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21세기의 제국주의 *
지난 20년 동안 중국은 세계경제를 이끄는 미국의 지위에 도전하고 그보다 정도는 덜하지만 미국의 세계 최강 군사력에도 도전하는 국가로 부상했다. 미국의 국제적 영향력에 비하면 중국의 경제력과 군사력은 중국과 인접한 지역에 더 집중돼 있다. 그럼에도 중국은 국제적 경쟁 체제의 한복판에 있기에, 중국 국가는 미국 국가와 마찬가지로 자국 자본의 이익을 증대하려고 제국주의 강대국으로서 행동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의 이전 경쟁자들은 이제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미국 주도 세계 질서의 일부가 됐다. 1945년 이후 독일과 일본이 그런 사례다. 중국도 매우 장기적으로는 그렇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이 글에서 살펴보겠지만, 중국은 신자유주의 “워싱턴 컨센서스”의 규칙들을 대체로 받아들이며, 중국의 일대일로를 둘러싼 과장은 빗나간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중국은 미국에 맞서 당연히 동맹이 돼 줄 세력으로 추켜세워 온 개발도상국·빈국들에게서 갈수록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미국 주도 질서에 편입되려면 굉장히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게다가 뒤에서 살펴보겠지만 비록 마오쩌둥 시기의 고전적 국가자본주의가 재편되기는 했어도, 중국 지배자들은 다른 열강에 맞서 중국의 이익을 증진하려고 국가의 힘을 계속 동원한다. 2001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여 서방이 정한 세계경제의 규칙을 따르기로 하자, 미국의 전략가들은 “공산주의”에 맞선 서방의 승리를 입증하는 최신 사례라고 자축했다. 마오쩌둥 사후 심화된 중국의 경제 자유화는 서방 자본에 엄청난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보였다. 서방 자본들은 1990년대 초부터 중국의 주요 산업 도시로 유입된 농민공 2억 명의 노동력에 접근해, 1970년대부터 서방 자본주의를 괴롭혀 온 이윤율 위기를 해결하려 했다.
2 미국의 초당적 전략 싱크탱크인 외교협회가 발행하는 저널인 《포린 어페어스》에 기고한 글에서 국제관계 연구자인 제럴드 시걸은 중국의 지정학적 중요성에 관해 “중국은 요주의 국가인가?” 하고 물음을 던지고는 대체로 그렇지 않다고 설득력 있게 답할 수 있었다. 3 시걸의 글은 널리 퍼진(그러나 갈수록 현실과 어긋나게 된) 시각을 반영했다. 그것은 중국이 더 선진적인 나라의 경제의 고부가가치 투입물을 저숙련·저임금 노동으로 최종 조립하는 곳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세계은행의 발표에 따르면, 2001년 중국의 경제 규모는 미국의 8분의 1에 불과했다.4 그러나 최근 몇 년, 특히 도널드 트럼프 임기 동안 두 강대국의 관계는 더 험악해졌다. 미국 전략가들이 쓰는 표현을 빌리면, 중국은 전략적 파트너에서 국제적 경쟁자로 변모했다. 5
중국이 WTO에 가입하기 전 30년 동안 미국과 중국의 경쟁은 때때로 군사적 충돌을 낳기도 했다. 1999년 미국이 세르비아 주재 중국 대사관을 폭격한 사건이나, 2001년 중국이 하이난 상공에서 미국 정찰기를 격추한 사건이 그런 사례다. 그러나 두 중요한 영역에서 미국과 중국은 이해관계가 상당히 겹쳤다. 두 국가는 1989~1991년 소련이 무너지기 전까지 소련의 경쟁자였고, 비록 동기는 달랐지만 중국의 경제 개혁에 열의를 보였다. 이러한 이해관계의 중첩은 2007~2008년 국제 금융 위기 때도 계속됐다. 당시 중국 국민소득의 27퍼센트에 달한 것으로 추산되는 중국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은 세계경제가 부채에 의존해 미약하게나마 회복하는 데 핵심적 구실을 했다. 2018년 이후 트럼프의 관세 전쟁은 두 국가의 힘이 대등하지 않다는 것과 중국이 수출 시장을 옥죄는 조처에 여전히 취약하다(비록 갈수록 덜해지고 있지만)는 것을 다시금 보여 줬다. 그러나 트럼프가 캐나다와 유럽연합의 수출품에도 관세를 매긴 것을 보면 미국 또한 지정학적 동맹국들과의 경쟁에 취약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중 무역 전쟁은 부분적으로 해소(더 정확히는 일시 중단)됐지만, 갈수록 적극적이 된 중국 통치자들이 자신의 이익을 달성하려고 애쓰면서 양국의 대치는 2020년에도 거듭됐다. 서방의 비판에 아랑곳하지 않고 홍콩의 민주주의 운동을 탄압한 것도 그런 사례다. 한편, 트럼프는 중국 기술 기업들, 특히 화웨이를 둘러싼 갈등을 첨예하게 키웠다.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트럼프가 중국을 겨냥한 인종차별적 언사를 쏟아 내는 등 대결적인 언사들이 난무하자 신냉전이 시작됐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미국의 구조적 문제와, 2020년 대선과 그 직후에 선명하게 드러난 정치적 분열, 더 광범하게는 미국의 국제적 이익 때문에 미국의 전반적인 정책 방향은 바이든 임기 동안에도 유지될 것이다. 실제로 대선 때 바이든은 트럼프가 중국에 너무 무르게 군다는 비판을 선거 운동 메시지의 하나로 삼았다.7 로 정의한 제국주의 경쟁의 지정학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그런데 미국과 중국 지배계급의 전략적 이해관계와 상호 적대 심화를 살펴보기 전에, 먼저 마르크스주의 이론이 어떻게 제국주의 경쟁을 이해할 수 있게 해 주는지 개괄해 보겠다.
중국 국가자본주의 지배자들의 이해관계는 미국 지배계급의 이해관계의 거울상이다. 중국은 이제 세계적인 열강의 하나로, 아시아와 그 너머의 다른 곳에서 경제적·군사적 이익을 증진하고 방어할 능력이 있다. 비록 여전히 미국보다는 약하지만, 중국은 서방과 제국주의 경쟁을 벌이는 관계에 놓여 있다. 군사적 충돌의 가능성이 있지만, 정치인과 전략가들의 호전적 언사가 깊은 경제적 상호 침투, 상호 의존과 공존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이 복잡한 관계를 명료하게 이해하고자 한다. 이 글은 알렉스 캘리니코스가 “안보, 영토, 자원, 영향력을 두고 국가들이 벌이는 충돌”미·중 관계 이해하기
좌파 진영의 많은 논자들은 여전히 중국을 “국가사회주의”로 일컫는다. 여기에는 소련 블록을 가리키는 “현실 사회주의”나 오늘날 중국 지배자들이 쓰는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같은 표현처럼 변호론적 성격이 있다. 이런 표현들에는 공통된 함의가 있다. 이런 사회들은 마르크스주의가 추구하는 해방이 완전히 실현되지는 않았지만 국가 소유가 지배적이라는 점에서 서방의 자본주의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사회라는 것이다. 그러나 법적 소유 형태를 따로 떼어 내서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를 구분하는 핵심 잣대로 삼으면, 냉전 시기의 동유럽과 오늘날 중국에 존재하는 진정한 계급 착취 관계를 보지 못하게 된다.
8 국가자본주의를 지배한 새로운 지배계급의 힘은 자본주의 사회와 달리 사적 소유가 아니라 국유 재산에 대한 소유(실질적 통제라는 뜻에서의)에서 왔다. 클리프의 중요한 통찰 하나는 소련 사회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다른 국가들의 군사적 위협으로 표현되는, 자본주의의 경쟁적 축적의 국제적 동학 속에서 그 사회를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1945년 이후에는 국가자본주의 모델이 동유럽에 강요됐고 1949년 중국 혁명 이후 중국에서 모방됐다. 10년 후 중국의 거의 모든 산업이 국유화됐다. 새로이 권력을 다진 중국 국가자본주의 지배계급은 서방 제국주의에 당한 한 세기 동안의 수모를 끝낼 경제 성장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토니 클리프는 훨씬 우월한 분석을 발전시켰다. 스탈린주의가 소련에서 1928년 제1차 5개년계획과 함께 권력을 공고히 다진 것은 반혁명이자 국가자본주의의 수립을 나타냈다고 클리프는 분석했다.마오쩌둥하의 고전적 국가자본주의 모델은 1978년 이래 중국 경제가 재편되고 세계를 향해 개방되면서 점진적으로 변형됐다. 1978년에는 사적 자본의 기여가 거의 없다시피 했지만 오늘날에는 국민총생산GDP의 60퍼센트, 수출의 90퍼센트가 사적 자본에서 나온다. 국유기업SOE이 차지하는 몫은 30퍼센트로 줄어들었고, 중국 공산당과 그 당이 주도하는 국가는 이제 사적 자본가 계급과 상호 작용을 하며, 그들의 이해관계를 충족시켜 줘야 한다.
9 중국 전역의 지방 정부들은 지방 정부 기관에서 갈라져 나온 기업들과 민간 회사 지분 소유, 민간 자본과의 합작 투자 등의 형태로 자본축적과 민간 경제 활동에 직접 관여한다. 지방 정부는 공유지를 아주 싼 가격으로 파는 등의 조처로 민간 부문을 지원하기도 한다. 한편, 일당 국가 관료들이 민간 부문으로 끊임없이 유입되기도 한다. 지방 정부와 자본이 맺는 관계에는 어떤 단일한 모델이 없지만, 모든 지방 정부는 민간 사업에 관여하라는 전국 수준의 일당 국가가 내린 명령을 이행했다. 연구자인 호 윙청은 이렇게 설명한다. “지방 당 관료들은 경제와 산업의 발전을 추구하고, 당 간부와 기업가들의 동맹을 구축하고, 사적인 이익을 위해 이윤을 남길 동기와 책임이 모두 있다.” 10 많은 관료는 그러면서 아예 민간 부문에 몸담게 된다. 역으로, 관록을 쌓은 사적 자본가들은 공직 자리를 사들여 부를 늘릴 수 있다. 일당 국가와 민간 부문이 밀접한 공생 관계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이는 크리스 하먼이 말한, 자본과 국가의 구조적 상호 의존을 보여 준다. 11
사적 자본은 일당 국가와 깊숙하게 얽혀 있다. 2006년 중국 공산당 내부 보고에 따르면 중국 백만장자의 90퍼센트가 당·국가 고위 관료들의 자녀이고, 연안 지역의 자본가들 절반 이상이 중국 공산당 간부나 국가 관료 출신이었다.12 이를 두고 《먼슬리 리뷰》의 중국 전문가 마틴 하트-랜즈버그는 “중국 자본주의의 재편을 계속 진전시킨다는 공통의 결의를 중심으로 일당 국가와 자본주의적 특권층이 융합했다”고 썼다. 13 다른 논자들도 중국에서 일당 국가와 민간 자본가들의 이익이 완전히 일치하게 됐다고 본다. 그러나 이런 분석에는 문제가 있다.
