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37호 2021년 1~2월호)

지난 호

마르크스주의와 인류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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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Camilla Royle, Chapter2 Marxism and the Anthropocene, System Change not Climate Change (edited by Martin Empson, 2019, Bookmarks)

장호종

최근 몇 년 동안 기후 변화와 환경 재앙들이 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면서 기후 변화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고, 기후변화를 막을 진정한 해결책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이 과정에서 인류세 개념이 논쟁되고 있는데, 국제적으로 좌파들 내에서도 인류세 개념의 유용성을 두고 논쟁이 뜨겁다. 마르크스주의적 관점에서 인류세 논의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판단해 이 글을 번역 소개한다. 본문 중 [ ] 안의 내용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마르크스21》 편집부가 넣은 것이다. ― 《마르크스21》 편집팀

이 글을 읽는 동안 독자 여러분은 이산화탄소가 410ppm[이 글이 쓰인 2019년 기준]인 공기를 마실 것이다. 여러분의 조부모가 100년 전 숨쉬던 공기보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3분의 1가량 짙은 것이다. 1 또한 지난 80만 년 동안 가장 높은 수준으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는 재앙적인 지구 온난화를 불러오고 있을 뿐 아니라, 식물의 광합성 방식을 바꾸고 바다와 강의 산성도를 높이고 있다. 2 인간 활동의 결과가 이토록 거대한 규모로 세계에 영향을 끼치면서 지구가 인류의 영향으로 이전과 구분되는 새로운 지질학적 시대에 진입했다고 생각하는 사상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인류’를 뜻하는 그리스어를 따서 이 시기를 ‘인류세’라고 부르자고 제안한다. 인류세의 현실성은 매우 광범하게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 두 과학자, 사이먼 루이스와 마크 매슬린은 이렇게 선언했다. “인류세라는 주장의 핵심, 즉 인류가 지구라는 통합 체계[‘지구 시스템’]에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과학자는 거의 없다.” 3

이는 이산화탄소 배출에 관한 얘기만은 아니다. 100여 년 전 발명된 플라스틱은 오늘날 대양에 떠다니는 거대한 섬을 이룰 정도고, 한 연구에서는 ‘기술화석’이라 부르는 플라스틱과 알루미늄 폐기물을 퇴적층에서 발견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4 합성 비료 발명의 결과로 인위적으로 추가되는 질소의 양이 다른 모든 과정들을 합한 것보다 많다. 그 결과 토양의 질소와 인 농도는 지난 세기에 갑절로 늘었다. 5 또한 토양에서는 핵발전과 핵무기 실험으로 만들어진 방사성핵종도 검출된다. 동식물의 멸종은 인류의 간섭이 없었을 때에 비해 최소 100배 이상 늘었다. 6 이런 변화들은 대지와 해양, 대기의 광범한 영역에 걸쳐 그리고 생명체의 체내에서 관측된다. 인류세는 불확실한 미래, 즉 인류의 활동 때문에 지구 환경이 “안전한 작동 범위” 밖으로 벗어나 이로 인해 인류가 완전히 다른 세계로, 그것도 인간 사회가 적응할 겨를도 없이 내몰릴 위험이 있다는 것을 뜻한다. 7

인류세라는 용어는 두 명의 지구 시스템 과학자, 파울 크뤼천과 유진 스토머 덕분에 유명해졌다. 그들은 2000년 ‘국제 지권-생물권 연구’ 뉴스레터에 실린 짧은 글에서 이 용어를 사용했다. 8 지질학자들은 관례적으로 역사적 시간대를 누대-대-기-세-절이라는 분류법으로 나눈다. 우리가 사는 현재는 현생누대, 신생대, 제4기다. 제4기는 다시 두 개의 세, 즉 플라이스토세와 홀로세로 나뉜다. 플라이스토세는 거대한 기후 요동과 북반구에 빙하기가 반복된 특징을 보인다. 홀로세는 가장 최근에 빙하가 줄어든 뒤 시작됐다. 9 크뤼천과 스토머는 오늘날 인류가 홀로세 시기보다 훨씬 강한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고 “앞으로 수천 년 동안, 어쩌면 수백만 년 동안 주요 지질학적 세력으로 존재할 것”이라고 봤다. 10

“지질학적 시간대를 구분할 때 고려할 것은 전 지구적 상태 변화다. 유성 충돌, 대륙 이동, 지속적인 화산 분출 등 그 원인은 다양할 수 있다.” 11 어떤 이들은 인류가 지구에 미치는 영향이 그런 사건들에 비견할 만큼 크다고 여긴다. 반면 다른 이들은 인류가 늘 지구의 자체적 변화의 긴밀한 일부로서 존재해 왔고 그래서 날씨와 같은 존재라고 본다. 12 사이먼 루이스가 지적한 것처럼 인류세라는 진단은 인류가 자신을 이해하는 방식에 변화가 생겼음을 보여 준다. 예전의 과학자들은 인류가 얼마나 하찮은 존재인지 보여 줬다. 코페르니쿠스는 우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했고, 찰스 다윈은 우리가 진화적 위계의 꼭대기를 차지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 줬다. 그러나 이제 “우주 전체에서 생명체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진 유일한 별의 미래가 우리 손에 달렸다. 거의 500년 만에 갑자기 인류가 다시 중앙 무대에 섰다.” 13

2000년 이래로 인류세라는 용어는 그 개념을 제안한 소그룹 과학자들을 넘어 광범하게 사용된다. 많은 블로그에서 인류세에 관한 토론이 이뤄지고, 이 쟁점을 토론하기 위해 많은 글이 쓰이고 행사가 열렸다. 이 개념은 제이슨 디케리스 테일러 같은 예술가의 상상력도 사로잡았는데, 그는 2011년 “인류세”라는 이름의 조각상을 바닷속에 선보였다. 그 조각상은 폭스바겐의 비틀 차량의 앞유리 위에 소녀가 웅크리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 조각상은 바닷가재가 들어가 살기 좋은 인공 산호 구실을 하도록 만들어져 인간이 만든 물건과 다른 종의 삶 사이의 연결을 보여 줬다.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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