격을 설명하려고 “트라우마”라는 용어를 가끔 쓰지만, “역경”이라는 용어를 선호한다.
이는 “트라우마”라는 용어가 띠는 의학적 어조를 피하려는 것이다. 동시에 이것은 우리가 단지 어떤 동떨어진, 아마도 삶의 외부에서 침투해 들어오는 극히 드물고 극단적이고 생명을 위협하는 사건들을 다루려 한다는 잘못된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오히려 많은 경우에는 지속적이고 되풀이되는 매우 부정적인 경험들이 문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경험은 사람들의 삶과 관계, 우리가 사는 사회 세계의 담론, 구조, 관행 속에 깊이 뿌리박혀 있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역경의 이러한 성격들이 경험 자체를 이해하는 것뿐 아니라 그에 대한 아이들과 성인들의 반응을 이해하는 데서도 중요하다고 주장하고자 한다.
집단적 트라우마와 집단적 대응
52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치심과 고립감은 여전히 트라우마의 가장 전형적인 특징이라고 허먼은 강조한다. 그것이 “잘 견뎌내지 못했다”는 수치심이든, “미쳐가는” 것으로 느껴지는 감정이나 생각이든 말이다.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은 전 세계 많은 이들의 정신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다. 과거 경험에 비춰 보면 이러한 고통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고통의 범위와 심각성을 축소하고, 고통을 겪는 이들을 “정신질환자”나, “회복탄력성”이 부족한 병적인 사례로 취급하는 것일 것이다. 앞에서 강조했듯이, 모든 사람이 현재 벌어지는 일에 똑같은 방식으로 반응하지는 않겠지만, 주디스 허먼이 지적했듯이 “엄청난 사건들 앞에서 개인적 특성은 거의 무의미하다 … 어느 정도 이상으로 심각한 트라우마에 노출되는 것에는 어느 누구도 면역돼 있지 않다.”피해자를 탓하고 수치심과 고립감을 의식적으로 강화하는 것은 권력을 지닌 기관들 — 경찰, 군대, 교회, 거대 자선단체 — 이 체제의 범죄와 실패의 피해자들을 침묵하게 만드는 한 가지 방법이다. 이런 입막음은 트라우마적 사건이 개인들 사이에서 그리고 비밀리에 벌어진 경우에 가장 수월했다. 그런 경우 해를 입은 사람들이 “침묵을 깨고” 공개적으로 대응하는 것에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라우마가 집단적 사건이나 경험의 형태를 취하면 집단적 대응이 가능해진다. 집단적 대응은 정신적 고통의 원인이자 결과인 고립감과 무력감을 깨뜨릴 수 있다. 가장 기본적 수준에서 집단적 대응은 상호부조의 형태로 이뤄질 수 있다. 이런 방식은 언제나 문제의 정치적 근원을 건드리는 것은 아니어도, 해를 입은 이들에게 정서적·실질적 지원을 제공한다. 2018년과 2019년 어마어마한 피해를 낳은 캘리포니아 대형 산불 — 기후변화의 한 증상이었던 이 참사는 수많은 사람들의 집을 파괴하고 수십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 이후, 한 생존자는 이렇게 썼다.
공통의 트라우마는 공동체의 직접적 지원을 촉발했다. 고통이 신속하게 인정되고 지역의 자원이 동원됐다. 예를 들어, 산불이 난 지 이틀 만에 몇몇 지역 주민들은 편의점 뒤편의 공터에 임시 위기 지원 센터를 세웠다. 사람들은 옷을 기부하고, 머무를 곳을 제공했으며, 음식을 요리해서 가져오고, 지원을 조정했다. 그 어떤 지방, 카운티[군郡], 주 단위에서도 이런 것을 제공하지 않았다. 페이스북 커뮤니티도 정서적 지지 제공 그룹들의 활동으로 열기를 띠었다.
