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37호 2021년 1~2월호)

지난 호

마르크스주의와 인류세

커밀라 로일 177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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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스는 인류세를 이해하려면 왜 다른 종들이 아니라 인류가 지구적 세력이 됐는지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류는 왜, 어떻게 수렵·채집에서 농업 사회로, 나중에는 도시와 세분화된 분업, 급속히 발전하는 기술을 갖춘 좀더 복잡한 사회로 나아갔을까? 어떻게 인류는 그 영향이 지질 기록에서도 측정될 수 있을 만큼 자연계를 심대하게 변화시키는 수준에 도달했을까? 67 마르크스주의는 이런 물음들에 답변을 줄 수 있다. 마르크스는 《자본론》에서 노동 과정에 대한 고유한 분석을 개진하며 인간이 외부 자연에 영향을 끼치면서 동시에 그 자신을 변화시킨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류가 자연 세계를 변화시키는 능력에서 다른 동물과 구별된다는 점에 동의했을 것이다. 그의 다음 주장은 잘 알려져 있다.

거미는 직조공들이 하는 일과 비슷한 일을 하며, 꿀벌의 집은 인간 건축가들을 부끄럽게 한다. 그러나 가장 서투른 건축가를 가장 훌륭한 꿀벌과 구별하는 점은, 사람은 집을 짓기 전에 미리 자기의 머릿속에서 그것을 짓는다는 것이다. 68

인간은 의식적이고 계획적인 활동을 통해 자연을 다룰 수 있는 능력이 다른 동물들보다 질적으로 더 크다.(물론 우리는 전능하지 않고 우리의 활동도 예측하지 못하거나 의도치 않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인류는 다른 동물들과 같은 조상에서 진화했고, 따라서 인간의 특화된 능력은 본성적 차이라기보다 진화 과정에서 생겨났을 것이다. 엥겔스는 ‘유인원에서 인간으로 진화하는 데서 노동이 한 구실’이라는 짤막한 에세이를 통해 우리의 영장류 조상에게서 어떻게 인간의 능력이 진화했을지에 관한 한 가설을 제시한다. 69 그는 우리의 조상이 노동을 통해 외부 자연을 다룬 결과로 이런 진화가 일어났다고 가정했다. 그는 다음과 같이 결론 내렸다.

동물의 계획적인 행동은 어떤 것도 대지에 자신의 의지의 낙인을 찍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그 일은 인간을 위해 남겨졌다. 요컨대 동물은 환경을 그저 이용할 뿐이며 단순히 존재함으로써 변화를 일으킨다. 반면에 인간은 자신의 목적에 부합하도록 자연을 변화시키고 제어한다. 이것이야말로 인간과 다른 동물의 궁극적이고 본질적인 차이이며, 이러한 차이를 불러일으키는 것도 또다시 노동이다. 70

“유인원에서 인간으로의” 진화는 인류가 외부 자연과 관계 맺는 방식이 질적으로 달라졌음을 보여 준다. 따라서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이런 설명은 이후 인류가 지구 환경을 홀로세에서 인류세로 변화시키는 것을 이해하기 위한 기초를 이미 놓은 것이다.

인간이 외부 자연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본성을 변화시킨다는 마르크스의 주장은 일부 인류세 논자들이 제시하는 인간 본성에 대한 단순한 접근법에 비해 훨씬 풍부하다. 모든 인간은 생물학적으로 음식, 물, 잠, 쉴 곳 등 기초적인 욕구를 갖는다. 우리는 자본주의가 기본적으로 우리의 필요를 적절히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비판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언제나 이기적이거나 폭력적이고 경쟁적이라고 여길 이유는 없다. 오히려 “우리의 본성은 끊임없이 진화하는 과정에 있다”. 71 역사적으로 인간의 행동과 심리는 인간이 생활하는 사회의 종류에 따라 극적으로 변해 왔다. 마르크스가 보기에 사회적 관계에서 분리할 수 있는 고정불변의 “인간 본성”은 없었다.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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