2002년 중국 공산당 총서기 장쩌민이 “삼개대표사상”을 발표한 것은 민간 부문의 부상을 인정한 것이었다. 그에 따라 민간 자본가들은 그들의 “정직한 노동”을 이유로 당 가입이 허용됐다. 2011년이 되면 중국의 입법 기구인 전국인민대표대회에 참가하는 3000명에 이르는 위원들 중 가장 부유한 70명의 총 자산이 900억 달러에 달한다. 신자유주의가 가장 기승을 부리는 서방 국가들과 비교해도 엄청난 수치다.14 현 국가 주석 시진핑하에서 일어난 변화는 최근 몇십 년 동안 “세계화 지향적” 부문의 중요성이 커진 것에 대한 일당 국가의 대응으로 봐야 한다.
덩샤오핑의 해외 진출 전략 이래로 중국의 민간 자본, 특히 연안 지역의 민간 자본은 줄곧 외국 자본과 연계를 맺어 왔다. 거기서 얻는 이익은 상호적이다. 외국 자본은 중국 국가와 닿아 있는 중국 기업들의 연줄을 이용하고, 중국 기업들은 외국 자본을 통해 서구의 기술과 경영 체계 등을 접했다. 그러나 특히 연안 지역 자본가들의 외향성은 일당 국가와 중국 공산당의 경제 성장 전략에 대한 장기적 충성의 문제를 제기한다. 또, 중국 자본 중 “세계화 지향적”이라고 할 만한 부문과 “국가 발전적”이라고 할 만한 부문 사이의 긴장도 있다. 전자가 세계경제로 더 통합되는 것을 추구한다면, 후자는 내수 시장의 발전을 더 지향한다.시진핑은 세계경제와의 통합을 추구하는 전반적인 전략을 유지하면서도, 중국 공산당의 힘을 재각인시키는 가운데 중국 연안 자본가들에 대한 통제를 강화했다. 중국의 주요 민간 기업들 대부분에 공산당 세포 조직이 생겼고, 민간 자본에 대한 규제와 감시가 늘었다. 50만 명 이상의 관료가 부패 단속에 걸렸는데 많은 수는 매우 지위가 높았다. 2017년에 도입된 새 국가정보법은 모든 조직과 시민이 “국가의 정보 업무에 협조·호응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중국 민간 자본을 겨냥한 중국 국가의 암묵적 경고는 2020년 말 억만장자인 마윈에게 본때를 보인 것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마윈의 기업 알리바바는 《포천》지의 ‘글로벌 500’ 순위에 따르면 세계에서 132번째로 가장 큰 기업이었다. 개성이 강한 쇼맨이었던 마윈은 알리바바의 위상과 그가 1980년대부터 유지해 온 공산당 당적을 믿고 자신을 가로막을 자는 없다고 여긴 듯하다. 그러나 마윈이 과도한 규제를 이유로 공산당을 비판한 직후 알리바바는 “독점 관행”에 대한 조사를 받았고, 마윈이 야심차게 추진한 한 기업의 상장이 취소됐다. “세계화 지향” 세력을 복종시킨 것이다.
국가 자본이 계속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음을 잘 보여 주는 사례는 국유기업 개혁이다. 국가 부문을 더 효율적이게 하기 위한 합리화와 구조조정, 민영화가 거의 상시적으로 이뤄졌다. 1994~2005년 동안 국유기업 노동자 6000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개혁은 2003년에 강도가 세졌다. 민간 자본가들의 공산당 가입이 허용되고, 국무원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SASC가 설립된 직후였다. 민영화와 합병을 통해 국유기업의 수가 줄었고, 대부분은 영리 기업으로 전환돼 국가와 법적으로 분리되고 갈수록 시장 논리에 따라 움직였다. 그러나 ‘조대방소’(큰 것은 잡아 두고 작은 것은 놓는다) 전략에 따라 SASC는 가장 큰 약 100개 국유기업에 대한 통제권을 유지했다. 이 기업들은 국방, 에너지, 철도, 전기 통신, 항공, 건설 등 전략적으로 가장 중요한 부문들에서 활동한다. 가장 마지막에 이뤄진 2019년 국유기업 개혁의 핵심 목표는 국유기업에 대한 공산당의 지도력을 강화하는 것이었다.
이 핵심적인 “국가 챔피언” 국유기업들의 규모는 엄청나다. 《포천》의 ‘글로벌 500’대 기업 중 중국 기업은 124개다(미국은 121개). 그중 상위 25개 기업 중 20개는 국가 소유다. 게다가 국유기업들이 모든 민간 기업의 4분의 1을 소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경제에서 국가가 차지하는 중심적 지위를 잘 보여 주는 또 다른 사례는 금융 자본의 90퍼센트 이상이 국가 소유라는 것이다. 중국 국가자본주의의 구조는 지난 40년 동안 변화해 왔다. 어쩌면 “개방된 국가자본주의”나 “국가가 지도하는 자본주의”라는 명칭이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뭐라고 이름 붙이든 간에 중국 경제는 세계 자본주의 체제의 일부이며, 그 체제의 일반적 특징을 공유한다. 그렇다면 중국과 나머지 세계의 관계는 무엇일까?
15 초강대국으로 부상한 미국은 자기보다 약한 동맹국들에 어느 정도 통제력을 행사할 수 있었고, 그들과 경쟁을 하면서도 서방 국가들 사이의 전통적 경쟁을 냉전 시기 동안 완화시킬 수 있었다. 동유럽에 [소련이라는] 국가자본주의 제국주의 강대국이 (한동안) 있었다는 사실이 이런 경향을 강화시켰다. 그러나 제국주의 세계 체제가 경쟁으로 추동된다는 레닌과 부하린의 전반적인 분석은 여전히 근본에서 옳다. 《먼슬리 리뷰》에서 션 레드위스는 학자인 주드 우드워드가 미·중 관계를 다룬 저서에서 중국 지배자들의 “선의”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비판하면서, 중국이 “체제의 논리에 매여 있고” 그 논리는 가장 권위주의적인 정치인들의 힘보다도 강력하다고 지적했다. 16
한 세기 전 레닌과 부하린이 제국주의 경쟁을 이해하려고 개발한 이론은 동태적이고, 알렉스 캘리니코스가 지적했듯이 오늘날 세계에 기계적으로 적용할 수 없다.국제 체제의 논리는 경쟁적 자본축적의 논리와 긴밀하게 얽혀 있다. 앞서 아시아의 개발 국가들은 민간 자본가 집단들을 거대한 복합 기업으로 단호하게 재편했다. 한국의 ‘재벌’과 일본의 ‘자이바쓰’가 그런 사례다. 그후 이런 기업들은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려고 국가의 광범한 지원을 받았다. 국가 계획 수립자들의 장기적인 관점(여기에는 사회 안정과 경제 성장을 도모하고, 새로 떠오르는 기술 동향에 대처하고, 미래의 시장 기회를 찾아내기 위한 고려 등이 반영된다)은 자본가들의 단기적 이익·판단과 공존하고 때로는 충돌하기도 한다.
17 이와 비슷하게도 브라질의 마르크스주의자 후이 마우루 마리니는 미국과 미국의 아류제국주의적 하위 파트너인 브라질의 관계를 “적대적 협력”으로 묘사했다. 18 충돌과 협력 사이의 균형은 고정돼 있지 않다. 그리고 세계화 시기에는 세계경제포럼WSF 같은 자본주의적 계획 기구나 국제통화기금IMF 같은 기구들의 중요성이 증대했는데, 이는 세계의 지배적인 자본가 계급들의 공통된 이해관계(예컨대, 개발도상국·빈국들을 세계 시장의 작동 방식에 맞게 구조조정하는 데서 갖는)를 뚜렷하게 보여 준다. 그러나 자본축적의 압력은 이런 협력이 언제나 경쟁을 배경으로 이뤄진다는 것을 함축한다. 19 이 경쟁 때문에 국가들은 다른 국가들과의 관계를 관리할 전략을 세워야만 한다. 그리고 미·중 관계는 비대칭적인 제국주의 경쟁이다.
무계획적이고 혼돈에 빠질 가능성을 품고 있는 세계 체제 내에서 거대 자본들은 전 세계에서 투자 기회와 특정한 자원의 원천, 시장을 찾는다. 그러면서 거대 자본들은 전략적 제휴나 합작 투자 등 다양한 형태로 해외 자본과 협력하게 된다. 그러나 자본들은 여전히 국민국가 수준에서 가장 깊숙히 뿌리를 내리고 조직돼 있다. 한편, 국가도 자신의 장기적 이익과 자국에 기반을 둔 기업들의 이익을 증진하기 위해 다른 국가들과 협력한다. 이런 식으로 제국주의 경쟁이라는 본질이 즉각적으로는 협력이라는 형태를 낳는 것이다.(그리고 그 협력의 구조는 국가들의 상대적 힘의 차이에 의해 결정된다.) 학자인 피터 고완은 유럽연합과 미국의 관계를 두고 종속적인 “협력 관계”에 “마찰과 경쟁을 낳는 요소”가 결합돼 있다고 썼다.미국과 중국의 전략 — 협력으로 억제되는 경쟁
1970년대 초 미국 지배계급은 모든 전선에서 도전에 직면했다. 군사적으로는, 미국의 압도적인 군사적 우위로도 베트남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것이 드러났다. 정치적으로는 반전 운동, 여성 운동, 흑인 해방 운동, 인종차별 반대 운동, 노동조합 운동이 베트남 전쟁의 진로에 대한 지배계급의 불안감을 더 키웠다. 경제적으로 미국은 상대적으로 쇠락했고 동맹국들과의 경쟁이 심화됐다. 당시 미국 대통령 닉슨과 그의 국가안보보좌관 헨리 키신저는 마오쩌둥에게 손을 내밀었다. 미·중 관계를 개선하면 그것이 소련 정부와 북베트남 정부에 압력이 돼, 체면을 살릴 협상을 그들에게서 얻어낼 수 있을 거라는 기대에서였다.