지금의 코로나바이러스 위기의 경우에도 영국에서는 몇 주만에 수많은 사람들이 NHS와 취약한 이웃을 돕는 활동에 자원했다. 또 다른 많은 사람들은 지역 수준에서 상호 부조 그룹을 꾸려 “사회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대처주의 신화를 무너뜨렸다. 이런 사례들은 트라우마적 경험에 일조하는 고립감과 무력감을 줄이는 데서 매우 중요한 구실을 한다. 비슷한 현상이 2017년 6월에 벌어진 그렌펠 타워 화재 사건[영국 런던의 서민 아파트 그렌펠 타워에서 화재가 발생해 70여 명이 사망한 사건]에 대한 지역 사회의 대응에서 두드러졌다. 화재 피해를 입은 아이들과 가족을 돕던 미술치료사 수잔 루드닉은 작가인 데이비드 갈런드의 말을 인용한다.
다른 사람의 고통을 이해하고 아마도 덜어 주는 일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급격한 때로는 장기적인 무기력감이 만연한 시기(이것이 트라우마를 일으키는 상황의 본질이다) 이후 통제감을 회복시키는 작용을 한다.
55 같은 시기 동안 영국 전역의 정신 보건 서비스가 삭감됐고 인력도 줄었다. 2009년 이후 잉글랜드 지역의 정신 건강 NHS트러스트[병원 운영 기구]의 재정은 30퍼센트 삭감됐고 정신과 의사 1명 대비 서비스 이용자 수는 186명에서 235명으로 늘었다. 56 주류 정신의학적 치료에 여러 한계가 있을지라도, 재정 삭감은 극심한 정신 건강 위기를 겪고 있는 이들을 위한 병상의 부족으로 이어질 때가 많다. 어린이와 청년들을 포함해 정신 건강 문제로 도움받길 원하는 사람들은 더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공동체 기반 정신 보건 서비스 — 자원자들과 지역 주민들, 자선 단체들에 의해 운영되고 의학적 접근이 아닌 형태의 지원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 또한 이 시기에 큰 타격을 받았다.
물론,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국가가 충분한 재원을 바탕으로 제공하는 정신 보건 서비스를 대체할 수는 없다. 그런 점에서 현 상황은 암울하다. 2008년 경제 위기 이후 정신적 고통을 겪는 이들의 수는 크게 늘어났지만, 정신 보건 서비스 지원은 대폭 삭감됐다. 예를 들어, 2009~2010년과 2018~2019년 스코틀랜드에서 항우울제를 처방받은 사람은 63만 3762명에서 93만 6269명으로 크게 늘었다. 스코틀랜드 정부 통계에 따르면 ‘스코틀랜드 종합 결핍 지표’에서 “최빈곤층”에 속한 사람들일수록 항우울제를 처방받을 가능성이 컸다. 가장 빈곤한 지역에 사는 25만 8813명에게 항우울제 8522만 2641정이 처방됐다.57 그러나 분명한 점은 트라우마적 사건과 경험으로 정신 건강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은 이들을 포함한 정신 보건 서비스 이용자들의 목소리가 그 논의의 중심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트라우마에 대한 개인들의 술회는 이런 사건들이 정신과 육체에 심대하고 파괴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을 보여 준다. 힐스버러 경기장 참사[1989년 힐즈버러 축구 경기장에서 96명이 압사당한 사건. 경찰이 관중을 한 곳으로 무리하게 입장시키면서 벌어진 참사였다] 20년 뒤에 한 생존자는 이렇게 썼다.
상황이 이런 만큼, 더 많은 더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라는 서비스 이용자 운동의 요구는 시급하다. 여기서 “더 나은” 서비스란 덜 의학 ‘치료’ 중심적이고 덜 강압적인 서비스를 누릴 수 있고, 다양한 종류의 대화 치유법과 사회적 지원에 훨씬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글에서 대안적인 정신 보건 체계가 어떤 모습일지를 다루기는 어려울 것이다.오랫동안 생각해 왔던 것인데, 정서적으로 나의 시계는 아직 19살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죽음을 눈 앞에서 목격하자, 그 이후의 세월도 거기에 묶어 버렸다. 당시 나는 꽤 조숙한 10대였지만, 그후 나는 친구들과 같은 속도로 성숙하지 않았다. 나는 아이가 없다. 나는 아직 내 젊음을 놓아 버릴 준비가 돼 있지 않다. 내년이면 나는 마흔이 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가 서른 살 즈음으로 보인다고 한다.
