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37호 2021년 1~2월호)

지난 호

마르크스주의와 인류세

커밀라 로일 177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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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세계대전 이후는 급격한 인구 증가, 도시화 40 , 집약 농업, 텔레비전·자동차·냉장고와 같은 소비재의 대량 보급이 이뤄진 시기다. 이 시기에 일회용 포장이 크게 늘어 엄청난 쓰레기 문제를 낳은 것은 이 시기의 변화가 환경에 끼친 결과의 한 사례일 뿐이다. 41 [그림 1]은 세계 GDP, 에너지 사용과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세기 중엽에 “하키 스틱” 모양으로 급격히 상승하는 것을 보여 준다.

인류세의 시점에 관한 지질학자들의 논쟁은 기후 변화 대처를 위해 좀더 시급히 필요한 일들과는 자칫 동떨어져 있거나 심지어 엉뚱한 곳으로 주의를 돌리기 위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인류세의 시점에 대한 상이한 관점은 종종 기후 변화의 원인과 그 잠재적 해법 모두에 대한 매우 다른 해석과 연관돼 있다. 인류세가 머나먼 과거에 시작됐다는 각종 주장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지구 환경 변화를 “정상”으로 취급한다고 비판받아 왔다. 42 이런 인류세 이론가들은 오늘날 환경 문제의 뿌리가 인간 문명의 등장 자체에 있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기후 변화의 위험성과 재앙이 닥치기 전에 이런 환경 문제들을 해결해야 하는 시급함을 과소평가하는 효과를 낸다. 이는 인류세 진단의 충격 효과를 누그러뜨리는 것인데, 애당초 인류세 진단이 관심을 끈 것을 부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안 앵거스는 이런 관점이 반 환경주의 로비스트들에 의해 퍼지고 있다고 본다. 43

홀로세가 [인간이 살기에] 좋은 환경이라고만 말하기는 어렵다. 이 시기 전체에 걸쳐 지진, 화산 폭발, 쓰나미, 기근이 벌어졌다. 세계 인구 대부분의 삶은 늘 불안정했다. 그럼에도 홀로세는 종종 인류세가 불러온 상황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류의 안녕에 유리했던 것으로 여겨진다. “홀로세는 복잡한 인간 사회와 호환된다고 우리가 확실하게 얘기할 수 있는 유일한 환경이다.” 44 따라서 앵거스는 인류세가 20세기 중반에 시작됐다는 생각을 지지하고 매우 빠르게 진행 중인 세계적 재앙에 모든 사람이 신속히 대처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 일부 좌파가 인류세 논의에 회의적인 이유는 뭘까?

인류세에 대한 부적절한 주장들

인류세에 관한 설명 중에는 정치적으로 특별히 문제가 심각한 것이 있다. 표준적인 설명은 보통 이런 식이다. 인간에게는 다소 파괴적인 본성이 있다. 따라서 우리가 인류세에 도달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모든 인간은 이 일에 어느 정도 관련돼 있다. 우리가 인간 본성을 바꿀 수는 없으므로 문제를 바로잡으려면 과격한 수단들(지구공학)을 활용해야 할 것이다. 인류세에 관한 표준적인 설명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인간은 다른 종과 달리 불을 사용하는 능력 때문에 지구 환경을 조작할 수 있게 됐다고 여긴다. 먼 옛날 인류가 불을 피우는 방법을 알아냈을 때, 이는 훗날 화석연료 추출 방법을 배우도록 단선적으로 예정돼 있었다는 것이다. 인류는 화석연료도 태워버릴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각종 연쇄반응의 결과로 화석연료 사용이 급속히 확대됐고 우리가 오늘날 목도하는 것처럼 탄소 배출이 치솟는 상황이 펼쳐졌다. 한 과학 논문에 따르면, “우리 조상들이 불 사용법을 배움으로써 인류는 다른 종이 가질 수 없었던 강력하고 독점적인 도구를 갖게 됐다. 이로서 인류는 인류세로 나아가는 긴 여정 위에 확고히 놓이게 됐다.”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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