20 마오는 기존의 국가 간, 국민국가 지배계급들 간 관계를 받아들였다. 스탈린이 정식화하고 마오가 발전시킨 “평화 공존” 개념은 몇몇 좌파의 주장과 달리 진보적인 것이 전혀 아니며, 노동계급의 투쟁들이 해당 국민국가 지배계급이 처리할 문제라는 뜻이었다.
마오쩌둥의 대외 정책은 때때로 혁명적 언사로 포장됐지만 실천적으로는 보수적이었다. 나이절 해리스가 지적했듯이, 레닌이 소비에트 국가를 국제 노동계급의 이익과 1917년 이후의 세계 혁명에 기여하도록 이끈 반면, 마오의 근본적 목표는 중국 국가자본주의 지배계급의 이익을 방어하는 것이었다. 이 목적을 위해 마오는 “외국 지배계급을 동맹으로 얻고자 애썼다.”변화하는 세계에서 이런 노선을 추구하려면 빈번하게 지정학적 정책을 급격히 전환해야 했다. 1950년대에 마오는 미국을 유일한 지배적 초강대국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1960년대에 중·소 관계가 악화하자 마오는 미국과 소련 두 세계적 열강이 나머지 국가들을 지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1969년 중·소 국경 분쟁 이후 마오는 또다시 주장을 바꿔서, 소련을 유일한 초강대국이자 중국과 세계 평화를 가장 위협하는 존재로 규정했다. 여기서 닉슨과 키신저는 미국을 베트남 전쟁이라는 수렁에서 끄집어낼 기회를 포착했다.
미국의 이해관계는 중국 지도부 내 개혁파의 이해관계와 맞아떨어졌다. 개혁파는 중국의 내향적 국가자본주의가 한계에 부딪혔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오쩌둥이 죽은 뒤 주도권은 결국 이들 개혁파에게 넘어갔다. 1978년부터 새 중국 국가주석 덩샤오핑은 중국 경제와 세계 경제를 잇기 위해 두 정책을 동시에 추진했다. 하나는 서방 기업과 기술을 들여오는 “인진래”引進來(국내 유치)였고, 다른 하나는 처음에는 수출, 나중에는 자본 수출을 통해 이뤄지는 “주출거”走出去(해외 진출)였다. 1989년 톈안먼 광장 학살 이후 개혁 정책은 잠시 더뎌졌지만, 1992년이 전환점이 됐다. 덩샤오핑의 “남순강화”(남부의 주요 도시들을 시찰한 것)는 중국을 세계경제에 개방하는 프로젝트에 다시 불을 붙였다. 미국과 중국의 양해각서가 체결됐고, 중국은 무역 보호를 줄이고 미국의 지적 재산권을 인정하기로 약속했다. 서부 해안을 따라 설정된, 규제가 완화된 특별경제구역SEZ로 외국인직접투자FDI가 쇄도했다. 이전 10년 동안에는 약 20억 달러 규모였던 연간 해외직접투자 순유입이 이후 10년 동안에는 300억 달러 이상에 달했다.
21 한편, 당시 중국 총리 주룽지는 개혁을 더 밀어붙이는 것에 반대하는 자들에 맞서서 전국인민대표대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중국 경제는 구조조정 없이는 더는 발전할 수 없는 단계에 도달했다.” 22 중국은 WTO 가입 조건을 적극 수용했다. 물론, 그 변화의 보폭은 여전히 스스로 정하려 했고, 또 클린턴의 협상 팀과의 협상 과정에서 진통이 있었지만 말이다. 23
1990년대 후반에 미국 대통령 클린턴은 중국의 인권 탄압과 미국 일자리 감소에 관한 우려를 물리치고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시키려 했다. 중국은 여전히 경제에 대한 국가 규제가 상당했기 때문에, 이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핵심 기구에 가입하기 위한 요건을 온전히 충족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미국의 전략가들은 중국의 WTO 가입을 해 볼 만한 도박으로 봤다. 그 목표는 경제적인 동시에 지정학적이었다. 2000년에 미국에서 미·중관계법이 통과돼 중국의 WTO 가입이 순조로워지자 클린턴은 이것이 “미국에 새로운 무역 기회를 열어 주고, 중국에서 변화의 가능성을 열어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24 2009년에 중국은 세계 최대 수출국이 됐다. 물론, 2005년까지만 해도 선진 산업 부문에서 나온 이윤은 대부분(예컨대 전자 기술과 정보 기술 부문에서는 70퍼센트가) 해외 다국적기업으로 갔다. 그럼에도 중국에서 이뤄지는 생산이 급증한 것은 미국과 중국 모두의 지배계급에 이득이 됐다. 25 이는 미국 자본에 새로운 이윤의 원천이 됐고, 중국에서 생산되는 값싼 소비재는 신자유주의에 의한 임금 억제의 효과를 완화해 줬다. 한편, 중국은 경제를 성장시킬 수 있었고, 고부가가치 생산으로 나아가고 서방과 경쟁하는 데 필요한 경쟁력을 갖출 수단을 확보할 수 있었다.
WTO 가입은 중국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1978년에 간신히 100억 달러에 이르렀던 총 수출은 2008년에 1조 4300억 달러로 늘었다.26 1990년대 말에 중국은 아세안+3(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과 중국, 일본, 남한)에 합류해 역내 경제 통합을 심화시키는 데 기여했다. 27 또, 1997년 아시아 금융 위기 때 중국은 위안화 환율을 유지해 아시아에서 경쟁 압력을 억제하고, 금융 투기 위협에서 아시아 통화를 지키기 위한 역내 합의에 동참해 아시아 지역의 경기 회복을 도왔다.
중국의 성장으로 자신감을 얻은 덩샤오핑은 “패권주의”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이는 명백히 미국을 겨냥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는 미국의 동맹국들 사이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하려고 아시아에서 추진한 “선린” 정책과 잘 맞아떨어졌다.다른 개발도상국과의 경제적 경쟁은 계속됐지만, 중국은 경제를 성장시킨 덕분에 아시아 바깥으로 영향력을 뻗칠 수 있었다. 중국은 2000년에 중국-아프리카 협력 포럼, 2004년에 중국-아랍국가 협력 포럼을 설립했고, 2009년부터는 브릭스[BRICS, 신흥 경제 5국인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의 중심적 구성원이었다. 미국이 이라크에서 겪은 군사적 실패도 중국이 더 적극적이 된 중요한 요인이었다. 미국의 어려움은 중국이 국제적 위상을 발전시킬 지정학적 기회를 넓혀 줬다. 미국의 전략가들은 이미 2001년 9·11 공격 당시 중국의 부상을 의식하고 있었고, 이후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그리고 2008년 조지아에서) 미국이 겪은 실패에 경악하며, 미국 패권의 한계를 갈수록 우려하게 됐다.
28 조지 W 부시의 전략을 만들어 낸 싱크탱크 ‘새로운 미국의 세기를 위한 프로젝트’의 주요 인물인 로버트 카플란은 미국과 중국의 군사적 경쟁이 “21세기를 규정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29 《포린 어페어스》의 또 다른 기고자이자 나중에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정부의 수석 경제 고문이 되는 아빈드 수브라마니안은 중국이 이제 “필연적인 초강대국”이 됐다는 말로 미국 전략가들의 비관적 정서를 대변했다. 수브라마니안은 2030년이 되면 “미국의 상대적 쇠락이 다극적 세계가 아니라 중국이 지배하는 단극적 세계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30 2008년 위기 이후 세계경제의 회복에서 중국이 한 기여는 중국의 증대하는 국제적 비중을 뚜렷하게 보여 줬다.
《포린 어페어스》 편집자인 제임스 호지는 “세계적 패권 이동이 진행 중”이라고 써서 그런 우려를 전형적으로 드러냈다.31 이후 일본에서 활동하는 미국 제7함대는 아시아 국가들과 해마다 100건의 연합 훈련을 벌였다. 그러면서 힘겨루기가 치열한 남중국해에 초점을 맞추고, 중국 해군력을 억지하겠다는 미국의 의지를 과시했다. 32 오바마가 제안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은 이러한 포위 전략의 경제적 일부였다.
2010년 버락 오바마가 미국 군사력의 60퍼센트를 아시아로 돌리겠다고 선언한 것은 바로 이런 맥락 속에서였다. 동시에 그의 국무장관인 힐러리 클린턴은 아시아에서 미국의 군사 동맹을 강화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그 의미를 재빠르게 포착한 〈파이낸셜 타임스〉 기자 제프 다이어는 미국이 중국에 대항해 나머지 모든 아시아 국가들을 결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33 베이징대학교 교수 예쯔청은 중국이 이런 부흥을 완수하려면 세계적 강대국이 돼야 하며 실제로 최근 몇십 년 동안 중국의 군대가 대대적으로 현대화됐다고 주장한다. 34 중국의 국가해양국SOA은, 해군력 건설이 “21세기를 위한 역사적 과제”이며 그 과제를 달성해 이른바 원해 방어, 즉 해군력을 국제적으로 투사할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영관급 출신의 전략가 류밍푸는 미국을 “세계 제일” 국가 지위에서 밀어낸다는 목표를 언급했다. 물론 다른 논자들은 중국이 상대적으로 더 나은 안보 환경에서 경제 성장을 지속하려고 아시아에서 지역적 헤게모니를 추구할 뿐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경쟁의 압력과 중국 경제의 왕성한 성장 욕구 때문에 그런 선택은 불가능한 것일지도 모른다. 이는 중국이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를 뒤집으려 하는가, 아니면 그 질서 안에서 계속 힘을 쌓으려 하는가 하는 문제를 제기하는데, 그 문제는 다음 절에서 살펴보겠다.
