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시 엘 아르 제임스의 《블랙 자코뱅》
알려지지 않은 아이티의 위대한 역사: 최초의 흑인 공화국을 세운 노예 혁명 대서사시
지난 1월 발생한 지진은 아이티를 폐허로 만들었다. 20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고, 1백만 명 이상이 집을 잃는 등 피해 규모도 경악스러울 정도다. 지진 자체야 인간의 능력으로 어찌할 수 없는 것이지만, 그 피해를 극대화한 것은 명백히 인간의 행위였다. 오랫동안 아이티인들을 괴롭힌 제국주의 국가들의 개입 때문에 아이티의 자연재해는 사상 최악의 피해를 낸 것이다.
아이티 현대사는 쿠데타, 제국주의 침략, 그리고 민중의 저항으로 가득 차 있다. 1957년부터 뒤발리에 부자가 대를 이어 독재를 폈다. 1986년 민중항쟁으로 ‘베이비 독’ 장-클로드 뒤발리에가 타도되고 해방신학을 지지하던 장-베르트랑 아리스티드가 대통령에 당선했다. 그러나 그는 군사 쿠데타로 7개월 만에 실각했다. 2000년에 아리스티드는 다시 당선했지만, 2004년 미국은 그를 납치하고 꼭두각시 정부를 세웠다.
미국은 군사 쿠데타에 깊숙이 개입하고 독재 정권을 지원하면서 신자유주의 정책을 강요했다. 그 결과 실업이 증가했고, 곡물 가격이 폭등했고, 빈곤이 심화했고, 사회기반시설이 파괴됐다. 18세기 말 카리브 해에서 가장 부유하던 나라 아이티는 이제 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가운데 하나로 전락했다. 민중은 진흙 쿠키로 연명한다. 이런 상황에서 자연재해가 닥치자 아이티인들은 대재앙에 내몰린 것이다.
지금 각국 정부는 아이티의 치안 상황 등을 핑계로 신속히 군대를 파병하려 한다. 이명박 정부도 재빠르게 파병 대열에 동참했다. 미국을 비롯한 열강들은 이번 위기를 이용해 아이티에 자신들의 계획을 강요하려 한다.
이런 상황만 보면 아이티는 희망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생지옥 같다. 그러나 아이티는 노예 해방을 최초로 이룬 나라로 전 세계 민중에게 용기와 자신감을 안겨 준 위대한 역사가 있다. 미국 정부와 유엔은 약탈과 폭동을 강조하지만 이런 위대한 역사를 보면 아이티인들에게 제국주의 열강의 개입에서 벗어나 더 나은 미래를 만들 능력이 있음을 알 수 있다.
흑인 트로츠키주의자 시 엘 아르 제임스가 쓴 《블랙 자코뱅》은 2백 년 전 아이티 노예들의 이 위대한 혁명을 훌륭하게 다룬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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