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13호 2012년 봄/여름)

지난 호

서평

《노동계급 형성과 민주노조운동의 사회학》 ─ 한국 노동계급은 쇠퇴했는가?

정종남 10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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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급 형성과 민주노조운동의 사회학》 조돈문, 후마니타스, 2011

조돈문 교수(이하 직책 생략)는 《노동계급 형성과 민주노조운동의 사회학》(이하 《사회학》)에서 1997년 이후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으로 노동자들의 불만이 늘었지만 민주노조운동이 후퇴하고 “계급형성”이1 실패했다고 주장한다.(《사회학》, 13쪽, 404-405쪽. 이하 쪽수만 표기) 노동계급 의식의 보수화, 산업구조 변화에 따른 서비스업과 비정규직 증대, 노조 조직률 하락과 민주노총의 영향력 축소 등으로 노동운동이 구조적인 어려움에 처했다고 본다.

한국 노동운동이 전보다는 정체된 시기를 지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때문에 진보진영 활동가들과 노조 지도자들 사이에서도 조돈문과 유사한 생각이 상식처럼 퍼져 있다. 그런데 흔히 쇠퇴론에는 운동의 활력 감퇴를 확장해서 노동계급의 잠재력 훼손으로 과대 해석하는 혼란이 뒤섞여 있다.

이러한 노동운동 ‘쇠퇴론’이 나오는 데는 몇 가지 배경이 있다. 쇠퇴론은 굴곡이 있기 마련인 계급투쟁에서 활력이 덜한 운동의 정체기나 침체기 때 제기되곤 한다. 또, 쇠퇴론은 자본주의 산업 재편과 신자유주의 같은 경제정책 변화를 반영하기도 한다. 유럽에서는 전후 장기 호황 종료 이후 신자유주의 확산기에 이런 주장이 기승했고, 한국에서도 1997년 이후 10여 년간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확산됐다.

그러나 요즘에는 노동계급이 쇠퇴했다는 주장이 전보다 더 어색하게 들린다. 유럽 노동계급이 ‘보수화로 야성野性을 잃었다’는 주장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다시 투쟁에 나서고 있고, 이집트 노동계급도 신자유주의에 맞선 반격의 선두에 서 있다. 그럼에도 노동계급 쇠퇴론이 여전히 활동가들을 짓누르는 이유는 국내 계급투쟁이 아직 교착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자본주의 경제 구조 변화로 노동운동이 구조적 위기에 처했다는 진단은 새로운 전략 추구로 이어진다. 지역·사회운동과 융합하자는 ‘사회운동노조주의’,2 계급이 아닌 다중이 주체라는 ‘자율주의’, 정규직이 양보해야 고립을 면하고 ‘계급형성’이 가능하다는 ‘사회연대전략’ 등이 있다. 조돈문은 최근 들어 지역 운동과의 접촉을 강조하고, 노동자 ‘양보교섭’의 필요성도 주장한다. 그러나 모순되고 혼란스런 주장이 뒤섞여 있긴 해도 조돈문이 사회연대전략 같은 노골적인 정규직 양보론을 주창하거나 노동운동의 중심성을 기각하는 것은 아니다. “민주노조운동에 대한 관심과 애정과 실망과 안타까움으로 빚어진” 《사회학》은 “노동계급 형성과 민주노조운동의 거듭남에 대한 기대”를 담고 있다.(15) 대우자동차 파업과 삼성의 노동자 탄압에 맞선 운동에 연대했고 지금도 한국비정규노동센터에서 주도적으로 활동하는 조돈문의 실천적 면모 때문에 노동운동의 현 상황을 보는 그의 고찰이 진지하게 다가오지만, 그의 상황 인식은 지나치게 비관적인 면이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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