오바마의 ‘중심축 전환’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대외 정책은 갈수록 자신만만하고 적극적이 됐다. 이는 “세계 모든 국가들 사이에서 중국의 위상을 더 확고하고 강력하게 할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향한 “중국몽”으로 표현됐다. 그러나 오바마의 ‘중심축 전환’이 중국에 가한 군사적 압박은 상시적인 경제적 상호 침투, 상호 의존과 공존했다. 미국에서 오는 외국인직접투자와 대미 수출 등으로 중국 경제는 계속 성장했다. 중국의 국제적 경제 전략은 이런 성공을 반영하며, 2013년 시진핑은 일대일로 정책을 발표했다. 이 어마어마한 인프라 개발 프로젝트는 지역적 수준과 세계적 수준에서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것이다. 이를 배경으로 미국 외교협회는 더글러스 파이스(아들 부시의 국방부 차관), 리처드 하스(국무장관 콜린 파월의 고문), 네오콘인 폴 울포위츠, 힐러리 클린턴의 국무부 부장관으로 이뤄진 연구단을 꾸렸다. 2015년 미국 외교협회는 “미국의 대對중국 대전략 바로잡기”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미국 외교협회를 “독점 금융 자본의 싱크탱크”라고 규정한 로런스 슈프는 그 보고서가 미국의 이해관계를 “공세적인 제국주의적 관점”에서 제시하고 있다고 묘사했다.36 트럼프의 “2017년 국가안보전략”과 대對중국 정책은 이 보고서가 제시하는 방향과 일치한다. 비록 트럼프가 미국의 이익을 내세우는 방식이 이전 미국 지도자들과 달랐지만 말이다.
그 보고서는 미국이 중국의 부상에 대처하고 자국의 세계적 “최고 지위”를 유지할 전략을 갖고 있지 않다고 개탄하며 여러 조처들을 권고한다. 아시아에서 맺을 새로운 무역 협정에서 중국을 배제하고, 중국군의 현대화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는 기술들의 수출을 통제하고, 아시아·태평양의 동맹국들과 전략적 동맹을 강화하고, 미국의 군사력을 업그레이드해 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국력 투사를 강화하라는 것 등이었다. 보고서 저자들은 소련에 대한 봉쇄 정책이 방어 전략이 아니라 “냉전에서 승리하는 수단”이었다는 점을 상기시킨다.37 이제 트럼프의 전략 문서는 “경쟁자들과 관계를 맺고 그들을 국제 기구와 국제 무역에 편입시켜 그들을 고분고분한 행위자이자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만들 수 있다는 가정에 기초한” 정책들을 재고해야 한다고 선언한다. 그 가정은 대체로 “틀린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말이다. 38 이후 트럼프의 행보는 이런 재검토의 실질적 내용을 제공하고, 중국의 “증대하는 정치적·경제적·군사적” 도전(정도는 덜하지만 러시아도)에 대한 대응이 무엇인지를 제시했다. 이런 재검토와 대응에 깔린 전제는 중국이 미국의 “힘과 영향력, 이익”을 위협해 “미국의 안보와 번영을 잠식하려 한다”는 것이다. 39 이러한 평가는 얼마나 정확한가?
미국 외교협회 보고서의 핵심 전제는 미국이 중국의 경제 개방과 WTO 가입을 지지해 중국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중국이 지정학적 경쟁자로 부상하는 과정을 가속시켰다”는 것이다.워싱턴 컨센서스에서 베이징 컨센서스로?
어떤 논평가들은 중국의 부상이 신자유주의 “워싱턴 컨센서스”로부터의 단절을 알리는 전조라고 주장한다. 워싱턴 컨센서스는 1980년대부터 국제 금융 기구들과 세계 주요 국가들의 정책 결정을 지배해 왔다. 그것의 가장 파괴적인 결과 하나는 개발도상국과 빈국들이 부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IMF와 세계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대가로 구조조정을 강요받았다는 것이다. 중국은 이와 달리 다른 주권 국가들과 평화롭게 공존하고 그 국가들에 개입하지 않는 것을 추구한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중국 지배계급의 이해관계에서 도출되는 결론들은 그와 다르다.
40 여기에는 외국 자본의 책임도 일부 있다. 그러나 외국 자본은 중국 지배계급이 설계한 시스템 안에서 활동한다. 불평등에 대한 이런 공동 책임을 보면, 중국이 워싱턴 컨센서스의 대항마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국가 소유와 국가의 경제적 규제는 특정한 상황에서는 신자유주의와 대립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바로 그런 장치들을 통해 신자유주의가 작동한다. 따라서 이언 테일러가 지적했듯이 “중국이 자본주의 세계 질서의 대안 내지 잠재적 도전자라는 주장은 그다지 신빙성이 없다. 중국은 기성 세계 질서의 능동적 참여자이자 암묵적으로 인정된 공동 관리자다.” 41 국제관계학 용어로 중국은 “현상유지국”이다. 제국주의 경쟁 체제에서 중국이 미국 등과 다양한 유형의 충돌을 벌이는 것은 필연적이지만, 새로이 부상하는 “베이징 컨센서스”가 세계 자본주의의 대안을 제시한다는 발상은 그다지 유익한 출발점이 아니다. 특히, 중국이 미국의 대안을 자처하며 활동하는 영역인 개발도상국과 빈국들을 보면 이를 가장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다.
앞에서 살펴본 중국 자본가들 사이의 긴장과 관계없이, 중국 자본가들은 하나같이 30년 동안 임금 인상을 억제하는 데 전념했다. 중국의 많은 지역에서 최저임금이 오르고 2010년대에 농민공 유입이 줄어 임금이 전반적으로 올랐지만, 여전히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불평등한 축에 속한다.42 그러나 몇 년 지나지 않아 그런 낙관은 빗나갔다.
2000년대 초 상품 호황 시기에 라틴아메리카에서는 중국에 대한 수출이 좌파적인 “핑크 물결” 정부들의 지출 재원을 마련하는 수단이 됐다. “핑크 물결” 정부들은 거기서 얻은 수입으로 온건한 사회 개혁과 소득 재분배 정책을 폈지만 지배계급들의 고착화된 이해관계에 도전하지는 못했다. 이 나라들과 중국 사이의 무역은 2000~2010년 동안 10배로 늘었고, 개발 사업을 위해 중국으로부터 받은 대출이 크게 늘었다. 마치 새로운 경제 발전의 동역학이 전개되는 듯한 상황이 되자, 낙관적인(비록 비판적이기는 해도) 전망을 담은 책들이 나오기도 했다. 알렉스 페르난데스 힐베르토와 바르바라 호헨봄의 《중국을 마주한 라틴아메리카: 워싱턴 컨센서스를 넘어선 개발도상국간 관계》가 그런 사례다.43 브라질이 라틴아메리카에서 가장 산업화된 나라의 하나인데도 그렇다. 연구자인 아드리안 소텔로 발렌시아의 표현을 빌리면, 중국과 라틴아메리카의 관계는 “채굴 산업에 의존하는 1차 생산물 수출 모델을 산업과 내수 시장, 제조업 수출에 기반한 모델”로 교체하는 데 실패했다. 44 오히려 중국의 저렴한 생산비가 “미국·유럽 시장에 라틴아메리카의 생산물을 수출할 기회를 그르치고 있다.” 중국의 생산비에서 비롯한 압력으로 라틴 아메리카에서 구조조정이 이뤄진 결과, 예컨대 멕시코 “마킬라도라”(저비용 조립 공장)의 일자리가 중국으로 빠져나갔다. 45
중국과 라틴아메리카의 무역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빈국의 무역에서 나타난 패턴을 되풀이했다. 2010~2015년 동안 브라질에서 중국으로 가는 수출의 84퍼센트는 1차 생산물[농산물과 원료 등]이었지만, 중국에서 브라질로 들어온 수입의 97퍼센트는 공업 생산품이었다.선진국 수출에 대한 의존이 대對중국 수출에 대한 의존으로 일부 대체됐지만, 세계경제 내에서 라틴아메리카가 갖는 구조적 취약성은 그대로였다. 2000년대의 상품 호황이 2010년대에 들어 잦아들자 라틴아메리카의 성장과 “핑크 물결”로 불린 좌파의 선거 승리 물결도 잦아들었다. 사실 상품 호황은 라틴아메리카 산업의 취약성을 더 심화시켰다. 브라질 노동자당PT 정부의 신개발주의적 개혁주의하에서도
2003~2011년 원자재 가격이 오르는 동안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와 지우마 호세프 노동자당 정부하에서 농업 산업과 약탈적 채굴 산업으로의 생산 전문화 추세가 강화됐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이런 흐름이 결합돼 채굴 자본이 “경제의 추동력”이 됐다.
47 반면 최근 몇년 동안 중국과 아프리카의 연간 쌍방무역 규모는 평균 2000억 달러에 달했다. 외국인직접투자도 비슷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2011년 아프리카에서 중국발 외국인직접투자의 총 투자 금액은 160억 달러로 미국발 투자의 570억 달러보다 훨씬 적었다. 48 그러나 2018년이 되면 중국의 총 투자 금액은 460억 달러였고 미국은 480억 달러였다. 49 이런 수치를 근거로 기업 언론들은 아프리카에서 중국이 미국의 이해관계에 도전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2010년대 내내 여러 차례 실었다. 그러나 아프리카에서 중국이 갖는 영향력은 그 의미가 과장됐다.