59 또, 정의와 책임자 처벌을 위한 투쟁도 그렌펠의 캠페인에서 핵심적이었다. “정의 없이 평화 없다”라는 구호에는 정치적·정신적 진실이 모두 담겨 있다. 그렌펠 화재나 힐스버러 참사 같은 비극의 원인을 정치적으로 이해하지 못하고 책임자들을 처벌하지 못하면, 개인적 치유는 훨씬 더 어려워진다. 정신적 트라우마 연구에 대해 주디스 허먼이 논평한 바는 회복 과정에 관해서도 타당한 지적이다.
이런 괴로운 경험들과 더불어 PTSD 진단과 결부되는 플래시백, 공황발작, 수면장애 등을 생각해 볼때, 많은 생존자들이 개인적 상담이나 심리 치료를 받으려 한다는 점은 놀랍지 않다. 그러나 이들이 심리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라도 집단적 행동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그렌펠 타워 화재 사건은 특히 그런 사례였다. 화재 이후에 생겨난 지역 사회 지원 캠페인의 주요 활동가인 모이라 새뮤얼스에 따르면, 공식 기구들은 참사 직후의 심리적 타격에 대처하는 데서 거의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았다고 한다. 활동가들의 열성적인 캠페인이 있고 나서야 NHS는 ‘그렌펠 건강 지원’을 설립했고, 이는 현재 유럽 최대 정신 보건 사업의 하나가 됐다. 그후 72명의 희생자를 기리는 월간 “침묵 행진” 같은 집단적 행동이 이후 정서적·사회적 지원의 중요한 원천이 됐다.그러므로 정신적 트라우마에 대한 체계적 연구는 정치적 운동의 지지에 의존한다. 실제로 이런 연구가 이뤄지고 공공연히 논의되는 것 자체가 정치적 문제다. 전쟁 트라우마에 대한 연구는 전쟁에서 젊은이들이 희생되는 상황에 항의하는 맥락 속에서만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었다. 성적 학대와 가정 생활이 남기는 트라우마에 관한 연구는 여성과 아동의 종속에 항의하는 맥락 속에서만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었다. … 인권을 위한 강력한 정치 운동이 없으면, 증언하고자 하는 적극적 과정이 망각시키고자 하는 적극적 과정에 밀려날 수밖에 없다. 억제와 해리, 부인은 개인적 의식 현상일 뿐 아니라 사회적 의식 현상이기도 하다.
성적 괴롭힘과 학대에 맞서 2017년에 부상한 미투 운동과 2020년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M’ 운동은 허먼의 주장을 구체적으로 입증하는 사례다. 미투 운동은 권력을 가진 남성들에게서 학대받은 여성들의 개인적 경험과 트라우마를 집단화하는 데 성공했다. 2020년 5월 미국 미니애폴리스에서 4명의 경찰관이 조지 플로이드를 살해한 것을 계기로 터져 나온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은 경찰 폭력과 체계적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국제적 시위를 촉발했다. 단 몇 달 만에 이 시위는 “고위층에 흑인 진출시키기”라는 위로부터의 개혁주의적 전략이 수십 년 동안 이뤄낸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이뤄냈다. 두 운동이 모두 보여 주는 바는 트라우마가 집단화되고, 투명하게 알려지고, 공유될 때 힘과 저항의 근원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것이 바로 현재 코로나바이러스 위기 속에서 이 운동들이 갖는 시의성이다.
61 그러나 마르크스주의 전통에 속한 많은 위대한 사상가들이 집단적 행동, 특히 혁명이 가져오는 변화의 잠재력을 아주 잘 이해하고 있었다. 실제로 마르크스는 혁명이 필요한 이유의 하나로 “시대의 오물” — 후진적인 인종차별적·성차별적 사상뿐 아니라 계급 사회에서 살아가며 많은 이들이 경험할 수밖에 없는 수치심, 무기력감, 열등감 — 을 씻어 내야 할 필요성을 들었다. 62 비슷한 사례로 대중파업의 동학을 묘사하며 로자 룩셈부르크는 이렇게 썼다.