중국과 라틴아메리카 지배자들이 공통의 이해관계를 형성하는 과정은 아프리카에서도 되풀이됐다. 아프리카 55개국 중 53개국은 중국-아프리카 협력 포럼의 회원국이고, 아프리카의 지배계급들은 중국과 더 깊은 경제적 관계를 맺는 것을 반겼다. 동시에 미국과 아프리카의 경제적 관계는 실로 약화됐다. 2008년 미국과 아프리카의 쌍방무역 규모는 1400억 달러에 달했지만, 2018년에는 600억 달러에 불과했다. 여기에는 새로운 채굴 기술로 석유 수요가 줄은 탓도 있다.라틴아메리카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중국과 아프리카의 무역도 선진국과 개발도상국·빈국의 무역에서 나타난 종래의 패턴을 되풀이했다. 중국은 아프리카에서 광물과 금속을 수입하고(어떤 해에는 원유와 석유가 전체 가치의 75퍼센트를 차지했다) 그 대가로 소비재와 중·저급 기술 제품을 수출한다. 아프리카에서는 중국발 외국인직접투자가 채굴 산업에 집중돼 있고 중국 노동력을 수입해 쓰는 것에 대한 비판이 많이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 수입된 중국인 노동력은 수입된 중국 음식을 식사로 제공받고, 중국의 공급망과 연결된 부품으로 작업을 한다. 그러나 중국과 아프리카의 관계가 세계 질서의 근본적인 변화를 시사한다는 주장에는 이보다 더 중요한 문제점이 있다.
50 여전히 연간 세계 전체 외국인직접투자의 고작 2~3퍼센트만이 아프리카로 간다. 둘째, 아프리카에서 미국 자본이 후퇴한 것은 사실이지만 모든 서방 자본이 후퇴한 것은 아니다. 2018년 아프리카에서 외국인직접투자 총 투자 금액이 가장 많은 자본은 네덜란드의 다국적 자본들이었다(780억 달러). 프랑스(530억 달러)와 영국(490억 달러)의 총 투자 금액도 중국보다 크다. 51 이 수치는 중국이 아프리카에 대한 기존 제국주의의 착취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동참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를 두고 개발도상국의 지배계급들 사이에 형성된 공통의 이해관계를 기반으로 베이징 컨센서스가 출현하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동아시아 연구자인 웨이량이 지적하듯이
첫째, 2019년 아프리카로의 자본 유입 규모(450억 달러)는 아시아와 오세아니아의 개발도상국으로 유입되는 자본 규모(4740억 달러)나 선진국으로 유입되는 자본 규모(8000억 달러)에 비하면 훨씬 작다.중국은 경제의 완전 개방을 늦추는 데서 많은 개발도상국들과 이해관계를 같이하지 않는다. 오히려 중국은 미국이나 유럽연합처럼 개발도상국의 과감한 무역 자유화를 통해 중국 수출품이 시장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53 예컨대 짐바브웨의 로버트 무가베 정권은 광업 부문에 대한 대규모 중국발 외국인직접투자에서 이득을 봤다. 그것의 한 사례가 중국과 짐바브웨 군부의 합작 회사인 안진이다. 짐바브웨의 다이아몬드 매장층을 개발할 수 있게 준 대가로 안진은 군부에 새 국방 대학 건설 비용 9800만 달러를 선물해 줬다. 54 이와 무관하지 않은 일로, 중국 기업들은 짐바브웨 노동자들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중국은 무가베가 2013년 7월 총선을 조작하려고 이스라엘 기업 니쿠프 인터내셔널 프로젝트와 계약을 맺을 때 돈을 대 준 것으로 알려졌다.(이 선거로 무가베는 권좌로 돌아왔다.) 그러나 중국이 미국 주도 세계 질서의 전반적인 규칙을 근본적으로 위협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제국주의 간 충돌이 벌어질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
지역 정치에 중국이 개입하는 것도 종래의 패턴을 되풀이하는 것이다. 연구자인 패트릭 본드는 아프리카에서 중국이 “서구 기업들보다 훨씬 약탈적인” 행태를 보였으며, “지역 독재자들을 지지”하는 것이 그러는 데 도움이 됐다고 지적한다.오늘날의 미·중 경쟁
중국의 세계 체제 편입은 미국 자본에 엄청난 이익을 안겨 줬다. 그러나 그것의 뜻하지 않은 결과로서, 1945년 미국이 세계 최강대국이 된 이래 가장 강력한 경제적 경쟁자가 부상했다. 1980년에 중국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퍼센트도 안 됐다. 당시 미국은 25퍼센트를 차지했다. 그러나 오늘날 중국 경제 규모는 미국 경제의 대략 4분의 3에 달한다. 핵심적인 분야에서 중국은 훨씬 취약하고 더 위험에 노출돼 있지만, 40년 동안의 성장 덕분에 중국의 통치자들은 국제적으로 국력을 투사할 수단을 갖게 됐다. 그래서 미국 내에서는 미국 경제의 미래가 위협받고 있고 지정학적·군사적 영향력이 장기적으로 약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위와 같은 전략적 전망하에서 미국과 중국은 서로 충돌하는 방향으로 돌진하고 있다. 군사 영역에서 미국 전략가들은 중국의 군사력 증대에 관해 동맹국들에 끊임없이 경고한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에 따르면 중국의 군비 지출은 1989~2019년 동안 200억 달러에서 2660억 달러로 늘어났다. 병력은 절반으로 줄어서 200만 명이 됐지만, 이것은 군사력이 현대화되고 무기와 통신 체계가 발전한 결과다. 그러나 미국의 불평은 현실을 흐리는 면이 있다. 중국의 군비 지출은 미국의 37퍼센트에 불과하다. 미국은 중국보다 훨씬 대규모로 국력을 투사할 수 있다. 게다가 냉전기에 건설된 미국 주도의 군사 동맹은 세계 곳곳으로 뻗어 있다. 동맹국들의 군비 지출까지 고려하면 세력 균형은 미국에 더 유리하다. 그런 점에 비춰 보면 21세기의 첫 20년 동안 세계 무기 수출의 32퍼센트가 미국에서 오는 것은 그리 놀랍지 않은 일이다. 같은 시기 중국의 무기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4퍼센트에 불과했다. 중국이 아프리카에서 미국의 이익을 위협하고 있다고 하지만, 같은 기간 동안 아프리카가 수입한 무기의 19퍼센트는 미국산이었고 중국산은 7.5퍼센트에 불과했다.
57 남중국해 지역은 이제 세계에서 군사적으로 가장 불안정한 곳의 하나가 됐다. 미국의 동맹국인 일본, 남한, 대만과 맞닿아 있는 동중국해 또한 그런 곳이다. 이 지역들에서 군사적 충돌의 가능성이 매우 뚜렷하게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군사력을 늘린 덕분에 지역 수준에서 미국의 군사적 헤게모니를 위협할 수 있게 됐다. 중국이 남중국해를 군사화하고 미국이 이에 대응해 빈번하게 “항행의 자유” 작전을 벌이고 아시아 동맹국들과 안보 협정을 강화하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게다가 아시아의 지배계급들은 저마다 나름의 이해관계가 있고, 미국은 동맹국의 이해관계라고 해도 그것을 자국의 전략적 세계관에 쉽게 통합시킬 수 없다. 다른 아시아의 지배계급들은 중국과의 관계에서 이득을 보았다. 자국의 산업화에 도움이 됐기 때문이다. 이 지배계급들은 중국을 여전히 경계하더라도 지역적 통합을 심화시키는 데 관심을 갖는다. 그래서 이해관계의 공유와 충돌, 구심적 경향과 원심적 경향, 경제적 통합과 정치적 분열의 불안정한 균형이 지역 수준에서 형성돼 있다. 미국은 이 균형을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기울게 하려 한다.
오바마 정부가 중국을 배제하고 추진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은 군사적인 ‘중심축 전환’에 상응하는 경제 전략이었다. 이 협정은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들(여기에 더해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 칠레, 캐나다, 멕시코)을 미국 경제와 더 완전하게 통합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이 협정은 아시아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증대에 대응하는 성격이 주되지만, 미국 전략가들은 아시아 국가들의 계획과 구상을 의식하기도 했다. 이런 계획들은 미국의 이해관계가 미국의 동맹국들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의 이해관계와 언제나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는 인식의 산물이었다. 이런 인식은 1997년 아시아 금융 위기 동안 뚜렷해졌는데, 당시 미국은 아시아통화기금을 설립하자는 일본의 제안을 거부했다. 표결권 비중 덕분에 미국이 사실상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IMF의 지위를 위협한다는 이유에서였다.
2017년 임기 초반에 트럼프가 TPP에서 탈퇴하자 중국 지배자들은 이를 반겼다. 트럼프의 결정은 “미국 우선”이라는 그의 지향을 따른 것이었다. “미국 우선”에는 일자리 유출을 부추길 가능성이 있는 무역 협정에서 철수한다는 함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협정에서 탈퇴하는 것은 상당한 지정학적 위험을 무릅쓰는 것이기도 했다. 아마도 트럼프의 고문들은 기존의 상호 협정, 무역 협정과 더불어 미국 시장의 규모, 미국의 군사적 역량, 이와 연관된 동맹국들에 대한 영향력을 종합해 봤을 때 중국 외의 아시아 국가들을 계속 미국 편으로 끌어당기는 게 가능하다고 판단한 듯하다. 그러나 트럼프의 결정은 아시아의 미국 동맹국들 사이에서 실망을 자아냈다. 다음해 일본의 주도하에서 그 동맹국들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으로 TPP의 많은 부분을 건져 냈다. 일본은 훗날 미국이 이 새 협정에 가입하기를 바란다.
58 RCEP은 무역 규제를 소폭 완화할 것이며, 역내 산출량을 고작 0.2~0.4 퍼센트 늘릴 것으로 기대된다. 게다가 협정은 워싱턴 컨센서스에도 부합한다. 이 협정을 두고 중국 총리 리커창은 “다자주의와 자유 무역의 승리”라고 했다. 59 그러나 RCEP의 타결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 미국의 의도와 무관하게 중국은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일정 정도 공유하는 이해관계가 있고 그래서 그 국가들을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에서 손쉽게 떼어 낼 수 없다는 것이다. 한편 중국 지배자들에게 RCEP은 현대화를 위해 무역을 확장하고 규모의 경제를 확대할 작은 기회이며, 장기적으로는 주변 국가들과의 지속적인 외교적·정치적 교류를 정착시킬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아세안과 중국의 주도로 2020년에 타결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은 트럼프의 TPP 파기가 남긴 공백을 메우고 역내 경제 통합의 중심부에 남아 있으려는 중국의 의지를 선명하게 보여 준다. 그러나 이 협정이 역내 관계를 심화시킬지는 분명치 않다. 사실 경제적인 측면에서 RCEP은 이미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들이 중국과 상호 자유무역협정을 맺은 상황에서 기존 협정들을 다자 협정으로 성문화하는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이를 과대평가해서는 안 된다. 역내 기구 참여는 갈등 해소에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그런 기구들을 낳는 경쟁 자체를 극복하게 해주지 않는다. 예컨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관한 아세안-중국 행동 준칙이 합의됐음에도, 최근 몇 년 동안 남중국해에서는 모든 연안국들이 연루된 군사적 대치가 여러 번 있었다. 또 다른 사례로, 오스트레일리아는 역내 기구들과 국제 기구들에 중국과 함께 가입해 있지만, 그런 사실에 연연하지 않고 2018년 5G 네트워크에서 화웨이를 퇴출하라는 미국의 압력에 가장 먼저 응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기원을 조사하라는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촉구에도 함께했다. 중국 또한 그러한 촉구에 대항해 수출 제한을 걸어서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오는 수출의 4분의 1에 타격을 주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60 이것이 성공한다면 중국은 1945년 이래 미국의 전략에서 핵심적인 지역들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 “새로운 실크로드”가 일각에서 자아낸 장밋빛 기대나 일대일로를 둘러싼 과장 때문에 이 프로젝트가 직면한 난관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협력과 충돌의 변증법은 일대일로 정책에서도 나타난다. 2013년 카자흐스탄에서 한 연설에서 시진핑은 일대일로의 취지를 “유라시아 지역에서 경제적으로 더 긴밀한 관계를 다지고, 협력을 발전시키고, 경제 발전 공간을 넓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일대일로는 통일성 있는 단일 사업이 아니라 방대하고 계속해서 영역을 넓혀 나가는 포괄적인 사업으로, 무역·운송 인프라 사업(도로, 철도, 해운, 항공)과 에너지·전력 사업, 디지털·광케이블 통신 분야 등을 포괄한다. 향후 10년 동안 일대일로에 쓰일 자금은 1조 달러에 달하고 2050년에는 8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를 통해 세계 GDP의 30퍼센트, 세계 인구의 45퍼센트를 차지하는 65개국을 연결한다고 한다.61 한편, 거의 20개국에 가까운 나라들이 일대일로 관련 부채를 재협상하자고 촉구했고, 대출 조건에 관해 불만을 드러냈다. 특히 이들은 일대일로 사업을 진행할 때 빌린 자금을 중국 기업에 써야 한다는 데 불만이 있다. 이 기업들(주되게는 시진핑이 국가자본의 영향력을 재각인시키는 데 핵심적인 구실을 하는 국영기업들이다)은 사업 비용을 부풀린다는 혐의를 받았고, 그 결과로 많은 사업이 취소됐다. 말레이시아는 220억 달러 규모의 일대일로 사업들을 취소했고, 카자흐스탄에서는 건설 사업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일었으며, 신장 지역의 위구르 무슬림에 대한 탄압으로 중국에 대한 비판이 거세졌다. 중국의 가장 중요하고 오랜 동맹국인 파키스탄조차도 비용 부풀리기에 불만을 표했고 부채 상환 계획을 재협상하자고 촉구했다.
일대일로 사업을 위한 융자 제공을 담당하는 두 국유 은행에 의한 대출액은 최고치인 2016년의 750억 달러에서 40억 달러로 급감했다. 일대일로 사업은 다른 곳에서도 난관에 부딪혔다. 중·동부 유럽 지배자들은 중국과 함께 “16 + 1” 협력체를 꾸렸다.(2019년에 그리스가 합류해서 “17 + 1”이 됐다.) 2013년에 이 협력체는 일대일로와 긴밀하게 엮였고, 중국의 수출품이 유럽 시장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게다가 유럽연합 지도자들은 이 협력체가 갖는 지정학적 차원을 우려하며, 중·동부 유럽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증대하면 유럽연합이 일관된 대對중국 전략을 취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리고 실제로 2017년 유럽연합이 중국의 인권 유린을 비판하는 공동성명을 채택해 유엔인권이사회에 제출하려 했을 때, 헝가리와 그리스가 공동성명 채택을 저지했다.유럽연합 주변부의 중·동부 유럽국가들, 유럽연합에 가입돼 있지 않은 유럽 인접국들 외에도 2019년에는 이탈리아가 일대일로에 합류했다. 유럽연합 반대자들인 당시 이탈리아의 지도자들은 일대일로를 지지함으로써 중국의 자금과 시장에 접근하고 유럽연합 반대자로서의 명성을 높이려 했다. 그러나 유럽의 “17”개국이 기대한 중국의 직접 투자는 거의 현실화되지 않았다. 40건의 기반 시설 사업이 제안됐지만, 4건만이 완료됐다.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중국이 그리스의 피레아스 항구를 사들인 것이다. 이러한 경제적 성과 부진으로 중국은 상당한 정치적 대가를 치렀다.
63 그러나 이런 압력에도 체코공화국은 다른 중·동부 유럽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중국과의 경제적 관계 때문에 친서방 지향을 약화시켜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지난 2년 동안 대부분의 중·동부 유럽 국가들은 중국과의 관계를 재검토했다. 숱한 사례들이 있지만 몇 가지만 보면 다음과 같다. 예컨대 프라하 시의회는 베이징과 맺은 자매결연을 파기하고 2019년 10월 대만의 수도인 타이베이와 비슷한 관계를 맺었다. 체코 정부는 이것이 중국 정부의 심기를 거스를 것임을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중국은 1949년 중국 혁명 이후 미국의 후원하에서 세워진 대만 국가의 주권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쨌건 프라하와 타이베이가 자매결연을 맺고 몇달 후 체코 의원들이 무역 협정을 맺으려고 대만을 방문하겠다는 발표가 있었다. 최근 몇 년 동안 다른 중·동부 유럽 국가들도 대만에 우호적인 행보를 취했고, 2020년 중국이 홍콩 민주주의 시위대를 탄압했을 때에는 다른 서방 국가들과 함께 중국을 비난했다. 대부분의 중·동부 유럽 국가들은 안보상의 이유로 화웨이를 5G 네트워크에서 퇴출시켰고, 2020년 6월 일대일로 화상회의에도 불참해 중·동부 유럽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는 것을 확연히 보여 줬다. 두 달 후 체코 대표단이 대만을 방문했을 때, 중국 외교부장인 왕이는 체코공화국을 향해 “무거운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일대일로 대출에 붙는 조건은 중국 국가와 중국 자본의 밀접한 관계를 보여 준다. 또, 둘의 상호 침투와 중첩된 이해관계는 중국의 생산이 가치 사슬에서 차지하는 지위를 높이고 기술적 기반을 발전시키고자 하는 노력의 중심에 있다. 시진핑이 힘을 싣는 “중국제조 2025” 산업 정책은 여기서 핵심적인 구실을 한다. 이 정책의 목표는 생명 복제, 반도체, 양자 인터넷, 인공지능, 로봇 등 각종 첨단 기술 부문에서 중국의 우위를 다지는 것이다. 이런 목표에 따라 중국 국가는 2015년에 전기차 부문을 특별 지원하겠다고 선포하고 국가가 승인한 중국 배터리 제조업체들에 보조금을 줬다. 그중 하나인 닝더스다이CATL는 배터리 분야의 세계 최대 기업이며, 세계 배터리 공급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몇 년 후 시장이 크게 확대될 가능성이 큰 다른 녹색 기술 부문에서도 중국 기업들의 우위가 두드러진다. 시진핑은 과학·기술 분야에서 벌어지는 국제적 경쟁을 “주요 경제 전장”이라고 일컬으며 그 경쟁이 갖는 지정학적 측면을 강조했다. 이 경제전에서 미국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많이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나라이며, 트럼프하에서 중국의 신기술 개발 노력과 정면 대결하기 시작했다.
미·중 첨단 기술 경쟁 2020년 미·중 관계를 다룬 언론 보도는 온통 스파이 행위와 홍콩·신장 탄압, 학생 비자, 코로나19의 기원을 둘러싼 설전으로 도배됐다. 이런 다툼들은 미·중 관계가 빠르게 악화됐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것은 더 뿌리 깊은 경쟁의 표면적인 징후일 뿐이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이 경쟁을 나타내는 핵심 사건들은 2018~2020년 무역 전쟁과 화웨이 등의 중국 기술 기업을 둘러싼 갈등이다.
65 그러나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는 희박하다. 2018년 초까지 미국이 건 WTO 제소는 12건에 불과했다. 모든 사례에서 중국은 판결을 따랐고, 어느 것도 무역 제재를 당할 만큼 심각한 사안이 아니었다. 66 트럼프가 미국으로 수출되는 중국산 제품의 거의 절반에 25퍼센트의 관세를 매긴 것은 WTO 규정 위반에 대한 보복이 아니었다. 〈파이낸셜 타임스〉가 지적했듯이 “중국의 부상을 제약하려는” 노력이었다. 67
미국 전략가들은 전략적으로 중요한 기술에서 중국과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또는 이미 중국에 따라잡혔다)는 불안감에 중국이 WTO 규정을 어기고 있다는 비난을 2010년대 내내 밥 먹듯이 제기했다. 이런 비난은 많은 경우 중국 국내 자본, 특히 국영기업들에 대한 보조금이나, 환율 조작에 관한 것이었다.68 물론, 미국은 결국 뜻을 관철했고 제재를 확대해 미국 기술을 사용하는 어느 기업도 화웨이에 마이크로프로세서를 판매하지 못하게 했다. 이렇게 영토를 넘나드는 제재는 오직 세계적 열강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금융 언론들에 따르면 그렇다 하더라도 장기적으로 득을 보는 것은 중국일 것이다. 자국의 마이크로프로세서 산업에 대한 지원을 늘렸기 때문이다.