혁명적 전통에 속한 이들에게 이는 이미 오래된 진리였다. 물론, 아래로부터 고무적인 운동이 벌어질 때마다 다시금 새로운 의미를 갖고 환기되는 진리였지만 말이다. 집단적 투쟁과 트라우마 극복 사이의 관계를 가장 명시적으로 다루는 글을 쓴 이론가이자 활동가는 정신과 의사이자 혁명가였던 프란츠 파농이었다. 파농은 1950년대 알제리 독립 투쟁에서 핵심적 구실을 했다. 최근 리오 질리그가 쓴 파농의 전기는 이 중요한 사상가의 사상과 실천을 훌륭히 소개한다.이렇게 빠르게 후퇴와 전진을 반복하는 상황 속에서 가장 소중하고 오래도록 지속되는 것은 … 정신적 퇴적물이다. 간헐적으로 벌어지는 프롤레타리아의 이 지적·문화적 성장은 경제 투쟁만이 아니라 정치 투쟁에서도 이들이 더 한층 나아갈 것이라는 절대 깨질 수 없는 보증을 제공한다.
[영국에서 활동한 혁명적 사회주의자] 토니 클리프는 러시아에서 벌어진 1917년 10월 혁명에 관해 이렇게 썼다.
러시아 혁명의 가장 위대한 성과는 대중파업도, 심지어 소비에트도 아니다. 가장 위대하고 놀라운 것은 러시아 노동자들의 정신적 성장이었다. 무기력감은 이런 성장의 기회를 가져다 주지 못한다.
파농과는 달리 이 마르크스주의 저자들은 차별에 맞선 투쟁을 노동계급의 힘과 연결시켜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감상적인 이유나 교조주의 때문이 아니라, 로자 룩셈부르크가 주장했듯이 “자본주의의 사슬이 만들어지는 곳에서 그 사슬을 깨뜨려야 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이윤 축적에 의존하는 체제에서는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그 이윤을 생산하는 노동자들이 잠재적 힘을 갖게 된다. 코로나19가 다른 무엇보다 여실히 보여 준 사실 한 가지가 있다면, 이 사회의 “필수” 인력은 제프 베이조스, 리처드 브랜슨, 마크 저커버그와 같은 자들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이 사회의 “필수” 인력은 버스 노동자, 상점 노동자, 청소부, 간호사, 사회복지 노동자 같은 사람들이었다. 이들의 노동이 없다면 자본주의는 한 순간에 멈춰 버릴 것이다. 이 노동자들과 전 세계의 수많은 다른 필수 노동자들의 존재야말로 우리가 계급으로서 지닌 힘을 보여 준다.
65 작업장 투쟁의 수준이 낮을 때에도, 더 넓은 세상에서 벌어지는 투쟁들이 작업장 내 논쟁과 토론의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다. 예를 들어,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은 영국 중등학교와 대학교의 교과 과정에서 식민주의적 관점을 걷어 낼 필요성에 관한 논의에 다시 불을 붙였다. 비슷하게 영국 전역의 교사들은 지난 8월 중등학교 학생들이 거둔 놀라운 승리에 고무받았을 것이다. 이들은 시위에 나서서 정부가 록다운의 영향에 대처한다며 도입한 편향된 시험 성적 책정을 폐지시켰다. 그 책정 방식 때문에 가장 빈곤한 지역에 사는 수십만 명의 학생들은 더 낮은 예측 점수를 받았고, 이와 함께 그들의 희망도 꺾였다. 반면 더 부유한 지역에 사는 학생들의 점수는 거의 바뀌지 않았다. 이를 폐지시킨 것은 이 학생들의 삶에서 거대한 물질적 변화를 만들어 낼 승리다. 그러나 그 변화는 단지 물질적인 데 그치지 않는다. 이 시위에 참가한 어린 활동가들(일부는 앞서 벌어진 기후 행동에도 관여했다)은 이번 경험으로 집단적 행동이 승리할 수 있고 그들이 무기력한 존재가 아니라는 교훈을 이끌어 낼 것이다. 세계 곳곳에서 새로운 세대가 아래로부터의 변화가 가능하며 키어 스타머나 조 바이든 같은 자들이 애초에 선사해 줄 생각도 없는 변화를 선사해 주기를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점을 배우고 있다. 이런 사실은 우울과 절망에 맞서 싸울 수 있는 희망의 근원들 중 하나이며, 다른 세계는 진정으로 가능하다는 낙관주의에 확신을 준다.