화웨이 제재를 둘러싼 사건들은 미국 패권의 한계를 단기적으로 드러냈다. 미국 반도체 제조 업체들은 처음에 해외 자회사로 판매를 돌려서 화웨이 제재를 우회하려 했다. 화웨이 제재 첫해 동안 화웨이의 매입 규모는 180억 달러로 불어났다. 미래의 생산을 위한 비축분을 확보하려는 것이었다. 게다가 2020년 전반에 미국의 동맹국들은 5G 네트워크에서 화웨이를 퇴출하라는 미국의 압력에 저항했다. 특히 영국이 그랬다. 이는 서방 내에서도 경쟁이 계속 벌어진다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 준다.69 그러나 늘어난 관세를 중국이 지불한다는 트럼프의 주장이 틀렸다 해도, 그리고 중국의 발목을 잡으려는 미국의 노력이 지금까지는 미미한 성과를 냈다고 해도, 심화되는 미·중 경쟁은 더 중대한 장기적 경제적 파장을 낳을 것이다. 2013년에 제인 하디는 본지 《인터내셔널 소셜리즘》에서 “백쇼어링”[해외 생산 시설의 국내 이전]에 대해 언급하며 “기업주들이 자국에 이미 값싼 노동력이 있다는 사실을 재발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70 오늘날에는 첨단 기술 제품 생산의 “리쇼어링”이나 미국 경제와 중국 경제의 “디커플링”[분리]에 대한 논의가 널리 이뤄지고 있다. 여기에는 협소한 경제적 이유가 있다. 중국의 노동 비용이 올라 중국이 서방 기업들에 덜 매력적인 생산지가 된 것이다. 그러나 경제와 정치는 서로 얽혀 있다. 그리고 미국의 공격적인 태도는 전략적 부문에서 자신의 힘을 재각인시키려는 노력에서 비롯한 것이다.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 기업인 대만의 TSMC는 아리조나에 120억 달러 규모의 공장을 건설하자는 회유를 받아들였다. 대만의 최대 자본들은 중국에서 벌이던 사업을 재평가하고, 미국의 이해관계에 더 순응하는 국가들로 생산 시설을 옮기기 시작했다. 일본 국가는 자국 자본들에 중국에서 철수할 것을 권했고, 일본으로 돌아오거나 아시아 다른 지역에 투자하는 것을 지원할 계획이다. 71 애플은 현재 중국에서 계속 생산하고 있지만 인도에도 생산 시설을 건설하고 있다.
관세 전쟁이 단기적으로 낳을 효과 또한 부정적이다. 특히, 미국 노동자들에게 부정적일 것이다. 트럼프가 약속한 “블루 칼라 호황”은 실현되지 못했고, “공급 사슬의 단절과 관세 인상으로 인한 생산비 증가”는 수입 소비재 가격을 끌어올렸다.72 더 가능성이 높은 일은 전략적으로 중요한 첨단 기술 부문에서 제한적인 디커플링이 나타나는 것이다. 미국 상공회의소 중국 센터가 2021년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지적하듯이, 그보다 더 나아간 디커플링은 미국에 상당한 경제적 파장을 낳을 것이고 미국 기업들이 경쟁 기업들에 따라잡히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예컨대 독일의 주요 자본들은 이미 기존에 확립된 생산망에 깊숙하게 관여하고 있다. 비슷한 다른 사례로, 일본의 몇몇 전자·IT 기업들은 베트남이나 타이 등 더 저렴한 지역으로 생산을 이미 이전했지만, 대부분의 일본 대기업들은 중국에서 철수하고 생산을 이전하라는 국가의 권유를 따르지 않고 버티고 있다. 73 그럼에도 바이든은 트럼프가 중국에 대항해 취한 조처들을 많은 부분 유지하는 듯하다. 그런 만큼 자본이 직면할 예측 불가능성도 커질 것이고, 그에 따라 기업들은 중국에서 운영하는 사업을 재검토하게 될 것이다. 그 결과가 무엇이든 미·중 경쟁이 증대할 것이라는 징후는 뚜렷하다.
몇몇 논평가들이 강조하듯이 장기적으로 국제적 생산 체계가 핵심 부문들에서 중국 중심 생산망과 서방 중심 생산망으로 쪼개질 수도 있다.결론 — 신냉전으로 가는가?
74 냉전 시기에 미국은 거대한 강제력을 거느리고 있었지만 동시에 헤게모니를 뒷받침하는 양보를 통해 자신의 경쟁국이기도 한 동맹국들에 경제적 혜택을 제공하기도 했다. 물론, 이는 미국이 주도하는 안전 보장 지대의 틀 안에서 이뤄졌고, 이런 틀은 그 국가들의 정치적 운신의 폭을 제약하고 미국 경제에 대한 의존을 키웠다. 그러나 미국 패권의 회복력과 빈번한 야만적 행위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의 상대적 쇠락은 지속됐다. 강력하고 공세적인 중국에 직면한 미국은 운신의 폭이 줄어들었다. 트럼프의 중국 압박 시도는 그의 자아도취와 못되먹은 성격에서 어느 정도 비롯한 것이기도 하지만, 중국의 부상이 제기하는 도전에 대한 미국 지배계급의 장기적인 인식과도 일치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세계는 신냉전으로 향하고 있는가?
세계 최강 자본주의 강대국으로서 미국은 국제관계학자 더그 스토크스가 말한 “국민 국가적이면서 초국적인 이중의 논리”의 지배를 받는다. 즉, 미국은 미국 자본과 미국 국가의 이익을 도모하면서도 세계 체제로서의 자본주의가 안정적으로 재생산되도록 노력해야 한다.75 냉전 시기에는 두 초강대국이 각자의 영향권을 서로 인정하고, 대놓고 개입하기를 삼갔다면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 세계 곳곳에서 수많은 지지자들을 동원할 수 있는 보편주의적인 이데올로기들의 충돌이 벌어지고 있지도 않다. 중국은 주요 서방 국가들에서 적잖은 규모의 공산당들이 당연히 자신을 지지해 줄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 동·서 간의 예리한 경제적 분리도 없다. 오히려 중국의 무역 수지 흑자는 미국 국채 매입을 통해 다시 미국으로 흘러들어간다. 중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는 1조 달러가 넘으며, 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 다음으로 가장 많은 것이다. 이는 달러의 가치를 유지시켜 주고, 이는 다시 중국의 수출 경쟁력을 유지시켜 주면서도 미국이 중국의 수출품을 구입할 수 있게 해 준다. 중국과 미국은 경제적으로 상호 의존적이며, 이런 관계는 소련과 미국 사이에서는 전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미국과 소련이 벌이던 냉전의 중요한 측면들이 현대적인 맥락에서 고스란히 재현될 것이라고 기대한다면 실망하게 될 것이다. 동유럽의 제국을 군사적 완충지대로 갖고 있었던 소련과 달리, 중국은 그런 것을 갖고 있지 않다.76 최근 미·중 경쟁의 국면에 어떤 이름을 붙이든 그것은 격화되고 있다.
그러나 냉전 시기와 오늘날의 더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중국은 소련이 1989~1991년에 붕괴하기 전까지 제기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큰 경제적 도전을 미국에 제기한다는 것이다. 물론, 중국은 미국과 달리 세계 경제의 규칙을 근본적으로 좌우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그러나 중국은 나름의 제국주의 강대국으로서 가치 생산의 국제적 원천에 접근하고, 자국 자본을 역내와 전 세계적인 가치 사슬과 연결할 수 있다.바이든은 미국의 이익이 위협받는 것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2020년 대선을 앞두고 바이든은 《포린 어페어스》에 이렇게 썼다.
미국은 정말로 중국에 강경해져야 한다. 중국이 자기 뜻을 관철시킨다면, 계속해서 미국과 미국 기업의 기술과 지적 재산을 강탈할 것이다. 중국은 계속해서 자국 국영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해 그 기업들이 불공정한 이점을 누리게 할 것이다. 이는 미래의 기술과 산업을 지배하는 발판이 될 것이다. 이런 도전에 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중국의 횡포에 맞서 미국의 동맹국들, 파트너들과 공동 전선을 꾸리는 것이다.
바이든의 어떤 표현들은 마치 트럼프가 고른 듯하지만, 바이든은 민주당 소속의 두 전임자인 클린턴, 오바마처럼 일방주의보다 동맹 건설을 선호한다. 클린턴과 오바마 또한 국가안보전략과 대외 정책 발표에서 동맹국과 파트너를 언급했고, 세계 자본주의가 직면한 여러 문제에 다자주의적 노선으로 대처하려 했다. 동시에 클린턴과 오바마는 미국의 이익을 일방적으로 추구할 권리를 내려놓지 않았다. 미국의 상대적인 쇠락이 지속되고 코로나19의 충격이 중국보다 더 커서 그 쇠락이 더 빨라지는 만큼, 바이든하에서도 중국에 대한 미국의 견제는 더 강경해질 것이다. 중국 지배자들은 그들대로, 민족 부흥이라는 시진핑의 “중국몽”을 둘러싸고 있었던 상대적으로 평온한 환경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음을 인식하고 있다. 중국 지배자들은 앞으로 자신의 이익을 더 공세적으로 증진하려 할 것이다.
78 미국은 냉전 때처럼 헤게모니를 뒷받침할 양보를 제공할 여유가 없는 데다, 자신을 가장 가까이 추격하고 있는 도전자에게는 그런 양보를 더더욱 제공하지 않으려 한다. 그런 만큼 미국은 트럼프 집권 전부터 이미 속도가 붙기 시작한 트럼프의 ‘미국 우선’ 의제의 많은 부분을 계승할 가능성이 크다. 마찬가지로 시진핑이 이끄는 중국 공산당은 교과서와 미디어에서, 그리고 유교 전통에 대한 강조로 더 강경한 민족주의를 고취해 외부의 도전과 국내에서 제기될지도 모를 통치 정당성에 대한 도전에 대처하고 있다. 코로나19 위기가 낳은 결과들은 이런 경향을 더 강화할 공산이 크다. 그리고 이런 경향은 몇 년 안에 일어날 가능성이 큰 자본주의의 심대한 위기로 더 강화될 것이다. 그러면서 벌어질 세계 주요 지배계급 간의 경쟁은 전 세계 노동자들에게 전혀 득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드러날 것이다.
중국의 이해관계는 미국보다 훨씬 역내에 집중돼 있다. 이는 미·중 경쟁을 완화시키는 요소가 아니다. 오히려 중국의 이해관계가 아시아에 집중돼 있다는 점 때문에 더 불안정성을 키울 것이다. 지정학 전략에 관한 통찰력 있는 보수 성향 논평가인 크리스토퍼 레인이 지적하듯이 미국이 아시아에서 우위를 유지하려 하기 때문에 “열전이 벌어질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도 커질 것이다”고 지적한다. 레인이 지적하듯이 “미국 정부와 베이징은 동·남중국해와 대만에서 누가 우위를 점해야 하는가에 관해 극명하게 대비되는 견해를 갖고 있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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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Adrian Budd 2021, China and imperialism in the 21st century, International Socialism 170(posted on 15th April).
↩
- 이주 규모는 결코 정확하게 파악된 적이 없지만, 2019년에 중국 농민공 수가 3억 명이었다는 수치가 흔히 언급된다. 그중 1억 2000만 명은 단거리(“향내”) 이주자로 많은 수가 농촌 고용과 도시 고용 모두에 걸쳐 있다. 이들을 제외한 1억 8000만 ~ 2억 명의 농민공은 주요 산업 중심지에 있다. 중국의 농민공과 그들을 포함한 노동계급 일반에 대해서는 Pai, 2013, Goodman, 2014, China Labour Bulletin, 2020를 참고하라. ↩
- World Bank, 2021. 수치의 정확성보다는 2001년 미국 경제와 중국 경제의 커다란 격차에 더 주목하라. ↩
- Segal, 1999. ↩
- Wong, 2011 ↩
- 유럽연합도 중국에 대한 입장이 더 강경해졌다. 유럽연합의 2019년 전략 전망 문서는 중국과 협력할 분야들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중국을 “경제적 경쟁자”와 “체계적 경쟁자”로 규정했다. 그럼에도 유럽연합에 기반을 둔 기업들의 이해관계 때문에 유럽 강대국들은 자동으로 미국의 입장을 따라가지는 않는다. European Commission, 2019, p1를 보라. ↩
- www.youtube.com/watch?v=viO4Nz7DyHI&feature=youtu.be&ab_channel=JoeBiden ↩
- Callinicos, 2009, p74. ↩
- Cliff, 1988. Harris, 1978는 이러한 국가자본주의론의 관점에서 마오쩌둥하의 중국을 탁월하게 분석한다. ↩
- Goodman, 2014, pp79, 88. ↩
- Ho, 2013, p813. ↩
- Harman, 1991. ↩
- Taylor, 2017, p182. ↩
- Hart-Landsberg, 2010, p27. ↩
- 중국 지배계급 내의 긴장에 관해서는 See Katz, 2015를 보라. 미국 기업 엘리트들 중 중국에 가장 많이 투자한 일부가 트럼프에 적대적인 것도 이와 비슷한 긴장이 있기 때문이다. ↩
- Callinicos, 2009, pp41-52; Lenin, 1969; Bukharin, 1987. ↩
- Woodward, 2017; Ledwith, 2020. 레드위스는 우드워드가 홍콩과 신장의 무슬림 다수 지역에서 일어난 “정당한 투쟁들”을 많은 경우 “CIA가 후원하는 전복 시도의 양상”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고도 비판한다. ↩
- Gowan, 1999, pviii. ↩
- Sotelo Valencia, 2017, 5 장에서 재인용. ↩
- 다른 마르크스주의적 제국주의론들은 중요한 물음을 제기한다. 그러나 오늘날 미국의 초강대국 제국주의와 다국적 기업들의 활동을 설명하는 이론들은 1910년대에 카를 카우츠키가 제시한 초제국주의와 비슷하게 협력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경쟁을 과소평가한다. 이에 대한 비판은 Budd, 2013, 6장을 보시오. 개발도상국·빈국 노동력에 대한 초착취 개념에 기초한 다른 견해는 Smith, 2016에서 볼 수 있다. ↩
- Harris, 1978, p215. ↩
- Sanger, 2001에서 재인용 ↩
- Fewsmith, 2001, p574. ↩
- Davis and Wei, 2020. ↩
- https://wits.worldbank.org/CountryProfile/en/Country/CHN/Year/LTST/TradeFlow/Export/Partner/all ↩
- Chun, 2013, p58. ↩
- Chung, 2009. ↩
- 아세안은 원래 냉전 시기에 반공 연합으로 결성됐지만, 지금은 중국 경제의 강력한 자장 안에 있다. ↩
- Hoge, 2004. ↩
- Kaplan, 2005. ↩
- Subramanian, 2011, p68. ↩
- Dyer, 2010. ↩
- www.globalsecurity.org/military/ops/ex-pacfleet.htm를 보시오. ↩
- BBC News China, 2012. ↩
- Ye Zicheng, 2011, p72. ↩
- Blackwill and Tellis, 2015; Shoup, 2015, p12. ↩
- Blackwill and Tellis, 2015, p4. ↩
- Blackwill and Tellis, 2015, p12. ↩
- White House, 2017, p3. ↩
- White House, 2017, p2. ↩
- Hung, 2016, pp89, 152-3. ↩
- Taylor, 2017, p186. ↩
- Fernández Jilberto and Hogenboom, 2010. ↩
- Dantas and Jabbour, 2016, pp319-320. Jabbour, 2020도 보라. ↩
- Sotelo Valencia, 2017, p149. ↩
- Fernández Jilberto and Hogenboom, 2010, p9. 세계적 맥락에서 채굴 산업과 그 산업이 지역의 환경과 토착 원주민에 미치는 피해에 관해서는 마틴 업처치의 Upchurch, 2020을 보라. 업처치는 채굴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현지 자본들이 기꺼이 제국주의의 협력자가 될 때가 많다고 지적한다. ↩
- Sotelo Valencia, 2017, p146. 인용문 끝에서 소텔로 발렌시아는 Petras, 2014, p306를 인용한다. 소텔라 발렌시아는 브라질에서 미국 자본과 유럽, 특히 프랑스 자본이 벌이는 경쟁을 언급한다. ↩
- 또 다른 요인은 유럽연합의 “아프리카 국가 경제 파트너십 협정”이다. 이 협정은 서방 내에서도 제국주의 간 경쟁이 벌어진다는 것을 잘 보여 준다. ↩
- United Nations Conference on Trade and Development, 2018, p38. ↩
- United Nations Conference on Trade and Development, 2020, p28. ↩
- United Nations Conference on Trade and Development, 2020, p8. ↩
- United Nations Conference on Trade and Development, 2020, p28. ↩
- Liang, 2007, p133. Hung, 2016, pp106-114도 참고하라. ↩
- Bond, 2015, p18. ↩
- Amisi and others, 2015, p108. ↩
- Stockholm International Peace Research Institute, 2020a. ↩
- Stockholm International Peace Research Institute, 2020b. 아프리카에 대한 중국의 무기 수출에 관해서는 Hendrix, 2020를 보라. ↩
- Heydarian, 2015를 보라. ↩
- WTO가 워싱턴 컨센서스하에서 대부분의 무역 규제를 없앴다는 흔한 오해가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전 세계에 300개의 역내 무역 협정이 있으며, 이를 통해 각각의 국가-자본 복합체들이 역내 가치 사슬과 국제 가치 사슬에 편입되는 조건을 합의한다. See World Trade Organisation, 2021. ↩
- Bulard, 2021, p7. ↩
- Hillman, 2020에 따르면 이 1조 달러는 물가상승률을 감안해서 보면 제2차세계대전 이후 마셜 계획에 쓰인 비용의 일곱 배에 달하는 액수다. ↩
- Kynge and Wheatley, 2020. ↩
- Varano, 2020. Kavalski, 2020도 참고하라. ↩
- Zheng, 2020. Karásková and others, 2020는 “17 + 1” 협력체를 더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그럼에도 중국이 중·동부 유럽에 미치는 영향은 작다고 본다. ↩
- Davis and Wei, 2020를 보라. ↩
- 1980년대에는 일본과 오늘날의 유럽연합이 비슷한 비난을 받았다. 동시에 미국은 전략방위구상(“스타워즈 계획”) 계약을 통해, 특히 IT 기업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산업 정책을 폈다. 자본과 국가의 상호의존은 국가자본주의만의 특징이 아닌 것이다. ↩
- Levy, 2018. ↩
- Financial Times, 2019. ↩
- 미국의 압력에 대한 유럽연합의 저항은 유럽연합이 첨단 기술 부문에서 취약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전자 상거래나 소셜 미디어처럼 성장하는 부문은 대체로 미국이나 중국에 기반을 둔 거대 기술 기업이 지배하고 있고, 유럽연합은 이들과의 경쟁에 특별히 취약한 처지에 있다. 유럽연합이 일반데이터보호규정을 제정하고 법적으로 페이스북 등에 제동을 걸려 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
- Huang and Smith, 2020. ↩
- Hardy, 2013, p119. ↩
- Bulard, 2021, p7. ↩
- Hille, 2020. Carouso and Tucker, 2020도 참고하라. ↩
- Obe, 2021. ↩
- Stokes, 2005, p230. ↩
- 중국, 러시아, 중앙아시아 국가들, 인도, 파키스탄이 참여하는 상하이협력기구는 상호 안보 협정이 아니라, 이슬람 급진주의에 대항하고 소련 붕괴 이후 중앙아시아의 안정을 도모하는 데 공통의 이해관계가 있는 느슨한 국가 연합이다. 안보 면에서 중국은 상대적으로 고립돼 있다. 한편 인도는 새로이 부상하는 “4개국 안보 회담”(이른바 “쿼드”)에 미국·호주·일본과 함께 참여하고 있다. ↩
- 중국은 미국이 달러의 준비통화 지위로 누리는 이점을 자기도 누리기 위해 국제 무역에서, 그리고 준비통화로서 위안화를 이용하는 것을 장려해 왔다. 아시아 무역에서 위안화 사용은 2010년 이래 세 배로 늘어 오늘날 3분의 1을 차지한다. 반면 달러 사용은 같은 기간 동안 22퍼센트에서 10퍼센트 안팎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세계 수준에서 보면, 위안화를 사용하는 무역은 2퍼센트에 불과한 반면, 40퍼센트의 무역은 달러로, 35퍼센트의 무역은 유로화로 이뤄진다. ↩
- Biden, 2020, pp70-71. ↩
- Layne, 2020, p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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