영국의 노동조합 지도자 대다수가 위기에 수동적으로 대응하면서, 일터에서의 저항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크 토마스가 본지[《인터내셔널 소셜리즘》] 이전 호에서 주장한 것처럼, 노동자들이 맞서 싸우고 승리한 일부 중요한 사례가 있었다. 가장 두드러진 사례는 잉글랜드와 웨일즈의 교사 노동자들이었다. 전국교육노동조합은 바이러스가 한참 기승을 부리던 6월에 학생들을 학교로 다시 등교시키려는 총리 보리스 존슨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음으로써 학생, 교사, 학부모의 건강을 보호할 수 있었다.주
-
출처: Ferguson, Iain 2020, Capitalism, coronavirus and mental distress, International Socialism 168 (Posted on 7th October).
↩
- 조셉 추나라, 제인 하디, 쉴라 맥그리거, 커밀라 로일, 로디 슬로라크에게 이 논문 초고를 읽고 유익한 논평을 해 준 것에 감사를 표한다. 또, 모이라 새뮤얼스와 한 힐스버러 참사 생존자에게도 감사를 표한다. 그 생존자는 트라우마가 개인이나 집단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생존자들의 생각을 전해 줬지만 신원을 밝히기를 원하지 않았다. ↩
- Spinney, 2018. ↩
- Higgins, 2020. ↩
- RCP, 2020. ↩
- Davis, 2005; Wallace, 2016. ↩
- Choonara, 2020; Parrington, 2020. ↩
- Mental Health Foundation, July, 2020. ↩
- Campbell, 2020. ↩
- Van der Kolk, 2014. ↩
- Van der Kolk, 2014; Herman, 2015. ↩
- Kawohl and Nordt, 2020. ↩
- Brooks and others, 2020. ↩
- Bland and Campbell, 2020. ↩
- Runnymede Trust, 2020. ↩
- Viens, McGowan and Vass, 2020. ↩
- Petter, 2020. ↩
- Peirce and ten others, 2020. ↩
- Johnstone, 2020. ↩
- Tian and others, 2020. ↩
- Giuffrida, 2020. ↩
- Elliott, 2020. ↩
- Mental Health Foundation, 2020. ↩
- Mental Health Foundation, 2020. ↩
- Mental Health Foundation, 2020. ↩
- Mental Health Foundation, 2020. ↩
- Mind, 2020. ↩
- Fawcett Society, 2020. ↩
- 이에 대한 탁월한 비판으로는 Rose, 2019을 보라. ↩
- Rose, 2019, pp114. ↩
- Rose, 2019, pp115. ↩
- Kelly, 2020. ↩
- Kelly, 2020, p2. ↩
- 아일랜드 정부의 위기 대응에 관한 비판적 평가는 Allen, 2020을 보라. ↩
- Kelly, 2020, pp4-5. ↩
- Kelly, 2020, p57. ↩
- Kelly, 2020, p71. ↩
- Kelly, 2020, p45. ↩
- Van der Kolk, 2014, pp1-2. ↩
- Freud, 1995. ↩
- Herman, 2015, p20. ↩
- Scull, 2015, p295에서 재인용. ↩
- Scull, 2015, p296. ↩
- Herman, 2015, p25. ↩
- Mulvey, 2019. ↩
- Andreasen, 2010. ↩
- Herman, 2015, p26에서 재인용. ↩
- Johnstone and others, 2019. ↩
- Garrett, 2016. ↩
- Read and Sanders, 2010. ↩
- Hollander, 1997, pp110-111에서 재인용. ↩
- Johnstone and Boyle, 2018, p98. ↩
- Herman, 2015, p57. ↩
- Van Gelder, 2019. ↩
- Rudnik, 2018, p3. ↩
- Scotsman, 2019. ↩
- TUC, 2020. ↩
- 대안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면, Beresford and others, 2016을 보라. ↩
- Mental Health Foundation, 2016. ↩
- 개인적으로 주고받은 내용. ↩
- Herman, 2015, p9. ↩
- Zelig, 2016. ↩
- Marx and Engels, 1976, p53. ↩
- Luxemburg, 1986, pp38-39. ↩
- Cliff, 1987. ↩
- Thomas, 2020. ↩
참고 문헌
Allen, Keiran, 2020, “The Politics of Covid-19”, Irish Marxist Review, issue 27.
Andreasan, Nancy C, 2010, “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A History and a Critique”, Annals of the New York Academy of Sciences, volume 1208, issue 1.
Beresford, Peter, Rebecca Perring, Mary Nettle and Jan Wallcraft, 2016, From Mental Illness to a Social Model of Madness and Distress (Shaping Our Lives).
Bland, Archie, and Denis Campbell, 2020, “Some Leicester Factories Stayed Open and Forced Staff to Come In, Report Says”, Guardian (30 June).
Brooks, Samantha, Rebecca Webster, Louise Smith, Simon Wessely, Lisa Woodland, Neil Greenberg and Gideon James Rubin, 2020, “The Psychological Impact of Quarantine and How to Reduce It: Rapid Review of the Evidence”, Lancet, volume 395, issue 10227.
Campbell, Denis, 2020 “Coronavirus Lockdown Caused Sharp Increase of Insomnia in UK”, Guardian (2 August).
Choonara, Joseph, 2020, “Socialism in a Time of Pandemics”, International Socialism 166 (spring), [일부 국역: “팬데믹의 역사: 자본주의는 어떻게 감염병 위협을 키웠는가”, 〈노동자 연대〉 322호.]
Cliff, Tony, 1987, “The Working Class and the Oppressed”, Socialist Worker Review 101 (September), [국역: 《노동자 계급과 억압받는 사람들》, 노동자연대, 2012]
Davis, Mike, 2005, The Monster at Our Door (The New Press). [국역: 《전염병의 사회적 생산: 조류독감》, 돌베개, 2008]
Elliott, Larry, 2020, “Half of British Adults ‘Felt Anxious About Covid-19 Lockdown’”, Guardian (4 May).
Fawcett Society, 2020, “Coronavirus: Impact on BAME Women”.
Freud, Sigmund, 1995 [1896], “The Aetiology of Hysteria”, in Peter Gay (ed), The Freud Reader (Vintage).
Garrett, Paul Michael, 2016, “Questioning Tales of ‘Ordinary Magic’: ‘Resilience’ and Neo-Liberal Reasoning”, British Journal of Social Work, volume 46, number 7.
Giuffrida, Angela, 2020, “Italy’s Lockdown has Taken Heavy Toll on Mental Health, Say Psychologists”, Guardian (21 May).
Herman, Judith, 2015 [1992], Trauma and Recovery: The Aftermath of Violence from Domestic Abuse to Political Terror (Basic Books). [국역: 《트라우마: 가정 폭력에서 정치적 테러까지》, 사람의집, 2022]
Higgins, Tucker, 2020, “Coronavirus Pandemic Could Inflict Emotional Trauma and PTSD on an Unprecedented Scale, Scientists Warn”, CNBC (27 March).
Hollander, Nancy, 1997, Love in a Time of Hate: Liberation Psychology in Latin America (Rutgers University Press).
Johnstone, Lucy, and Mary Boyle, 2018, (British Psychological Society).
Johnstone, Lucy, Mary Boyle, John Cromby, Jacqui Dillon, Dave Harper, Peter Kinderman, Eleanor Longden, David Pilgrim and John Read, 2019, “Reflections on Responses to The Power Threat Meaning Framework, One Year On”.
Johnstone, Lucy, 2020, “We Are All in This Together”, Mad In The UK (7 April).
Kawohl, Wolfram, and Carlos Nordt, 2020, “Covid-19, Unemployment and Suicide”, The Lancet Psychiatry, volume 7, number 5.
Kelly, Brendan, 2020, Coping with Coronavirus: How to Stay Calm and Protect your Mental Health (Merrion Press).
Luxemburg, Rosa, 1986 [1906], The Mass Strike (Bookmarks).
Marx, Karl, and Frederick Engels, 1976 [1845], The German Ideology, in Collected Works, volume 5 (Lawrence & Wishart). [국역: 《독일 이데올로기》, 먼빛으로, 2019]
Mental Health Foundation, 2016, “The True Impact of Trauma is Never Fully Known: A Hillsborough Survivor’s Story” (10 October).
Mental Health Foundation, 2020, “Coronavirus: The Divergence of Mental Health Experiences During the Pandemic”, Mental Health Foundation (July).
Mind, 2020, “Existing Inequalities have Made Mental Health of BAME Groups Worse During Pandemic, Says Mind” (15 July).
Mulvey, Stephen, 2019, “The Long Echo of WW2 Trauma”, BBC News (7 June).
Parrington, John, 2020, “Science, Capitalism and Covid-19”, International Socialism 167 (summer).
Petter, Olivia, 2020, “Coronavirus: People ‘Beginning to Suffer’ under the Lockdown, Study Suggests”, Independent (9 April).
Pierce, Matthias, Holly Hope, Tamsin Ford, Stephani Hatch, Matthew Hotopf, Ann John, Evangelos Kontopantelis, Roger Webb, Simon Wessely, Sally McManus and Kathryn Abel, 2020, “Mental Health Before and During the Covid-19 Pandemic: A Longitudinal Probability Sample Survey of the UK Population”, The Lancet Psychiatry (21 July).
Read, John, and Pete Sanders, 2010, A Straight Talking Introduction to The Causes of Mental Health Problems (PCCS Books).
Rose, Nikolas, 2019, Our Psychiatric Future (Polity).
RCP, 2020, “Psychiatrists See Alarming Rise in Patients Needing Urgent and Emergency Care and Forecast a ‘Tsunami’ of Mental Illness”, Royal College of Psychiatrists (15 May).
Rudnick, Susan, 2018, “Out of the Darkness: a Community-led Art Psychotherapy Response to the Grenfell Tower Fire”, Art Therapy Online, volume 9, number 1.
Runnymede Trust, 2020, “Covid 19’s Impact on BME Communities” (5 August).
Scotsman, 2019, “Antidepressant Prescriptions in Scotland up by 48 Percent in Decade” (22 October).
Scull, Andrew, 2015, Madness in Civilisation: A Cultural History of Insanity (Thames and Hudson).
Spinney, Laura, 2018, Pale Rider: The Spanish Flu of 1918 and How it Changed the World (Vintage).
Tian, Fangyuan, Hongxia Li, Shuicheng Tian, Jie Yang, Jiang Shao, Chenning Tian, 2020, “Psychological Symptoms of Ordinary Chinese Citizens Based on SCL-90 During the Level I Emergency Response to Covid-19”, Psychiatry Research, volume 288.
Thomas, Mark L, 2020, “The Battle in the Workplace”, International Socialism 167 (summer 2020).
TUC, 2020, Breaking Point: the Crisis in Mental Health Funding (TUC).
Van Gelder, Kiera, 2019, “Individual vs, Collective Trauma: Lessons from the California fires”, Psychology Today (2 November).
Van der Kolk, Bessel, 2014, The Body Keeps the Score (Penguin). [국역: 《몸은 기억한다》, 을유문화사, 2020]
Viens, AM, Catherine McGowan and Caroline Vass, 2020, “Moral Distress among Healthcare Workers: Ethics Support is a Crucial Part of the Puzzle”, BMJ Opinion (23 June).
Wallace, Rob, 2016, Big Farms Make Big Flu (Monthly Review Press).
Zelig, Leo, 2016, Frantz Fanon: The Militant Philosopher of Third World Revolution (IB Taur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